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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으로 집값 잡겠다는 세 번째 실험[안종범의 나라살림]
-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요즘 화제의 영화 ‘오디세이’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초기작 ‘메멘토’는 기억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다. 방금 겪은 일조차 기억하지 못해 혼란을 되풀이하는 주인공을 보며 요즘 부동산 정책이 떠오른다. 집값이 오르면 투기 수요부터 문제 삼고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올린다. 공급은 뒤로 밀린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보았던 장면이 이재명 정부에서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세 정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수요 억제를 통한 가격 안정’이라는 사고방식이다. 그 중심에 조세가 있다. 세금이 본래 기능을 넘어 집값을 잡고 다주택자의 행동과 주택 소유구조까지 바꾸는 수단으로 동원된다. 지난 20여 년의 경험은 이 방식의 한계를 이미 보여줬다.노무현 정부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데 이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시행했다. 보유와 양도에 무겁게 과세하면 투기 수요가 줄고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보유 부담과 양도세를 함께 높이자 집을 시장에 내놓기보다 버티는 것이 유리해졌다. 팔도록 압박하려고 세금을 올렸는데 오히려 팔지 않는 ‘매물 잠김(Lock-in)’이 발생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56.5%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실험의 강도를 훨씬 높였다.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을 6%까지 높이고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했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에는 기본세율에 2주택 20%포인트, 3주택 이상 30%포인트를 가산했고 취득세율도 최고 12%까지 올렸다. 보유해도 사도 팔아도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게 한 것이다. 시장은 또 다른 출구를 찾았다. 양도세가 높아지자 증여를 택했고 보유세가 무거워지자 지방이나 외곽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핵심지역의 ‘똘똘한 한 채’로 몰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아파트 증여는 2만 3675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다주택을 억제하려던 정책이 핵심지역 고가주택으로 자산을 집중시키는 유인을 만든 것이다.세금 부담은 집주인에게서 끝나지도 않았다. 보유비용 증가를 임대료에 일부 전가시키는 ‘조세 전가(Tax Shifting)’가 일어났다. 임대차 규제까지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졌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책의 비용을 무주택 청년과 서민이 부담하는 역설이 나타났다.그런데 이재명 정부도 두 정부가 실패한 실험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2022년부터 이어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끝냈다. 이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파는 다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2주택), 30%포인트(3주택 이상)가 다시 가산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게 됐다. 8월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종부세를 주택 가액과 거주 여부 중심으로 바꾸면서 1가구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거주 주택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반면 비거주 주택은 9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다. 다주택자는 현행 9억원 공제를 기본 4억원에 거주 주택가액 비중에 따른 추가공제를 더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특히 주목할 것은 ‘똘똘한 한 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똘똘한 한 채’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고 효율적으로 투기할 기회를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1주택이라도 ‘거주용’과 ‘투자·투기용’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여기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세금으로 정부가 원하는 대로 국민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정책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으로 보는 발상이다. 높은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지 않고 버티거나 다주택 중과를 피해 ‘똘똘한 한 채’를 지키고 비거주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죄악이 아니다. 국민은 자신의 사정과 정부가 만든 제도 안에서 선택할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세금을 올려 ‘똘똘한 한 채’ 선호를 키웠고 이재명 정부는 그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그 ‘똘똘한 한 채’까지 세금으로 누르려 한다. 세금이 만든 왜곡을 또 다른 세금으로 고치려는 셈이다.세금으로 사람의 행동을 교정하려다 엉뚱한 결과를 낳은 사례는 역사에도 많이 등장한다. 1696년 영국은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창문세(Window Tax)’를 도입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세금내는 대신 창문을 벽돌로 막았다. 반대로 로마의 아우구스투스는 자의적인 징세 관행을 정비하고 센서스를 토대로 과세기준과 징세체계를 명확히 했다. 이렇게 세제를 단순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인 것은 로마의 안정과 번영을 뒷받침했다. 두 사례가 주는 교훈은 같다. 좋은 세금은 사람의 행동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단순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세금은 복잡하고 자주 바꿀수록 경제주체의 선택을 왜곡하고 불확실성을 키운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은 정반대였다. 집계 기준에 차이는 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많게는 20여 차례, 문재인 정부에서는 28차례로 집계될 정도로 부동산 대책이 반복됐다. 이재명 정부도 6·27 대출규제, 9·7 공급대책,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올해 1·29 도심 공급대책에 이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세제개편안까지 잇따라 내놓았다. 대책마다 대출·세금·규제 기준이 달라지니 시장은 ‘다음 대책’을 예측하며 움직인다. 잦은 대책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복잡한 세제가 시장을 다시 왜곡하는 악순환이다.이제 조세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장 안정의 정공법은 수요가 있는 곳에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주택은 인허가에서 완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시간 비탄력적(Time-Inelastic)’ 재화다. 수요 억제에 매달리다 집값이 오른 뒤 공공부지를 급히 찾아내는 ‘벼락치기 공급’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용산공원 같은 미래 세대의 핵심 도심 녹지까지 단기 집값 대책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그래서 시장 원리를 복원하는 세 가지 정상화가 필요하다. 첫째, 징벌적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고 단순화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 거래의 퇴로를 열고 종부세와 재산세의 관계도 정비해야 한다. 둘째, 도심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등 규제를 합리화하고 역세권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민간 임대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다주택자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장기 임대 공급자로 인정하고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 주거 인프라 로드맵을 확립해야 한다.정부가 바꿔야 할 것은 국민의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왜곡하는 정책이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세 번째 실험보다 지난 두 번의 실패를 기억하는 것이 먼저다.
