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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치미술가 이경호 "기후 위기는 이제 일상의 영역"...'노아의 방주' 만든 이유
-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산업전문기자] 설치미술가 이경호 작가가 연이어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노아의 방주-오래된 미래, 서기 2200년 연미산에서...’이경호 작가는 최근 임수미 총감독이 기획한 ‘2020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에 설치 작품 ‘노아의 방주’를 선보였다. UStudio(제작 장태산·조상철, 기획보조 엘라)라는 프로젝트 그룹의 도움으로 이경호 작가 총괄기획을 맡아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기후 위기로 미래에 또 다른 대홍수가 벌어진 이후 벌어질 상상을 공주시에 있는 연미산 언덕에 방주로 표현했다. 숲 자락에 선미가 땅에 박힌 방주 안에는 작품의 제작 과정,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 등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공간도 마련했다. “작품명을 정확하게 소개하자면 ‘노아의 방주-오래된 미래, 서기 2200년 연미산에서...’입니다. 디자인을 한 기간 빼고 설치하는 데만 70일 남짓 걸렸습니다. 연미산 아래에서 중턱까지 기계 도움 없이 사람의 힘만으로 자재를 옮기느라 애도 많이 썼습니다. 자연과 함께 공존하자는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아 보람 있는 작품 활동이었습니다.”이경호 작가는 1987년부터 2000년까지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귀국 후 미디어시티 국내외 미술제와 비엔날레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99년 50주년 기념 프랑스 파리 쌀롱 죤느 뼁트르 전에서 ‘Espace Paul Ricard’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허공으로 띄우거나 바닥에 날리는 일명 ‘검은봉다리’ 연작을 선보였다. ‘검은 봉다리’는 유명 건축물인 프랑스 롱샹성당,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 피사의 사탑,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등을 베경으로 만들어졌다. 건축물로 둘러싸인 도시, 산과 강이 보이는 자연 등에서 하늘에서 날리고 땅에서 뒹구는 ‘검은 봉다리’는 허무, 비판 등 다양한 형태의 무언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경호 작가의 ‘검은봉다리’ 연작의 일부“검은 비닐봉지, 그러니까 슈퍼마켓에 물건을 담아주는 일반적 비닐봉지로 생태 운동의 주요한 모델로 제시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장소에서 사진 혹은 드론 촬영으로 시리즈를 만들었죠. 비닐봉지는 인간의 일상에 함께하는데, 어느 나라는 투명하기도 어느 나라는 흰색이기도 하죠. 그 비닐봉지가 검은 ‘석유덩어리’로 보이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죠.”이 작가는 최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이 내다보이는 한 건물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이 작가의 컴퓨터에는 기후 변화의 현재와 곧 닥칠지 모를 암울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영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작가는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에 거대한 빙하가 거꾸로 잠긴 형태의 작품, 넓은 들판에 빙하를 상징한 거울 형태의 설치미술 등을 하나씩 설명해갔다. 이 작가는 앞서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작품으로 빙산이 녹고 있는 형태와 그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지구를 형상화한 적도 있다.“아이를 늦게 낳았어요. 아이를 위해, 미래의 후손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죠. ‘검은봉다리’ 연작도 아이와 함께 만들기도 했어요. 최근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에 집중하는 이유도 미술가로서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죠.”이 작가가 기후 변화에 대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때는 ‘지구와 사람’이라는 이름의 포럼에 참석한 이후였다.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질 무렵 환경 변화, 기후 위기에 대한 충격적인 현실의 재앙을 목도했다. 이 작가는 ‘사피엔스’ ‘지구의 정복자’ 등 몇몇 베스트셀러의 내용도 소개하면서 기후 위기의 현재를 진단했다. 지구의 온도가 현재보다 6도 올라가면 대멸종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마크 라이너스의 예측도 소개했다. 지난 대멸종에서 몇몇 종이 사라진 것처럼 이번 대멸종에는 인간이 사라질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담은 한 책의 내용도 들려줬다. 이 작가는 기후 위기를 우려하는 미술가로서 작품을 통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창원비엔날레, 금강비엔날레 등에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작가가 아닌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구성원으로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습관도 많아요.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탄소제로 활동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5년 여 전에 전기차로 이동수단을 바꿨고, 사는 아파트에도 태양열 전기를 도입했어요. 미술이든 일상이든 달라진 현재가 우리 아이의 안전한 미래를 만든다고 생각해요.”이경호 작가
