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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포 보존 논란 ‘세운지구’ 재개발 시동...‘을지면옥은 결국 철거’
- 세운지구 사업추진 현황도.(이미지=서울시 제공)[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세운지구’ 재개발이 다시 시동을 건다. 지난해 1월 을지면옥 등 ‘노포(老鋪) 보존’ 논란이 일며 사업 전면 중단과 함께 재검토에 들어간 지 1년 2개월여 만이다. 종전 ‘개발·정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세운지구는 ‘보전·재생’이라는 틀에서 다시 사업 방향을 세웠다. 특히 재개발로 인한 철거로 터전을 잃은 상가 세입자에겐 임시 영업장을 마련해주고, 이후 일대에 공공임대상가에 지어 수용하기로 했다.◇세입자 이주 대책 마련 후 ‘순환형’ 정비서울시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 재검토 발표 이후 1년여간 상인과 토지주, 사업시행자, 전문가 자문 등 80여 차례가 넘는 논의와 설문, 인터뷰 등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대책은 크게 3가지 틀을 확보햇다. △기존산업 보호 및 신산업 육성 위한 공공산업거점 8개소 신설 △정비구역 해제구역은 도시재생 추진 △세입자 이주공간 등 대책 마련 후 정비사업 추진 등이다.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존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은 지역 산업생태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에 대한 조사·분석이 다소 미흡했다”며 “이번 종합대책은 공공성이 강화된 정비사업을 유도하고 붕괴 우려가 있던 기계·정밀 등 도심산업생태계 보전을 위한 실행력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가장 먼저 기존에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구역은 세입자 이주 공간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순환형 정비’로 사업 방식을 바꿨다. 종전의 ‘전면 철거 방식’은 세입자 이주 대책이 없거나 매우 미흡했지만, 이번 ‘순환형’ 정비사업은 세입자 이주 공간 마련이 핵심이다.시 관계자는 “종합대책 수립 과정에서 실시한 설문·인터뷰 등을 통해 나온 상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라며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구역 내 세입자들은 이주비나 임시사업장 같은 대책 마련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관리처분을 앞둔 세운3구역(3-6,7구역)은 세입자에게 사업시행자가 확보한 임시 영업장을 제공한다. 이후 2021년에 세운5-2구역에 서울시와 LH가 공동 조성하는 지식산업센터(약 100호)에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직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인 나머지 구역들도 정비사업 기간 중 세입자가 입주할 임시영업장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구역별 산업특성을 고려한 세입자 대책을 수립·이행토록 했다.임시 영업장은 구역 내 기존 건축물과 도로변에 대체 영업장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지어진다. 건립 및 운영은 사업시행자 몫이다. 또 사업시행자는 이 계획을 정비계획에 반영해야 관리처분 인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당초 지난해만 해도 ‘원형 보존’을 추진했던 을지면옥은 결국 철거수순을 밟게 됐다. 시는 그간 강제철거 금지를 원칙으로 보전방안에 대해 소유자 및 사업시행자와 협의했으나 당사자간 의견이 서로 달라 철거에 이르른 것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을지면옥 측에서 원형보전은 반대하고, 신축건물 입점을 원하는 것을 수렴했다”며 “다만 철거가 될 경우 기존 을지면옥 터를 알릴 수 있는 조형물을 세우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공공산업거점 8곳 신설…공공임대상가 700호 공급아울러 시는 세운지구 내 공공산업거점 8개소를 신설해 기존 산업생태계를 보호하고 청년층도 유인해 지역 활성화를 꾀하기로 했다. 특히 이곳에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상가’ 700호 이상을 확보해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를 최대한 수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청년창업지원시설 등 신산업 육성공간으로 조성한다.공공산업거점은 서울시와 중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공공부지, 기부채납 부지 등을 활용해 지을 계획이다. 기계·정밀, 산업용재, 인쇄 등 각 구역별 산업입지 특성을 반영해 공공임대복합시설이나 지식산업센터로 짓는다.산업거점공간 조성 구상안.(이미지=서울시 제공)무엇보다 정비사업에서 해제된 구역은 도시재생활성화사업 등 ‘재생’ 방식으로 관리된다. 현재 세운지구는 크게 8개 구역으로 이뤄졌고, 이 구역은 더 세밀하게 쪼개 총 171개 중·소규모로 정비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이중 152곳이 사업시행인가 신청 없이 5년이 경과해 일몰시점이 경과됐다. 시 관계자는 “152개 구역은 △세운2구역 35개소 △세운3구역 2개소 △세운5구역 9개소 △세운6-1,2,3,4구역 106개소 등이다”며 “향후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통해 해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햇다.서울시는 4월까지 일몰 관련 행정절차를 완료하고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가 10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이번 종합대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담아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연내 수립할 계획이다.