- 종부세 인상 전 ‘다주택’ 퇴로 열어준다…'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유력
-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박순엽 기자]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세제상 ‘퇴로’를 마련한다. 지난 5월 9일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내년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전까지 한시적으로 재운영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한성숙 국무총리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한도 설정, 다주택자의 보유세 강화 시 매물을 내놓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것, 은퇴 후 지방으로 이주하는 분들의 세 부담 절감 등 여러 건설적인 의견이 부동산 토론회들에서 나와 적절히 정책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이 가운데 다주택자를 향한 ‘퇴로’ 언급은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의 ‘한시적 부활’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1월부터 5월 31일까지,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라는 분석이다.여기엔 내년부터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이날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두 번째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다주택자의 세 부담 정상화를 위해 기본공제(1주택자 12억원·다주택자 9억원)·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60%)·세율(0.5~5.0%) 조정을 부동산세제 개편 방향으로 제시했다.이 가운데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문재인정부에서 2018~2021년 80%에서 95%까지 단계적으로 올렸던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정부에서 60%까지 내린 이 비율을 매년 계단식 상향할 수 있단 얘기다. 시가 약 15억원, 공시가격 10억원인 주택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현재보다 10%포인트 오를 경우 종부세 부담이 연 200만원가량 늘어난다.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5월 다주택자 중과 유예를 종료하면서 호가를 낮춘 매물이 3만건 이상 늘어나 가격상승폭이 줄었다고 긍정 평가했듯이, 한 번 더 연장해 매물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중과유예 종료 전 팔지 못한 다주택자 매물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나오면 주택가격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며 “잔금일을 내년 5월 31일 이전으로 맞춰 팔려는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정부는 은퇴 고령자의 지방 이주 시에도 양도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 매물 증가 유도라는 정책 실효성을 위해 세제 혜택은 한시적으로만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거주용 1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거나 실거주 기간을 따져 추가 혜택을 주되, 비거주 주택 및 양도차익이 큰 초고가 주택은 공제한도를 설정하거나 거주 중심 공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거주 ‘1가구 1주택’에 대해선 최대 80%의 장특공제 혜택에서 ‘보유’ 요건을 없애고 거주 공제로 전환한다.종부세에서는 종부세를 피할 수 있는 상한선인 ‘공시가격 12억원’을 상향 조정하고, 고령자의 거주용 1주택에 종부세 납부유예 요건을 완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과세 기준은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바꿀 방침이다.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거주하는 집과 거주하지 앟는 집, 다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세 부담의 차등화를 고려할 것”이라며 “정부는 세 부담의 합리화, 정상화 측면에서 세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을 뿐 국민들에 세 부담을 넓힌다거나 징벌적으로 인상하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재경부는 오는 30일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올해 부동산세제 개편안을 최종 확정, 다음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평가는 벌써부터 엇갈린다. 정부 한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세제 강화 수준이 낮아지면서 여권 강성지지층으로부터 반발을 살까 걱정”이라고 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세제가 지금보다 더 복잡해질 수 있다”며 “핀셋 증세라 해도 세 부담이 느는 이들의 조세저항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 당정, 30일 비공개 간담회...부동산 세제 막판 조율
-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다주택자와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포함한 하반기 부동산 세제개편안의 막판 조율에 나선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달 30일 국회에서 하반기 세제개편안 논의를 위한 비공개 당정간담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정부에서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당정은 지난 14~16일 열린 분야별 경청토론회와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세제개편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관심사는 종부세 개편 수위다. 정부는 종부세 기본공제부터 세율 적용 기준, 초고가주택 과세 구간까지 폭넓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현행 종부세는 개인별로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뒤 9억원을 기본공제한다. 1세대 1주택자에게는 12억원의 공제액을 적용한다.사진은 19일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정부 안팎에서는 공시가격 30억원 이상 초고가주택에 별도의 과표구간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앞서 대토론회 사전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초고가주택의 기준으로 30억~50억원 이상이 제시됐다. 다만 구체적인 가격 기준과 세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종부세 세율 적용 기준을 보유 주택 수에서 주택자산 합산가액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주택자에게 일률적으로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방식 대신 전체 보유 주택의 가액에 따라 세 부담을 정하고, 초고가주택 구간을 별도로 두는 방식이다.이는 같은 자산가액이라도 고가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보다 중저가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에게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문제를 보완하려는 취지다. 동시에 1주택자에게 집중된 공제 혜택을 손질해 ‘똘똘한 한 채’ 선호와 일부 지역으로의 투기 수요 쏠림을 막겠다는 것이다.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비거주 1주택자나 비거주 목적의 다주택자에게는 보유세 부담을 높이고 실거주 1주택자는 상대적으로 우대하는 방식이다. 토론회에서는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기 위해 실거주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10년 이상 보유하고 거주하면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모두 80%까지 양도차익을 공제받을 수 있다. 