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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봉법'이 초래한 총파업 시대…현대차 노조 "전면전이 뭔지 보여주겠다"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앞두고 노동계가 원청 사용자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서면서 자동차 업계의 ‘하투(夏鬪)’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민주노총이 1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열고 원청 교섭 확대를 촉구한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 등 완성차와 부품업체 노조도 부분파업과 집회에 동참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오는 16일까지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파업 수위를 한층 높이겠다고 예고하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구호 외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진=연합뉴스)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원청교섭 원년, 초기업교섭 돌파!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7·15 총파업대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약 1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으며,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이어간다.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 취지에 맞는 원청 교섭 체계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오는 8~9월에도 추가 총력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이번 총파업에는 금속노조를 비롯해 건설산업연맹, 민주일반연맹, 보건의료노조, 전국돌봄노조, 마트노조 등 주요 산별노조가 대거 참여했다. 금속노조는 전국 사업장에서 4시간 이상 파업을 실시한 뒤 지역별 총파업 결의대회와 서울 집회에 합류했다. 자동차 업계도 총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차와 한국GM, 기아, 현대모비스 등 완성차와 주요 부품업체 노조는 전국 권역별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하며 원청 교섭을 촉구했다. 서울 집회에는 한국GM과 기아 조합원들이 참가했고, 울산과 전주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대전·충북 지역에서는 현대모비스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었다.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이어온 부분파업을 이날까지 사흘째 이어갔다. 생산직 조합원들은 오전·오후조 모두 각각 2시간씩 조기 퇴근하며 생산라인 가동 시간을 줄였다. 노조는 이미 지난 6일부터 평일 연장근로와 주말 특근을 전면 거부하고 있어 생산 차질이 누적되고 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 생산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노조까지 부분파업에 나서면서 완성차 생산 차질이 부품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노조의 압박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사내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파업해도 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부가 전면전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정당한 성과급 지급과 상여금 50%포인트 인상(750%→800%), 정년연장에 대한 실질적 방안 제시, 해고자 복직,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철회 등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노조는 “전향적인 안이 없다면 교섭 재개는 꿈도 꾸지 말라”며 회사 측을 압박했다. 또 “16일까지 사측의 변화가 없다면 제3차 쟁의대책위원회에서 더욱 높은 수위의 투쟁 지침을 확정할 것”이라며 장기 투쟁 가능성도 시사했다.사측은 아직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16일을 사실상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회사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사 협상이 결렬될 경우 부분파업이 전면파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문제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글로벌 판매 둔화와 주요 시장 경쟁 심화로 실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회사는 하반기 그랜저와 아반떼 등 주요 신차 효과를 통해 판매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파업이 길어질 경우 양산 일정이 지연되고 출고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신차 생산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GM도 부담이 적지 않다. 한국GM은 생산 물량의 90% 이상을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GM 본사가 요구하는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경우 향후 신차 배정이나 생산 물량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생산 손실뿐 아니라 글로벌 고객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차 물량 배정과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노사 모두 조속한 타결을 위한 해법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현대차 노사 협상 결렬…노조 "교섭 의미 없다" 13일부터 부분파업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 협약(임협) 교섭이 결국 결렬되며 파업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회사가 15차 교섭에서 임금성 3차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납득할 수준이 아니다”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고, 다음 주부터 부분파업과 총파업 결의대회에 돌입하기로 했다.현대차 노사는 8일 열린 15차 본교섭에서 회사가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기본급 350%+1000만원+자사주 15주’를 담은 3차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는 직전 제시안보다 기본급 5000원, 성과금 50만원, 자사주 3주를 추가한 수준이다.회사 측은 이날 교섭에서 완전 월급제 시행과 노동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해 제도 도입과 적용 방안을 성실히 논의하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사내 자격증 시험제도 개선, 숙련재고용자 청년취업 지원수당 인상, 국가공인 자격증 취득 지원제도 신설, 통근버스 요금 인하, 신규 인원 200명 채용 등 일부 별도 요구안에 대해서도 추가 제시했다.