- [미식로드 추석결산①] 뜨끈한 '국물' 한입에, 추석 피로 '안녕'
-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올초, 경북 울진의 곰치국을 시작으로 미식로드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매주 소문난 맛집이나 오래된 노포를 찾아 전국을 헤메다녔다. 미식로드를 통해 소개한 전국의 음식은 무려 30개에 달했다. 이에 추석을 맞아 추석에 어울리는 음식 ‘’개를 모아 정리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귀경길에 오르기 전, 가까운 노포나 맛집을 찾아 고향의 맛을 기억해보자. 처음 소개할 미식로드의 테마는 ‘국밥’이다. 뜨끈한 국물에 밥 한숟갈 말아 먹는 국밥의 매력에 빠져보자.나주곰탕 할매집◇나주의 3대 별미 중 하나인 ‘나주곰탕’전남 나주의 ‘3대 별미’ 중 하나로 꼽히는 대표음식이다. 나주시 중심가에 있는 조선시대 관아 건물 금성관 앞에 가면 곰탕 전문식당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과거 벼슬아치들도 곰탕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곡창지대인 나주에서는 곰탕 재료인 소가 그만큼 흔했다. 곰탕이 만들어진 사연도 뜨끈한 국물만큼이나 훈훈하다. 곰탕은 나주 읍성 내 오일장을 찾는 장돌뱅이들과 주변 고을에서 장을 보러 온 백성에게 국밥을 팔던 것에서 유래했다. 소고기가 귀했던 그 시절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고깃국을 나눠주기 위해 곰탕이 만들어진 것이다. 보통 뿌연 색을 띠는 일반 곰탕과 달리 국물이 말갛다. 양지나 사태 등의 고기 위주로 육수를 내어서다. 곰탕의 인기가 높아 아예 골목이 형성되었을 정도다. 나주객사 ‘금성관’ 바로 앞에는 곰탕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하얀집을 비롯해 남평할매집, 노안집, 한옥집, 사매기, 탯자리, 미향 등이 오랜 전통을 뚝심있게 이어온 주인공이다.나주곰탕 거리에는 나주곰탕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식당이 즐비하다. 그중 ‘나주곰탕하얀집’은 나주곰탕을 맛보려는 손님으로 늘 줄을 서는 곳이다. 원조를 내세울 만큼 역사도 깊다. 100여년 전 시장에서 서민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인 국밥을 시작으로 ‘곰탕’이란 이름을 붙인 지 벌써 60여년이 지났다. 그 세월만으로도 맛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성호식당 다슬기해장국◇쌉싸래면서도 구수한 맛에 빠지다 ‘올갱이’다슬기(이하 올갱이).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충청도는 올갱이(올뱅이), 전라도는 대수리, 강원도는 꼴부리, 경상도는 사고둥 또는 고둥(고디)이 그것이다. 모양에 따라서도 염주알다슬기, 주름다슬기, 곳체다슬기, 참다슬기 등으로 다양하다. 올갱이는 주로 ‘국’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그런데 ‘다슬기국’보다 ‘올갱이국’으로 해야 입에 착 달라붙는다. 서울에 상륙한 올갱이국도 다슬기국으로 고쳐 표현하지 않고 그냥 ‘올갱이국’이라고 그대로 적고 있다.올갱이국을 제대로 맛보려면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맑은 물에 2~3일 동안 담가 잔모래를 빼야 한다. 이어 깨끗하게 헹군 올갱이를 20~30분간 삶아 일일을 살을 뺀다. 그 좁고 작은 껍데기에서 부드러운 살을 끊어지지 않게 빼내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갱이국을 제대로 끓이려면 된장이 좋아야 한다. 