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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배낭여행] 파미르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참고서
  • 히치하이킹은 단순하다. 차를 기다리고, 차를 잡는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이걸 반복한다.(사진=공태영)얼마 전 강원도 고성 ‘DMZ 평화의길’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버스터미널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자가용도 없고 택시비는 말도 안 되게 비싸서 히치하이킹(hitchhiking)을 하기로 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꽤 빠르게 히치하이킹에 성공해서 ‘아직도 이런 인심이 남아 있구나’ 느끼는 한 편, 몇 년 전 타지키스탄(Tajikistan)의 ‘파미르 하이웨이(Pamir Highway)'를 여행할 때 히치하이킹 했던 기억이 났다.차가 거의 다니지 않고 대중교통도 없는 곳이라서 차도 자전거도 없이 여행이 가능하긴 할까 생각했던 파미르 고원이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차가, 그리고 히치하이킹에 응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파미르 하이웨이를 잘 여행할 수 있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타지키스탄의 다른 멋진 곳보다도 파미르 하이웨이가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건, 어쩌면 타인의 호의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겼던 히치하이킹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카라쿨에서 히치하이킹을 할 땐 도로 저 끝에 점이 생기는지에 주목하게 된다. (사진=공태영)카라쿨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시간, 8시간 30분파미르 하이웨이에서 히치하이킹이 제일 어려웠던 곳을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카라쿨(Karakul)'을 들 것이다.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에서 50km 이상을 달려야 나오는 첫 번째 타지키스탄 마을이자 ’검은 호수‘란 뜻의 카라쿨 호수 바로 옆 마을인 카라쿨에서 하루 묵을 때였다. 국경에서 2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히치하이킹에 성공해서 도착했던 카라쿨의 첫인상은 차분하고 건조했다. 5000m가 넘는 산봉우리들에 둘러싸인 채 오래된 포장도로와 잔잔한 호수 사이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작고 조용해서 바람 부는 소리만 들리는 곳이었다.주변 경치에 매료돼서 하루를 보내고, 아침 9시에 다음 마을인 ‘무르갑(Murghab)’으로 이동하려고 도로에 나왔는데, 그제야 이 동네는 차가 거의 지나다니질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르갑 방향으로 가는 차는 1시간에 1대 정도가 지나갔는데 대부분 짐과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라쿨에 오기 전 국경에서도 2시간을 기다렸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무작정 기다렸는데, 기다림이 무색하게 차는 안 오고 시간은 꼬박꼬박 흘러갔다. 한두 시간이 서너 시간이 되고, 다시 대여섯 시간이 지나면서 희망은 조금씩 사라지고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던 풍경과 정감 가던 조용한 마을은 어느새 유배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해발 4000m 마을이라 그런지 오후 4시를 넘어가면서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바람도 더 많이 불기 시작했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풍경은 그대로인데 그림자 방향이 바뀌었다. (사진=공태영)시계는 어느새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서 있는 곳에서 30m 정도 떨어진 곳에 어젯밤 묵었던 숙소가 있었는데 오늘밤도 그곳에서 자는 게 아닌가 했던 장난스러운 생각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었다. 딱 30분만 더 기다려보자는 생각으로 착잡한 마음을 달래기를 30분, 차 한 대가 30m 앞에서 멈추더니 조수석에서 사람 한 명을 내려주고는 다시 이쪽으로 왔다.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엄지손가락을 흔들었는데 거짓말처럼 차가 멈추고 창문이 내려졌다. ‘무르갑?’이라고 물으니 운전자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무르갑’이라면서 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는 채로 짐을 트렁크에 싣고 방금 자리가 난 조수석에 털썩 앉았다. ‘살았다’는 생각으로 시계를 보니 오후 5시37분. 