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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너 때문에 전쟁 났어
  • 대구, 너 때문에 전쟁 났어[이우석의 식사(食史)]
  • 매일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은 그저 배를 채우려는 끼니가 아닙니다. 생존을 위해 치열히 살았던 인류의 식문화는 곧 우리의 역사가 되었고 삶의 방식으로 남았습니다.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한 접시의 음식 속에 녹아든 인문학은 또 하루를 지탱할 에너지와 지식을 줄 뿐 아니라, 우리의 식탁을 더욱 맛깔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식사(食史) 한 끼를 지면의 식탁 위에 차려보려 합니다. 눈으로 맛보고 머리로 씹어보는, 어쩌면 포만감이 오래도록 남을 식사의 시간입니다. <편집자주>[글·사진=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 떡 벌린 큰 입에 투실한 살점, 대구(大口)는 그 큰 입으로 세계사를 집어삼킨 대단한 생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는 인류가 오래도록 먹어온 중요한 식량이었던 까닭이다. 우선 해적 바이킹부터. 8~9세기 노르드인 바이킹은 함상 식량으로 대구를 말려 배에 가득 싣고 멀리 노략질하러 다녔다. 대구 덕분(?)에 지도상에 없었던 신대륙 캐나다 뉴펀들랜드 지방에 상륙할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보다 훨씬 이른 시기다. 뉴펀들랜드(Newfoundland)는 이름 자체가 ‘새로 찾은 땅’이란 뜻이다.독일 한자동맹 상인들은 먼 항해를 떠나는 유럽 선단을 노리고 노르웨이 베르겐에 건대구를 유통하는 창고 브리겐을 지었다. 이를 기념하는 커다란 대구 조각상이 지금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브리겐 앞을 지키고 있다.◇대구 ‘대항해시대’의 원동력스페인 바스크(Basque)족 어부들도 대구 떼를 따라가다 신대륙에 발을 디뎠다는 기록이 있다. 뉴펀들랜드섬 인근에서 대구의 황금 어장을 발견하고, 누가 알까 쉬쉬하며 비밀리에 조업을 다녔다 한다. 대구 떼를 찾아다니며 신구대륙이 연결되기도 했지만, 이후 정말 작정하고 세계를 일주할 때 대구 자체가 항해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북해 대구 집산지로 꼽히는 노르웨이 노포텐에도 우리 덕장처럼 대구를 말려 보관하는 전통이 남아있다.어떨 때는 대구를 쫓아가며, 때론 대구를 먹어가며 이룬 일이란 이야기. 실상은 ‘침략의 시대’지만 서방 세계 중심으로 나온 말인 15세기 ‘대항해시대’(Age of Discovery)를 뒷받침한 것도 역시 대구였다. 언제 땅을 찾을지 모르는 장거리 항해 시 필요한 보존식량, 즉 ‘말린 대구’가 없었다면 ‘침략’도 ‘발견’도 어려웠던 시기다.너도나도 향신료와 금은을 구하려 항로를 찾아 떠날 채비를 하던 때. 눈치 빠른 독일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의 상인들은 ‘함상 식량’에 주목했다. 셈 빠른 이들은 동맹 도시였던 노르웨이 베르겐에 당시 북해의 최고 히트 상품 말린 대구를 서남 유럽으로 유통하는 ‘창고형 물류센터’인 브뤼겐(Bryggen)을 짓기도 했다.따지고 보면 바이킹도 바스크인도 페르디난드 마젤란, 바스쿠 다 가마도 배 안에서 말린 대구를 물에 불려 먹었다. 일단 많이 잡히고 불을 피울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간편하기도 했거니와 기나긴 항해 중 영양결핍을 극복할 수 있는 우수한 단백질원이 대구였던 까닭이다.그만큼 오랜 시간 대구는 유럽 식단의 대표 어종으로 군림했다. 특히 수산업이 중심이던 북해 연안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등에선 빵 먹듯 대구를 먹었다. 가축과 밀이 부족한 환경이니 상대적으로 흔한 대구를 주식으로 삼기 좋았다. 워낙 많이 잡히니 남으면 비료로도 썼을 정도다.대구의 전국최대 집산지 거제도 외포항 대구말리기대구는 일찌감치 유럽인들을 먹여 살렸던 중요한 수산 자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대구가 귀해졌다. 시쳇말로 ‘물 반, 대구 반’이라 그 흔하던 대구가 싹 사라졌다. 증기선이 생기며 저인망 조업을 통해 남획한 탓이다. 19세기 후반에 들어 그 많던 대구가 줄어들자 여기저기 어장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났다.20세기 중반에는 외교 전쟁까지 일어났다. 대구 어장을 놓고 아이슬란드와 영국이 벌인 대구 전쟁(cod war)은 당시의 냉전(cold war)만큼 심각했다.물러설 곳 없었던 아이슬란드는 영국에 단교와 선전포고를 거듭하며 대구 어장을 지켜냈다. 영국의 배짱에 단단히 화가 난 아이슬란드는 ‘적의 적은 내 편이라고’ 소련에 손을 내밀었다. 예상대로 장장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국의 중재가 들어왔고 결국 아이슬란드가 이길 수 있었다.1~3차, 무려 18년간에 걸친 대구 전쟁의 여파로 아직도 아이슬란드에선 반영 감정이 남아있다. 참고로 이때 타결되며 체결 승인된 조약이 지금도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요즘도 가끔 국가별 분쟁이 원인이 되고 있는데 여러모로 대구는 인류의 삶과 문화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이처럼 대구의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빛났는데 가장 인정받는 것은 그 탁월한 ‘보존성’ 덕이다.몰려다니는 습성의 대구는 한 번에 많이 잡힌다. 염장을 하든 말리든 어찌어찌 보관해야만 한다. 보관하기 위해 가공을 해도 다른 생선과는 달리 특별히 맛이 나빠지지 않는다.찬물 돌 때 한꺼번에 잡아두고 내내 먹어야 하니 유럽에도 해변에 마치 우리네 황태덕장처럼 대구 덕장을 지었다. 유럽에서도 제철이 겨울인 대구는 북구(北歐)의 바닷가에 공중에 매달려 눈을 맞으며 정말 황태처럼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계절의 맛이 든다.태평양 대구를 상식하던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대구가 귀해진 바 있다. 한때 생대구는 최고의 값을 받았다. 당시 연근해산 대구탕 한 그릇에 1만 원을 상회, 대번에 복엇값을 뛰어넘었다. 갑자기 비싸진 대구탕, 생대구가 생사람을 잡았다.이후 우리는 거제도를 중심으로 연근해 치어 방류사업을 꾸준히 펼친 덕에 지금 개체 수를 많이 회복했다. 하지만 유럽에선 지금도 예전처럼 잡히지 않아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대구는 어떤 생선이길래 모두가 조황에 호들갑을 떠는가.대구 금어기가 풀리는 이맘때부터 다시 생대구를 맛볼 수 있다.◇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스며든 계절의 맛대구는 한류(寒流) 스타다. 겨울에 주로 잡히며 그 맛 역시 다른 때보다 좋다. 이름처럼 입이 커서 대구(大口)란 이름이 붙었다. 아귀보단 작지만 이름처럼 입이 커서 바다의 포식자로 통한다. 몸짓도 빨라 아무거나 쓱쓱 삼킨다. 가끔 잡힌 대구 뱃속에서 작은 생선과 게, 새우 등이 나온다. 이렇게 많이 먹으니 당연히 몸집도 크고 살도 투실하다. 게다가 살이 담백하고 비리지 않다. 누구나 대구를 꺼리지 않는 이유다.씹는 식감과 특유의 고소한 맛이 좋아 여러모로 조리하기 좋다. 살점만 발라 연육으로 재가공할 수 있다. 우리 생선전과 영국의 피시앤드치프스는 주로 대구로 만들었다. 살을 갈아 어묵 재료로도 쓰고 마찬가지 방식인 피시 케이크로도 만든다.국을 끓이면 감칠맛에 더불어 시원하고 고소한 풍미를 내는데 유럽에서도 피시 수프를 끓일 때 대구를 즐겨 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구 맛은 널리 통한 셈이다.국물 좋아하는 우리는 주로 대구탕을 끓였다. 마침 제철이 찬물이 내려온 겨울이기도 하고 해장으로 좋은 까닭에 인기가 많다. 요즘도 시내 곳곳에서 대구탕 전문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살점이 크고 실하니 안줏거리로도 좋다. 특히 대가리만 따로 떼서 콩나물과 미나리 등 채소와 내장을 함께 자작하게 볶아낸 대구볼찜(볼때기 찜)은 부산의 명물 음식으로 꼽힌다.몸통보다 단단하고 쫄깃한 부위라 볼찜을 먹고나면 ‘어두육미’란 말이 비로소 실감난다. 특히 아가미 부근 살점은 저작감(咀嚼感)이 훌륭해 킹크랩 집게살에 비견될 정도다.남유럽에선 주로 염장 대구로 먹는다. 굽고, 튀기고, 삶고, 으깨고, 국물 자작하니 스튜처럼 조려 먹기도 한다. 포르투갈에선 ‘바칼라우’(bacalhau)란 이름으로 수천 가지의 대구 요리가 있을 정도다. 사실 바칼라우란 ‘염장 대구’ 자체를 부르는 말이다.시원하고 칼칼한 영양 만점의 대구탕, 삼각지 자원대구탕에서 맛볼 수 있다.같은 라틴어계인 이탈리아에선 바칼라(baccala), 스페인은 바칼라오(bacalao)라 한다. 우리 간고등어처럼 염장 건조를 하는 과정에서 단백질이 변형돼 짭조름한 맛이 감칠맛으로 변한다. 그래서 남유럽에선 대구를 생물로 먹기보단 염장 건조해서 조리한 요리가 발달했다.건대구인 스톡 피시(stock fish)는 북해 황금어장을 품은 노르웨이에서 즐긴다. 바이킹의 후손이니 대대로 대구를 다루던 방식이다. 북어 두드리듯 건대구를 망치로 두들긴 다음 우유와 치즈와 향신료 등을 첨가해 탕(수프)을 끓이는데 원리는 달라도 북엇국과 비슷한 맛이 난다. 그냥 으깬 살을 삶은 감자에 섞어 먹기도 하고 살을 녹여서 젤리로도 만들어 먹는다.지난달 15일 대구 금어기가 풀렸다. 이제 다시 싱싱한 생대구를 맛볼 수 있다. 찬물이 데워지기 전 대구를 맛봐야 비로소 봄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염장 대구로 만든 이탈리아식 바깔라(광화문 몽로)◇대구 요리 맛집▶자원대구탕 = 영남의 대구가 아니라 서울 삼각지를 ‘대구탕 골목’으로 널리 알려지게 40년 노포. 커다란 대구 도막과 이리 등을 인심 좋게 넣고 미나리 푸성귀를 한가득 올려 먹는 전골집이다. 칼칼한 양념 육수에 팔팔 끓여낸 대구살을 숟가락으로 떠 국물과 함께 삼키면 부드럽지만 강렬한 감촉으로 식도를 타고 넘는다. 슈크림처럼 부드러운 살점을 바싹하게 튀겨낸 대구 튀김도 빼놓을 수 없고, 기본으로 내주는 아가미 젓갈도 연신 젓가락을 잡아끈다. 내장을 추가하면 국물은 더욱 깊어진다. 사리를 말고 아가미 젓갈에 밥까지 볶아 먹으면 든든하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가길 6. 1만4000원.▶광화문 몽로 = 한국에서 정통 유럽식 바칼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박찬일 셰프가 이탈리아 음식을 기반으로 동서양의 요리와 식사를 내는 집이다. 여럿이 모여 식사하며 모두가 파스타를 주문할 때 바칼라를 주문하면 꽤 그럴싸해 보인다. 염장한 대구살(baccala)을 으깨 감자, 병아리콩과 함께 섞고 익힌 다음 치즈를 뿌려낸다. 형태마저 사라져 아주 부드러워진 대구 살점을 포크로 잘라 떠내면 고소한 스프레드가 되는데, 이를 갓 구워 치아바타 빵에 발라 먹는다. 와인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21길 40. 2만7000원.
