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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시장 변수들, 나만의 멀티 경로로 운전하라[증권맨Talk]
- [안병원 한국투자증권 GWM전략담당] 수 백만 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고속도로는 인간의 심리와 의사결정 패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지난 연휴, 필자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내비게이션의 출발 시간별 예상 정체 상황을 보고 나는 남들보다 조금 이른 오전에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고속도로 진입 직후 정체 조짐이 보이자 마자 미련 없이 핸들을 꺾어 평소 눈여겨봐 둔 우회 국도와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정체의 늪에 갇히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는 쾌적한 속도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안병원 한국투자증권 GWM전략담당◇대한민국 가계의 부동산 쏠림 비중 75.8%실시간 내비게이션이 한산한 우회 국도나 새로 개통한 대체 경로를 제시하더라도, 상당수 운전자는 꽉 막힌 익숙한 노선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경로가 주는 불확실성보다 늘 다니던 길이 주는 심리적 안도감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투자에서도 이러한 ‘친숙성 편향(Familiarity Bias)’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실제로 대한민국 가계 자산의 75%를 부동산이 차지한다. 잘 아는 자산, 과거에 수익을 냈던 금융상품을 다시 선택하기 쉽다. 하지만 익숙함과 효율성은 다르다. 늘 이용하던 고속도로가 오늘 가장 가장 빠른 길이 아니듯, 늘 투자하던 자산이 가장 좋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익숙함은 분석적 정보가 아니라 감정적 잔상에 가깝기 때문에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유럽의 전설적인 투자 거장 앙드레 코스톨로니는 현명한 투자자가 갖추어야 할 핵심 요소로 ‘돈(Geld), 생각(Gedanken), 인내(Geduld), 운(Glück)’의 ‘4G’를 강조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100만 원의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100만 원의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약 2배 이상 크게 체감한다고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손실회피 성향’을 투자 자산 중 평가이익이 난 자산은 서둘러 처분하고, 평가손실이 난 자산은 무작정 장기 보유하는 ‘처분 효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왜곡은 비단 금융투자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법인 지분이나 세제상 처분이 시급한 부동산 등, 자산 가치의 하락을 합리적으로 인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도 작동한다. 손실 확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놓치고, 결국 세무·재무적 기회비용을 눈덩이처럼 키우는 우를 범하게 만드는 것이다.◇낙폭을 방어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오직 1차선 고속도로 하나뿐인데 그 도로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극심한 병목이 발생하면 운전자는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 특정 자산이나 전통적인 예금에만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모든 자산을 하나의 차선 위에 올려놓는 격이다. 진정한 분산투자의 목적은 단순히 여러 상품을 쪼개어 사는 양적 분할이 아니다. 서로 다른 위험과 상관관계를 가진 자산들을 정교하게 조합하는 일이다. 분산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창이라기보다, 예상이 빗나갔을 때 전체 포트폴리오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방패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자산관리는 매번 ‘가장 빠른 길’을 맞추는 홀짝 게임이 아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자산의 멀티 경로를 탄탄하게 설계하는 일이다.코스톨로니는 “주식과 전차는 뒤쫓아 가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가지면 다음 전차는 반드시 온다”는 명언을 남겼다. 시장에서 마주하는 모든 기회를 다 잡으려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고속도로에서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며 칼치기를 감행하는 것처럼, 투자 시장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 아닌가(FOMO)’라는 불안과 조급함은 언제나 가장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결국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시장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신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내가 어떤 심리적 왜곡에 취약한지 스스로를 냉철하게 들여다보는 성찰에서 시작된다. 금리, 기업 이익, 세법 지식은 계량화된 수치와 매뉴얼로 정의할 수 있지만, 자산 시장의 변동성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는 수학 공식으로 대입되지 않는다. 투자가 과학의 영역인 동시에 심리의 영역이라 불리는 이유다. 최근 고유가와 고금리, AI 속도 조절론과 AI 과잉투자에 대한 경고, 11월 미국 중간 선거는 복잡한 투자 셈법이 필요해 보인다. 화려한 시장 전망표보다 앞서야 할 것은, 나만의 투자 원칙과 심리적 균형감을 점검하고 ‘나만의 최적화된 멀티 경로’로 운전하는 일이다.
- [장성훈의 신약개발 서랍장⑤]신약개발 하루의 가치
- 장성훈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글로벌규제컨설팅사업단 단장 (사진=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장성훈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글로벌규제컨설팅사업단 단장]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이 환자에게 신속하게 전달되도록 돕는 일이다.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이윤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들어가는 만큼, 투자금을 회수하고 다음 신약을 개발하려면 수익이 필요하다.그러나 치료제가 절실히 필요한데도 시장이 작아 충분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질환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아 희귀질환이다.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개발을 포기한다면 해당 질환을 앓는 아이들에게는 치료제가 영영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미국은 이러한 치료제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소아 희귀질환 우선심사 바우처'(Rare Pediatric Disease Priority Review Voucher)다.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FDA 승인을 받은 회사에는 우선심사 바우처가 주어질 수 있다. 이 바우처를 사용하면 다른 신약허가신청서의 심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허가신청서의 표준심사 목표기간은 10개월이지만 우선심사를 받으면 6개월로 줄어든다.원래 우선심사를 받으려면 중대한 질환에서 기존 치료법보다 의미 있는 개선을 제공할 가능성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바우처를 사용하면 해당 신약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우선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문제는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한 작은 회사에 당장 허가를 신청할 다음 후보물질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용할 일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바우처라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이 바우처는 다른 회사에 팔거나 양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바우처가 필요한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간 수십억달러의 매출이 예상되는 신약이라면 허가가 넉 달 빨라지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매출을 먼저 확보할 수 있다. 