아침 9시7분부터 시작된 히치하이킹은 정확히 8시간30분 만에 겨우 성공했다.랑가르 행 히치하이킹은 행운을 싣고무르갑을 지나 파미르를 달리다 보면 나오는 작은 마을 ‘알리출(Alichur)’은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딱히 없는 다소 황량한 곳이지만 이곳의 숙소 한 곳이 작은 건식사우나를 운영하고 있어서 잠깐 쉬어가며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엔 제격이었다. 이곳에서 다음 행선지를 정하려고 보니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포장도로를 따라서 파미르의 중간 거점 ‘호로그(Khorog)'로 바로 가는 것, 다른 하나는 파미르에서 뻗어 나온 비포장도로를 따라 아프가니스탄과 좁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와칸 밸리(Wakhan Valley)'를 경유해서 호로그로 가는 것이었다. 전부터 와칸 밸리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별 생각 없이 후자를 택했다. 비록 알리출도 차가 정말 뜸한 곳인데다가 비포장도로인 와칸 밸리 쪽으로 가는 차는 더욱 없다는 게 문제긴 했지만, 이미 카라쿨에서 8시간 넘게 기다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차를 못 잡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아침 일찍 알리출 숙소 앞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는데 서양 사람들이 탄 투어용 승합차 두 대가 지나갔다. 그러고 얼마 안 가 타지키스탄 사람들이 탄 차를 잡았는데 와칸 밸리에 있는 ‘랑가르(Langar)'로 간다고 하니 일단 타라고 한다. 차는 빠른 속도로 달려서 앞서 가던 차 몇 대를 추월해버리고는 와칸 밸리 입구에 멈춰 섰다. 여기까지라도 태워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숙소 앞에서 봤던 승합차 두 대가 와칸 밸리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까 봤을 때 차에 자리가 좀 있어서 다시 한 번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는데 이번에도 그냥 지나쳐 갔다. 많이 바쁜가보다 생각하는데 방금 지나친 그 차가 저쪽에서 멈추더니 서양 사람 한 명이 빨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두 번이나 놓쳤던 차를 다시 놓칠 수 없어 부리나케 달려가 차에 탔다. 랑가르로 가는 길에 찍은 힌두쿠시 산맥. 만년설로 덮인 흰 봉우리가 눈에 띈다. (사진=공태영)차를 타고 가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독일에 있는 여행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타지키스탄의 여행 상품을 체험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목적지는 놀랍게도 랑가르(!)였다. 차도 잘 안 다니는 험준한 비포장 산길을 내릴 걱정 없이 한 번에 가게 돼서 마음이 놓였는데 그 외에도 좋은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그 차가 투어 차량이라는 점, 그래서 랑가르로 가는 길의 모든 핫스팟마다 내려서 사진 찍는 시간을 가진다는 점이었다. 실크로드 상인들이 지나던 길, 멀리 아프가니스탄 쪽에 솟아 있는 '힌두쿠시(Hindukush)' 산맥의 하얀 봉우리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폭포 등 다른 차를 탔다면 ‘와, 예쁘다’하고 지나쳤을 장소들 모두 카메라에 고이 담을 수 있었다.그렇게 풀코스를 즐기고 목적지인 랑가르에 도착해서는 정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작별 인사를 했다.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이 행운은 아무래도 카라쿨에서의 액땜 덕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도 타지키스탄 여행이 마칠 때까지 히치하이킹으로 수많은 차를 타봤지만 이렇게 투어 풀코스를 즐길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히치하이킹으로 만난 인연들. 맨 왼쪽이 노아, 맨 오른쪽이 랜이다. (사진=공태영)우리 히치하이킹으로 만났어요, 노아와 랜히치하이킹으로 탄 차를 다른 히치하이커가 잡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랑가르에서 다음 목적지 ‘이쉬카심(Eshkashim)’으로 가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길에 나왔지만 차가 잘 잡히지 않아서 히치하이킹하다 걷다를 반복하던 중에 겨우 지프차 한 대를 잡았다. 차를 타고 이쉬카심으로 가는 길에 사람이 몇 명 더 탔는데 그 중 두 명이 히치하이킹으로 탄 이스라엘인 여행자였다. 파미르 여행자의 대부분이 자전거 여행자였고 나머지 소수는 오토바이 여행자나 투어 상품을 구매한 여행자였다. 