2024.03.08 I 강경록 기자
(영상)김병민 "이재명,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 (영상)김병민 "이재명,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신율의 이슈메이커]
  •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4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했다. (사진=이데일리TV)[이데일리TV 이혜라 기자]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표가 최근 측근 사망이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 처장을 모른다고 일관한 것 등 어떤 상황에서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은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 최고위원은 14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이탈표로 간신히 부결된 원인을 ‘이 대표의 책임 회피’로 꼽았다. 김 최고위원은 “최종 의사결정을 할 자리에 있던 이 대표가 ‘모른다’고 끊어내면 중간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부로부터 여론 역풍을 맞고 있어 이 대표 스스로도 불안할 것”이라며 “다시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가면 민주당의 이탈표는 더 거세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국민의힘 새 지도부와 당직 개편이 ‘친윤(친 윤석열)계’로 이뤄졌단 지적에 관해서는 “(지도부나 당직 구성이)김기현 대표 말처럼 질서있는 다양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나경원 전 원내대표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웠던 인사가 다수 등용됐다”고 설명했다.다만 당이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를 포용할지에 대해선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김 최고위원은 “안 의원은 결과에 승복하고 새 지도부의 성공을 위해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는데 이를 당원들이 높이 살 것”이라며 “안 의원의 20% 득표율은 당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이 전 대표를 향해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전당대회 대통령 입장곡 비하 발언 등을 봤을 때 (이 전 대표가)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스스로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김 최고위원은 이밖에도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관련 논란, 전당대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김 최고위원이 출연한 ‘신율의 이슈메이커’ 본방송은 16일(목) 오후 1시에 케이블, 스카이라이프, IPTV 이데일리TV 채널에서 방영된다.※전체 내용은 동영상과 하단 대담 전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담 전문은 영상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 바랍니다. 인용보도시 프로그램명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신율: 전당대회가 끝나고 새 지도부가 구성됐으니까 새 지도부가 어느 정도 땅을 굳힐지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이혜라: 네.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여러 복합적인 시선들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 중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한 분이죠. 김병민 최고위원과 함께합니다.▶김병민: 안녕하세요.▷신율: 어제 대통령실 만찬 있었죠. 많은 사람들이 뭐 나왔는지도 궁금해합니다. 맛있었냐까지도 궁금해하고요. ▶김병민: 확실히 관저보단 대통령실 밥이 더 맛있었습니다. 메뉴도 다양했고요. 한식 중심이었는데 고기도 나왔고 시간도 두시간 반 정도로 꽤 길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맛있는 걸 다 먹고 나니까 중간중간 회도 나오고 꼼장어, 아나고도 나오고. 마지막 음식은 김치콩나물국이었는데 엄청 시원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엄청 맛있다 하니 이건 대통령의 레시피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이혜라: 대통령이 지도부를 아주 마음에 들어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이제 월 2회 만나신다고요.▶김병민: 어제 있던 내용중에 핵심적인 내용은 한 번 만나고 끝이 아니라 한 달에 두 번, 대통령과 당대표의 정기회동을 하기로 선언을 한 거죠. 주기적으로 만나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정부사회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당과 긴밀하게 조율,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어제 분명히 피력했습니다.▷신율: 일각에서는 그걸 가지고 당정분리냐, 당정일체냐 등 말이 많잖아요. 어떻게 보세요.▶김병민: 집권당은 정부와 여당이 다른 목소리나 엇박자를 내면 그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당이라고 봅니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게 되는 건 정부,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여당이 끌려가듯이 따라만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인데요. 김기현 당대표가 제일 먼저 말한 게 정책 주도권을 당이 가져가겠다는 거였거든요. 그리고 대통령과 당대표의 월 2회 정기회동도 김기현 대표의 제안을 대통령께서 흔쾌히 받은 겁니다. 어제 만찬자리에서도 대통령이 주도해서 말을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많이 경청했고 당이 국민들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가감없이 전달하면서 정책 주도권, 이렇게 집권당의 역할을 하면 원팀으로서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이혜라: 두 가지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김병민 최고위원께서는 본인을 친윤으로 생각하시는지. 두 번째는 본인을 향한 친윤 규정이 괜찮은지 알고 싶습니다.▶김병민: 저는 친윤이 아니라 찐윤이라고 하던데요. 사람들이 친윤이냐 찐윤이냐, 범윤이냐 등 언급을 합니다. 사람과의 친소관계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근데 그런 것보다는 보수진영에서 이 사람이 생각하는 걸 바탕으로 구분을 지었음 좋겠어요. 누군가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분도 계시지만 합리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국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정치인도 있지 않습니까.제가 10년 넘는 기간 동안 이 당에서 정치를 해왔다 생각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규정 짓는 건 합리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보수라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속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들어오기 전부터,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쭉 함께했던 유일한 대변인이니까 친소관계를 바탕으로 두면 찐윤이 맞는데 사람과의 친소관계보다는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이 당을 이끌어갈지에 대한 이념적 규정을 두고 구분 했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신율: 그런데 일각에서는 새 지도부가 구성된 것을 보고 너무 친윤일색이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오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봐요. 왜냐하면 안철수 의원의 경우나 입당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당내에 기반이란 게 많지 않을 것 같고. 이준석 전 대표계라고 말하지만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과 함께하는 것은 힘들 것 같고. 친윤일색이다, 연포탕이라고도 하는데. 연포탕을 끓이기도 쉽진 않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내년에 총선이 있지 않습니까. 일단 정당은 다양성을 보이면서 중도층을 흡수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김병민: 김기현 대표가 적합한 표현을 썼다고 생각하는데 질서 있는 다양성을 말합니다. 당내에서 우후죽순 다양한 소리가 나오면 저 집안 산만해서 일이나 제대로 하겠냐는 게 국민들의 평가일 겁니다. 더군다나 야당이 아닌 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힘 있게 일할 수 있는 모습, 당과 정부가 한 목소리로 원팀으로 일할 수 있는 그 안정감을 훨씬 높게 평가할 겁니다.근데 그런 과정에서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저 사람을 철저하게 배격하거나 배제한다면 이건 다양성에서 어긋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질서 있는 다양성이라는 표현을 했는데요. 정부와 함께 같은 국정 철학을 이해하면서 힘 있게 일할 수 있는 기둥을 세워놓고. 그게 이제 대표부터 최고위원 지도부 역할이라고 보는데. 이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특히 수도권,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이 힘껏 일할 수 있는 자리를 깔아주는 게 질서있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하고요. 한때는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철저하게 배제했던 정당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당직 인선 과정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가까웠던 인사가 대변인으로 등용되기도 하고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현재 국민의힘과는 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근데 어제 대변인으로 인선된 김예령 대변인, 윤희석 대변인 같은 경우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 대변인이었고 김종인 전 위원장 추천으로 대선 캠프도 함께했던 인사들이거든요. 실력과 능력이 있으면 누구와 함께 일했느냐 보다는 앞으로 국민의힘에서 펼쳐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신율: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랬어요. 35% 정도 물갈이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공천 과정에서 수도권이나 이런 쪽은 의원 수도 아무래도 적고. 그렇기에 35% 정도의 물갈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구경북 지역과 부울경 지역에서 50% 정도 (물갈이를) 해야 맞춘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당 지도부 구성할 때 TK지역 강세라는 평가가 있어서 여쭤보는 거거든요.▶김병민: 오히려 이번 전당대회를 보면요. TK홀대론까지 얘기가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당대표 선거가 있고, 최고위원 선거가 있을 텐데. 최고위원 선거 마지막 후보군에 들어간 8명 중에 TK 후보가 김재원 후보 한 명이었거든요. 압도적인 지지가 나왔을 거라고 보지만, 나름대로 너무 TK 지역에서 후보가 없는 것 아니냔 얘기가 있었고. 최종적 결과에서는 제가 이제 수도권이고, 조수진 의원은 호남을 대변하고 있고. 지역적 특색이 다채롭다는 게 태영호 의원은 평양이라고 얘기하거든요. 지역 안배가 잘 됐고 오히려 지명직 최고위원에 영남을 더 배려하는 정도의 상황이 된 것이죠. 그래서 인위적인 물갈이로 지금 있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갈등을 유발하면 총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훨씬 잡음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 질서, 안전 기반 위에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집권여당으로서 안정적으로 성과를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춰 다 같이 일하고. 평가는 당원과 국민들이 해주실 거거든요. 자연스러운 시점에서 평가에 따라 새 인물의 수혈 등을 지금 평가할 건 아니고 앞으로 얼마 동안 성과를 보여줄지에 대해서 평가의 시간은 곧 도래될 거라고 봅니다.▷이혜라: 질서 있는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하셨는데. 천아용인, 소위 친이준석계 후보들이었는데요. 근데 어제 사무총장된 이철규 의원 같은 경우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천아용인에 대한 제스처를 어떻게 취하실지도 궁금합니다.▶김병민: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게. 저희는 집권당이기 때문에 기본 전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입니다. 그런데 일부의 사람들이 윤 정부 성공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게 전당대회에서 드러났죠. 선거가 끝나고 태영호 최고위원같은 경우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 포용적 메시지를 냈는데, 이 전 대표는 태 의원이 틀렸다고 하는 동시에 오히려 강한 메시지를 낸 김재원 최고가 옳다고 했는데요. 상식과 비상식으로 구분을 지었습니다. 그러면 80만명이 넘는 당원 중에서 40만명이 넘는 당원이 선택한 초유의 선거였거든요. 선택된 지도부에 대해서 비상식으로 규정 짓는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물음이 남죠. 정치도 손뼉이 마주쳐야 함께 하는 건데 그동안 거친 목소리로 당내 혼란을 가져왔다면 전당대회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정과제들이 더 우선시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여러 사람들이 주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신율: 이준석 전 대표의 향후 행보는 어떨 거라고 예상하세요. 비슷하게 젊은 분들이니까요.▶김병민: 저는 보수정당, 지키는 정당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를 지키고 공동체를 지키고. 선당후사라는 표현처럼 나보다는 우리 국가, 공동체, 정당, 내 가정. 이런 공동체를 우선하는 게 보수정당이 가진 기본정신이라 봐요.근데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는 보수정당의 정치보다는 본인의 정치행보를 훨씬 우선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개인의 자유를 훨씬 더 언급하고. 지금 저희는 집권당으로서 정부 성공을 이끌고 국민의힘 전체가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데 현재 보여주는 행보에서는 그런 모습보다는 본인의 정치이익을 어떻게 극대화 하는지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보기엔 현재 전당대회 국면에서는 1차적인 평가가 끝났기에 설 수 있는 공간이 좁아졌거든요. 좁아진 공간에서 자신의 정치이익을 어떻게 극대화할 건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신율: 조금 구체적으로 하면, 신당과 분당 생각할 거라고 보세요.▶김병민: 이미 과거에 바른정당의 평가가 끝나지 않았습니까. 현재 구도 속에서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봅니다.▷이혜라: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천아용인 팀에서 당대표로 출마한 천하람 위원장을 향한 것보다는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한 시선이, 더 당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나왔던 것 같거든요. 