경쟁제품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특허로 보호받는 기간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반면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한 작은 회사는 바우처를 팔아 연구개발비를 회수하거나 다음 후보물질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FDA 입장에서는 시장의 힘을 이용해 수익성이 낮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영리하게 설계된 제도다.그렇다면 넉 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미국 바이오 전문매체 바이오스페이스(BioSpace)가 2025년 3월까지 발행된 우선심사 바우처 80건을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당시 바우처 거래가격은 약 1억5000만달러(약 2013억원)까지 올라가 있었다. 알려진 거래 중 최고가는 2015년 애브비(AbbVie)가 지불한 3억5000만달러(4697억원)였고 최저가는 2023년 노바티스(Novartis)가 지불한 2120만달러(285억원)였다.1억5000만달러를 넉 달, 약 120일로 나누면 하루 약 125만달러다. 환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리 돈으로 하루 16억원이 넘는다. 역대 최고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의 가치는 거의 300만달러(40억원)에 이른다.물론 바우처 거래가격을 신약의 하루 매출과 정확히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바우처 가격에는 시장 선점 효과와 경쟁 상황, 승인 가능성, 예상 매출 등 여러 요소가 반영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심사기간을 넉 달 앞당기기 위해 실제로 1억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신약개발에서 시간이 얼마나 비싼 자원인지를 보여주는 숫자다.신약개발은 여러 의미에서 시간과의 싸움이다. 경쟁약이 먼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임상시험이 늦어지는 동안 회사의 자금은 계속 소진된다. 허가가 늦어진다고 특허 만료일이 그만큼 뒤로 미뤄지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치료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환자에게 몇 달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그래서 신약개발 업계에서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하루의 가치가 100만달러다."처음 들으면 과장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선심사 바우처의 실제 거래가격을 계산해 보면 결코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다.나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에서 여러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하면서 회의가 끝날 무렵이면 꼭 묻는 질문이 있다."그래서 다음 일정은 언제입니까?""임상시험계획(IND)은 언제 제출하실 계획인가요?""FDA와의 사전 IND(pre-IND) 미팅은 언제 요청하실 생각인가요?"대답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내년 상반기에 할 예정입니다."또는 "2028년쯤 생각하고 있습니다."그러면 나는 다시 묻는다."상반기는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인데, 그중 언제입니까?"대부분 이 대목에서 웃는다.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신약개발 일정을 정확히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다를 수 있고 환자 등록이 늦어질 수도 있다. 제조공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규제기관이 추가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특히 작은 바이오기업은 개발 역량뿐 아니라 투자유치 여부와 자금 사정에 따라서도 일정이 크게 달라진다.그러나 변수가 많다는 것과 일정이 없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내년 상반기'는 구체적인 목표라기보다 희망에 가깝다. IND를 3월 31일에 제출하려면 독성시험은 언제 끝나야 하는가?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언제 생산해야 하는가? 안정성 자료는 어느 시점까지 확보해야 하는가? 임상시험계획서는 누가 언제 작성하고 검토할 것인가? FDA에 물어볼 질문은 언제 확정해야 하는가?이런 질문에 하나씩 답하다 보면 하나의 제출일이 수십 개의 세부 일정으로 나뉜다. 각 업무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독성시험이 늦어지면 시작용량을 결정할 수 없고 제조자료가 준비되지 않으면 IND를 제출할 수 없다. 한 부서의 2주 지연이 전체 개발일정의 두 달 지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업무와 일정을 관리하는 일이 프로그램 관리(program management)다.프로그램 매니저는 단순히 회의 일정을 잡고 진행표에 색깔을 칠하는 사람이 아니다. 전체 개발과정에서 어떤 업무가 다음 단계 출발을 결정하는지, 즉 핵심 경로(critical path)를 파악해야 한다. 각 업무 담당자와 마감일을 분명히 정하고 문제가 생기면 감추지 않고 조기에 드러내야 한다. 여러 부서 판단이 충돌할 때는 결정권자에게 제때 문제를 전달해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결정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신약개발에서 시간이 낭비되는 이유가 반드시 일을 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료는 모두 준비됐는데 결정을 내릴 사람이 없거나 모든 사람이 회의에 참석했지만 정작 누구에게 결정권이 있는지 몰라 몇 주를 허비하기도 한다. 작은 의견 차이를 해결하지 못해 같은 문서를 여러 번 돌려보기도 하고 외부업체에 맡긴 업무를 제때 확인하지 않아 마감 직전에야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하루의 가치가 100만달러라고 말하면서 정작 회사 안에서는 결정 하나를 몇 주씩 미루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그렇다고 프로그램 관리의 목적이 모든 일을 무조건 빨리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IND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서둘러 제출했다가 접수거부나 임상보류, 보완요구를 받으면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잃을 수 있다. 중요한 안전성 문제를 무시하거나 자료의 완성도를 희생하면서 날짜만 지키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무모함이다.좋은 프로그램 관리는 단순히 일을 재촉하는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일을 빠뜨리지 않으면서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시간을 없애는 일이다.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은 지금 가진 자료로 결정할 수 있는지, 어떤 위험은 감수할 수 있고 어떤 위험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일이다.모든 직원이 매일 시계만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연구에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과학적 판단에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 전체에는 시간의 가치를 기억하고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FDA 심사기간 넉 달을 줄이기 위해 기업은 1억5000만달러를 지불한다. 그렇다면 회사 내부의 불분명한 책임과 늦은 의사결정, 준비 부족으로 사라지는 한 달은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신약개발에서 시간은 달력 위의 숫자가 아니다. 회사의 자금이고, 특허로 보호받는 기간이며, 경쟁력이다. 환자에게는 치료제를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그래서 '내년 상반기'라는 대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언제까지, 누가, 무엇을 끝내고, 어떤 근거로 다음 결정을 내릴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모든 일정이 계획대로 흘러갈 수는 없다. 하지만 계획이 있어야 지연을 발견할 수 있고, 지연을 알아야 다시 앞당길 수도 있다.하루의 가치가 100만달러를 넘을 수 있는 신약개발에서 일정은 단순한 계획이 아니다.지켜야 할 자산이다.