당정은 단순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율은 축소하고 실제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 비중을 높이거나, 장기보유특별공제에 별도의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다만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입원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적으로 집을 비운 경우까지 비거주 주택으로 볼지를 놓고서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대통령은 대토론회에서 “실거주라고 하지 말고 앞으로는 구분 기준을 거주용, 주거용으로 하자”며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시적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주택은 실거주 주택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다주택자 세제 역시 주요 논의 대상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지난 5월 종료되면서 현재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를 가산한 세율을 적용받는다.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다주택자가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양도세 부담을 일부 낮춰 매물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도세의 경우도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를 설정하는 것, 또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가 강화됐을 때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것, 은퇴 후 지방으로 이주하는 분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 등 여러 건설적인 의견이 나왔다”면서 “적절하게 정책에 반영하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택 수 대신 가액으로…실거주 우대·초고가 공제 수술해야"
-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조세, 부동산 전문가들이 현행 부동산 세제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과 조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세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최대 80%에 달하는 고가 1주택자의 공제 혜택을 축소하고, 장기적으로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기조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종부세 과세기준 ‘가액’으로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보유세와 거래세(양도소득세) 개편 방향을 두고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전문가들은 현행 보유세의 핵심 축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주요 개선 과제로 주택 수 기반의 과세 체계와 높은 세액공제 비율을 꼽았다. 동일한 자산 가치를 보유하고도 주택 수에 따라 세금 부담이 갈리는 구조가 지방 주택 소유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설명이다.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시가격 15억원짜리 주택 1채 소유자의 종부세는 약 90만원인 반면, 15억원을 2채로 나눠 가진 소유자는 192만원으로 세금이 2배가량 높다”며 “지방의 여러 채보다 수도권 1채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 구조를 가액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종현 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 역시 “거주 주택과 투자 주택을 분리해 과세하되, 과세 기준은 주택 수보다 주택 가액으로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다”고 말했다.최대 80%에 달하는 1세대 1주택자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가 종부세 본연의 기능을 약화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심충진 건국대 교수는 “연령과 보유 기간에 따른 80% 공제로 종부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약화했다”며 “실거주 5년 이상 시 10% 공제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거주 시 최대 40%만 공제해 연령 공제와 합쳐도 최대 한도를 6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윤상 KDI 연구위원은 “가액에 비례해 부과하는 보유세를 고령층이나 장기 보유자라고 정률(80%)로 감면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구조”라며 “공제 혜택 대신 납부 유예 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초고가 주택에 대한 실효세율 인상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과거 종부세는 낮은 세율과 잦은 제도 변경으로 시장 교정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4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소유자 약 3만명을 대상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을 1% 이상으로 인상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다주택 매물 출회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보유세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창하 한양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보유세 부담(1.23%)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95%)을 상회한다”며 세제 강화와 함께 공급 확대 및 지역 균형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랩장 또한 “급격한 과세 강화는 매물 감소와 월세 전가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제한적인 인상을 제안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 참석해 박수 치고 있다.◇양도세 장특공제 혜택 축소양도세 논의에서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장기 보유에 대한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고 평가했다.조정은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전국 주택의 97%에 해당하는 12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가 전액 비과세되는 반면, 초고가 아파트에는 장특공제 80%가 더해져 조세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5년간 보유해 40억원의 차익을 얻은 강남 아파트의 양도세 실효세율은 7% 수준인데 반해, 같은 기간 42억원을 번 근로소득자는 30%의 세금을 부담한다”며 “주택 장기 보유를 이유로 80%를 공제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역시 “10년 거주로 10억원의 양도 차익을 거둔 경우 양도세 실효세율이 1% 수준인 반면, 10억원의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25%에 달한다”며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양도세 혜택은 폐지하고, 실거주 혜택을 부여하더라도 기준을 근로소득세 실효세율보다 높게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부동산 거래 정상화를 위해 양도세 부담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양도세가 매도 시점을 지연시키는 ‘매물잠김’ 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문윤상 연구위원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후 매물이 감소한 사례처럼 양도세는 가격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며 “보유세 중심으로 세제를 개편하되, 납부한 보유세만큼 양도세를 감면해 조세 