어떠한 형태로든 천하람 위원장과 같이 행보를 하게 된다면 천 위원장이 더 이상 이준석 전 대표와 색채를 같이 하지 않는 게 전제조건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김병민: 전제조건보다 천 위원장이 왜 정치를 시작했는가를 봐야 해요. 국민들이 천하람이라는 인물을 신인이지만 각인됐던 건 보수지역의 불모지였던 호남에 용기있게 출마해서, 특히 이정현 의원이 출마했던 지역입니다. 특히 이 의원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순천에 깃발을 꽂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천 위원장이 뛰어넘어야 하는 건 정치적 대상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니라 이정현 당대표가 순천 불모지에서 당선됐던 그 기치를 이어받아야 하거든요. 근데 지금 하고 있는 정치를 보면 초창기 초심보다는 오히려 이준석 전 대표처럼 뭔가 기존에 있었던 구성원들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시각에서의 정치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 같거든요.총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순천에서 천 위원장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의힘의 브랜드를 갖고 더 많은 득표로 여기에서 당선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치를 천하람 위원장이 높게 올린다면 국민의힘의 많은 구성원이 박수를 치고 응원을 보내줄 것입니다.이번 전대에서도 천 위원장이 초심을 바탕으로 이런 정치적 길을 꾸준히 걷는 못브을 보였다면, 저는 20%도 넘는 득표를 얻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중간에 나왔던 메세지는 그런 천 위원장의 초심보다는 오히려 천찍XX 같은 자극적인 용어가 회자되기도 하고. 간신배라는 표현을 당의 구성원이 하게 된다면 정치를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로 규정짓는 정치 구도 속에서는 저는 그 사람의 정치적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가는 행보에서 뚜벅뚜벅 걸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성원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신율: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 상처받은 말 들은 적 있으신가요.▶김병민: 이준석과는 개인적으로 꽤 오랜시간 같이 정치해왔는데요. 이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시기 비대위원으로 왔고. 사실 어찌보면 어느날 젊은 20대가 가장 최고의 자리에 떡하니 나타나게 된 거죠. 저는 그때 제가 28살 때부터 기초에서부터 정치를 할 때였거든요. 처음부터 정치를 했던 궤가 꽤 다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정치적 상처를 받았다기보다는 정치적 지향성과 방향성이 많이 다르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신율: 안철수 의원같은 경우에는 포용을 해야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고,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선 부정적인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차이는 뭐라고 보세요. 사실은 안철수 의원도 전당대회동안 김기현 신임 당대표에 대한 공표를 상당히 많이 했지 않습니까.▶김병민: 좀 세게 했죠. 선거에서 선을 넘지 말자는 얘기 많이 하지만 선을 항상 넘곤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선거가 끝나고 나서 깨끗하게 승복하고 새롭게 출범한 지도부의 성공을 위해서 내 역할을 다하겠단 자세를 당원들이 높게 살 거라고 봐요. 안철수 같은 경우는 선거가 끝나고 지도부 출범에 대해 축하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땐 20%가 넘는 안철수 의원의 득표율에 대해서 합당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우리 국민의힘이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근데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는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전당대회 날. 대통령이 입장하는 노래를 가지고 비하하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거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새롭게 지도부가 출범하고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선택과 평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거죠. 태영호 의원이 적극적으로 이준석도 함께해야한다 이야기를 하니 비상식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나타났고. 한 때 누군가 품고가자는 말을 하니 내가 달걀이냐, 품게.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하거든요.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더 어려워지게 되는 상황이지 않나.▷신율: 지금 승복 말씀하셔서요.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요. 이거 승복입니까, 아닙니까.▶김병민: 부정선거 얘기를 꺼내면 승복이라 보긴 어려운데. 조만간 김기현 대표와 만남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존에 있던 지지자들의 입장 때문인지 황교안 전 대표의 진짜 생각인지는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정리가 될 거라고 보는데. 그래도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고 대표로 지낸 분 아닙니까. 누구보다 국민의힘의 승리에 한마음 한뜻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이혜라: 이번주 들어 영상 하나가 계속 보도되던데, 전광훈 목사 예배요. 김재원 최고위원이 참석했고 전 목사가 518정신 헌법에 수록하는 것 되냐고 하니까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의사 표현 했거든요. 근데 이건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고요. 어떻게 보시나요.▶김병민: 동료 최고위원의 발언이어서 제가 얘기가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오해가 없어야 하기에 정리를 하면 정당은 정당의 가치 정신을 표방하게 되는 강령. 정당의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힘의 정강정책 강령 전문을 보면 518 민주화 운동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많은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적시돼 있습니다. 더군다나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후보시절 호남. 광주를 여러 차례 찾았고 그때부터 518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고. 또 헌법 전문에 추후 수록하게 되는 내용까지 공약한 바가 있고. 기본적인 정신은 흔들림이 없다고 생각을 해요.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시절 에피소드도 많이 회자됐는데요. 전두환에 대한 모의재판이 있었을 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난리가 나서 지방으로 갔던 일들도 회자가 됐지 않습니까. 이런 국민의힘의 국민 통합에 대한 노력. 호남과 함께 하려 했던 동행의 노력이 정치인 한 명의 발언 때문에 흔들리거나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고요.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슈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던 모양인데, 개인적인 발언으로 정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신율: 김재원 최고의 발언은 지금 개헌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표현을 그런 입장으로 표했다는 걸 시청자분들에게 말씀을 드리는 건데요. 저는 사실 정치는 필요하면 조상묘도 팔아서 득표한다는 식의 언급이 얼핏 윤 대통령을 의미하냐는 의견도 있더라고요.▶김병민: 여러 식의 해석이 가능할텐데요. 최근 이재명 대표 조상묘 얘기가 나오니까, 근데 대통령 선거 때를 보면 조상 묘에 대해서 훼손했던 건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조상 묘 훼손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던 적이 있어요. 묘 앞에 머리카락을 놓고, 칼을 놓고. 인형 만들어서 하고. 우리 정치가 이렇게까지 하진 말았음 좋겠다는 얘기가 많았죠. 여야를 막론하고의 일들이고요. 김재원 최고위원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처음에 당선이 될까 말까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당선이 1등으로 되니까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표를 얻기 위한 본인의 행동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신율: 따지고 보면 518 숭고한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과거에서 쭉 내려올 때 518을 사실 분리해서 말한다는 건, 반대한다는 건 본인의 역사적 정통성과 어긋나는 게 있겠죠.▷이혜라: 민주당 얘기 잠깐 나와서요. 이재명 대표 향후 거취 어떻게 될 거라고 보세요.▶김병민: 본인은 확고하지 않습니까. 모든 게 문제없다고 하고 있고. 본인에 대한 책임을 다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부터 굉장히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재명 대표 스스로도 불안할 거라 봅니다. 지난날 구속영장청구 이후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왔는데 그런 정도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토표가 나온다고 상상을 못했을 것이거든요. 근데 구속영장청구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고 추가적인 수사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 구속영장 청구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아마 다음번에 한 번 더 청구되면 민주당의 이탈표는 거세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결국 모든 건 여론에 달려있겠죠. 특히 이재명 대표의 정무적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건 정진상 비서실장이고. 행정적 비서실장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이재명은 전혀 책임을 안 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여기서 드는 생각은 경기도지사, 성남시장 등 의사결정에 최정점에 있었던 사람은 이재명 대표입니다. 근데 그랬던 사람이 난 모른다며 책임을 끊어냅니다. 지금 드러나는 게 대장동에 수천억대 배임 등 문제가 있었던 건 드러났잖아요. 백현동을 비롯한 수많은 범죄혐의가 드러납니다. 그걸 다 누가 합니까.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누군가의 지시를 바탕으로 일을 했을 것 아닙니까. 수사를 받으면 본인들은 책임을 지게 돼있는데, 최종적인 의사결정 자리에 있던 사람이 나는 모른다고 끊어내면 중간에 있던 사람들이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게 이번에 사망한 비서실장,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있었던 사람들 아닙니까. 근데 김문기 전 처장조차도 나는 잘 모른다고 일관했던 이재명 대표의 행동을 보고 정치적으로 다 떠나서 인간적으로 이렇게 할 순 없다고 쏟아지는 형국이라고 봅니다.▷신율: 내년 총선 김 최고께서도 출마를 하실 것 같습니다만. 전체 예상을 어떻게 하세요.▶김병민: 윤석열 대통령 집권하고 내년이면 햇수 3년, 만 2년 지날 때입니다.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출범시켰습니다. 그럼 국민들께서는 그 기대감을 충족했냐,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갖냐. 만족감 가졌는데 거대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윤 정부가 힘있게 나가는 데에서 주춤하고 있진 않을까. 여기에 힘을 보태줄까라는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이 소수여당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오직 국익, 민생, 국민을 위해서 이렇게 일하려고 하는데 의석의 힘에 밀려 아쉬운 성과들이 이만큼 부족하다고 하면 국민들께서 기회를 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그 기회가 주어졌을 때만이, 저희 지역처럼 어려운 지역도 당선이 돼야 과반이 되고. 많은 당원이 저를 선택한 것도 김병민이 세게 밀어주고 여기에 국회의원 탄생시켜야 과반이 되고 윤 정부에 힘을 싣는다라는 평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3.03.14 I 이혜라 기자
 푸른 바다가 식탁에 그대로 '통영의 맛나는 겨울'
  • [여행] 푸른 바다가 식탁에 그대로 '통영의 맛나는 겨울'
  • 통영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본 강구안[경남 통영=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통영 바다는 겨울에 더 풍요롭다. 서해나 동해의 어류들이 추위를 피해 남해로 내려와서다. 통영의 음식 맛은 이 풍요로움의 산물이다. 배를 채우기 급급한 현실에서는 맛을 따질 여력이 없다. 척박한 지역일수록 음식이 맛없는 이유다. 풍요로워야 맛이 생기고, 음식에 ‘멋’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비결은 ‘역사’다. 통영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곳이다. 조선 최대의 군사도시였던 셈이다. 당시 통제영은 전라·경상·충청 등 3도의 수군 주둔지를 독자적으로 다스렸다. 자연스럽게 전국 각지의 문물이 통영으로 활발하게 들어왔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통영의 풍부한 식재료와 여러 지방의 음식문화가 하나로 합쳐졌다. 통영만의 음식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통영 물메기탕◇부드러운 물메기탕와 담백한 생대구탕겨울철에 통영을 찾았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물메기탕과 대구탕이다. 통영 사람들은 마치 두 음식을 챙겨 먹지 못하면 겨울을 날 수 없기라도 한 것처럼 안달이다. 통영 물메기탕보다 시원하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해장국은 어디에서도 먹어볼 수 없을 정도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물메기가) 곧잘 술병을 고친다”고 한 것처럼 술꾼들에게 명약이다. 조선말 이규경이 지은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살은 타락죽(찹쌀과 우유 등을 섞어 끓인 죽)처럼 부드럽고 연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목 넘김이 부드럽고, 속이 편하다.생대구탕통영 겨울 바다의 또 다른 보물은 대구다. 통영의 서호시장에는 겨울철이면 큼직한 생대구가 나온다. 즉석에서 회를 떠주기도 한다. 이때가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게 대구회다. 제 새끼까지도 잡아먹는 포악한 성질과는 달리 대구회의 맛은 담백하고 부드럽다. 가장 서민적인 음식은 대구탕이다. 통영의 식당들이 차려내는 대구탕은 도시에서 흔히 먹는 냉동 대구탕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생대구를 써서 맑게 끓인다. 그 깊은 감칠맛은 얼었던 몸을 순식간에 녹여버린다. 한류성 어족인 대구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통영 졸복국◇생명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는 ‘복국’“복어의 신비한 맛은 생명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 시인 소동파는 복어 요리를 맛본 자리에서 복어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독이 있는 물고기는 대체로 맛이 좋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맹독의 복어를 탐하는 이유는 그 맛이 워낙 좋아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 위험한 물고기를 탐식한다. 