- [韓IT열전]③ 이재웅과 다음… 이메일 대중화 시대를 열다
- 혁신이 필요한 시대, 이데일리는 한국 벤처·스타트업 업계를 이끌었던 인물들을 조망하는 열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우리 시대의 창업 꿈나무들에게 교순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 대상입니다. 일부 논쟁적인 인물이라도 벤처·스타트업의 도전과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그들의 삶을 돌아보고자 합니다.[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1997년 말 외환위기의 충격을 겪은 한국 사회는 1990년대 말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정부는 정보통신 산업을 새로운 한국의 먹거리로 삼고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저렴한 가격의 국민PC 보급을 추진했고 초고속인터넷망 구축도 지원했다. 그 위를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때 대표 주자 중 하나가 한메일(혹은 다음)의 이재웅이었다. 당시 인터넷을 이용하던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한메일’(hanmail) 주소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지금은 이메일 주소 하나를 만드는 게 특별하지 않다. 허나 당시에는 달랐다. 인터넷에 자신만의 주소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종이 편지와 유선전화로 소식을 전하고 안부를 묻던 이들에게는 가히 ‘센세이션’이라 할 만한 변화였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이메일을 만들었다.1998년 12월 한메일넷 첫화면. 이 이미지를 기억한다면 당신은 한국 인터넷 얼리어답터. (출처 : 한국경제인협회 디지털기업인 박물관)물론 한메일에 도전하는 여러 포털 메일 서비스가 나왔다. 엠파스의 엠팔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30MB의 메일 저장 용량을 제공했다. 한메일의 무료 용량이 5MB였던 때라 ‘이걸 언제 다 써?’라면서 반기기도 했다. 그래도 2000년대 중반까지 한메일은 국내 웹메일의 대명사였다.한메일은 이재웅과 공동창업자들의 작품이다. 다만 이재웅은 1990년대를 관통했던 다른 IT 벤처인들과 달리 프랑스에서 인간의 인지와 사고를 연구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학 시절 컴퓨터를 공부했다고 하지만, 그의 초기 사업 구상은 이메일이나 검색보다 문화와 예술에 더 가까웠다.2001년 국내 자동차 광고에 나왔던 이재웅. 당시 성공한 CEO의 전형이었다.◇SF 소설을 읽고 컴퓨터에 빠졌던 소년1968년 서울에서 이재웅은 태어났다. 이재웅에게 행운이었던 것은 그의 부모가 모두 공학을 공부한 인텔리였다는 점이다. 아버지 이철형 씨는 한국종합건설 대표를 지낸 기업인이었다. 덕분에 이재웅은 어릴 때부터 공학용 계산기를 접했고 수학과 과학에도 흥미를 느꼈다.책도 좋아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SF 소설 60권짜리 전집을 선물받았는데, 일주일 만에 모두 읽었다. 우주와 미래,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에 대한 상상과 동경이 자리 잡았다.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때 그의 일생에 결정적인 선물을 받게 된다. 컴퓨터였다. 애플Ⅱ를 모방한 ‘청계천표’ 호환 컴퓨터였다. 앞서 소개했던 이찬진과 안철수처럼 일찍이 컴퓨터를 접하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PC를 갖게 된 많은 소년이 그렇듯 그도 처음에는 게임을 했다. 그러다 베이직(BASIC)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 PC 모니터에 영문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대로 실행되는 게 소년 이재웅에게는 경이로웠다.훗날 진행됐던 넥슨컴퓨터박물관의 ‘내 인생의 컴퓨터’ 프로젝트에서 그는 컴퓨터가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매개였다고 회상하기도 했다.공학을 공부했던 부모, 어린 시절 읽었던 과학책과 SF 소설, 고등학생 때 선물받은 컴퓨터가 그를 전산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는 1986년 연세대 전산과학과에 입학했다.그가 연세대에 입학했던 1980년대 중반은 국내에 PC가 보급되기 시작했던 때였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놓이게 되고 이를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으려는 시도가 진행됐다. 기초적인 인터넷의 싹이 트고 있었다. 이재웅은 대학에서 컴퓨터를 공부하면서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경험했다.1989년 그가 접한 비트넷(BITNET)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비트넷은 미국 대학들을 중심으로 발전한 학술 컴퓨터 네트워크였다. 멀리 떨어진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전자우편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인터넷 문화의 선구적 시스템이었다. 한 대의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실행하던 세계가 여러 컴퓨터를 연결하는 세계로 확장되고 있었다.이재웅은 이때 곧 변화할 시대를 감지했을 것 같다. 컴퓨터 네트워크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주체가 된 것이다. 새로운 소통의 공간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대학에서 그와 같은 관심을 가진 후배도 만났다. 그중 한 명이 이택경이었다. 이택경은 이재웅보다 네 학번 아래인 연세대 후배였다. 두 사람은 PC통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교류했다. 이 두 사람의 인연은 한국 인터넷 산업의 역사로까지 이어졌다.이재웅은 1991년 연세대 전산과학과를 졸업했고 1993년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다음 행보는 취업이나 창업이 아닌 프랑스 유학이었다.◇프랑스 유학 후 한국에서 창업1993년 이재웅은 프랑스로 떠났다. 그곳에서 공부한 분야는 인지과학이었다. 인지과학은 인간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사고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컴퓨터과학과 심리학, 언어학, 인공지능 등이 만나는 학제 간 연구 분야이기도 했다.2001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재웅은 프랑스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배웠다고 회상했다. 어느 하나만 옳다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생각이 공존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는 것이다.그의 인생을 바꾼 또 다른 계기가 있었다. 언어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인 노엄 촘스키의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촘스키는 언어학 연구의 거장이면서 기존 언론과 권력의 관계를 비판해 온 학자다.이재웅은 촘스키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기존 언론의 문제점을 짚고 독립적인 미디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여기서 인터넷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가능성을 발견했다.기존 언론사나 거대한 자본이 독점하던 정보 유통 방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이런 생각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옮기게 한 인연이 있었다. 프랑스 유학 시절 다시 만난 고등학교 동창 박건희였다. 박건희는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한 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두 사람은 파리의 한 식당에서 만나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다.당시는 인터넷이 세계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글을 올리거나 그림과 사진을 게시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 두 사람은 인터넷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예술가와 관객을 연결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이재웅은 창업을 결심했다. 그의 부모도 그 선택을 지지했다.이재웅은 안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던 점이 새로운 사업을 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고 봤다. 그리고 젊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이재웅과 박건희는 귀국했고 연세대 후배 이택경이 합류하면서 새 회사가 설립됐다. 1995년 2월 16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을 알렸다. 이재웅은 당시 스물여섯 살이었다.◇다음의 첫시작은 가상미술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초기 자본금은 5000만원, 사무실은 청담동에 있는 20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책상 세 개가 놓였다. 회사 이름은 ‘현재 이후의 시간’을 뜻하는 다음이었다. 한자로는 여러 소리라는 의미의 ‘다음(多音)’을 담았다. 여러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미래를 만들자는 취지였다.