올갱이의 쌉싸래하면서도 그윽한 향이 구수한 된장의 향과 어울리면서 맛의 상승효과가 나타나서다. 여기에 들어가는 부재료가 여럿 있는데 그중 올갱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아욱이 으뜸이다. 아욱은 가을에 그 맛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에 올갱잇국 또한 가을에 먹어야 가장 좋은 맛을 볼 수 있다. ‘가을 아욱국은 문을 잠그고 먹는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 전국에 올갱이국 맛집도 많다. 강원 영월의 ‘성호식당’도 그중 하나다. 탱탱함이 살아 있는 다슬기를 듬뿍 올린 비빔밥과 다슬기, 부추, 쪽파, 달걀, 밀가루를 버무려 바삭바삭하게 지진 전, 독특한 향과 개운한 맛의 올갱이전골, 풋풋한 봄나물과 버무려 쌉쌀한 올갱이 향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올갱이무침도 일품이다. 서울식 대표격인 용금옥 추어탕◇세월 주름 깊게 밴 원조 보양식 ‘추어탕’가을에 어울리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추어탕’이다. 요즘은 도시의 전문식당에서 사철 내내 만날 수 있지만, 과거에는 논농사를 짓는 시골에서나 맛볼 수 있던 별미였다.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다가 뒷밭의 푸성귀를 넣고 푹 끓여 온 가족이 나눠 먹었다. 그러다 보니 들어가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은 특별히 정해진 게 없다. 지방마다 집마다 맛이 제각각인 이유다. 경상도에서는 미꾸라지(미꾸리)를 먼저 삶아 통째로 으깬 다음 배추 우거지나 무청 시래기 등을 함께 넣어 끓인다. 전라도 추어탕은 경상도식처럼 만드는 방법이 비슷하다. 단, 국물에 된장과 들깨 등을 넣어 구수한 맛을 낸다. 강원도식은 고추장을 풀어 요리하고, 서울식은 사골 육수에 두부나 버섯을 더해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인다.요즘은 추어탕 재료 하면 으레 미꾸라지인 줄 안다. 하지만 추어탕 재료는 미꾸리가 더 보편적이다. 맛도 미꾸리가 미꾸라지보다 더 구수하고 깊다고 한다. 하지만 원래 추어라는 이름 그대로 가을이 제철이기 때문에 자연산만으로는 사시사철 영업하는 그 많은 추어탕집 수요를 맞출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양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미꾸리보다는 미꾸라지가 더 빨리, 더 크게 자란다. 추어탕 재료가 미꾸리에서 미꾸라지로 역전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역을 대표하는 추어탕 맛집은 전국에 있다. 경상도식은 대구 상주식당, 전라도식은 남원의 새집추어탕, 강원도식은 원주의 원주복추어탕, 서울식은 무교동 용금옥이다. 네 곳 모두 대물림하면서 오랜 세월 지역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하는 ‘곰치국’◇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그맛 ‘곰치국’찬 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맛이 있다. 바로 경북 울진의 곰치국이다. 1년 내내 맛볼 수 있지만 찬 바람이 불어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곰치국’의 재료는 곰치가 아니라 ‘꼼치’다. 동해안에서 주로 난다. 강원도 주문진과 동해, 경북 울진과 영덕, 포항에 이르기까지 동해안 곳곳에서 ‘곰치국’을 먹는다. 그중 울진 꼼치를 으뜸으로 꼽는다. 