동의보감에도 ‘허한 것을 보하고 습을 제거하며 허리와 다리를 다스린다’라고 복어의 효능을 설명했다. 복어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이 겨울철 건강 유지와 추위를 이기기 위한 건강식품으로 즐겨왔다. 최근에는 단백질과 각종 무기질 및 비타민이 풍부한데 반해 칼로리와 지방이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 받고 있을 정도로 예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음식이다.통영은 북국 문화가 가장 발달한 고장이다. 통영 복국집들의 주재료는 졸복이다. 옛날에는 까치복, 밀복, 참복 등 주로 큰 복을 썼다. 요즘 큰 복들이 잘 잡히지 않으면서, 많이 나오는 졸복을 많이 쓴다. 크기는 작아도 졸복의 맛은 밀복 종류보다 개운하다. 겨울이면 생(生)졸복을 쓰는 통영 복국은 그 맛이 투명하면서도 깊다. 통영 굴구이◇카사노바도 즐기던 특별한 맛 ‘굴’이즈음 통영은 온통 굴 천지다. 우리나라 굴의 70%가 통영 바다에서 나온다. 굴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1월. 이때 속살이 맞춤하게 찬다. 굴은 영양의 보고다. 아연이 풍부한 것은 물론이고, 비타민·타우린·칼슘·요오드도 가득하다. 굴에 포함된 아연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와 정자 생성을 촉진한다.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 이유다. 굴 속 글리코겐 역시 췌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스태미너 증진에 좋다. 또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적어 다이어트에도 적합하다. 칼슘이 풍부하기 때문에 식이 조절 과정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칼슘을 보충할 수 있다. 통영 다찌집 상차림에 나온 생굴‘통영’답게 굴 요리도 각양각색이다. 신선한 생굴부터 찐 각굴(석화)·굴무침·굴탕수육·굴조림·굴전·굴밥·굴어묵까지 그야말로 굴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다양하다. 통영 굴을 맛보려면 중앙시장으로 가야한다. 굴 삼겹살 구이로 유명한 ‘한마음식당’ 외에도, 매콤한 굴 두루치기로 유명한 ‘통영식도락’, 왕굴그라탱과 굴 피자를 개발한 ‘THE 통영피자’ 등 자신만의 특색 있는 메뉴를 내세운 다양한 굴 맛집들이 즐비하다. 워낙 굴이 지천인 통영이기 때문에 어딜 가든 신선함 하나는 보장이다.통영 굴의 진수는 역시 생굴회다. 뽀얀 속살의 알굴을 한입 물었을 때 입 안 가득 퍼지는 바다향은 생각만 해도 군침을 돌게 만든다. 겨울 굴은 달짝지근하게 혀에 감기는 맛까지 더욱 진해진다. 첫맛은 소금기를 머금은 해산물 특유의 짠맛이, 그 위로 달큰한 굴 특유의 향과 맛이 한가득 퍼져 나가며 입을 채운다.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충무김밥’◇통영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것들통영에선 충무김밥을 빼놓을 수 없다. 충무김밥을 즐기려면 중앙시장 인근으로 가야 한다. 여객선터미널 앞에서 동피랑 언덕으로 가는 길, 중앙시장 골목을 빠져나와 강구안 문화마당 앞 상가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밥집이 충무김밥집이다. 누구든 통영에선 한 번쯤은 원조 충무김밥을 먹고 싶어한다. 전국적인 명성 덕분에 지금은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 됐다. 하지만 아무래도 충무김밥은 본 고장인 통영에서 먹어야 제 맛이다. 빼떼기죽도 통영사람들이 손꼽는 추억의 맛이다. 뻬떼기는 말린 고구마를 뜻하는 사투리. 여기에 팥·강낭콩·조·찹쌀 등을 함께 넣어 2시간 이상 걸쭉하게 끓여낸다. 가을을 지나 먹을 게 다 떨어진 때 쑤어 먹던 음식이다. 그러니 추억이 없을 리 없다. 여러 잡곡을 섞어 포만감을 키운 것 역시 배고픔의 시간이 길었음을 방증한다. 오미사꿀빵은 최근 ‘뜬’ 옛 통영의 대표 간식거리다. 갖가지 모양의 반죽에 단팥 소를 넣고 튀긴 뒤 물엿에 담갔다 깨에 둥글려 만든다. 이름은 꿀빵이지만 의외로 달지 않다. 항구 주변을 중심으로 꿀빵집이 많다. 하지만 기왕 원조집을 찾으려면 항남동의 오미사꿀빵 본점으로 가야한다. 1960년대 통영 여고생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유명해진 집이다. 하루 정한 만큼만 팔고 재료가 떨어지면 오후 1시라도 문을 닫는다. 통영 사람들이 손꼽는 추억의 맛 ‘빼때기죽’◇여행메모△가는길=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대전까지 간 다음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통영 방향)를 타고 북통영IC나 통영IC로 나와 곧장 도심으로 들어선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나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4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잠잘곳= 통영동원리조트(055-640-5000)는 미륵산 편백숲에서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다. 대형 유람선을 형상화한 멋스러운 외관에 호텔(가족룸) 66실과 유스호스텔(유스룸) 37실로 하루 최대 456명이 숙박할 수 있다.오미사꿀빵
2018.01.12 I 강경록 기자
"뜨끈한 국물요리에 동장군도 녹네 녹아~"
  • "뜨끈한 국물요리에 동장군도 녹네 녹아~"
  • 강원 고성의 ‘곰치국’. 나박나박 썬 무와 파, 마늘을 넣고 맑게 끓인 곰치국은 동해안의 최고 별미로 꼽힌다(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뜨끈한 국물 한 모금. 겨울이면 더 그리워진다. 엄동설한에 꽁꽁 얼어버린 몸은 바쁜 신호를 보낸다. 기왕이면 원기까지 채울 수 있는 그런 음식이라면 금상첨화다. 시린 발 굴려 가며 찾아간 그곳에서 맛본 시원칼칼한 국물 한 그릇에 속이 다 시원해지고 훈기가 돈다. 이게 ‘사는 맛’이다. 우리네 국물 문화가 품고 있는 정이다. 이번 주 여행 가이드는 ‘뜨끈뜨끈 겨울음식’. 한국관광공사는 1월 가볼 만한 곳으로 겨울 별미인 도치와 장치, 곰치를 맛볼 수 있는 강원도 고성 대진항을 비롯해 충북 청주 산성마을의 ‘두부와 청국장’, 경남 거제 외포리의 시원한 ‘대구탕’, 전남 담양 국수거리의 부드러운 ‘국수’, 전북 순창 순대골목의 걸쭉살벌한 ‘피순대와 순댓국’, 대구 현풍장터의 ‘수구레국밥’, 충남 금산 대표작물인 인삼으로 만든 ‘인삼어죽’ 등 7곳을 추천했다. 한겨울을 버티게 해 줄 우리네 음식을 따라 전국을 일주해보자. ◇숙취 해소에 최고…강원 고성 대진항 ‘곰치국전날 밤, 거나하게 한잔 했다면, 아침에 시원한 속풀이 해장국은 필수. 지난밤의 숙취를 말끔히 해소시켜주는 일등공신이 있으니 바로 ‘곰치국’이다. 곰치국은 동해안 최고의 해장국. 곰치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선 강원 고성 대진항으로 가야한다. 겨울이 제철이니 지금이 먹기 딱 좋을 때. 특히, 이곳 곰치국은 인근의 속초나 삼척과 달리 맑은 탕으로 끌여내기에 자극적이지도 않다. 나박나박 썬 무와 파, 마늘을 넣고 맑게 끓인 곰치국은 숙취해소는 물론 겨울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곰치 외에도 도치·장치도 별미다. 곰치와 함께 ‘못난이 삼형제’로 불린다. 하지만 명태가 사라진 동해에서 겨울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생선들. 도치는 수컷을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숙회와 암컷의 알과 내장, 살점, 신김치를 넣고 개운하게 끓인 알탕이 대표적이다. 쫀득하고 꼬들꼬들한 도치 살은 식감이 다른 생선과 달라 겨울별미로 꼽힌다. 장치는 바닷바람에 사나흘 말려 고추장 양념과 콩나물을 넣고 찌거나 무를 넣고 조리는 것이 맛있다. 양념 없이 쪄먹어도 좋다. 거진항 거진포구(033-682-5201)는 도치숙회와 장치찜, 곰치국이 유명하다. 거진 읍내에 있는 성진회관(033-682-1040)은 도치알탕과 생태찌개가, 대진항의 금강산횟집(033-682-7899)과 부두식당(033-682-1237)은 도치알탕이 맛깔나다. 강원 고성 대진항의 ‘도치알탕’. 곰치국과 더불어 이 겨울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신김치를 넣어 개운하게 끓인다(사진=한국관광공사).◇부드럽고 담백, 독특한 풍미…충북 청주 산성마을 ‘청국장’ 뚝배기가 넘칠 정도로 팔팔 끓여 내는 청국장찌개와 비지찌개는 대표적인 서민 요리. 그 독특한 풍미를 맛보려면 충북 청주의 산성마을로 가야 한다. 상당산성 내 터를 잡은 산성마을은 닭백숙, 청국장, 두부요리 등 토속음식을 파는 식당이 여럿 모여 있는 한옥마을이다. 그중 상당집(043-254-2739)은 직접 만든 두부요리와 청국장찌개, 비지찌개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청국장찌개는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냄새가 적고 고소하다. 다른 재료 없이 양념과 비지만 들어간 비지찌개도 감탄스럽다. 또 추위를 녹여주는 순두부는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담백하다. 주인장의 인심도 넉넉해 발효한 비지를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 두부요리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활기가 넘치는 육거리종합시장을 찾아볼 만하다. 활기 넘치는 재래시장을 구경하며 새가덕순대(043-254-2739)의 순댓국, 순자네죽집(043-257-4226)의 팥죽과 호박죽이 맛깔나다. 충북 청주 산성마을의 ‘청국장찌개’. 이곳 청국장찌개는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냄새가 적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사진=한국관광공사).◇맑고 시원하고 깔끔하게…경남 거제 외포 ‘대구탕’ 경남 거제 외포는 대구로 유명하다. 전국 대구 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집산지가 바로 이곳이다. 찬 바람이 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철 대구를 제대로 맛보려면 외포로 무조건 가야 한다. 외포에는 살아 있는 대구로 요리하는 음식점이 10여곳이나 된다. 특히 신선한 대구로 끓인 탕이 외포의 대표적인 음식.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약간 기름지기도 한데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아침 해장국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다. 대구 대가리로 낸 국물에 대구, 모자반, 무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생강, 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대구 대가리를 삶는 것은 구수한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대구를 끓는 물에 데치면 비린내가 적고 살도 풀어지지 않는다. 김치에 싸서 조리한 대구찜도 먹음직스럽다. 새하얀 대구살의 담백함과 김치의 신맛이 잘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생대구회는 산지이기에 맛볼 수 있는 음식. 이곳 어민들은 생대구회보다 살짝 말린 대구회를 주로 즐긴다. 아가미와 내장을 정리하고 통째로 바닷가에서 3~5일 말리면 수분이 증발돼 더욱 차지고 감칠맛이 난다. 외포의 외포효진횟집(055-635-6340), 양지바위횟집(055-635-4327)이 대표 맛집이다.경남 거제 외포의 ‘대구탕’.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사진=한국관광공사).◇평범하지만 특별한 별미…전남 담양 ‘국수’전남 담양은 국수가 유명하다. 담양의 국수를 즐기려면 관방천을 따라 들어선 국수거리로 가야 한다. 이곳에는 12곳의 국수가게가 성업 중이다. 이곳 국수는 대부분 중면을 사용하고, 서너 가지 반찬이 곁들인다. 꼭 맛봐야 할 메뉴는 물국수와 비빔국수 그리고 약달걀. 겨울철 인기메뉴로는 단연 멸치국수에 간장양념을 풀어 먹는 물국수다. 국수거리 원조라 할 수 있는 진우네집국수(061-381-5344)는 질 좋은 멸치를 넣고 센 불과 약한 불에 번갈아가며 국물을 끓이는데, 진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멸치 외에 다른 재료는 사용하지 않아 잡맛이 없다. 국수사리에 진한 국물을 붓고 직접 만든 간장양념을 곁들이면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겨울음식이 탄생한다. 국수거리 끄트머리에 위치한 미소댓잎국수(061-381-9789)는 댓잎물국수로 유명한 집. 댓잎가루를 넣어 직접 뽑는 생면과 아삭한 숙주나물이 잘 어울린다. 20여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국물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전남 담양의 별미인 물국수와 약달걀. 이곳 물국수는 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사진=한국관광공사).◇고소한 순대향이 일품… 전북 순창 순대골목 ‘순댓국’전북 순창의 순대골목은 ‘피순대’로 유명하다. 순창순대는 인조 껍질, 찹쌀, 당면을 쓰지 않는다. 여러 번 깨끗이 씻은 돼지창자에 선지와 콩나물, 마늘, 양파, 당근 등을 넣어 순대를 채운다. 선지를 넣는다 해서 피순대다. 피순대를 넣고 끓인 순댓국은 겨울철 별미 중 별미로 꼽힌다. 개운한 국물에 펄펄 끓인 한 그릇이면 언 몸이 금세 따뜻해진다. 콩나물이 들어가 느끼하지 않고 해장국처럼 개운하다. 여러 명이라면 순대에 머리고기, 채소까지 푸짐하게 올린 순대전골이 어울린다. 상차림은 투박하다. 깍두기와 갓김치, 배추김치와 부추겉절이, 양파와 풋고추, 나머지는 양념이다. 전국에서 손님이 오다 보니 양념도 초장, 된장, 양념 소금, 새우젓 등 다양하다. 참기름에 후춧가루와 소금으로 무친 부추겉절이가 입에 착 붙는다. 피순대를 전문으로 하는 순창시장 순대골목에는 2·3대째 가업을 잇는 순댓집이 많다. 장날에는 줄을 서서 먹는 2대째순대(063-653-0456), 순창에서 가장 오래된 연다라전통순대(063-653-3432), 국물 맛이 특히 좋은 봉깨순대(063-653-2789) 등이 있다. 전북 순창 순대골목의 ‘순댓국’. 피순대로 끓여낸 순대국은 콩나물이 들어가 느끼하지 않고 해장국처럼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사진=한국관광공사).◇걸쭉한 국물으론 최고…대구 헌풍장터 ‘수구레국밥’ 대구 현풍장터의 겨울별미는 수구레국밥이다. 수구레국밥은 끝자리 5·10일에 서는 현풍장날에 맛볼 수 있던 서민들의 대표 음식이다. 수구레는 소의 껍질 안쪽과 살 사이의 아교질 부위를 일컫는다. 지방이 거의 없어 씹으면 쫄깃한 맛이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나는 꼬들꼬들한 식감이 소의 다른 부위에서 전해지는 맛과는 또 다르다. 하지만 희고 거친 모양 때문에 귀한 고기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래도 육류가 흔하지 않던 시절 힘든 하루를 보내는 장터 사람들에게 수구레국밥 한 그릇은 추위를 달래고 영양도 보충하는 귀한 먹거리였다. 국밥은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넣고 가마솥에 오래 삶아 국물을 우린다. 그때그때 신선한 수구레를 공급받는 것이 구수함의 비결. 고추를 얹어 칼칼한 맛을 더한다. 곁들여진 김치, 깍두기와 국밥 한 그릇 비우면 온기가 온몸으로 알싸하게 퍼진다. 상설시장인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이 들어선 뒤에도 수구레국밥 식당들은 ‘수십년 전통’을 내걸고 추억의 맛을 전하고 있다. 그중 현대식당(010-2711-8787)이 수구레국밥으로 유명하다. 대구 현풍장터의 ‘수구레국밥’.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나는 수구레에 선지와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넣은 수구레 국밥은 이곳 서민들의 대표 보양 음식이다(사진=한국관광공사).◇쌉싸래한 인삼이 건강까지…충남 금산 ‘인삼어죽’ 금산은 ‘인삼의 고장’이다. 예부터 인삼은 귀한 약재로 쓰였고 지금도 건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약재다. 이곳 금산의 겨울철 인기 먹거리는 인삼어죽. 인삼어죽은 단백질과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된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다. 여기에 쌉싸래한 인삼까지 더해지니 건강식 중 최고다. 특히 생선을 뼈째 우린 국물로 만들어 예부터 노약자와 산모가 원기회복을 위해 먹었다고 한다. 인삼어죽을 맛보려면 금강 상류에 자리한 제원면 일대 금강변의 인삼어죽마을로 가야 한다. 저곡식당(041-752-7350)과 원골식당(041-752-2638), 시탕뿌리(041-751-1456) 등이 있다. 만드는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물고기를 손질하고, 4~5시간 삶는 정성을 들여야 한다. 5~6㎝ 크기 빙어를 둥글게 돌린 뒤 기름에 살짝 튀긴 도리뱅뱅이, 튀김옷이 바삭한 민물새우튀김도 곁들이면 좋다. 충남 금산의 인삼어죽. 예부터 귀한 약재인 인삼을 넣고 끓인 인삼어죽은 최고의 건강식. 특히 노약자와 산모가 원기회복을 위해 먹었다고 한다(사진=한국관광공사).