첫 사업은 인터넷에 문화와 예술 콘텐츠를 올리고 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버추얼갤러리(Virtual Gallery)’라는 인터넷 가상미술관이었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의 소식을 인터넷으로 전했고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패션 정보를 제공하는 ‘패션넷’, 청소년 대상 웹진 ‘채널텐’ 등으로도 영역을 넓혔다.문제는 시장이었다. PC통신이 여전히 중심이었고 인터넷 이용자는 많지 않았다. 인터넷용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은 어려웠다.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다른 수입원이 필요했다. 사내 정보망인 인트라넷을 개발하는 용역을 맡거나 기업용 그룹웨어를 개발했다. 이렇게 번 돈을 인터넷 서비스 개발에 투자했다.그즈음 이메일이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로 관심을 모았다. 다만 이메일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느린 속도로 전화선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았다. 학교나 연구기관에 속한 사람들이 주로 이메일을 썼고 일반 이용자는 PC통신 서비스에 가입해 제공되는 전자우편 기능을 사용했다.이때 등장한 게 핫메일이었다. 1996년 시작한 핫메일은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무료로 이메일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별도의 메일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접속하면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이재웅과 이택경은 인터넷에서 누구나 무료로 이메일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에 뜻을 모았다. 당장 이용료를 받는 대신 사람들을 모으고, 사람들이 모이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어쩌면 오늘날 플랫폼 사업 전략의 초기 형태를 다음의 한메일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기술적인 준비도 돼 있었다. 기업용 인트라넷과 그룹웨어를 개발하면서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경험을 쌓았던 덕에 곧 한메일넷을 출시할 수 있었다.1997년 5월이었다. 국내 최초의 무료 웹메일 서비스로 평가받는 한메일넷의 등장은 한국 인터넷 시장에서 중요한 사건이 됐다. 사용 방법도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자신의 이름이나 별명으로 주소를 만들고 그 주소를 친구들과 교환했다. 인터넷상의 신분증을 갖게 된 셈이다.처음에는 인터넷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늘더니 이후에는 대학생과 직장인, 일반 가정으로 이용자가 확대됐다.◇한메일 이후 ‘카페’까지 성공한메일은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기본 서비스가 됐다. 1998년 7월 사용자 수 50만명을 넘겼고 그해 12월에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1999년 봄에는 200만명 수준까지 늘었다.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광고와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다른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당시 선두 포털이었던 ‘야후’의 아성에 도전할 기반도 갖추게 됐다.당시에도 여러 메일 서비스가 나왔다. 한메일이 이들 서비스와 달랐던 점은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해 내놓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카페’다.1999년 5월 25일 ‘다음카페’가 등장했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 모여 글을 쓰고 자료를 올리며 의견을 나누자는 취지였다. PC통신 프로그램이나 복잡한 접속 과정 없이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면 됐기 때문에 이용하기도 쉬웠다. 학교 동창회, 대학 동아리, 연예인 팬클럽, 취미 모임 등이 만들어졌다.2000년 당시 다음 초기 화면 (출처 : 한국경제인협회 디지털기업인박물관)한메일과 카페의 성공으로 다음은 지속적인 성장을 했다.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은 다음의 성장 속도를 끌어올렸다. 다음은 2000년 4월 회원 수 1000만명을 돌파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2000만명을 넘겼다. 온라인 쇼핑과 금융, 뉴스 등으로 서비스가 확대됐다. 2000년 이재웅은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미래의 세계 지도자’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재웅이 한국 인터넷 산업의 성공을 상징하는 젊은 기업인으로 떠오른 것이다.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겠다던 이재웅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동시에 야후와 네이버 등과 치열한 포털 경쟁을 벌여야 했다.
- [책]AI 앞모습보다 ‘뒷것들’을 보라
-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채용에서는 알고리즘이 선택을 내리고, 복지 대상자는 데이터로 걸러진다. 치안과 감염병 대응에도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이 동원된다. 점점 더 많은 판단을 AI에 맡기면서도, 정작 AI가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사회적 조건 속에서 작동하는지는 충분히 묻지 않는 실정이다.‘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의 저자는 AI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주장을 펼치진 않는다. 다만 사회적·물질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AI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AI 뒤에는 데이터와 노동이 있고, 플랫폼과 자본, 국가와 제도가 있으며, 다시 그 뒤에는 막대한 에너지와 물, 자원을 소비하는 물질적 인프라가 있다는 것이다.책은 AI가 어떻게 새로운 권력과 정치의 장을 재배치하는지, 플랫폼 자본과 감시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동화가 노동을 대체하는 동시에 어떤 새로운 노동을 만드는지 살핀다. 나아가 AI와 사회적 관계, 탈식민주의와 문화, 복지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AI가 사회 곳곳에서 일으키는 변화를 들여다본다. 우리가 마주하는 AI의 앞모습이 아니라, 그 뒤편에서 작동하는 수많은 관계와 조건, 이른바 ‘뒷것들’을 추적하는 것이다.책은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AI와 정치경제의 관계를, 2부는 AI가 사회적 관계와 문화,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3부는 AI와 안전을, 4부는 AI를 작동시키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짚는다. 저자는 과학기술학, 정치경제학, 도덕경제학, 조직사회학, 후기구조주의, 행위자·연결망 이론 등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교차시키며 AI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AI의 미래는 기술 자체에 의해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한쪽의 답을 선택하기보다 우리가 어떤 기술과 제도,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지 묻는 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출발점이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찬반의 익숙한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 ‘뒷것들’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AI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 [단독]브레인온 ‘세라큐’, 주요 거래처 거래 중단 통보…‘업계 퇴출 수순’
-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지 못한 원료를 마치 인정 원료인 것처럼 속여 유통한 주식회사 브레인온의 '세라큐'(Cera-Q)가 주요 거래처로부터 연이어 거래 중단 통보를 받았다. 본지의 단독 보도 식약처 "'세라큐' 설명 자료, 타사 원료 자료 도용한 사실 확인" 이후 유통사와 제조사가 전면적인 사업 개편과 제품 회수에 나서면서 세라큐는 사실상 업계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브레인온 홈페이지. (사진=브레인온 홈페이지 갈무리)◇브레인온 주요 거래처 M사, 세라큐 사용 전면 중단18일 보건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다단계업체 M사는 건강기능식품 '브레인 플러스'에 사용하던 부원료 세라큐의 사용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완제품의 위탁 생산을 맡아온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 제조사 N사 역시 브레인온 측에 원료 공급 및 생산 중단을 공식 통보했다.이번 사태는 본지가 지난달 보도한 식약처의 행정처분 및 사법조치 착수 기사가 도화선이 됐다. 취재 결과 브레인온은 세라큐가 식약처로부터 효능을 인정받지 못했음에도, 식약처 개별인정을 받은 타사 원료의 논문 데이터를 무단 변조해 공급해 왔다. 임상 그래프에서 원래 원료 이름을 지우고 일반 명칭인 '실크'로 바꿔치기하는 수법이었다.