게통발 어선이 많아 활어와 위판되는 꼼치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어서다. 이전에는 꼼치가 천덕꾸러기였던 적이 있었다. 항구 시장통에 나가면 발에 밟히는 게 꼼치였다. 하도 흔해 생선명부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꼼치는 해장국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남해와 서해에서는 무와 대파, 그리고 마늘만 들어맑은탕으로 주로 먹지만, 울진 등 동해에서는 신김치와 함께 넣고 끓인다. 이게 ‘곰치국’이다.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살이 연해 숟가락으로 떠서 먹을 정도다. 원래는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업에 나선 뱃사람에게 든든한 한 끼이자 속을 풀어주던 음식이었다. 뜨끈한 국물과 부드럽고 뽀얀 속살이 어루만져 준다. 단 꼼치는 너무 오래 익히면 살점이 부서지고 맛이 없어진다. 살짝 데친다는 기분으로 5분 정도 호로록 끓여야 한다.보통의 생선은 수놈보다 암놈이 더 맛이 좋지만, 꼼치는 예외다. 수놈 꼼치가 더 맛있다. 수놈 꼼치는 검지만 암놈 꼼치는 붉다. 수놈 꼼치가 살이 더 단단하고 껍질이 거칠다. 여기에 암놈과 달리 알주머니가 없다. 특히 울진 근해에서 잡히는 놈이 더 크고 맛이 있어 몸값도 비싸다. 이 맛 제대로 보려면 죽변항 근처에 있는 여러 식당을 찾아가야 한다.
- [홍캉스②] 삼수이포에서 만난 홍콩 사람들의 비밀 맛집 리스트
- 유엔퐁 만두 가게 전경[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삼수이포는 오랫동안 여행지로 주목받지 못했다. 홍콩 서민들의 주거지이자 번화가로 역사를 이어온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곳은 가벼운 지갑과 까다로운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맛집들의 집결지가 되었다. 홍콩의 어느 도심보다 독특하고 선명한 활기로 약동하는 삼수이포의 중심가를 걷는다. 색색의 건물들과 가지를 드리운 보리수 사이로 각양각색의 음식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기막히게 맛있는 군만두와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 진정성 넘치는 옛날식 카트누들을 맛보기 위해, 홍콩 사람들은 먼 길을 마다 않고 삼수이포로 흘러든다. 가격 또한 경이롭다. HKD 40 정도면 배부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진정한 맛과 향의 모험이 삼수이포에서 시작된다. 유엔퐁 만두 가게◇가성비·맛도 ‘갑’…홍콩에서 가장 사랑받는 만두 가게 유엔퐁 만두 가게는 겉보기엔 네온사인 하나 없는 낡은 점포에 불과하지만, 이곳의 군만두를 먹기 위해 홍콩 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오전 나절 가게에 들어서면 만두를 빚고 있는 직원들이 보인다. 분주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부터 노포 특유의 노련함을 짐작할 수 있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지만, 그들이 택하는 메뉴는 비슷비슷하다. 자그마한 만두들이 뽀얀 생선 국물 아래 잠겨 있는 물냉이 만둣국 혹은 바삭하게 구운 부추 고기 군만두다. 만둣국에 사용한 재료 물냉이(Cresson)는 프랑스 고급 요리에 사용되는 채소다. 하늘하늘한 만두피, 물냉이의 아삭한 식감과 신선한 향기가 입 안에서 즐겁게 섞인다. 보기 좋게 갈색으로 익은 부추 군만두는 한 입 깨무는 순간 육즙이 사방으로 튄다.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된다면 그냥 둘 다 먹어버리자. 