2015.01.06 I 강경록 기자
영화같은 부산서 즐기는 '부산'스러운 여행
  • 영화같은 부산서 즐기는 '부산'스러운 여행
  • 이바구길의 명소 ‘유치한 우체통 사진 전시관’은 출사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 부산항과 북항 대교의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 재미있는 것은 우체통이 세워진 자리가 남의 집 지붕이라는 점. 이곳엔 이런 장소가 여럿 있다. 때로는 남의 집 지붕이 주차장이 되고 정원이 되기도 한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10월의 ‘부산’은 부산스럽다. 내달 2일 막을 올려 11일까지 이어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자갈치축제(9~12일), 부산세계불꽃축제(24~25일) 같은 굵직굵직한 축제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여행객의 발길이 부산으로 이끌리는 이유다. 축제만이 다는 아니다. 부산에는 볼거리·먹을거리도 넘쳐난다. 영화도 보고 축제도 돌아봤다면 부산의 숨은 명소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값싸고 맛좋은 곳에 들러 든든히 배도 채울 수 있다. 지금껏 부산의 겉만 봤다면 이젠 진짜 ‘부산’ 같은 곳을 찾아나설 차례다. 이바구길 168계단(위쪽 왼쪽). 이바구길과 이어진 산복도로 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노인의 모습.(위쪽 오른쪽). 안창마을의 버스 종점(아래 왼쪽). 전포 카페거리의 전경(아래 오른쪽)▲거대한 영화 세트장 같은 도시부산 하면 영화, 영화 하면 부산 아닌가. 일제강점기 시절의 주택과 1970~80년대 풍경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영화인들이 부산을 사랑하는 이유다. 올해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는 67개국 307편의 영화를 초청했다. 영화만 보기에도 모자란 시간. 그래도 짬을 낸 시간이 아깝지 않다. 발길 닿는 곳마다 세트장 같은 부산에 반할 것이다. △할매·할배 이바구처럼…‘초량 이바구길’=꼬부라지고 꺾이고 휘어진 길이 시작된다. 보폭이 줄어들고 헉헉대며 가파른 길을 오르다가 드디어 숨을 고른다. 마치 우리네 삶과 닮았다. 동구 초량에 위치한 ‘이바구길’이다. 일제강점기의 설움과 피란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우리네 삶 속의 이야기를 평범한 건물에 입혀 돌이켜 보게 한다. 이바구(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골목마다 ‘이바구거리’가 많다. 가이드는 ‘이야기 할배·할매’. 도시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구수한 입담으로 골목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길의 시작은 부산역 정면 앞 도로 맞은편에 있는 초량 외국인서비스센터에서 시작된다. 이어 백제병원과 남선창고터, 초량교회를 지나 168계단~김민부전망대~당산~이바구공작소로 이어진다. △산동네 삶이 만든 애환…‘안창마을’=부산에 오지가 있다면 믿겠는가. 사실이다. 부산 사람에게도 생소한 곳, ‘안창마을’이다. 안창이라는 말은 신발의 안창처럼 분지 안쪽 깊숙이 자리했다는 뜻. 행정구역상 부산 동구 범일4동과 부산진구 범천2동이 함께 물려 있다. 안창마을의 또 다른 이름은 ‘호랭이(호랑이)마을’. 전설에 따르면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호계천에 호랑이들이 놀았다고 한다. 그만큼 산중 깊숙이 자리한 마을이다. 그래도 이제는 예전만큼 오지는 아니다. 서면에서 택시로 1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산복도로를 지나 위로 향하다 보면 ‘역시 오지구나’ 할 만큼, 의식적인 거리는 오지 그 자체다. 6·25 때 피란촌으로 형성돼 현재는 800여가구, 1500여명이 오손도손 모여 산다. 가옥 대부분이 무허가인 데다, 한 동네에 2개구가 겹치다 보니 주민들의 삶은 오랫동안 어수선하고 곤궁했다. 수도·전기가 들어온 게 1980년대 중반이고 마을엔 아직도 변변한 주차장이 없다. 누군가에게 한평생의 공간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가슴 시린 아픔이 존재하고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시간은 아랫마을처럼 빠르지 않다. 마을도 이곳의 어르신만큼 천천히 나이를 먹어간다. 그리고 천천히 변해간다. △집집마다 커피향 가득…‘전포 카페거리’=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성당 주변. 부산에서 가장 번잡스러운 동네인 서면의 한 블록 건너편에는 카페거리가 있다. 원래 이 거리의 주인은 전기·조명·공구 등을 팔던 상가. 경제난으로 점포들이 하나둘 빠진 자리에 카페가 들어선 것. 2010년쯤 공구거리로 유명했던 이 거리에 젊은이들이 몰려오면서 생긴 변화다. 쇳가루 날리던 곳이 커피향 나는 특색 있는 카페거리로 바뀌었다. 거리엔 드문드문 개성 넘치는 작은 카페들이 눈에 들어온다. 번잡한 서면을 피해 분위기 있게 커피 한잔 마시기에 적당한 장소다. 여느 커피전문점 못지않은 맛과 메뉴를 갖춘 작고 소박한 가게들이 대형 브랜드커피 파워에 질린 이들을, 화려한 번화가 불빛에 지친 이들을 기다리며 주택가에 둥지를 틀고 있다. 부산오뎅의 원조 ‘부산삼진어묵’(왼쪽), 속 푸는데 그만인 ‘해운대기와집대구탕’(오른쪽 위부터), 풍년기사식당의 화끈한 초량불백, 갈비탕, 돼지국밥의 역사 ‘소문난 돼지국밥’▲‘싸게 와서 드시이소~’ 부담없는 맛집맛있는 식당 수는 도시의 크기에 비례한다. 360만명이 살아가는 부산 역시 미각을 만족시키는 음식점이 지천이다. 이곳저곳에 포진해 있는 숨은 맛집이다. △명물 디저트 ‘아틀리에 마카롱’=특이하게 프랑스 과자 마카롱만 파는 곳이 있다. 서전로 전포카페거리에 있는 ‘아틀리에 마카롱’이 그곳. 2012년 7월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마카롱 전문점이다. 개업 1년 만에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젊은 여성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매일 12종류 200여개를 만든다. 분량이 다 팔리면 가게 문을 닫는다. 낮 12시 30분쯤 문을 열어 평일은 대략 오후 8시까지 주말은 오후 6시 정도면 문을 닫는다. 매주 월요일 휴무. 마카롱 개당 가격은 1500원, 6개들이 9000원. 부산진구 전포동 680-18. 051-818-2908. △초량불백의 원조 ‘풍년기사식당’=택시기사가 추천하는 식당은 믿을 만하다는 통설이 있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부산의 택시기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곳이 초량기사거리. 이 거리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돼지불고기백반’이다. 줄여서 ‘돼지불백’이라고 부른다. 풍년기사식당은 이곳의 터줏대감. 돼지불백은 검은 프라이팬에 벌겋게 양념한 돼지고기를 각종 야채를 섞어 두루치기 해주는 음식이다. 화끈한 맛이 깔깔한 입맛을 잔뜩 긴장시킨다.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영업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돼지불백 6500원, 갈비탕 6500원. 동구 초량6동 806-157. 051-468-6965. △해장엔 대구탕 ‘해운대기와집대구탕’=해운대 인근에는 유명한 대구탕집이 여럿 있다. 해운대구 중동의 ‘해운대기오집대구탕’도 그중 한곳. 쫄깃하고 푸짐한 대구살과 국물이 시원하다. 대구머리로 국물을 내기 때문이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이 진한 풍미를 더한다. 해장국으로도 그만이기에 전날 술 한잔의 피로를 풀기에 적당하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대구탕 9000원. 해운대구 중동 990-3. 051-731-5020. △부산 돼지국밥의 역사 ‘소문난돼지국밥’= 영도대교 사거리 인근 식당가 모퉁이. 입구 간판에 큼직하게 ‘75년 전통’이라 씌어 있다. 현존하는 부산의 가장 오래된 돼지국밥집이다. 토렴한 국밥에 대파와 후추를 올리고 새우젓과 마늘, 쌈장, 고추, 김치만 곁들여 내온다. 국물은 맑은 편. 한번 끓여 기름기를 뺀 수육을 뼛국물에 살짝 넣었다 뺀 것을 국밥국물로 쓴다. 국밥 자체에 전혀 양념하지 않고 내는 것도 요즘과 다르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돼지국밥 6000원, 따로국밥 7000원. 영도구 대교동2가 170-3. 051-461-1546. △부산오뎅의 진짜 원조 ‘부산삼진어묵’=부산에 남아 있는 어묵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 영도의 옛 공장을 어묵체험역사관과 어묵베이커리로 지난해 리모델링했다. 이곳 2층에 마련된 어묵체험역사관에서는 직접 반죽을 치대고 원하는 모양으로 어묵을 만들어볼 수 있다. 체험 후에는 직접 만든 따끈한 어묵을 맛볼 수도 있다. 이용요금은 5000~1만 5000원. 평일은 사전예약을 받고 토·일요일은 오전 10시~오후 5시 선착순으로 사람을 받는다. 1층 어묵베이커리에선 개당 300~2000원의 어묵을 마음껏 골라 담을 수 있다. 영도구 봉래동2가 39-1. 051-412-5468. 산꼭대기에 지어진 안창마을은 6·25 때 피란촌으로 형성돼 현재는 약 800여 세대, 1500여명이 오손도손 모여 산다고 한다.전포 카페거리의 ‘아틀리에 마카롱’. 주인장은 매일 직접 반죽하고 구운 마카롱을 만들어 낸다.전포 카페거리. 얼마전까지 공구상가들도 가득했던 이 거리에 하나둘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면서 젊은읻르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초량 돼지불백초량 돼지불백.초량 기사거리의 ‘풍년기사식당’의 주요 메뉴 중 하나인 갈비탕. 뜨끈한 국물이 하루종일 운전으로 지친 기사들의 속을 달래준다.해운대 해월정에서 바라본 미포해변의 모습.해월정에서 바라본 미포해변과 해운대 신시가자 사이로 높이 솟은 마천루. 해월정 기둥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폭을 펼친 병풍과 같다.초가을 광안리 앞바다를 찾은 여행객의 모습. 10월 말 열리는 부산불꽃축제의 현장이기도 하다. 더위가 물러가자 한산해진 해변의 모습에서 여유로움과 쓸쓸함이 함께 느껴진다.
2014.09.30 I 강경록 기자
골목마다 솔솔…'맛'있어 더 행복한 가을여행
  • 골목마다 솔솔…'맛'있어 더 행복한 가을여행
  • 대구 안지랑곱창거리 야경[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따사로운 햇살 아래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계절, 가을입니다. 수확의 계절답게 전국 방방곡곡 자연이 지극 정성으로 키운 먹을거리가 넘쳐납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제철 먹을거리를 주제로 한 축제는 물론 시장 골목골목에선 맛있고 향기로운 냄새가 살맛 나게 번져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10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전국의 ‘맛있는 거리’를 추천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바로 그런 곳들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의 손을 잡고 몸과 마음을 함께 살찌울 수 있는 음식 테마거리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쫄깃쫄깃 고향의 맛…대구 안지랑 곱창거리=타지에 사는 대구 젊은이들에게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음식이 있다.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안지랑 곱창거리의 양념 곱창 구이다. 대구 안지랑 시장은 상인 대표의 주도로 상인과 구청의 공동구매를 통해 공동 브랜드인 ‘안지랑 곱창’을 만들었다.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곱창구이는 폐쇄 위기에 처한 안지랑 시장을 곱창거리로 변신하게 했다. 더불어 상인들의 남다른 노력과 화합도 더해졌다. 맛과 가격을 지키기 위해 곱창 공장 두 곳을 정하고, 돼지곱창 공동 구매와 손질법 개발, 위생관리 등에 상인회가 직접 나섰다. 특히 시장 내 편의시설 확충과 호객행위 등을 금지하는 등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지키며 고객들의 발길을 되돌렸다. 덕분에 시들어 가던 골목 상가가 ‘젊음의 거리’로 부활했다. 주변에 볼거리도 풍부하다. 곱창거리 앞에 자리한 대구 시가지 전망대 앞산공원, 옛 생활과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달성군의 마비성 벽화마을과 달성 도동서원, 중구의 공구 박물관도 가볼 만한 곳이다. 053-803-6512.▲‘불고기·회·수육’ 복의 무한 변신…창원 오동동 마산어시장 복요리거리=복 요리로 즐거운 술자리를 만들고 해장도 하는 ‘복요리거리’가 창원에 있다. 복요리 식당 27곳이 모여 있는 오동동 10길 주변 일대가 바로 그곳이다. 시원하고 담백한 ‘복 맑은 탕’을 비롯한 다양한 복요리로 주민과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 어시장은 마산 앞바다의 풍성한 해산물들이 집하장에 모여 각지로 팔려나가면서 형성된 시장이다. 복어도 그중 하나로, 일제강점기엔 주로 일본인들과 일식집에 팔려나갔다. 1945년 무렵 포구와 시장 주변 식당들이 참복과 콩나물, 미나리를 넣어 끓인 국에 밥을 말아 내기 시작하면서 뱃사람·시장사람들의 한 끼 식사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70년대까지 몇 곳 안 되던 복요리 식당들이 90년대 들어 급속히 늘어나면서, 복요리거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요리도 다양해져 튀김, 불고기, 회, 수육, 껍질 무침 등이 술안주로 인기를 끈다. 