저항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함영진 랩장은 “서울 지역은 지난 5월 양도세 중과 이후 매물이 8만호에서 6만호로 감소했다”며 “규제 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10~20%포인트가량 낮춰 매도 유인을 제공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수 대표 역시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2~3년의 기한을 두고 양도세 감면 혜택을 제공해 매물을 유도하되, 반복적인 투기를 막기 위해 해당 혜택은 평생 한 번만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10억이 15억 된 집값, 생애 최초 '6억 대출한도' 토론 핵심 의제로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정부가 다음 주부터 네 차례에 걸쳐 개최할 부동산 공개 토론회에선 청년층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의 적정성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전·월세 가격뿐 아니라 주택 매매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실수요자임에도 6억원 한도로 인해 집을 못 사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1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이면서 주택 매입 잔금을 치르는 데 어려움이 커진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6억 한도 때문에 집 못 산 청년, 그들을 위한 일인가”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0일 부동산 토론회 관련 브리핑을 열고 “14일부터 16일까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가 각각 공급, 금융, 세제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고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대토론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당초엔 15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주재의 대토론회가 23일로만 연기되는 듯 했으나 이에 앞서 세 차례나 더 토론회를 개최키로 한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 1년 간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이 상당히 달라졌다”며 “이전 정책을 만들 때 사용했던 모델을 적용했을 때 어떤 방향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부처별로 중요 주제를 논의한 뒤 어느 정도 의견의 가닥을 정리해 대통령이 참석하는 토론회에서 다시 논의하는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토론회의 핵심 주제로 청년층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 적정성이 떠오르고 있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는 규제지역이라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 아닌 70%가 적용되지만 작년 6.27 대책에 따라 이들 역시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다. 주택 시세가 15억원 이하인 경우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이 적용된다. 문제는 무주택자들이 너무 높은 전·월세 부담을 피해 주택 매수로 전환하고 싶어도 10억원 안팎, 15억원 안팎의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해 최대 6억원의 대출을 받아도 집을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즉, 청년층·생애최초주택구입자 등 실수요자에게도 똑같이 6억원의 대출한도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가 토론회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전·월세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고, 임차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집을 사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는 청년들도 있다”며 “아주 큰 금액이 아닌 데도 6억원이라는 대출 한도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10억원 짜리 주택이 12억원이 되고, 12억원이 14억~15억원으로 오르고 있다”며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로 이를 막는 것이 청년들을 위한 일이냐는 고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실장은 “(KB국민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이면서 바로 영향을 받게 됐다는 청년들의 사연을 오늘 문자로 받았다”며 “청년들이 결혼하고 맞벌이하면서 ‘우리 앞으로 30년, 40년 동안 일해 소득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자산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외면하는 것이 맞느냐냐”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은 올해 들어 이달 첫째 주까지 5.42%(주간 기준)씩 올랐다. 성북구 길음1단지 래미안(84㎡)은 작년말까지만 해도 10억원대였으나 지난 달 13억원대에 거래됐다. 김 실장은 “정부 내부에선 어렵게 대출 규제를 만들어놨는데 이를 완화하면 15억원 안팎의 주택 시장이 더 뜨거워질 것이고, 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며 “최종 결정은 열어놓고 좋은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보유세 등 과세 강화 원칙은 지킬 것”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재개할 때부터 반복적으로 언급했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의 원칙에 대해선 변화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김 실장은 보유세 강화 기조가 바뀔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가 모든 사안을 공론장에서 인기투표하듯이 결정할 수 없다”며 “정부에는 주거 안정 등 공익 목적이 있고, 세제와 과세 원칙도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과정에서 밝힌 세제의 원칙은 정책 검토의 기본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토론회를 거쳐 7월말 또는 8월초 세제개편안을 마련,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세제개편안에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보유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중 보유 공제를 축소·폐지하는 내용의 양도소득세 강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주택 공급 대책 역시 토론회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정부는 작년 9.7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총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수요가 높은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에 2만 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2028년 착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용산국제업무지구, 태릉CC부지 및 육사 부지, 과천 경마장 등 유휴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여전히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를 겪고 있다. 주택 공급을 위해선 서울시 등과의 협의가 중요하다. 김 실장은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 정부는 주택 공급과 도시계획에서 중요성이 크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 중 국토부가 법, 제도를 통해 지원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서울시가 전달할 의견이 있다면 서울시 관계자가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