대부분의 메뉴가 4000원 이하라 부담 느낄 필요도 없다. 컹와 두부 공장◇부담없이 맛보는 달콤한 두부 푸딩컹와 두부 공장의 실내는 비좁고 언제나 인파로 가득하다. 낯선 현지인들과 합석해야할 가능성 또한 높다. 그러나 쾌적함과 거리가 먼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들로 붐비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1960년대부터 삼수이포에서 역사를 이어온 컹와 두부 공장은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두부를 디저트로 즐겨왔다. 이곳의 시그니처 두부 푸딩을 한 입 삼키고 나면 그 이유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다. 은은한 달콤함이 입 안을 채우고, 두부 조각은 비단처럼 부드럽게 목구멍 뒤로 미끄러진다. 갓 만든 두부 푸딩은 프랑스 디저트 ’크렘 부를레‘에도 곧잘 비교된다. 바삭바삭한 딥 프라이드 토푸(Deep Freid Tofu), 고소하고 향기로운 두유(Soy Milk) 또한 인기 높다. 그야말로 ’홍콩의 클래식‘이라 부를 만한 가게다. 삼수이포 카트 누들 식당 ‘만케이’◇풍미도 가격도 몇 십년 전 그대로홍콩 사람들은 어떤 식재료로도 국수를 만들 줄 안다. 육류와 해산물, 채소는 기본이다. 쇠고기 내장, 다양한 만두, 동글동글하게 빚은 어묵, 튀긴 생선 껍질… 경이로운 포용력은 토핑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쌀국수, 에그누들, 바람에 말린 이푸 누들까지 사용하는 면의 종류 또한 많다. 이쯤되면 홍콩 국수의 미덕은 다양성이라기보다 유연함이라고 말해야겠다. 삼수이포의 카트 누들 식당 만께이는 혼란스럽지만 맛있는 국수의 세계로 입장하는 통로다. 카트 누들은 수십 가지의 토핑과 다채로운 면, 육수를 손님이 직접 선택하는 홍콩의 옛 국수 노점을 가리킨다. 기나긴 식재료 목록으로부터 가능한 조합의 수는 수백에 이른다. 메뉴는 낯선 어감으로 가득하지만, 마음 가는 대로 고른 후 그 우연의 풍미를 맛보는 것 또한 여행자의 기쁨이다. 보다 안전한 선택을 원한다면, 부드러운 쇠고기 양지(Chuhau Beef Brisket)와 달콤한 스위스 치킨 윙(Swiss Chicken Wing), 가게에서 직접 제조한 칠리 소스(Special Chilli Sauce)를 토핑으로 택해보자. 이 시끌벅적한 국수집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한 블록에 매장을 3개나 오픈한데다 미슐랭 스트리트 푸드 가이드에서도 호평 받았다.선흥유엔 콘비프 샌드위치◇3500원에 맛보는 본격 마라 샌드위치광둥 남쪽의 작은 섬에 영국 해군이 상륙하기 전까지 홍콩이라는 도시는 존재하지 않았다. 홍콩의 식탁에서 서양와 동양의 전통이 서로 섞이는 건 당연했다. 수많은 이종교배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결과가 차찬탱이었다. 차찬탱은 홍콩식 밀크티와 커피, 맛있는 족발 국수와 투박한 프렌치토스트가 공존하는 찻집이다. 삼수이포의 오래된 차찬탱 선항옌 또한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지만, 이 식당의 명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콘비프 샌드위치였다.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 사이 스크램블드에그와 짭짤한 콘비프를 끼워내는 것이 전부. 동서의 만남을 더욱 독특하게 즐기고 싶다면, 지난해 본점 인근에 오픈한 2호점을 찾아가보자. 2호점에서만 판매하는 사천식 콘비프 샌드위치(Sichuan Cornedbeef Sandwich)는 기름지고 육중한 맛 사이 마라의 향을 더해 식욕을 한층 자극한다.