그러나 노조는 핵심 요구안에 대한 회사의 입장 변화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차지부는 교섭속보를 통해 “15차 교섭에서도 사측은 핵심 요구안에 대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놓지 않았고, 추가 임금성 제시 역시 조합원의 기대를 저버리는 수준이었다”며 “더 이상의 인내도, 더 이상의 양보도 없다. 노동조합은 이 시간부로 갈 길을 간다”고 밝혔다.이중철 현대차지부장은 “임금성 제시 수준은 턱없이 부족하고 별도 요구안 핵심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더 이상의 교섭은 의미가 없다. 회사가 전향적인 제시 의향이 있을 때 교섭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4시 30분 15차 교섭은 종료됐으며 차기 교섭 일정은 정하지 못했다.반면 최영일 대표이사는 “임금성 추가 제시 등을 통해 조속한 타결 의지를 밝혔다”며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제시를 했다”고 강조했지만 노조의 입장을 돌리지는 못했다.교섭 직후 열린 제2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즉각 투쟁지침을 확정했다. 노조는 13일부터 위원회 상집과 대의원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단체교섭을 제외한 각종 협의와 공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파업 일정도 구체화했다. 노조는 13일과 14일 사업부·선거구별 보고대회를 겸한 2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하고, 15일에는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맞춰 전 조합원이 2시간 부분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판매·정비·남양·모비스위원회도 각 위원회 일정에 맞춰 파업 총량을 조정할 예정이다.업계에서는 노조가 사실상 파업 수순에 돌입한 만큼 회사가 추가 제시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여름휴가 이전 잠정합의가 무산될 경우 생산 차질과 실적 부담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플랜트건설노조 "교섭 나와라" 내달 '원청 겨냥' 첫 파업 예고
-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정유·석유화학 등 산업 설비 현장을 담당하는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이 내달 건설사와 발주사를 상대로 총파업에 돌입한다.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하청노조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단행하는 첫 파업이다.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에도 불구하고 원청이 교섭을 회피하면서 노란봉투법에 따른 노동계 ‘하투(夏鬪)’가 본격화하고 있다.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중 건설노조와 함께 연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플랜트노조는 전국 8개 지역의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가 모인 조직이다. 플랜트 건설은 아파트를 짓는 일반 건설과 달리 정유·석유화학 등 산업설비 현장에서 배관, 용접, 정비 보수 등을 담당한다.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소속회원들이 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원청교섭 쟁취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플랜트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발주사 4곳, 종합건설사 7곳 중 교섭 절차를 개시한 곳은 포스코,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단 3곳(27%)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하청노조와의 교섭장에 4차례 나오지 않다가 전날 교섭요구를 받은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하며 교섭 절차를 개시했다. 나머지 에스오일, 고려아연, SK에너지 등 발주사 3곳과 SK에코플랜트, DL이앤씨, 현대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는 노동위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플랜트노조는 합법적인 쟁의행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달 중 노동위에 조정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위에서 노사 입장 차가 커서 조정이 중지될 경우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노조는 쟁의행위권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을 고려해 건설노조와 연대하는 방식으로 내달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플랜트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조합원의 동의를 받은 상황이다.플랜트노조는 현장에서 노후설비는 방치되고 안전기준이 무시되는 탓에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주안 플랜트노조 위원장은 “발주사인 원청 대기업은 직접 노조의 정당한 교섭요구에 참여해 건설 현장의 안전과 건설 노동자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을 이용해 돈 자랑하는 원청사를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 해태로 법적 조치하고 오는 2일부터 이들 회사의 현장과 본사를 대상으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플랜트노조를 시작으로 건설노조 등 하청 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총파업을 하겠다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최근 중앙노동위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재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원청 사업장이 교섭 절차를 개시하지 않을 경우 하청노조가 부당노동행위(교섭 거부·해태)로 구제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랜트 노조는 이날 포스코, 에스오일, 고려아연 등 3개 발주사에 대해 교섭 해태 혐의로 서울노동청에 1차 고소장을 접수했다.이 위원장은 “포스코가 어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긴 했지만, 실제로 교섭에 성실하게 참여하겠다는 의중인지 아니면 이를 통해 또다시 교섭 기간을 연장하려는 것인지 두고 봐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포스코의 진정성을 믿어보고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플랜트노조는 내달 총파업과 별도로 오는 15일 열리는 민주노총 총연맹 차원의 총파업에도 참여한다. 이 또한 원청 교섭을 요구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 628개 노조에서 교섭을 요구했고, 그중 1%도 안 되는 4개 업체만 교섭을 시작했다”며 서로 다른 상급 단체 소속 노조의 분리 교섭을 인정하지 않는 노동위 결정도 지적했다.