식약처는 이러한 행위를 확인하고 부당광고 혐의에 대한 법적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그동안 판매사인 M사와 제조사인 N사는 브레인온이 제공한 허위 설명 자료를 신뢰해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해 왔다. N사는 배합 주문에 맞춰 제조했을 뿐이고 M사는 브레인온의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판촉을 진행했으나, 식약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금전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실태를 파악한 양사는 즉각적인 결단을 내렸다. N사는 세라큐가 들어간 전 제품의 라인 가동을 멈췄으며, M사는 공식 온라인몰과 유튜브 등에서 관련 광고를 모두 삭제했다. 이미 생산된 완제품의 재고 처리와 마케팅 손실은 고스란히 유통사와 제조사의 몫으로 남았다. 결국 브레인온의 거짓 정보로 유통망 전체가 심각한 내상을 받은 셈이다.업계에서는 이번 거래 중단 사태가 세라큐의 국내외 시장 완전 퇴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원료 공급의 핵심 축이었던 대형 거래처들이 완전히 발을 빼면서 다른 건기식 제조사들 역시 세라큐 배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과거 세라큐를 위탁 생산했던 업체마저 세라큐는 타사 정품과 "원재료, 가공 공정, 사용되는 효소가 다르고 결과물도 효능도 다르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천연물, 특히 단백질 가수분해물은 원재료가 비슷하거나 같더라도 가공 공정이 다르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고 효능도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생산처가 바뀌어 생산물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정품이 아닌 원료는 지표물질만 비슷하게 맞추는 조작도 많다. 싸 보인다는 이유로 썼다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다.보건당국 관계자는 "정식 인정이 취소된 부원료를 앞세워 질병 예방이나 뇌 기능 개선 효과를 암시하는 행위는 고의적 소비자 기만"이라며 "도용과 사칭, 허위 설명을 그대로 차용해 광고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엄정한 행정처분과 형사고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사진=게티이미지)◇국내 사정 모르는 해외 피해 더욱 문제...국내 업체 신뢰도 하락 우려해외 시장에서 유통되는 세라큐도 문제다. 세라큐는 현재 해외 시장에서 '메모큐'(Memo-Q)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 해외 현지 홍보물에는 여전히 "한국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았다", "10건 이상의 임상으로 입증됐다"는 식의 문구가 버젓이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 데이터 조작 논문 철회로 인정이 취소된 이력을 세탁한 뒤 해외 소비자를 기만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전문가들은 해외 파트너사 역시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국내에서 사칭과 도용이 공식 확인된 만큼 해외 유통사 역시 원료의 진위를 검증해야 할 법적 주의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관계를 알고도 메모큐를 계속 팔 경우 각국 보건당국의 소비자 보호 규정에 따라 강력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브레인온의 이 같은 위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용구 브레인온 대표는 과거 타사 개별인정 원료의 성과를 도용해 거짓 광고를 벌인 혐의로 영업정지 처분과 대법원 벌금형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사법부는 "타사의 연구 성과에 편승하려는 의도로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다. 강 대표가 개발했던 과거 어린이 키 성장 원료 역시 식용 불가 원료 혼입과 논문 철회로 전량 회수되는 물의를 빚었다.식약처 등록 정보와 국회 기록을 종합하면 세라큐 관련 허위 과장 광고 적발 건수만 98건에 달하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네 차례나 시정 요구를 받았다. 그럼에도 타사 연구 도용과 사칭이 반복된 것은 단순 과실이 아닌 구조적이고 악의적인 영업 행태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은 시장의 공정 경쟁을 해치고 국가 인증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다. 이 법 제8조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일반식품을 건기식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표시·광고를 '누구든지' 할 수 없도록 엄격히 금지한다. 과학적 근거가 박탈된 원료를 대체재로 속여 파는 행위는 정직하게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바이오 기업들의 사기마저 꺾고, 소비자의 안전도 위협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주의도 요구된다. 일반식품 부원료는 포장재나 광고에 어떠한 기능성도 적을 수 없다. 세라큐나 메모큐가 들어간 제품을 접할 경우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누리집에서 공인된 기능성 원재료 목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허위 광고에 속아 제품을 샀다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나 1399 불량식품 신고전화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M사 관계자는 "공급사 자료의 왜곡 사실을 인지한 즉시 모든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며 "앞으로 원료 검증 절차를 대폭 강화해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인류 비만과의 전쟁’ 판도 바꾼 장내 호르몬… 위고비 주역들 노벨상 품을까[클릭, 글로벌 제약·바...
-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비만과의 전쟁'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단순한 개인의 의지 박약으로 치부되던 비만이 치료 가능한 만성 대사 질환으로 재정의된 중심에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호르몬이 자리한다. 이 덕분에 세계 수억 명의 일상을 바꾼 기적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기틀을 닦은 과학자들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가장 유력한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사진=게티이미지)이야기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계는 음식을 섭취했을 때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는 현상에 주목했지만, 장과 뇌, 췌장을 잇는 정확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이 미지의 고리를 풀어낸 인물들이 바로 대니얼 드러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옌스 율 홀스트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스베틀라나 모이소프 미국 록펠러대 연구교수다.홀스트 교수와 모이소프 교수는 음식물이 장을 통과할 때 분비되는 펩타이드 호르몬인 GLP-1의 아미노산 서열과 생물학적 활성을 세계 최초로 분리·규명했다. 이어 드러커 교수는 이 호르몬이 혈당 강하는 물론 장운동을 늦추고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포만감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동물 모델과 분자 수준에서 입증했다.당시만 해도 이들의 기초 연구가 세계 제약·바이오 지형을 뒤흔들 메가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체내 천연 GLP-1 호르몬은 분비된 지 불과 2분도 지나지 않아 효소(DPP-4)에 의해 분해돼 사라지는 치명적 한계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과학자들의 끈질긴 집념은 반감기 연장 기술이라는 바이오 플랫폼 혁신으로 이어졌다. 천연 호르몬의 구조를 변형해 분해를 막고 체내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연구가 결실을 보며, 주 1회 투여만으로 체중을 15~20% 이상 줄여주는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가 세상에 나왔다.글로벌 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는 세계 피인용 데이터를 토대로 이들 3인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최상위 유력 후보군으로 꼽았다. 이들의 기초 연구가 단순히 체중 감량제를 넘어 심혈관 질환, 지방간염(MASH), 신장 질환, 심지어 치매 위험까지 낮추는 전방위 만성질환 억제제로 진화했기 때문이다.실제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명을 넘어섰으며, 당뇨병과 결합된 만성 대사 질환은 각국 보건 재정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식습관 교정에 의존하던 기존 치료 한계를 단숨에 무너뜨리고 인류 공중보건의 수명을 연장한 혁신적 도구로 공인받고 있다.40여년 전 실험실의 미세한 장내 호르몬을 집요하게 추적했던 연구자들이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부름을 받을지 세계 바이오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류의 생명 연장과 보건 복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결정적 발견에 수여된다"며 "GLP-1 연구는 기초 분자생물학이 어떻게 글로벌 보건 혁명과 수십조 원의 신약 산업으로 개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완벽한 롤모델"이라고 평가했다.