- 미디어아트로 부활한 귀신, 간첩, 할머니…
- 미카일 카리키스 ‘해녀’(사진=서울시립미술관)[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980년대 중반 38선 인근 군사도시에 살던 아이들 사이에서는 홍콩할매귀신 이야기가 유행했다. 홍콩의 할머니귀신이 한국에 나타나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얘기였다. 어느 날 홍콩할매귀신이 간첩으로 둔갑했는데 홍콩으로 돌아간 진짜 홍콩할매귀신 대신 간첩이 내려와 아이들을 납치해 북으로 끌고 간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은 겁에 질렸다. 이런 풍문을 들은 어른들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수상한 사람을 보면 바로 ‘113’으로 신고하라고 했다. 기자가 겪은 실화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오는 11월23일까지 미술관 서울 서소문 본관과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미디어아트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14’를 개최한다. 17개국 42명(팀)의 작품 230여점을 선보이는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귀신 간첩 할머니’다. 주제는 지나간 시절 풍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도대체 귀신과 간첩, 할머니는 미디어아트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2000년 처음 시작한 ‘미디어시티 서울’은 여타 국내 비엔날레와 달리 동시대 예술을 중심으로 특히 과학과 테크놀로지 및 인문학의 교류와 통섭에 기반한 미디어 작품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올해로 8회째다. 그간 민간위탁사업으로 2년마다 개최하다 지난해 미술관 직영사업으로 전환했다. 박찬경 예술감독은 “귀신은 아시아의 잊힌 역사와 전통을, 간첩은 냉전의 기억을, 할머니는 여성과 시간을 비유한다”며 이번 ‘미디어시티 서울’의 주제를 설명했다. 그러나 출품작은 꼭 주제와 연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박 감독은 “출품작은 이러한 주제를 훌쩍 넘어서기도 하고 비켜가기도 하는 풍부한 가능성의 상태로 관객 앞에 놓여 있다”며 “‘귀신 간첩 할머니’는 전시로 진입하는 세 개의 통로로서 아시아를 아우르는 주제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박 감독의 말처럼 전시에는 간첩과 귀신, 할머니에 한정된 작품보다는 ‘아시아’라는 지역의 전통과 역사, 현재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대만의 자오싱 아서 리우의 14분짜리 비디오작품인 ‘코라’는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출발해 티베트고원을 지나 카일라스산까지 순례하는 과정을 담았다. 한국의 배영환은 무당과 군부대가 공존하는 인왕산을 기존의 작품 ‘오토누미나’와 혼합한 ‘만년 동안의 잠, 인왕산 선바위’를 선보인다. 민정기는 기존의 진경산수로 그려진 겸재 정선의 ‘금강산 만물상’을 원형구도로 해체한 후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자오싱 아서 리우의 14분짜리 비디오 작품인 ‘코라’의 한 장면(사진=서울시립미술관)일본의 요네타 토모코는 ‘적운’ 연작 중 ‘히로시마 평화의 날’이란 사진작품을 통해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진과 원전사고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무기력함을 표현한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미카일 카리키스는 제주도의 해녀마을에서 3개월간 머문 뒤 ‘바다 노동자’ ‘노년 여성의 일’ 및 독특한 ‘소리문화’에 초점을 맞춘 작업 ‘해녀’를 설치했다. 작품의 소리와 이미지를 통해 바닷일을 하는 노년 여성의 집단 노동과 일상, 공동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해녀들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아울러 해녀의 숙소에서 녹음한 전통노동요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 외에도 출품된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아시아 고딕(11~17일), 냉전극장(10월 14~19일), 그녀의 시간(11월 4~9일), 다큐멘터리 실험실(11월 18~23일) 등 다양한 주제로 묶인 영화들이 상영된다. 이 가운데 ‘엉클 분미’로 2010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초기작인 ‘유령의 집’과 ‘뱀파이어’는 ‘아시아 고딕’ 기간 중 상영된다. 이밖에 ‘냉전극장’ 기간 중에 상영되는 장 클로드 보나르도 감독의 프랑스영화 ‘모란봉’은 1958년 북한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프랑스에서도 상영금지가 됐던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미디어시티 서울’ 홈페이지(www.mediacityseoul.kr)에 접속하면 기본 정보를 비롯해 오디오가이드, 교육자료, 포럼자료 등을 다운받을 수 있다. 배우 박해일과 최희서가 각각 국문과 영문 오디오가이드 녹음을 맡았다. 관람은 무료다. 02-2124-8800. 다무라 유이치로 ‘세와료리스즈키보초’(사진=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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