엄지손가락으로 차를 세우는 다른 히치하이커는 만난 적이 없어서 큰 동질감을 느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여자는 노아(Noa), 남자는 랜(Ran)이었고 그들도 이쉬카심으로 간다고 했다. 얼떨결에 동행이 돼서 이쉬카심에 내려서도 같은 숙소에 묵었는데 그걸 시작으로 총 10일 동안 같이 다니게 됐다.알고 보니 노아와 랜은 프로여행러였다. 4일, 5일씩 캠핑하며 트레킹하는 건 기본이고 학생 신분을 어필하며 숙박비를 깎을 수 있는 곳은 모두 깎았다. 또 여행지 정보는 어디서 그렇게 모았는지 들어보지도 못한 곳을 데려가거나 추천해주는 게 일상이었다. 타지키스탄 여행을 하며 본 곳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품은 ‘지제브(Jizew)'도 그 중 하나였다. 호로그에서 차를 타고 한참을 달린 후에 다시 몇 시간을 걸어 올라가야 나오는 산골마을 지제브는, 이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방문은커녕 존재 자체도 몰랐을 곳이다. 노아와 랜이 데려가준 지제브. 이곳이 지상낙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진=공태영)이쉬카심 가는 히치하이킹 차량에서 만나 파미르 여행의 종착점인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Dushanbe)'까지 함께 하면서 노아와 랜은 파미르 여행을 전보다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두샨베에서 헤어질 때는 나중에 서로의 나라로 꼭 놀러가겠다는 약속도 했다. 여행하면서 히치하이킹으로 잡았던 게 과연 차뿐이었을까. 히치하이킹으로 만난 인연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저어본다./스냅타임
2019.05.14 I 공태영 기자
국립공원 해빙기 낙석, 과학적 관리…통합관리시스템 구축
  • 국립공원 해빙기 낙석, 과학적 관리…통합관리시스템 구축
  • (자료=국립공원공단)[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봄철 해빙기 낙석 발생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낙석통합관리시스템’을 최근 구축했다고 10일 밝혔다.낙석통합관리시스템은 암반의 경사와 균열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기준치인 5㎜를 초과할 경우 현장에 설치된 경보시설로 탐방객에게 낙석 위험상황을 안내방송으로 알린다. 아울러 각 국립공원사무소와 강원 원주시에 있는 국립공원공단의 재난안전상황실에서도 해당 탐방로를 통제할 수 있는 특화된 관리시스템이다.낙석통합관리시스템은 현재 설악산 비선대 및 백담지구, 소백산 희방사 진입도로, 월출산 구름다리 및 바람폭포 일대 등 총 6곳에 설치돼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올해 11월까지 낙석통합관리시스템을 18개 국립공원으로 확대하고 실시간 계측자료와 경보상황 등을 전송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할 계획이다.해빙기 낙석은 겨우내 얼었던 바위가 기온에 따라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자연현상으로 한번 사고가 나면 인명피해, 시설물 붕괴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바위를 지지하던 흙이 여름철 강한 비에 쓸려나가도 발생할 수 있다.최근 5년간(2014~2018년) 국립공원에서 봄철 해빙기인 2월에서 4월에 발생한 낙석사고는 총 23건으로 이 중 2014년 3월에 북한산 인수봉에서 1명이 사망하는 등 3건의 인명피해와 9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5년 전체 기간 동안 발생한 낙석사고는 총 33건으로 봄철 해빙기(2~4월)에 발생한 건수는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국립공원공단은 전국 국립공원의 낙석위험지역(450곳)에 우회탐방로 개설, 낙석방지책 설치 등 328곳에 정비사업을 시행했다. 또한 붕괴 우려가 높은 지역, 천연보호구역, 명승지 같은 시설물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는 122대의 낙석계측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양해승 국립공원공단 재난안전처장은 “봄철 국립공원을 산행할 때 발생하는 낙석은 예측이 매우 어려워 위험구간은 신속히 통과해야 하며 낙석위험 경보음이 울리면 즉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9.03.10 I 박일경 기자
 산림욕·해풍욕·온천욕…‘삼욕’의 고장에 가다
  • [여행] 산림욕·해풍욕·온천욕…‘삼욕’의 고장에 가다