- [여행팁] 특급호텔 최대 격전지 홍콩서 배우는 ‘호캉스’의 정석
- 코디스호텔[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홍콩은 최고급 특급 호텔들의 격전지다.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는 호텔들 사이 어느 곳에서 투숙할지 고민하는 것만으로 결정장애에 걸릴 것만 같다. 홍콩이라는 도시를 고스란히 압축한 듯 흥미롭고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모처럼의 휴가를 완벽하고 즐겁게 만들어줄 홍콩 호텔 세 곳을 소개한다. 도시를 발아래 두고 차가운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 수 있는 루프톱 풀은 기본, 다채로운 무료 서비스와 각별히 큐레이팅한 로컬 투어, 수준 높은 예술품의 향연까지 호텔에서의 시간을 만끽하다 보면 바깥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기 싫어진다. 궁극의 호캉스가 홍콩에서 기다린다. 코디스호텔 그룹 엑서사이즈 스튜디오◇궁극의 호캉스를 즐기다 ‘코디스호텔’코디스는 라틴어로 ‘심장’을 뜻한다. 몽콕을 두고 홍콩의 심장부라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코디스 호텔은 홍콩 여행의 중심이 되어 우리 가슴을 뛰게 한다. 홍콩이라는 도시가 품은 거의 모든 종류의 즐거움을, 그것도 공짜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코디스 호텔에서의 하루는 호텔 최고층인 42층에서 시작해야 한다. 매일 아침 9시 반 야외 수영장의 풀사이드에서는 무료 태극권 강습이 열린다. ‘시푸(사부)’라고 불리는 마스터는 태극권의 8가지 기본 동작을 열정적으로 가르친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움직임을 차근차근 따라하다 보면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의 근육이 부드럽게 풀린다.태극권을 배운 후에는 깃털처럼 가벼운 몸으로 아트 투어를 떠나보자. 코디스 호텔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만으로 당대 최고의 미술품 사이를 거닐 수 있다. 호텔이 보유한 미술 작품은 총 1500점, 그 자산 가치는 60억원 상당에 이른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 사이 투숙객들은 작가의 이력과 철학이 상세하게 수록된 ‘투어 카드’와 함께 곳곳에 숨은 세계적 현대미술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몽콕 시장 투어호텔 안에서만 머무는 데 갑갑함을 느낀다면 매일 오후 4시 호텔 투숙객에게만 무료로 제공하는 몽콕 도보 투어에 참가해봐도 좋다. 깜찍한 기념품들로 가득한 레이디스 마켓부터 전자 제품 골목, 신선한 식자재들이 길가를 메운 재래시장까지, 몽콕 지역은 그 자체로 홍콩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이다. 광둥어와 영어 모두에 능통한 전문 가이드가 골목 골목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한다. 400여종의 와인을 갖춘 ‘밍셀라’보도 투어까지 끝내고 나면, 노곤한 기분이 슬며시 밀려온다. 미슐랭 스타에 빛나는 레스토랑 밍코트에서 광둥식 정찬을 즐기기 전, 무료 와인 테이스팅에 참석해 피로를 달콤하게 풀어보는 건 어떨까. 저녁 6시부터 7시 사이, 도착 후 호텔 내 프론데스크를 통해 사전 예약으로 참여할 수 있는 와인 테이스팅은 밍코트 바로 옆 400여 종의 와인을 갖춘 밍셀라에서 진행된다. 와인, 딤섬, 달콤한 차슈 요리로 배가 부를 즈음 도시는 이미 어둠에 잠겨 있지만, 그저 객실로 향하기엔 아쉬운 것이 여행자의 마음. 아침의 시작이 그랬듯, 코디스 호텔의 밤은 42층에서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20m 길이의 루프탑 풀은 매일 밤 11시까지 오픈한다. 20m에 달하는 풀은 푸른빛으로 신비롭게 빛나고, 카바나의 노란 조명이 어둠을 은은하게 밝힌다. 