- 전문가들 "우주전쟁 5년 내 현실화 가능성···유사입장국 연대해야"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미중 우주 패권 경쟁 심화, 급속한 인공지능(AI) 발전 속 사이버전쟁·위성무력화 등을 통한 다양한 유형의 우주전쟁이 5년 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2026 STEPI 인텔리전스 다이얼로그’를 열고, 우주를 포함해 인공지능 (AI)·바이오 등 핵심·신흥기술이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우주안보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이날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국가들이 글로벌 합의 체계 마련을 주저하는 사이 우주 분야를 비롯한 과학기술 안보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중견국·아태지역 국가처럼 유사입장국이 힘을 모아 지속가능한 우주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거대한 분야를 아우르는 것 보다 ‘위성요격무기 금지’ 조약처럼 특정 분야부터 합의해나가고, 다각도의 협력 모델을 구축해 이를 확산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포럼에서 우주 안보 전문가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책연구원)◇중국 성장, 미국 의존 등이 리스크로이날 ‘신뢰의 궤도: 아시아·태평양 우주안보 협력을 위한 핵심·신흥기술 가치 활용’을 주제로 열린 우주 분야 세션에서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APFC),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 일본 미쓰비시종합연구소(MRI),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기관의 안보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위성 인프라 보호와 통신·사이버 안보를 아우르는 신뢰구축과 다자협력 방안을 모색했다.좌장으로 나선 안형준 STEPI 연구위원은 “우주의 군사적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면서 우주안보는 더 이상 소수 강대국만의 독점 의제가 아니라 모든 국가가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가 됐다”며 “위성 자산 보호와 통신 교란, 사이버 위협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시각에서 우주안보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우주안보 논의가 중요해진 이유는 중국 우주기술의 빠른 발전, 미국과 타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외교적 갈등 심화, 인공지능의 확산 등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엄태연 캐나다 APFC 방문학자는 캐나다가 직면한 우주안보 위협을 △GPS 전파 교란 등 대두 △북극 지역 의존 △구조적 의존성으로 정리했다. 엄태연 방문학자는 “GPS 전파교란, 사이버공격, 잔해를 남기지 않아 원인 특정도 어려운 위성 근접 기동 등이 실제 위협 요소”라며 “캐나다는 광활한 북극 영토에서 위성 통신·우주모니터링 등을 위한 우주자산에 크게 의존하므로 북극 지역 의존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또 “캐나다는 G7 중 자국 발사시설이 있음에도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없는 유일한 국가”라며 “우주감시·정보 접근권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안보 리스크”라고 지적했다.중국의 우주 개발 역량이 커지면서 안보 위협도 심화하는 추세다. 라제스와리 필라이 라자고팔란 호주 ASPI 레지던트 시니어 펠로우는 “중국의 우주 예산 확대와 상용위성 급증 등이 전 세계 안보지형을 약화시켰다”고 설명했다.강대국들이 새로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지배구조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부분도 위협요소로 꼽혔다. 라자고팔란 펠로우는 “새로운 우주 위협을 포괄하는 효과적 거버넌스가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우주전쟁 5년 내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 속 5년 내 국가 간 분쟁에서 위성에 대한 물리적·비물리적 공격을 포함해 우주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엄태연 방문학자는 “우주는 불확실성의 영역이기도 하다”며 “위성 기술 중에서 위성을 무력화시키는 기술들이 나올 것이고, 사이버 전자전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호즈마 세키네 MRI 총괄관리자는 “통신교란, 사이버 전쟁 등이 많이 발생할 수 있고, 우주잔해물이 특정 국가를 비롯해 국가의 위성시스템까지 목표로 할 수 있다”며 “우주 공격이 특정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오일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AI 센싱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AI가 적국 위성을 타격하라고 권고하면 의사결정자가 시간을 오래 두고 기다리기 보다 즉각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회복력 있는 인프라 구축···유사입장국 연대 등 해법도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속에 산업계 측면에서 회복력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유사입장국 연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호즈마 세키네 관리자는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상용 로봇·AI(특히 피지컬 AI) 를 활용해 장애 시에도 회복력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 차원의 과제”라고 설명했다.유사입장국, 중견국 등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일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주안보 논의를 △우주로부터 오는 서비스 지속 유지 △우주 자산 보호 △우주 접근의 공평한 보장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오일석 연구위원은 “유사입장국 간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부터 정보 교류 등을 통해 최대한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 책, 참 맛있다