- 현대차, 2년 연속 파업 위기…오늘 쟁대위 출범
-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출범하면서 7월 총파업을 향한 불을 지폈다. 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사 쟁점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2년 연속 파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30일 현대차 노조는 이날 쟁대위 출범식을 열고 올해 임금협상 투쟁 수위를 논의한다.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사진=뉴스1)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 교섭은 지금까지 11차례 진행됐다. 회사 측이 구체적인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2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쟁의 절차를 밟아왔다.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완전 월급제 시행, 상여금 800% 인상, 주 4.5일 근무제 도입, 정년 연장, 신규 인원 충원 등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했다.지난 24일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3만 7348명 중 3만 4371명이 찬성표를 던져 92.03%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찬성률 90.93% 대비 1.1%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이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파업을 진행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현대차 노조는 8년 연속 무분규 기록이 깨졌던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작년 임단협이 난항을 겪자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획득하고, 9월 3일부터 사흘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이동석 현대차 사장이 재교섭을 요구했고 재교섭을 거쳐 진통 끝에 9월 19일 임단협을 타결했다.29일 최영일 현대차 사장이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교섭을 다시 시작하자고 했지만, 노조는 조합원 노고에 대한 정당한 성과 배분이 필요하다고 했다.올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계열사 및 하청업체까지 동반한 대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는 오는 7월 15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특히 노동당국이 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을 인정하면서 하청 노조들의 기세가 등등하다. 금속노조는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들의 핵심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울산지노위에 시정을 신청했고 지노위는 3차례 심문 끝에 인정 결정을 내렸다.이에 따라 현대차 울산·아산·전주공장, 남양연구소, 판매대리점 등에서 생산·보안·급식·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는 물론,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하청 노조원들도 파업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 형님은 "순이익 30% 성과급", 아우는 "회장 나와"…사면초가 현대차
-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원·하청 노조가 내달 총파업을 위한 작업에 본격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협상 난항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 가운데, 계열사 하청 노조도 원청 교섭을 주장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명시된 원청의 하청 교섭 의무화 조항이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24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체 조합원 3만9668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총 3만7348명이 투표에 참여, 3만4371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92.03%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작년 90.9%보다 1.1%포인트 높은 파업 찬성률을 기록했다. 전체 재적인원 대비 찬성률은 86.65%다. 파업 투표 가결이 파업 돌입은 아니다. 노조는 우선 25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결과에 따라 파업권을 확보한 뒤, 실제 파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7월 15일 총파업을 예고한 만큼 노사 협상이 진전이 없을 경우 파업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현대차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완전 월급제 시행,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정년 연장(최장 65세), 신규 인원 충원 등을 요구했다.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000여명이 24일 오후 서울 양재 현대차그룹 본사에 모여 집회릉 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000여명이 24일 오후 서울 양재 현대차그룹 본사에 모여 집회릉 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현대차그룹 계열사 하청노조도 집단행동에 나섰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000여명은 이날 하루 파업 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의 원청교섭 대상은 현대제철이지만 그룹 본사를 상대로 파업 투쟁을 벌인 것이다.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지난해 현대제철에 원청교섭을 20차례 요구한 데 이어 올해도 4차례 추가로 요구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올해도 원청 교섭을 5차례 요구했으나, 현대제철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교섭을 거부하고 교섭요구사실 공고조차 게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노동당국이 최근 현대차에 하청과 교섭하라고 판단한 상황에서 하청노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을 인정했다. 울산지노위는 3차례 심문 끝에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들의 핵심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의 이날 파업 및 상경 투쟁은 이러한 기세를 업고 이뤄졌다. 노조는 “현대제철 원청교섭이 진전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현대차그룹 본사가 모든 그룹사의 원청교섭을 지휘·통제하기 때문”이라며 “진짜 사장, 재벌총수 정의선이 결단하라”고 촉구했다.완성차 업계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삽시간에 번지자 노란봉투법의 독소조항이 산업 현장의 혼란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그린푸드 하청 근로자들도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차 하청노조 10여곳의 공동 교섭요구 사례처럼 공정 통합과 라인 연동을 이유로 안전·성과급·근로시간 전반이 원청 교섭의무로 확대될 수 있다”며 “교섭·쟁의가 공급망 차질과 소비자 피해로 전이될 수 있다”고 했다.이어 “중앙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을 급식 협력업체인 웰리브지회 하청노조의 사용자로 인정한 사례처럼, 생산과 직접 관련성이 낮은 급식·세탁·청소·경비 업무까지 원청 교섭의무가 확대될 수 있어 사용자성의 무한확장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 'N% 성과급'도 파업 대상? 모호한 법이 갈등 키웠다