풀사이드에 누워 느긋하게 들이켜는 칵테일은 그야말로 시원하다. 술잔을 테이블에 두고 수영장으로 풍덩 뛰어드는 순간, 이보다 더 신나고 편안한 휴가가 또 있을까.◇‘인싸’ 여행의 성지가 되다 ‘VIC 온더하버’홍콩섬 동쪽, 노스포인트에 위치한 특급 호텔 VIC 온더하버는 누구나 환호할 만한 서비스로 투숙객을 맞는다. 체크인한 날 온종일 미니바 서비스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 객실마다 비치된 네스프레소 커피와 달콤한 과자로 배를 채웠다면, 유튜브와 구글맵 등 인터넷 서비스는 물론 국제 전화마저 제공되는 객실 스마트폰을 챙겨 방을 나선다. 우리의 행선지는 이스트타워 23층에 올라선 인피니티 풀이다. VIC 온더하버는 홍콩에서도 루프톱 수영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센트럴과 침사추이의 마천루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시원한 풀에서 수영을 즐기느라 인스타그램용 사진 한 컷 남기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VIC 온더하버 씨푸드 온 아이스호캉스를 즐긴다 해서 호텔 안에만 머무르는 건 아쉬운 일. VIC 온더하버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호텔이 위치한 노스포인트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보석과도 같은 지역이다. VIC 온더하버는 낯선 곳에 막 도착한 투숙객들을 위해 노스포인트에서 가장 사랑받는 식당과 노포를 큐레이팅했다. 일명 ‘VIC 러브(VIC Love)’ 프로그램은 별도 제작한 가이드북과 호텔 웹사이트, 로비의 터치스크린 데스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천옝 재래시장과 가파르게 회전하는 트램의 인스타그램 포인트, 고풍스러운 경극 극장 선빔 씨어터는 노스포인트의 다양한 매력 중 일부일 뿐이다.호텔 주변을 순회하고 객실에 돌아온 후에는 고생한 신발을 위하여 슈샤인 서비스를 요청하자. 구두부터 가죽 운동화까지 깨끗하게 손질된 신발이 15분 만에 룸으로 되돌아온다. 슈샤인 서비스는 호텔에 머무는 내내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행함 홍콩 호텔 클럽 라운지◇영국의 클래식한 멋을 갖춘 ‘랭함 홍콩 호텔’더 랭함 홍콩은 식민지 시절 영국의 클래식한 멋과 아시아의 효율적인 서비스를 모두 갖춘 럭셔리 호텔이다. 눈부신 샹들리에와 고상한 천장화, 대리석 바닥으로부터 이미 호텔의 특별함을 짐작할 수 있고, 그 품격은 아트 컬렉션부터 특별한 서비스까지 두루 적용된다. 로비, 라운지, 레스토랑까지 빼곡하게 진열된 1700여 점의 미술품들은 미술관을 둘러보는 듯 강렬한 예술적 희열을 걸음마다 안긴다. 홍콩에서 단 두 개뿐인 미슐랭 쓰리 스타 중국식 레스토랑 탕코트의 실내 또한 마찬가지다. 객실에는 무료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이 비치되어 있고, 8종류의 필로우 메뉴로 베개의 높낮이와 푹신함은 물론 향기까지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게다가 이곳에는 홍콩에서 가장 고풍스러운 수영장이 기다리고 있다. 새파란 하늘 아래, 하얀 대리석 기둥으로 둘러싸인 루프톱 수영장에서 차가운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어보자. 풀 안에서의 자유만큼 황홀한 희열은 호텔 15층의 추안 스파(Chuan Spa)에서도 기다린다. 음양오행의 원리부터 다양한 약재까지 동양의 비전을 도입한 트리트먼트는 온몸의 밸런스를 회복하는 데 주력한다. 스파에서 트리트먼트를 받으면 마스터가 진행하는 요가 클래스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랭함 홍콩 호텔 루프톱 수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