복요리를 즐긴 뒤 둘러볼 만한 곳들로 복요리거리 건너편의 마산 어시장과 복요리거리에서 600m쯤 떨어진 창동예술촌이 있다. 봉암수원지에 조성된 산책로와 숲 속에 돌탑 970 여기가 있는 돌탑 군락지도 볼 만하다. 055-225-3691.남원추어탕에 들어가는 미꾸라지와는 다른 ‘동글이’라는 미꾸리가 들어간다. 길이가 짧고 몸통이 동글동글하다고 해서 ‘동글이’라고 불리는데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적은 것이 특징. 남원시농업기술센터에서 토종 미꾸리 치어 생산에 성공해서 인근 미꾸리 양식장에 공급해준다고 한다.g▲미꾸라지 대신 ‘동글이’ 쏙…남원 추어탕거리= 미꾸라지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이면 몸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한다. 그래서 가을 미꾸라지를 최고로 치고, 이름에도 ‘가을 추(秋)’자를 넣어 추어(鰍魚)라 부른다. 지역마다 추어탕을 끓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사골 국물에 두부를 넣는 서울식이나 고추장으로 칼칼하게 끓이는 원주식과 달리 남원 추어탕은 된장과 들깨 불린 물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다. 특히 남원추어탕에는 미꾸라지와 조금 다른 미꾸리가 주로 들어간다. 미꾸라지보다 길이가 짧고 몸통이 동글동글해서 ‘동글이’라고도 불리는데,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적다. 남원시농업기술센터가 토종 미꾸리 치어 생산에 성공해 인근 미꾸리 양식장에 공급한다. 남원 추어탕거리의 식당들은 이곳에서 미꾸리를 받아 추어탕을 끓인다. 지리산 인근의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추어탕 전용 무청도 남원 추어탕을 맛있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입맛에 따라 초피가루를 살짝 뿌려 먹는 것도 남원 추어탕의 특징이다. 주변 볼만한 곳으로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가 있다. 남원항공우주천문대와 덕음산 솔바람길도 놓치지 말자. 063-632-1330. 선광집의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 생선튀김▲먹어도 먹어도 살 안 찌네…대전 구즉여울묵마을=대전을 대표하는 구즉 도토리묵은 가을철 넘치는 식욕을 충족하는 무공해 웰빙식품이다. 많이 먹을수록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먹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성구 북대전 IC 인근에 자리한 구즉여울묵마을은 묵 전문점이 모여 있는 곳으로, 채묵 밥을 비롯해 묵무침과 묵전 등 다양한 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채묵 밥은 소박하지만 든든한 식사로 부족함이 없고, 건강식으로 사랑받는 묵무침과 묵전은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식사 후에는 구즉여울묵마을 체험관에 들러 묵 만들기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지난달 개장한 스카이 로드는 대전 식도락 여행에서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 지질박물관이나 대전 오월드, 뿌리공원 등은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다. 042-270-3973. ▲민물고기의 재발견‥옥천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 음식거리=충북 옥천군 청산면에는 지전사거리를 중심으로 선광집, 청양식당, 금강집, 찐한식당 등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를 내는 집이 여러 곳 있어 음식거리를 이룬다. 음식점마다 비법이 있고 맛도 다르지만, 민물고기를 이용하는 기본 재료는 똑같다. 그중 선광집은 생선국수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생선국수 맛은 국물이 좌우한다. 생선 국물 만드는 것을 ‘사골처럼 곤다’고 할 정도로 시간이 걸리고 정성이 들어가는 슬로푸드다. 도리뱅뱅이는 간단한 것 같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우선 프라이팬에 물고기를 일렬로 키를 맞춰 담는다. 키가 맞아야 해바라기 꽃처럼 둥근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기름을 피라미가 잠기도록 붓고 바삭하게 한 번 튀긴 뒤 고추장 양념을 발라 한 번 더 튀긴다. 깻잎이나 마늘, 고추와 함께 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피라미가 없는 계절에는 빙어로 도리뱅뱅이를 만들기도 한다. 누치·참마자 등 피라미보다 조금 큰 물고기를 통째로 튀기는 생선튀김도 음식거리의 별미다. 가볼 만한 곳으로는 부소담악과 둔주봉을 추천한다. 043-730-3413. ▲허난설헌의 아버지가 만들었죠‥강릉 초당두부마을= 바다 향 가득한 강릉 초당마을의 순두부는 사연도 맛도 깊다. 이곳 식당들은 바닷물을 간수로 쓰고 국산 콩을 이용해 두부를 제조하는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허균과 허난설헌의 부친이 집 앞 샘물로 콩물을 끓이고,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든 데서 초당 두부가 유래했다고 한다. 초당두부마을에는 대를 이어 순두부집을 하는 식당 등이 20곳 가까이 있다. 등 굽은 할머니들이 가마솥에서 콩물을 끓이는 모습은 강릉의 훈훈한 새벽 풍경이다. 정성이 깃든 이곳 순두부의 맛은 고소하고 질감은 몽글몽글하고 부드럽다. 순두부에 간장 대신 콩나물, 묵은 김치 등을 얹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두부로 배를 채운 뒤에는 허균·허난설헌기념관이나 안목해변의 커피거리, 경포해변 솔숲, 강릉선교장 등을 산책하면 좋다. 033-640-5131. 초당순두부를 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 초당 순두부는 국산 콩과 바닷물을 간수로 써서 구수한 향기가 나고, 엉킨 데가 없어 부드럽게 몽글몽글하다. 햅살로 찐 백설기처럼 입에 넣으면 녹듯이 목으로 넘어간다.대구 안지랑 곱창 골목의 곱창 구이는 연탄로 굽는 것이 제 맛이다. 식당마다 같은 곱창이지만 연탄불에 굽기, 가스 불에 굽기, 화덕에 굽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손님에게 내놓는다.▶ 관련기사 ◀☞ 氣막힌 사람들 이리로 오라... 치유의 고장 '산청'☞ 남도해양관광열차... 남도의 '멋'과 '맛'을 탐하다.☞ [창조관광사업 성공사례탐방③] 막걸리 익는 마을…(주)달하☞ 올 가을에도 봉평엔 하얀 눈꽃 만발하네...감성이 살찌는 여행☞ 백련향·갯내음 가득한 남도의 멋 …전남 무안
2013.10.02 I 강경록 기자
④`오이소·드이소` 부산의 맛집
  • [PIFF D-2]④`오이소·드이소` 부산의 맛집
  • ▲ 해운대 터미널 인근 쇠고기 국밥 거리에서 파는 쇠고기 국밥(사진=부산시청)[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항구도시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전세계의 다양한 영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nbsp;부산의 맛집을 탐방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도 된다.&nbsp;지금까지 15회를 이어오며 영화제 관객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맛집을 소개한다. 영화제의 주무대인 해운대 스펀지 메가박스 인근에는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관객들을 위한 저렴하고 맛있는 밥집이 몰려있다. 특히 수십년 전부터 해운대 터미널 인근에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원조할매국밥'(051-746-0387)이 유명하다. 콩나물과 쇠고기가 어우러진 쇠고기 국밥이 3000원 내외다. 게다가 요구르트도 한 병이 후식으로 제공된다. 해운대 시장 입구에 위치한 `상국이네`(051-732-9001)는 떡볶이로 유명하다. 인근 파라다이스호텔이나 그랜드 호텔에 투숙한 일본 관광객들이 배달전화를 한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해운대 명물 떡볶이 가게로 인정받았다. 서울 떡볶이와 달리 고추장의 야성을 죽이지 않은 강렬한 맛이 인상적이다. 해운대 서울온천후문에 위치한 '금수복국'(051-742-3600)은 해장을 하려는 영화제 관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서울에도 분점을 낼 만큼 유명한 '금수복국'은 해운대를 찾는 영화 관계자들이 영화제 기간 꼭 한번쯤은 찾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특히 밤 늦게나 새벽에 가면 영화제를 찾은 스타들이 해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해운대 미포에 본점이 넘쳐 해운대 터미널 인근에 분점을 낸 `속시원한 대구탕`(051-747-1666)은 `금수복국`과 함께 해운대 일대 해장국의 2대 맛집으로 꼽힌다. 양념을 아끼지 않은 나물과 멸치조림은 등 밑반찬도 푸짐하거니와 탕 가득 나오는 대구와 국물을 먹다보면 전날의 숙취가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해운대에서 한국콘도 쪽으로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해운대 미포선착장이 나온다. 미포선착장 인근에는 생선구이 정식으로 유명한 '새아침식당'(051-742-4053)이 있다. 싱싱한 생선구이 뿐만 아니라 칼칼한 김치찌개나 구수한 된장찌개가 한 뚝배기 그대로 나온다. 부산영화제 초창기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남포동 피프광장 부근은 적어도 맛집 경쟁에 있어서만큼은 해운대보다 앞서 있다. 남포동 맞은편 자갈치 시장에는 곰장어 집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남포동주민센터 앞의 밥집들은 단돈 만원이면 두 명이 먹고도 남을 대구탕을 끓여낸다. 자갈치 시장 안 김해식당(051-255-82482)의 복국은 술로 지친 속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 남포동 먹자골목을 지나 창신삼거리에의 원산면옥(051-245-2310)은 부산의 대표 냉면집. 피프광장에 위치한 18번 완당집은 역시 1회 영화제부터 지금까지 맛집 소개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집이며 부산 아니면 먹기 힘든 완당을 내는 곳이다. 이 밖에 국제시장 골목길에는 회국수와 어묵꼬치, 만두 등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좌판 아지메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일인당 3000원이면 더 먹고 싶어도 못 먹을 정도로 넉넉한 인심을 자랑한다. 이보다 많은 맛집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부산영화제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자신의 트위터 (twitter.com/ yijin97)에 올린 글을 찾아보면 된다. 김 프로그래머가 직접 찾아가 검증했던 맛집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또한 부산시청 홈페이지 문화관광 섹션에 부산의 맛집 리스트가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 관련기사 ◀☞[PIFF D-2]⑤"겉옷에 우산 준비하세요~"☞[PIFF D-2]③`도표로 한눈에` 스타 타임 스케줄☞[PIFF D-2]②`별` 볼 일 많은 부산···`놓치면 후회`☞[PIFF D-2]①올해 확 바뀐 다섯 가지는?☞15회 PIFF 관객 서비스 강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010.10.05 I 김용운 기자
벚꽃에 파묻혀 시름을 잊는다, 천혜의 군항 진해
  • 벚꽃에 파묻혀 시름을 잊는다, 천혜의 군항 진해