-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100일이 지나면서 성과급이 새로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기존 판례는 성과급을 파업 등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아 왔지만,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까지 확대하며 성과급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정면으로 맞서면서다.특히 최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을 단순한 임금 인상으로 볼지, 아니면 기업의 이익 배분과 경영권에 대한 사안으로 볼지에 따라 노사 관계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임금 협상을 넘어 영업이익 배분 등이 단체 교섭의 의제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원청과 하청노조가 동시에 성과급을 요구하는 ‘공동 하투’(夏鬪·노동계 여름투쟁)가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일각에서는 정부가 직접 삼성전자 노사 협상을 주도해 해석 범위를 확대한 만큼 대법원 판례가 나올 때까지 노사관계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N% 성과급’ 들불처럼 번져…전문가들 “N%는 쟁의 대상 어려워”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카카오, 현대차 노조는 각각 영업이익의 12%, 13~14%, 30%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와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카카오, 신세계 등 산업계 전반에서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는 상황이다.삼성전기 노사는 성과급 재원 규모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한국노총 가입 준비에 나섰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10일 창사 이래 첫 부분 파업에 이어 오는 29일 추가 파업을 진행하고, 현대차 노조는 오는 24일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한다.쟁점은 성과급이 노동쟁의 대상인지 여부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세 가지다.이중 노동쟁의 범위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되면서 노동계는 성과급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쟁의 범위가 확대하며 성과급을 파업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 것이다.전문가들은 일반 성과급의 경우 쟁의 대상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N% 성과급으로 불리는 ‘특별성과급’은 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영업이익이 전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임금, 성과급 등 비용을 모두 제외한 순이익을 의미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를 직원들에게 다시 분배하는 것이 성과급의 개념은 아니라는 얘기다.성과급은 말 그대로 A, B 등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개념인 반면 삼성전자가 도입한 특별성과급은 성과 측정 없이 영업이익을 배분하기 때문이다.또한 전문가들은 상법에 따라 영업이익과 관련한 결정은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들어 특별성과급의 경우 상법을 배제한 노사 협상안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적자가 나더라도 성과급을 준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고정적 성격의 성과급이 될 수도 있어 이것도 쟁점”이라며 “영업이익 성과급을 임금으로 봐야할지 등 여러 쟁점들에 대해 중노위든 법원이든 판정을 내리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원청·하청노조, 공동 하투…성과급 논쟁 일파만파하청노조도 원청에 성과급을 요구하기 시작하며 하반기 원청과 하청노조의 공동 하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의 물류 하청업체인 피엔에스로지스와 한화오션의 사외 하청 업체인 웰리브 등이 이미 원청에 성과급을 요구하는 행동에 돌입했다.노동위 판결이 대부분 하청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도 하청노조의 요구 확산에 힘을 싣는다.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법 시행 100일간 노동위에서 원청교섭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원청은 총 141개소다. 노동위는 103개소에 대해 판정을 내렸는데, 이 중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원청은 103개소(91.1%)에 달한다. 노동위가 원청 10곳 중 9곳에 대해 하청노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6~7월 중으로 원·하청 교섭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노위에 접수되는 조정 사건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심을 진행하는 중노위는 초심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마저 결정을 뒤집으며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중노위는 지난 4일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초심에서 기각 결정이 나왔던 중흥토건·중흥건설의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노란봉투법이 해석의 물꼬를 튼 탓에 하청 노조도 원청의 영업이익이 잘 나왔다고 해서 성과급을 요구하는 등 현장 혼란이 심각하다”며 “법을 모호하게 바꾼 탓에 ‘성과급’ 내용을 담아서 명료하게 재입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려면 4~5년 정도 걸릴텐데 문제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이 2년 정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게 전부 기업에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소액주주들로 구성된 투자자보호연합회 소속회원들이 지난 6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사측과 노조의 'N% 성과급' 합의 반대 및 '투자자보호원'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기고] 카카오는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뢰 회복은 아직 진행형이다