-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 계절을 맞아 음식과 맛을 다룬 책들이 잇따라 출간돼 시선을 끈다. 노화의 속도는 우리가 먹는 것이 결정한다는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와 단맛·짠맛·신맛·감칠맛과 달리 25종의 수용체를 지닌 쓴맛을 탐구한 ‘쓴맛’이 그 주인공이다.데이비드 콕스|532쪽|알에이치코리아◇노화 막는 것은 건강한 식단‘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는 영국 과학·건강 저널리스트이자 신경과학 박사인 데이비드 콕스의 2년에 걸친 여정을 담는다. 저자는 스페인과 쿠웨이트, 칠레, 중국 광시 장수촌까지 여정을 이어가며 세계적인 노화 과학자들을 인터뷰한다. 또한 저자 스스로 피험체가 돼 식단 실험을 하기도 한다.저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을 취재하던 와중에 똑같은 바이러스에 걸려도 사람마다 질병의 경과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다방면으로 살펴보는 과정에서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더 중요한 건강 지표라는 연구 결과에 주목했다. 이후 2년간 세계 각국의 노화 과학 연구 현장을 찾았다.책은 노화 과학을 활용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인간의 늙어가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2차 성징이나 폐경처럼 몸 속 유전자에 미리 프로그래밍된 노화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하는 방식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달라지는 ‘퇴행성 노화’다. 퇴행성 노화의 경우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저자 생각이다. 책은 아무리 의학과 과학이 발전해도 노화의 속도는 우리가 먹는 것들로 대부분 결정된다고 말한다. 과도한 칼로리 섭취부터 설탕, 조리과정에서 생기는 독소물질인 최종당화산물, 식이섬유의 부족, 개인 유전자와 생체 시계를 무시한 식습관 등 잘못된 식단이 우리 몸을 빠르게 노화시킨다는 경고다.특히 저자가 직접 자신에게 임상실험 한 결과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는 몇 달간 과학적으로 검증된 식단을 통해 생물학적 나이를 4년 이상 되돌렸다고 저술한다. 저자는 “초가공식품을 끊고 되도록 식사를 찌거나 저온에서 오래 익히는 조리법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면서 “50세가 넘었다면 비타민B와 비타민D 영양제는 필수이며, 한끼에 잎채소 한 접시를 추가하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최낙언|436쪽|헬스레터◇수용체 25종에 달하는 복합적인 맛 ‘쓴맛’‘쓴맛’은 미각 중 가장 강렬하고 본능적인 거부감을 일으키는 쓴맛의 과학·인문학적 의미를 다룬 음식 과학서다.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해태제과·서울향료에서 아이스크림 개발과 향료 응용 기술을 연구힌 저자가 신맛, 짠맛, 감칠맛, 단맛에 이어 펴낸 ‘인류 미각 탐구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책은 인류가 독을 감지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진화 에너지를 투입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인류는 생존을 위한 천연 독소 판별을 위해 쓴맛을 꼼꼼하게 구별해야 했다. 그 결과 1개의 수용체를 가진 다른 맛과 달리, 쓴 맛의 수용체는 25종이나 됐다. 나아가 불을 사용한 조리법과 미생물 발효 기술을 발명해 독소를 제거하고, 커피·차·맥주처럼 쓴맛 속에 숨겨진 약리 성분과 고유의 풍미를 즐기는 유일한 종으로 거듭났다.쓴맛을 느끼는 개인차는 최대 1000배에 달한다. 저자는 “후각도 긍정적 냄새보다 부정적 냄새에 더 민감하고 표현도 다양하다”면서 “좋은 향은 향긋하다, 향기롭다 정도지만 나쁜 냄새는 악취, 쉰내, 구린내, 지린내 등 훨씬 다양하고 구체적이다”라고 설명한다.책은 동일한 쓴맛을 내는 독과 약을 가르는 기준은 ‘성분이 아닌 양’이라고 결론내린다. 저자는 “독을 희석해 가다보면 아무런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심지어 독성이 사라지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항혈소판제 1개월 이내 중단 시 출혈 절반 감소
-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정영훈 교수 연구팀은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 2만9232명을 포함한 무작위 대조시험 10건을 메타분석해, 1개월 이하 초단기 이중항혈소판요법과 6~12개월 표준 치료를 비교했다. 초단기 치료군은 표준 치료군과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주요 출혈 위험은 약 53% 낮았으며 순임상사건 위험도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다만 ST분절 상승 심근경색 환자에서는 초단기 치료군의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고, 1주 이하 치료 후 클로피도그렐 또는 아스피린 단독요법으로 전환한 경우에도 위험 증가가 나타났다. 반면 2주 이상 치료 뒤 티카그렐러 또는 프라수그렐 단독요법으로 전환한 경우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동아시아 환자에서는 주요 출혈 감소 폭이 비동아시아 환자보다 컸다.◇ 주요 출혈 위험 53% 감소... 순임상사건 위험도도 낮아져분석 결과를 자세히 보면, 초단기 치료군은 표준기간 치료군과 비교해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위험도, 1.06), 주요 출혈 위험은 약 53% 감소했다(위험도, 0.47). 두 사건을 종합한 순임상사건(Net Adverse Clinical Events. NACE) 위험도 초단기 치료군에서 유의하게 낮았다(위험도, 0.83). 심근경색과 스텐트 혈전증은 초단기 치료군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전체 사망, 심혈관 사망, 뇌졸중 및 표적혈관 재개통술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유형 및 항혈소판제 전환 전략에 따라 효과 차이 나타나급성관상동맥증후군 유형별 분석에서는 ST분절 상승 심근경색(STEMI) 환자에서 초단기 치료군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으며(위험도, 1.41), 비ST분절 상승 급성관상동맥증후군(NSTE-ACS) 환자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ST분절 상승 심근경색 같은 고위험군에서 초단기 치료요법의 통상적 적용은 위험할 수 있다는 과학적 추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결과를 제시한 것이다.항혈소판제 전환 전략에 따른 분석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1주 이하의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시행하거나 클로피도그렐 또는 아스피린 단독요법으로 전환할 경우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증가했다(위험도, 1.37). 반면 2주 이상의 이중항혈소판요법 후 티카그렐러 또는 프라수그렐 단독요법으로 전환한 경우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위험도, 0.96).◇ 동아시아 환자에서 출혈 감소 효과 더 크게 나타나초단기 이중항혈소판요법에 따른 주요 출혈 감소 효과가 인종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동아시아 환자에서 주요 출혈 위험 감소 폭은 65%(위험도, 0.35)로, 비동아시아 환자의 37%(위험도, 0.63)보다 컸다. 이 차이는 정 교수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인종별 허혈·출혈 위험을 고려한 항혈소판 치료의 필요성(동아시아인 패러독스)을 뒷받침한다. 이번 분석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서 초단기 이중항혈소판요법의 효과를 평가하고, 치료 기간뿐 아니라 이후 사용하는 항혈소판제의 종류와 환자의 임상적 특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한 자료다. 특히 초단기 이중항혈소판요법 이후 강력한 P2Y12 억제제 사용이 필요하다는 전략과, STEMI 환자에서의 초단기요법 도입의 위험성을 제시했다.연구를 주도한 정영훈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치료 기간을 단축한다는 결정 자체보다 언제, 어떤 약제로 전환하느냐이다”며 “동아시아 환자에서는 출혈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났지만, 지나치게 이른 전환이나 단독요법 약제 종류에 따라 허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환자별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분석 작업을 직접 진행한 헨드리아누스(Hendrianus) 책임연구원은 “ST분절 상승 심근경색 환자에서는 초단기치료요법 도입에 따른 허혈 위험 증가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며 “앞으로 출혈 위험과 허혈 위험을 함께 평가해 환자에게 적합한 전환 시점과 약제를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번 연구는 JACC: Cardiovascular Interventions 2026년 제19권에 게재됐으며, 정영훈 교수의 20번째 한빛사(BRIC) 논문으로 등재됐다.