  • [경향닷컴 제공] 봄바람이 벚꽃 가지를 흔든다. 하얀 꽃비가 대지를 흩날리듯 적신다. 벚꽃 멀미가 난다. 옆집 창가에도, 골목길 담 언저리에도, 한번쯤 들렀던 골짜기에도 고개를 내민다. 강물 속에도 어린다. 4월 진해는 벚꽃을 머금고 산다. 진해로 가는 길에는 벚꽃이 요란하다. 수줍은 듯 꽃봉오리가 살포시 머금었더니 며칠 새 희디흰 속살을 한껏 뽐낸다. 다른 벚나무의 기세에 눌릴세라 앞 다투어 꽃망울을 활짝 핀다. 새하얀 꽃송이들이 겹겹이 포개고 얽히니 벚꽃 안개로 자욱하다. 만개한 벚꽃과 길섶 위에 떨어진 벚꽃 두덩이 화려하다. 도시 전체가 벚꽃 천지다. “잊혀지는 게 두려워” 벚꽃에 취한 도시 ▲ 다양한 동식물 서식지이자 시민 휴식처인 내수면 환경생태공원. <진해시청 제공>진해군항제는 진해 전체가 벚꽃으로 휩싸이는 시기인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열린다. 이 기간 동안 진해는 벚꽃 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굳이 공원이나 벚꽃터널을 찾지 않아도 된다. 길가에 벚꽃 세상이다. 이해인 시인은 “꽃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향기에 취해 멀미가 난다”고 했다. 눈부시게 피어난 벚꽃 향기에 취해 사람들은 함박 미소를 짓는다. 만개한 벚꽃도 아름답지만 한꺼번에 비 내리듯 떨어지는 벚꽃도 아름답다. 김영남 시인은 “쥐어뜯어 꽃잎처럼 바람에 흩뿌리겠네. 뿌리다가 창가에 보내겠네. 저 벚꽃처럼”이라며 벚꽃의 그리움을 노래했다. 10일 동안 하얀 물감을 뿌린 벚꽃은 사방으로 색(色)을 흩뿌리며 사그라진다. 봄비와 바람에 벚꽃이 우수수 진다. 떨어지는 꽃에 닿으면 금세 하얀 색깔이 물들 것 같다. ‘일 년 중 가장 좋은 풍경이 모춘(暮春) 10여 일에 불과하므로 이때를 헛되이 보낼 수 없다’는 조선시대 문인 이덕무의 글이나 소동파(蘇東坡)가 노래한 ‘봄밤의 한 시간은 천금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시구 모두 벚꽃이 떨어질 때의 허무함과 절묘하게 맞닿는다. ‘낙화유수’(落花流水)라고 했던가. 떨어지는 꽃의 한 순간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는 진한 아쉬움이 깃들여 있다. 진해 벚꽃은 가까이서, 멀리서도 봐도 다 좋다. 진해의 벚꽃은 제주도 원산인 ‘왕벚나무’이다. 꽃이 크다고 해서 왕벚꽃이 아니라 나무가 크고 꽃도 많이 피기 때문에 ‘왕벚나무’라고 한다. 일제는 진해를 영구 지배하기 위해 관광수나 가로수로 벚꽃 10만500그루를 심었다. 광복 후 주민들은 군(軍)시설 등 통제구역이나 장복산이나 안민고개 등 사람이 가기 힘든 곳을 제외한 시내에 있던 벚나무를 일본 나라꽃인 줄 알고 모조리 없애버렸다. 1960년대에 관광도시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 꽃임이 판명이 되고 관광수로 결정이 나자 본격적으로 조경에 나섰다. 현재 30만여 그루 넘게 심어져 옛날보다 더한 ‘벚꽃의 고장’이 됐다. 일제의 아픔을 딛고 시민 휴식처로 태어나 제황산은 옛 이름이 부엉등 또는 부엉산이었다. 그런 것이 이 산의 북방에서 제황이 탄생한다는 속설이 전해지면서 제황산이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산마루에 지금은 진해관광탑(진해탑)이 세워져 있지만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러·일 전쟁 승전 기념탑이 서 있었다. ▲ 철로 양쪽으로 벚꽃이 만개한 경화역. <진해시청 제공>기념탑을 만들 때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향토연구가 황정덕씨가 쓴 <우리 고장 문화유산>을 보면 공사기간 중 일본인 감독관과 석공이 죽고 다치는 참사를 겪고 1929년에 준공했다. 밤에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산신령이 나타나 “내 머리 위에 무거운 짐을 얹어놓아 몸을 쓰지 못하겠다. 영적을 보여주겠다”며 사라졌다. 다음 해에 끔찍한 사고가 두 번이나 일어났다. 장복산 터널을 내려오던 열차가 알 수 없는 고장으로 터널 복판에서 멎고 말았다. 진해요새사령부 임시 공연장에서 어린이를 위한 영화 상영 중에 원인 모르는 화재가 일어나 일본인 관람객 105명이 불타 죽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광복과 더불어 이를 해체 철거하고 공사비 1350만원을 들여 1967년 9월에 지금의 진해탑을 준공했다. 군함 윗부분을 모형으로 한 높이 28m의 9층 전망대에 서면 진해 앞바다와 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진해탑에 오르는 길은 세 갈래이다. 정면에서 오르는 계단은 365개로 일명 ‘1년 계단’이라고 한다. 최근에 노약자나 다리가 불편한 이를 위해 진해탑까지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오른쪽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37계단과 38계단이 있다. 김수경 진해시립박물관장은 “일제가 러일전쟁이 반발한 1904년과 전쟁에서 승리한 1905년인 메이지 37년, 38년을 기념하기 위해 계단을 만들었다”며 “철거를 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일제의 역사적 흔적을 가르칠 수 있어 그대로 뒀다”고 말했다. 나머지 한 갈래는 중앙시장에서 시작해서 동쪽에서 오르는 200계단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동물원이 있었다. 가족·연인과 걷고 싶은 공원 ▲ 여좌천의 벚꽃 야경. <김해시청 제공> 장복터널을 지나 진해의 입구인 파크랜드에서 진해여고까지는 여좌천을 따라 약 1.5㎞의 벚꽃터널이 펼쳐진다. 데크로드를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경관조명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밤에도 탐스런 벚꽃 세상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벚꽃 길은 연인과 손잡고 걸으면 결혼에 이른다고 해서 ‘혼례길’이라고도 부른다. 드라마 <로망스>를 촬영한 곳으로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여좌천 끝은 내수면 환경생태공원과 맞닿는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1928년에 만든 양어장이 광복 후 민물고기 보호·육성을 담당하는 ‘내수면연구소’로 바뀌었다. 저수지, 어류, 수생식물, 송림, 습지 등 자연 생태와 여기에 깃들여 사는 조류가 있다. 지난해부터 시는 연구소의 큰 저수지와 그 주변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마련했다. 환경생태공원은 호수, 습지, 솔밭 등 유수지 주변 83.897㎢를 특색 있고 가치 있는 청소년 체험학습장 및 관광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호수 주변에는 배롱나무, 물벚꽃, 수양버들, 팽나무, 회양목 등이 자라고 있으며, 희귀어종인 꼬치동자개, 황쏘가리 등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책로와 벤치, 목교, 데크로드 등 기본 시설과 습지보전 체험을 할 수 있는 관찰습지 등이 있어 시민의 생활 녹지공간 및 환경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쾌적하고 깨끗한 산림문화 휴양지 지난 2월 20일 개장한 드림파크는 진해시 청사 뒤 풍호동 삼불산 일대 195㏊에 324억원을 들여서 만든 것이다. 생태숲과 목재문화체험장, 광석골 쉼터, 청소년수련원 등으로 이뤄진 대규모 시설이다. 생태숲에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희귀식물 약 90여종을 관찰 수 있는 식물관이 있다. 총 145종 약 7만종의 난대림 식물을 볼 수 있는 자연생태 체험 학습공간이다. 특히 전시관은 생태숲 속의 다양한 동식물의 생태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목재문화 체험장’에서는 나무의 생성 과정에서부터 가꾸기, 활용하기까지의 목재의 이용 가치와 산림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다. ▲ 산림문화 휴양지인 드림파크. <진해시청 제공>광석골 쉼터에는 시원한 계곡물과 단풍나무숲, 중앙광장, 관찰데크, 잔디광장 등 다양한 휴식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누구나 관광 휴식, 체력 단련, 자연 학습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청소년 수련원은 청소년들이 자연과 더불어 다양한 수련 활동을 통하여 건전한 놀이 문화 보급과 정서 함양에 기여하고자 만들었다. 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곰메바위 서진해 쪽에서 동쪽에 바위가 솟아 있는 산, 웅천지역에서 본다면 북쪽에 해발 653m 정상에 우뚝 솟은 거암을 ‘곰메바위’(높이 10m, 둘레 약 50m) 또는 ‘곰바위’라고 부른다. 한자로 표기하면 웅산(熊山)이라고 한다. 또 바위의 생김새가 시루를 얹어 놓은 것과 같다고 하여 ‘시루바위’ 또는 ‘시루봉’이라고도 한다. 예전에 해병훈련소가 있을 때는 훈련병들이 이 곰메바위를 몇 바퀴 돌고 난 후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애인 이름을 목청껏 부르면서 훈련의 고달픔을 달래기도 했다. 산세가 수려하고 좌우간 막힘이 없어 진해 시가지와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맑은 날엔 대마도까지 보이고, 전개되는 해경은 지중해 못잖은 절경을 선사한다. 가을에는 잔잔한 억새와 상록수 군락이 볼 만하다. 명성황후가 전국의 명산에 무당을 보내어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축원을 올릴 때 여기에서도 100일 동안 축원을 올렸다고 한다. 시루봉 줄기가 남으로 뻗어 이룬 곳에 위치한 해발 502m의 천자봉은 중국 명나라 태조 주원장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의 제왕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천상으로 가는 벚꽃도로에서 사진 찍기 ▲ 수령 100년 이상 된 왕벚나무들이 잘 보존된 기지사령부 영내. <진해시청 제공> 진해 최고의 벚꽃 관람 지역은 기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이다. 입구에서 2㎞ 이상 길 양편으로 수령 100년 이상 된 벚나무가 4월이 되면 머리 위를 뒤덮는 벚꽃 구름을 만든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이로 가족, 연인들이 사진 찍느라 도로를 가득 메운다. 모두 벚꽃 그늘 아래에서 ‘예쁜 짓’하기에 바쁘다. 기지사령부 안의 유적지로는 일제시대에 건립된 기지사령부 본관과 해양의료원, 옛 해군작전사령부 본관과 별관, 그리고 고(故)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 등이 있다. 앞의 건물들은 정교한 벽돌쌓기와 간결하고 짜임새 있는 붉은 벽돌 건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해 현재도 사용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은 과거 일본군 통신대가 사용하던 것을 1945년 해군에서 인수, 이를 개조하여 별장으로 사용하다가 1979년에 보수공사를 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별장은 대지 302평에 건평 66평으로 한옥과 양옥을 절충한 ‘ㄱ’자형으로 배치됐다. 군항제 기간에는 영내가 개방돼 관광객들이 벚꽃이 만개한 영내 전경과 영내에 있는 함정, 실물크기 거북선, 해군 박물관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이 기간 외에는 영내 출입이 금지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시에서 일 2회 군항문화탐방을 실시해 관광버스(20인 이상)를 동반한 단체에 한해서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신청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탐방일로부터 내국인은 5일 전까지 외국인은 10일 전까지이다. 벌써 5000여명이 다녀갔다. 055-548-2835. 가는길/ 김해공항-진해해군교육사령부 간을 공항 리무진 버스가 하루에 4번 운행한다. 승용차로 갈 경우에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마산IC에서 빠진 다음 2번 국도를 타면 된다. 진해까지 바로 가는 고속버스는 없다. 마산이나 창원으로 간 뒤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부산, 울산이나 진주에서도 진해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KTX로 갈 경우에는 서울-밀양으로 간 뒤 밀양-진해 철도를 환승하면 된다. 연락처/ 진해시 문화관광과 055-545-0101 진해시 관광안내센터 055-1330 진해시 시립박물관 055-548-2053 진해문화원 055-544-8880 진해시외버스터미널 055-547-8424 맛집/ 동방횟집/이동 롯데마트에서 남쪽 방향으로 150m가량 가면 있다. 자연산회와 가오리조림으로 유명하다. 봄철에는 도다리미역국(7000원)이 맛있다. 055-545-0409 사공추어탕/제황산공원 입구 근처에 있다. 추어탕(5000원) 한 가지 메뉴에 점심에만 문을 연다. 탕은 담백하며 밑반찬은 정갈스럽다. 055-546-0655 진상/진해시청을 지나 3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약 500m쯤 가면 이동골프연습장 맞은편에 있다. 생대구탕, 대구뽈찜, 대구매운탕 등 대구요리 전문점이다. 해초비빔밥(8000원)도 맛있다. 055-547-1678 신생원/진해역과 중원로타리 가운데쯤에 있다. 사천자장면과 오향장육을 잘한다. 특이하게 놋그릇에 단무지와 양파를 준다. 055-545-1452 숙박/ 오페라모델/중원로타리 근처에 있어 여좌천과 재황산공원과도 가깝다. 055-544-6766 하이트모텔/진해-거제를 오가는 카페리 부두 옆에 위치해 있다. 055-545-3633 국일장모텔/해군기지시설단 옆에 있으며 바다 전망이 좋다. 055-544-6077▶ 관련기사 ◀☞가슴으로 느끼며 자연을 달린다☞꽃길 따라 박물관 따라 ''봄나들이''☞서울랜드 "''왕벚꽃축제'' 오세요"
명수(名水)야, 어디 있니
  • 명수(名水)야, 어디 있니