-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실적은 돌아왔다. 그러나 신뢰 회복은 진행 중최근 카카오(035720)의 모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카카오는 무너진 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다시 돈을 벌기 시작한 회사다. 그러나 존경받는 회사로 완전히 복귀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적의 숫자는 회복을 말하지만, 같은 시기 언론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사건들은 신뢰 회복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카카오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9,421억 원, 영업이익 2,11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66%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다. 숫자만 놓고 보면 카카오는 분명히 좋아지고 있다. 특히 플랫폼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는 점은 카카오의 본질적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카카오는 습관에 들어간 회사그렇다면 카카오는 어떤 회사인가. 가장 먼저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가진 회사’다. 이것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카카오톡은 메신저이지만, 동시에 광고판이고, 커머스 매장이며, 결제의 입구이고, 고객관리 도구다. 기업은 카카오톡 채널로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소비자는 선물하기와 톡딜을 통해 구매하며, 소상공인은 예약과 상담을 카카오 안에서 처리한다. 카카오의 힘은 기술의 화려함보다 생활 접점의 깊이에서 나온다.이 점에서 카카오는 네이버와 결이 다르다. 네이버 역시 쇼핑과 페이, AI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그 출발점은 ‘찾는 행위’다. 반면 카카오의 출발점은 ‘연결되어 있는 상태’다. 사람들은 궁금한 것을 찾을 때 검색창을 열지만, 사람과 연결될 때는 카카오톡을 연다. 검색은 필요할 때 들어가는 의도 기반 행동이고, 메신저는 하루 종일 열려 있는 관계 기반 습관이다. 카카오가 강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카카오는 앱이 아니라 습관에 들어간 회사다.◇인프라 회사가 견뎌야 할 더 엄격한 잣대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카카오는 더 엄격한 평가를 받는다. 국민 생활의 기본 인프라가 된 회사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장애가 나면 사회적 문제가 되고, 노사 갈등이 커지면 국민적 관심사가 되며, 계열사 문제가 터지면 곧바로 카카오 전체의 이미지가 흔들린다. 카카오는 이미 사기업이지만, 사기업처럼만 행동할 수 없는 위치에 와 있다.◇창사 이래 첫 파업이 던진 질문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지난 6월 10일 있었던 파업이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조가 동시에 4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2시간 부분 파업을 한 적은 있지만,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이 동시에 멈춘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표면적 쟁점은 성과급이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10%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는 데는 합의했지만, 지난 4월 지급된 500만 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할지를 두고 입장이 갈렸다. 회사는 RSU가 이미 성과급에 포함된 보상이라는 입장이고, 노조는 RSU와 성과급은 별개이며 영업이익의 13~14% 수준, 1인당 약 1,000만 원의 성과급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6월 29일 전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그러나 이번 파업은 단순한 보상 규모를 넘어 구성원들 사이에서 “회사가 좋아졌는데, 그 성과가 충분히 공유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는 실적 개선을 강조하고 있고, 일부 구성원들은 보상과 소통 측면에서 보다 설득력 있는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간극은 현재 카카오가 마주한 조직적 과제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기업의 위기는 보통 손익계산서에서 먼저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손익계산서가 좋아지는 순간에도 위기는 내부 신뢰에서 시작될 수 있다. 구성원이 회사의 설명을 납득하지 못하고, 보상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며, 계열사 직원들이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갖기 시작하면 회사는 숫자와 별개로 부담을 안게 된다. 카카오가 지금 마주한 과제는 수익성 못지않게 설득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계열사 리스크와 미국행 결정계열사 리스크도 적지 않다. 카카오는 하나의 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계열사와 서비스가 얽힌 플랫폼 그룹이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각 계열사의 문제가 카카오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인다. 본사는 “각 법인의 문제”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여론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카카오는 카카오다. 계열사의 갈등도, 서비스의 불편도, 고용의 불안도 모두 카카오의 문제로 인식된다.