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환자 29,232명을 포함한 10개 무작위대조시험의 메타분석에서, 초단기(1개월 이하) 이중항혈소판요법은 1년 추적관찰 시점의 전체 주요심장뇌혈관사건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주요출혈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 李, 오는 29일 ‘메가프로젝트’ 3차 회의 주재…정주여건 조성 등 논의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9일 ‘메가프로젝트 제3차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지역의 정주 여건 조성 방안 등을 논의한다. 앞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규제혁신 등 기업 투자 지원 방안을 점검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사람이 모이는 지역을 만들기 위한 정주여건과 인공지능(AI) 관련 프로젝트 추진 상황을 점검한다.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한-멕시코 비즈니스 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이날 오후 3시 청와대에서 ‘메가프로젝트 제3차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대통령이 매달 직접 주재하는 세 번째 점검회의이자, 청와대 내 전담조직인 국가전략투자보좌관실이 신설된 이후 첫 번째 회의다.메가프로젝트 이행과 관련해 사람이 모이는 살기 좋은 지역을 조성하기 위한 정주여건 조성 방안을 논의하고, 반도체·피지컬 AI(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주요 프로젝트의 추진 현황을 점검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제1차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호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방안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가혹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부지, 전력, 용수와 같은 핵심 인프라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광주 군 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해기도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선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당초 계획된 팹 10기 투자가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토지보상부터 전력, 용수공급까지 전반적인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2차 회의가 있었던 지난 8월 10일에는 규제혁신을 통한 기업 투자의 신속한 지원방안과 소부장 등 중소기업 등과의 상생협력 방안의 논의됐다. 또 충청, 영남, 호남권 메가프로젝트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는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 후, 국무조정실장 및 국토교통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메가프로젝트 연관 지역의 정주여건 조성 방안’을 발표한다 산업통상부·국토교통부·기후환경에너지부·국방부 장관이 ‘남부권 반도체 벨트 조성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한다. 또 산업통상부 장관과 과학기술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함께 ‘국민체감 피지컬AI 및 AI로봇 확산방안’을, 과기부총리가 ‘AI데이터센터 구축현황 및 향후계획’을 발제한다. 이후 정주여건 개선 방안과 메가프로젝트 이행 관련 전체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점검회의에는 이 대통령과 비서실장, 안보실장, 국가전략투자보좌관, 경제성장수석, 사회수석, AI미래기획수석, 재정기획보좌관, 안보1차장 등 청와대 인사들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과학기술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교육부 장관, 국방부 장관, 문체부 장관, 산업부 장관, 기후부 장관, 국토부 장관, 복지부 제2차관 및 삼성전자·SK 사장급 인사가 참석한다.
- [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전통과 근대, 그리고 로맨스…'신령이야기'
-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밀리의 서재 ‘신령이야기’매우 신선한 조합이다. 신령을 다루면서 동시에 근대 시절을 엮었다. 한쪽은 판타지이지만 또 다른 한쪽은 과학적이다. 상반되는 두 소재를 하나로 묶었다는 측면에서 ‘시도’ 자체가 흥미롭다. 밀리의 서재의 독점작인 ‘신령이야기’는 구한말 조선을 배경으로 한 신령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를 그렸다. 다양한 소재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내용이 산만할 것 같았지만, 비교적 몰입도 있게 이야기를 전개한다.이야기의 시작점이 흥미롭다. 조선의 왕 ‘이정’이 꿈속에서 국가가 패망하는 미래를 보고, 서구식 과학 문물을 도입하는대신 이를 막는 신령들을 주살하라고 명한다. 일반적인 콘텐츠에서 신령은 인간들을 보호해주는 역할로 우러러보는 존재다. 하지만 ‘신령이야기’ 속 신령들은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피해자로 나온다. 신통력이 있지만 총이나 칼로 죽음을 당하는 존재여서 ‘신’이라기 보다는 인간이나 동물에 가까운 느낌이다. 웹툰 속에는 국가 공인 신령 전문 사냥꾼 ‘착령군’이 나온다. 마치 구한말 호랑이 사냥꾼인 ‘척호군’을 모티브로 한 듯한 느낌인데, 때문에 낯설지 않은 느낌을 준다. 조선의 왕이 모든 신령을 국가 발전을 방해하는 존재로 치부하고 척살하라는 명을 내리면서 이야기는 인간과 신령들의 대립으로 흘러간다. 신령들도 ‘신령군’을 조직하며 맞선다. 주인공은 마르골이란 마을의 사냥꾼 ‘예슬’이다. 여우 신령 ‘나루’와 우연한 계기로 연인이 된 인물인데, 자신의 짝이 조정에 의해 납치되자 신령군에 합류하게 된다. 나라에 반기를 들면서까지 나루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일반적인 만화 속 남녀 주인공 구도와 정반대다. 인간과 신령이란 종족의 경계를 넘어 이 작품 속 감정선을 이끈다. 웹툰의 큰 틀은 인간의 발전과 신령의 생존이다. 신령이 이전 작품들과 달리 신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보호해야 할 약자 위치에 놓이면서 멸종위기종 동물과 같은 느낌을 준다. 조선의 왕 이정도 상당히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자신의 욕심이 아닌 나라의 명운을 우선시해 힘든 결정을 내린다.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특이한 이야기 전개는 아니지만, 소재가 특이하고 또 이를 뒤틀면서 신선함을 가져다 준다. 구한 말, 신령 등 희귀한 소재를 다루면서 웹툰 자체에 차별성을 부여한다. 작화는 크게 개성이 도드라지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코믹과 액션, 진지한 심리 묘사 등을 적절히 잘 소화한다. 웹툰 스토리 전개에 있어 크게 튀지 않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