  • [조선일보 제공] 바싹 마른 가뭄에 이어 텁텁한 황사가 전국을 괴롭힙니다. 맑고 시원한 물 한 모금이 그리워집니다. 페트병에 담긴 것 말고, 산과 들에서 솟아나는 '생생한 물'은 없을까… 옛 자료를 뒤지고 뒤져 한국의 '명수(名水)'를 찾아보겠다고 길을 나섰습니다. 15년 전 출판된 책 '건강 찾는 약수여행'에 가장 많은 약수 마을이 모여 있다고 소개된 경북 주왕산 일대가 '후보 1순위'에 올랐습니다. 주왕산을 중심으로 빙 둘러 자리 잡은, 이른바 '경북 약수 벨트'에 무려 여덟 개 약수 마을이 모여 있다는 설명에 귀가 솔깃해졌던 것이지요. 그러나 '좋은 물 실컷 마셔 보자'는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경북 영덕군 축산면 대곡약수 구멍엔 낙엽만 가득했고 영덕 화전리에선 "물 진작 말랐는데 무엇 하러 왔느냐"는 주민들의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한때 물이 흘렀을 약수터에 흉터처럼 남아있는 벌건 물 자국은 쓸쓸해 보였습니다. ▲ 맑은 물에 파란 하늘이 고였다. 살랑살랑 나뭇가지를 희롱하는 봄바람도 목을 축이고 간다. 전북 고창읍성(高敞邑城) 안에 있는 길령천(吉靈泉)이다. / 조선영상미디어 ▲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청송군의 자랑, 달기약수와 신촌약수. 미네랄 함양은 달기약수가 많지만 신촌약수가 더 콸콸 나온다. / 조선영상미디어 &nbsp;주왕산 기슭 약수터 중 지금도 물이 여전히 잘 솟아나 어느 때고 쉽게 찾아가서 '한 모금' 축일 수 있는 곳은 옛 책의 절반에 불과한 네 개(달기·신촌·위정·마당두들 약수)뿐이었습니다. 약수의 딱한 사정이 주왕산 부근의 문제만은 아니겠지요. '좋은 물' 찾기 힘겨워진 시대, '명수'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밭이 아파트로 바뀌고 산 깎아 뚫은 길이 전국을 가로지르는 '개발의 시대'를 견디고도 깨끗한 물을 뿜어 내고 있다면, '명수 중의 명수'라 불러줘도 좋지 않을까요. ◆ 청송 달기약수 "안주는 엿이라 아입니꺼" 꽃샘추위가 매서웠던 3월 13일 오후, 지름 30㎝ 될까 말까 한 적갈색 작은 구멍을 할머니 세 사람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대구에서 경북 청송군 청송읍 달기약수까지 물 뜨러 왔다는 할머니들 옆으로 10L짜리 허연 약수통이 줄을 섰다. '꿀럭…꿀럭…꿀럭…' 구멍 깊은 곳에선 물이 쉼없이 솟아나왔다. "1980년대엔 달기약수 먹는다고 전국서 와서예, 줄을 빙글빙글 섰다 아입니까. 한 모금 먹고 뒤로 가서 또 줄 서고 그랬어예. 위장에 참말로 좋고예, 속이 꽉 막혔을 때 아주 '직빵'이라예. 물맛은 그대론데 사람 입맛이 변하나, 요즘은 전만큼 안 오네요. 그래도 약보다는 산에서 나오는 명수(名水)가 좋지 않겠습니꺼." 소화제도 많고 탄산음료도 넘쳐나 '속'에 좋기로 유명한 달기약수의 인기가 시들해진 게 서운하다는 설명이었다. 물이 구멍 중간께까지 차오르자 바가지의 움직임이 다시 바빠졌다. 드문드문 약수가 트림을 하듯 '꾸루루' 소리를 내며 공기방울을 뱉어냈다. "하이고, 물이 숨을 쉬나…." 탄산 많이 들어간 이 약수가 뱉어내는 '꾸루루 소리'는 닭이 '고, 고, 고, 고' 하고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닭이약수'라 불리다 '달기약수'로 이름을 굳혔다고 한다.('달 뜨는 계곡'에서 이름을 얻었다는 설도 있다.) '발견자'는 조선 철종(1831~1863) 때 금부도사(禁府都事)를 지내고 고향 청송으로 내려간 권성하란 사람으로, '수로 공사를 하려고 버드나무를 뽑았더니 물이 솟구쳐 나왔는데 마셔보니 물맛이 시원하고 산뜻한 청수(淸水)였다'고 전해진다. 버드나무를 뽑았다는 자리가 지금의 달기약수 '원탕'이다. 원탕부터 달기폭포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신탕 중탕 천탕 상탕 등 약 20개의 '약수 구멍'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이 일대에서 나는 약수를 모두 '달기약수'로 쳐주지만 주민들은 "원탕이 관리도 잘 되고 아무래도 효과도 제일 좋다"고 했다. ▲ 경북 주왕산 일대 광천수 중 '힘 솟는다'고 소문난 영덕 위정약수. 25년 전 이 약수를 발견하고 개발한 김낙동(65)씨가 시원하게 물을 들이켜고 있다. / 조선영상미디어 &nbsp;청송 달기·신촌약수… 속이 뚫린다, 뚫려 칼슘 철 마그네슘 망간 등 미네랄과 공기방울이 잔뜩 섞여 있는, 전형적인 광천수(鑛泉水) 달기약수를 바가지로 떠서 입에 한 모금 넣었다. 시원한 사이다에서 설탕을 뺀 맛이랄까, 약간 비릿하게 느껴졌다. 단정한 생수와 달짝지근한 탄산음료에 길든 입맛으론 한숨에 들이켜기 힘들었다. 한 바가지 받아 들고 '세월아 네월아' 홀짝거리자 할머니들이 "그러니까 엿이랑 먹어야지"라며 깔깔 웃었다. 원탕 앞에 '달기약수탕번영회'에서 설치한 '엿 무인 판매대'(엿 한 봉지 1000원)를 보긴 했지만 약수와 엿의 '궁합'이라니? "옛날엔 서로 약수 많이 먹으려고 난리여서예, 달고 짠 음식을 잔뜩 먹구선 약수 마시러 왔어예. 왜 목 타면 물 더 많이 들어간다 아입니꺼. 어떤 이들은 밀가루에다 소금 잔뜩 넣은 '짠떡'을 해먹었다고도 하고예. 그런데 먹기 힘든 '짠떡'과 달리 엿을 입에 물고 약수를 먹으니까 너무 맛있는거라예. 이 동네에선 '약수 안주는 엿'이라카면서, 다들 그렇게 먹어예." ▲ 엿과 함께 먹으면 광천수의 비릿한 맛이 훨씬 덜해진다. 엿을 똑 부러뜨려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다가 약수를 들이켰다. 입안에서 달고 시원하고 신선한 '즉석 사이다'가 만들어져 꼴딱꼴딱 잘 넘어갔다. 닭 울음소리와 연관이 있어서인지, 달기약수 원탕 둘레엔 닭 백숙 식당이 즐비하다. 서울식당 안동식당 대구식당 영천식당 부산중탕식당…. '청송'자 붙은 식당보다 전국 각 도시의 이름을 따다 붙인 간판이 훨씬 많은듯했다. 서울식당(054-873-2177) 전영예(51) 사장은 "달기약수 백숙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니까 전국 각지에서 장사하러 와서 제각각 '고향' 이름을 붙인 게 아니겠나"라고 했다. 32년 전 서울식당을 인수했다는 전 사장은 "우리 식당은 52년 됐는데 서울서 온 한 배우가 열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미네랄 많은 전형적 광천수 / 마르지 않는 천연 소화제 / 엿은 약수의 '최고 안주' 음나무, 황기와 함께 달기약수에 풍덩 넣어 끓인 닭 백숙(한 마리 2만5000~3만5000원)은 겉으로 보기엔 다른 백숙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감자 마늘 등 '곁들임 야채' 없이 푹 익은 허연 닭만 덩그러니 접시에 놓여 있는 모양새가 다소 썰렁해 보이기까지 했다. 맛은 의외로 담백하고 깔끔했다. 고기에서 기름기가 깔끔히 빠져나가고 살은 탱탱해져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 나왔다. 달기약수로 요리해 냉면 사발만한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주는 고소한 닭육수와 찰밥에선 초록빛이 돌았다. 약수에 함유된 미네랄이 끓으면서 초록빛으로 변한 것이다. 전 사장은 "그냥 물엔 한 시간 넘게 끓여야 하는데 약수에 넣으면 신기하게도 닭고기가 30분 만에 푹 익는다"고 했다. "원탕 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안 줄고 한겨울에도 안 얼어예. 제가 장사 시작할 땐 한 시간에 서말닷되(약 63L) 정도 나왔는데, 오늘 새벽에 재 보니 닷되(약 9L)짜리 채우는 데 11분 걸리데예. 올해 워낙 가무니까 좀 줄었나 싶어도 절대 마를 일은 없을 낍니다. 이게 200년 전부터 계속 솟아나던 거라 아입니꺼." ** 청송 여행 정보 달기 약수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또 다른 광천수 신촌약수(경북 청송군 진보면 신촌리)가 있다. 달기 약수와 같은 성분인 칼슘 철 마그네슘 등이 물에 녹아 있다(함량은 조금 낮다). 바위 아래서 조금씩 솟아나는 달기약수와 달리 수돗물처럼 콸콸 쏟아져 물통에 받아가긴 훨씬 편하다. 청송과 영덕을 잇는 34번 국도변에 있어 찾기도 쉽다. 솔기 온천(경북 청송군 청송읍 월막리 69-2)은 지하 710m 아래서 뽑아낸 천연 알칼리성 온천수를 쓰는데 물이 비단처럼 야들야들하다. 주변에 소나무 숲이 많아 '소나무 기운'이라는 뜻으로 '솔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1인 이용료 6000원. (054)874-7000· www.juwangspahotel.co.kr ▲ 달기약수 원탕서 기다리고 기다려 물통을 채워가는 사람들&nbsp;"마당에 볏단을 쌓아놨는데, 내 어릴 적 봐서 그런지 목을 아무리 들어도 끝이 안 보이는 거야." 경북 청송군 파천면의 '마을 어르신' 심상희(74)씨 설명에서 '영남 대표 9대 만석꾼'이었던 '청송 심씨'의 위세가 느껴진다. '청송 심씨'가 살던 '송소고택'은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는 숙소로 개방하고 있다. 종이 장판 깔고, 창호지를 바르고 군불을 때는 부잣집 한옥에서의 하룻밤이 정겹다. 2인 기준 1박 4만~9만원, 가족이 함께 묵을 수 있는 별채(방 2개)는 18만원. (054)873-0234· www.songso.co.kr 자가용으로: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안동→안동대→길안→청송. 청송 읍내 들어가면 '달기 약수탕' 이정표가 계속 보인다. 대중교통으로: 오전 6시20분~오후 4시30분, 서울 구의동 동서울터미널에서 청송터미널 가는 버스가 6회 출발한다. 문의 동서울터미널 1688-5979. 청송터미널서 달기 약수까지는 '주왕산(약수탕)'행 버스 이용. 오전 7시25분~오후 7시10분, 하루 6회 출발. 청송 정류장 (054)873-2036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873-0101 ▶ 관련기사 ◀☞과거·미래가 있는 동양의 파리☞서천 쭈꾸미맛과 동백꽃 보러 오세요☞열차타고 떠나는 향긋한 봄꽃여행
해장국, 너만 있으면 연말 회식 두렵지 않아
  • 해장국, 너만 있으면 연말 회식 두렵지 않아
  • [조선일보 제공] 연말이면 해장국처럼 고마운 음식이 없다. 연이은 술자리로 찌들고 쓰리고 꼬였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따뜻하게 다독여준다. 술 많이 마시기로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민족답게, 한국에는 지역마다 고유의 해장국이 있다. 전주 콩나물국밥, 부산 복국, 대구 따로국밥, 강원도 곰칫국 등이 대표적이다. 팔도 사람이 모인 서울에는 해장국도 모여있다. 술 마신 다음날, 쓰린 속 다스리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과 지방의 이름난 해장국집을 소개한다. 소문난 해장국 집들은 점심시간인 정오보다 30분 가량 먼저 가야 불편없이 먹을 수 있다. ●서울 -선지해장국- 어머니대성집: 국물이 맑고 개운하다. 선지는 물론 살코기와 다진 내포도 듬뿍 들었다. 밤 10시 문 열어 새벽 4시에 닫는 ‘야행성’ 식당이다. 용두동 동부성결교회 옆 골목. (02)923-1718 대중옥: 사골국물에 선지를 넣은 국물이 개운하다. 24시간 영업. 청계9가 방향에서 기업은행 골목 들어가 왼쪽에 있다. (02)2293-9322 -황태해장국- 무교동북어국집(옛 터줏골): 담백하고 뽀얀 북어 국물로 쓰린 속 달래려는 사람들로 점심이면 앉을 자리가 없다. 국물과 밥이 ‘무한리필’인데다, 종업원들이 친절하기가 감동스러울 정도다. 중구 코오롱빌딩 맞은편 안쪽 골목. (02)777-3891 -순대국- 박서방네순대국: 일반적 순대국과 달리 국물이 누린내가 없다. 소금보다 새우젓으로 간 해야 더 맛있다. 삼성동 오라클빌딩 건너편. (02)568-9205 오소리순대: 맑고 깔끔하다. 고기를 주문하면 당면과 두부 등을 넣은 흰 순대, 선지를 넣은 검은 순대가 자동으로 딸려 나온다. 두 명이 가면 따로 말하지 않아도 고기 하나에 국밥 두 그릇을 주는 배려가 고맙다. 제기동 파출소 골목. (02)918-9797 -복국- 대복집: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복집이다. 복국은 매운탕보다 역시 맑은탕(지리)이 맛있다. 쫄깃한 복껍질 무침을 서비스로 준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 (02)737-9367 해동복국: 콩나물을 듬뿍 넣어 시원하면서도 김치 맛이 칼칼한 복국이 독특하다. 여의도 KBS별관 근처. (02)783-6011 -국밥- 강남따로국밥: 쇠고기와 대파를 많이 넣고 우려낸 국물이 달다. 강남 신사역 간장게장 골목에 있다. (02)543-2527 명동따로국밥(따로집소고기국밥): 옛날 국밥 맛. 얼큰한 국물을 계속 채워줘 술꾼들도 즐겨 찾는다. 명동 유투존 건물 뒤, 명동교자 맞은편. (02)776-2455 ●경기도 최미자소머리국밥: 국물도 국물이지만 함께 나오는 겉절이김치와 깍두기가 맛있다. 곤지암IC 지나 왼쪽. (031)754-0257 파주옥: 평택역 앞에서 40년 넘게 자리를 지킨 곰탕집. 설렁탕, 내장탕, 꼬리탕 등 다양한 탕으로 속을 달랠 수 있다. (031)655-2446 ●강원도 바다횟집: 기막히게 못생긴 곰치. 하지만 국물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묵은 김치를 넣고 칼칼하게 끓인 곰칫국 한 숟갈이면 막힌 속이 뻥 뚫린다. 삼척에 있다. (033)574-3543 사돈집: 곰칫국을 말하면서 속초에 있는 이 집을 빼놓으면 안 된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사랑받는다. (033)633-0915 ●충청도 금강올갱이: 올갱이(다슬기의 충청도 사투리)에 아욱과 부추를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 국물이 구수하고 시원하다. 알코올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느낌이다. 옥천IC 부근. (043)731-4880 ●대전 송박사해장국해내탕: ‘해내탕’은 한우에 한약재를 넣고 끓인 특이한 해장국이다. 대창과 곱창 등 내장이 들어가 진한 맛을 낸다. 대전시 둔산동. (042)487-0655 ●전라도 삼백집: 콩나물국에 김치, 밥, 새우젓을 넣은 국물은 시원하단 말 외에 달리 표현하기 어렵다. 전주 관광호텔 건너편에 있다. (063)284-2227 왱이콩나물국밥: 전주 콩나물국밥은 ‘삼백집 스타일’과 ‘왱이집 스타일’로 갈린다. 독특하게 오징어 토막이 들어간다. 수란이 함께 나온다. 전주 중앙로. (063)287-6980 ●경상도 팔우정해장국: 멸치와 다시마, 명태로 우린 국물에 콩나물과 메밀묵을 듬뿍 담아 준다. 경주 팔우정 로터리에 있다. (054)742-6515 여여식당: 섬진강에서 나는 재첩과 부추, 소금으로만 끓인 국물이 뽀얗고 담백하고 시원하다. 하동군. (055)884-0080 강변원할매재첩회식당: 주인장은 섬진강변에서 재첩국을 시작한 ‘원조집’이라고 설명한다. 원조 여부는 따지기 어려운 문제지만, 재첩국 시원하기론 둘째라면 서럽겠다. 하동군. (055)882-1369 ●부산 금수복국: 부산 해장국하면 역시 복국. 복국집은 해운대에 주로 몰려있다. 맑은 복국에 식초, 고춧가루와 다진 파로 만든 양념을 조금 더해 맛보시라. 진짜 개운하다. (051)742-3600 할매복국: 40년 전통 복국집. 허름하지만 복국 가격도 해운대 다른 복국집보다 약간 저렴한 편이다. 일반 7000원. (051)741-4114 ●대구 국일따로국밥: 먹을 것 없다고 소문난 대구라지만 따로국밥은 먹을 만하다. 쇠고기, 파, 선지, 기름이 들어간 국물이 얼큰하고 진하다. 밥 대신 국수가 나오는 ‘따로국수’도 인기다. 대구 중앙로 사거리. (053)253-7623 진골목식당: ‘대구탕’이라면 생선 대구를 넣었다고 착각하기 십상. 하지만 ‘대구식 육개장’이란 의미다. 얼큰하고 진한 맛이 대구 남자 같다. 밥 대신 국수를 만 ‘육국수’도 있다. 국수 좋아하는 경북·대구지역답다. 대구 제일극장 건너편 골목. (053)253-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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