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ADR 추진 보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BoA메릴린치, UBS, 모건스탠리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재감사까지 진행하며 연내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상장 검토를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다. 2017년부터 투자해 온 2대 주주 TPG는 9년째 투자금 회수 방안을 찾고 있으며, 국내 중복상장 규제 환경 속에서 미국 시장이 새로운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전체 기업가치를 10조 원, ADR 상장 규모를 3조~4조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이는 카카오가 창업 초기의 성장기업을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조율해야 하는 대기업 집단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재무적 투자자는 회수를 원하고, 회사는 성장 전략을 설명해야 하며, 시장은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이용자와 파트너는 서비스의 공공성을 묻는다. 카카오는 더 이상 빠르게 성장만 하면 되는 회사가 아니다. 이제는 조정하고, 설명하고, 책임져야 하는 회사다.◇김범수 항소심, 또 하나의 그림자김범수 창업자 관련 재판 역시 카카오에 적지 않은 부담 요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기소된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갔고, 항소심 첫 공판이 오는 6월 24일 열린다. 이후 7월, 8월, 9월, 10월까지 매달 공판이 예정돼 있다.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는 점은 분명 중요하다. 다만 카카오는 당분간 관련 재판 진행 상황이 기업 평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안고 가게 됐다. 기업의 평판은 법적 유무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은 묻는다. 카카오의 의사결정은 충분히 투명한가. 인수와 투자, 계열사 운영 과정에서 책임의 선은 명확한가. 창업자의 영향력과 전문경영 체제는 건강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카카오는 거버넌스와 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시장의 질문에 계속 답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AI 전환, 그리고 자원 배분의 숙제물론 카카오는 변화를 선언하고 있다. 특히 AI 전환은 카카오가 최근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미래 전략이다. AI 모델과 서비스, ChatGPT for Kakao, 에이전틱 AI 플랫폼이라는 방향은 분명 흥미롭다. 카카오가 AI를 잘 활용하면 카카오톡은 단순한 대화 도구를 넘어 개인 비서, 쇼핑 상담원, 예약 도우미, 고객관리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대화의 맥락을 읽고 필요한 행동으로 연결하는 생활형 AI는 카카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그러나 여기에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회사는 노조의 보상 요구에 대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미래 성장 투자와 구성원 보상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AI 전환의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내부 구성원의 신뢰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카카오의 중요한 시험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AI가 광고 클릭률을 높이고 커머스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데만 쓰인다면 사용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AI가 이용자의 시간을 줄여주고, 소상공인의 일을 덜어주며, 고객 응대를 더 편하게 만들고, 정보 비대칭을 낮추는 방향으로 쓰인다면 카카오는 다시 국민에게 필요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술의 방향은 결국 철학의 문제다.지금 카카오는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지금 카카오를 바라보는 한 가지 관점은 이것이다. 카카오는 실적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신뢰 회복 역시 여전히 중요한 경영 과제로 남아 있다.카카오는 생활 인프라 회사다. 그러나 생활 인프라에 걸맞은 책임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카카오는 AI 전환을 선언한 회사다. 그러나 AI 혁신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실제 이용자 경험의 변화를 증명해야 한다. 카카오는 지금도 한국인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강한 회사다. 그러나 강한 회사라는 사실만으로 좋은 회사라는 평가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카카오의 세 가지 승부처앞으로 카카오의 승부처는 세 가지다.첫째, 카카오톡의 경제적 가치를 더 키워야 한다. 카카오톡은 여전히 카카오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광고, 커머스, 결제, 예약, AI 상담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은 한국에서 카카오가 거의 유일하다. 이 자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둘째, 계열사 문제를 “각자 법인의 일”로만 다루지 말아야 한다. 카카오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순간 책임도 함께 공유된다. 계열사 리스크가 반복되면 본사의 브랜드 신뢰도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에는 더 정교한 그룹 거버넌스와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셋째, 내부 구성원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기업은 외부 고객에게만 브랜드를 파는 것이 아니다. 내부 구성원에게도 미래를 팔아야 한다. 구성원이 회사의 미래를 믿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실적 발표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실적 회복은 시작일 뿐이다카카오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꾼 회사다. 메시지를 보내고, 선물을 주고, 택시를 부르고, 결제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 대부분이 지금도 카카오를 거쳐 간다. 그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일상을 바꾼 회사는 일상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플랫폼이 커질수록 질문도 커진다. “얼마나 성장했는가”보다 “어떻게 성장했는가”가 중요해진다. “얼마나 벌었는가”보다 “누구와 나누었는가”가 중요해진다. “어떤 기술을 도입했는가”보다 “그 기술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가 중요해진다.카카오는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카카오는 다시 믿을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는가. 최근 석 달간 언론에 비친 카카오의 모습은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실적 회복은 시작일 뿐이다. 진짜 회복은 신뢰가 돌아올 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