  • 덕구계곡 최고의 절경이라 할 수 있는 20~30m 높이의 용소폭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울진을 흔히 ‘삼욕’(三浴)의 고장이라 한다. 산과 바다, ‘산림욕’은 물론 ‘해수욕’, ‘온천욕’까지 모두 즐길 수 있어서다. 울진 여행에서 이 삼욕을 해보지 않았다면 여행을 잘못했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얼어붙은 겨울 계곡 위를 거닐며 주위 기암절벽의 위용을 느끼고, 온천에 몸을 푹 담근다면 겨울 여행의 색다른 멋을 안겨준다. 여기에 먹거리의 향연도 펼쳐진다. 울진 겨울여행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먹거리 덕분이다. 이맘때 울진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에 널렸다. ‘식욕’에 불을 지피는 ‘붉은대게’가 제철이다. 색다른 ‘삼욕’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이번 주말 울진으로 떠나보자. 덕구계곡의 선녀탕덕구계곡 최고의 절경이라 할 수 있는 20~30m 높이의 용소폭포◇넉넉한 여백의 미를 맘껏 누리는 ‘산림욕’울진의 겨울을 제대로 즐기려면 겨울 산행은 필수다. 넉넉한 여백의 미를 맘껏 누릴 수 있어서다. 겨울산은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를 벗겨 낸 굴곡 있는 산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에 삶이 주는 억압과 허식에서 벗어난 듯 해방감 또한 겨울 산행의 색다른 묘미다.온천지구에서 계곡으로 진입한 후 대형 파이프를 따라가면 원탕까지 이어진다. 이 파이프는 원탕에서 나온 온천수를 온천지구까지 실어나르는 관이다. 원탕까지 거리가 상당하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경관이 수려해 산책 삼아 가볍게 길을 나설 수 있다. 트레킹은 콘도 건물 아래 계곡을 가로질러 놓은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줄기가 매끈하고 붉은 적송이 즐비한 계곡으로는 맑은 계수가 쉼 없이 흐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시작으로 계곡을 건널 때마다 호주 시드니 하버 브리지, 프랑스 노르망디교, 스페인 알라미요교, 경주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 등 축소 제작한 전 세계의 유명한 다리를 건너는 것도 흥미롭다. 다리마다 특징과 유래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있다.겨울산행의 묘미 품은 덕구계곡특히 1.5㎞ 지점에 있는 용소폭포와 주변의 기암이 펼치는 풍경은 압도적이다. 수백년간 용이 되기를 기원한 이무기가 산신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폭포 위쪽 계곡을 가로지르는 크네이크교(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탐방로에서는 뿌리가 다른 나무가 한 나무처럼 붙어버린 ‘연리지’를 볼 수 있다. 한 효자가 샘물로 중병을 앓던 어머니를 낫게 했다는 효자샘도 있다. 수분 보충이 필요한 적절한 시점에서 맛보는 샘물은 무척 달고 시원하게 느껴졌다.마지막 다리인 장제이교(중국 구이저우성)를 건너면 마침내 희뿌연 김이 피어오르는 원탕이 나타난다. 원탕 입구에 있는 어른 키 높이의 석탑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솟아오른다. 원탕의 물은 바가지로 받아 마실 수 있다. 물은 따뜻할 뿐 아무런 냄새나 맛이 나지 않는다. 바로 옆에는 족욕탕을 조성해 놓았다. 족욕탕에 발을 담가본다. 이내 따스한 기운이 퍼지면서 1시간여의 트레킹으로 피로해진 다리가 깃털을 단 듯 가벼워졌다.◇뜨끈한 온천욕에 몸 담그니 신선이 따로 없네.덕구계곡 상류에 자리한 원탕. 국내에서 유일한 온천용출수다.덕구온천은 스파월드, 대온천장, 프라이빗 스파룸으로 구성돼 있다. 방문객은 대온천장만 이용하거나 스파월드와 대온천장을 함께 이용할 수도 있다. 프라이빗 스파룸은 일명 ‘가족룸’으로 별도 공간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장소이다.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계단을 오르면 커다란 풀 2개와 어린이용 슬라이드가 있는 스파월드가 나타난다. 스파월드는 후끈한 기운이 가득하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나 젊은 층이 많아서인지 여름철 해변이나 물놀이장에서 볼 수 있는 래시가드를 입은 이들이 많다. 물론 실내 시설이어서 수영모나 모자 착용은 필수다.스파월드 실내에는 ‘테라쿠아’와 ‘액션스파’가 있다. 테라쿠아는 기포와 물의 흐름을 이용해 발부터 머리까지 온몸을 마사지하는 것으로 근육통과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션스파는 더 강력한 수류로 몸을 마사지하는 것을 말한다.안내판에 적힌 순서에 따라 테라쿠아와 액션스파를 체험했다. 강력하게 분사된 물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시원하면서도 간지럽고, 때론 바늘로 찌르듯 아프기도 하다. 30분 정도 테라쿠아와 액션스파를 체험하고 나니 몸 여기저기 뭉친 곳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실내에는 사우나와 황토찜질방도 있다.덕구온천스파월드 노천탕노천에는 수직으로 떨어져 내라는 물줄기로 마사지를 하는 물안마폭포탕, 300년 이상 된 원목이 은은한 향기를 전하는 원목온탕, 딸기와 레몬을 이용한 딸기탕과 레몬탕, 온천욕 후 쉴 수 있는 야외 선탠장이 있다.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 때 뜨거운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차가운 바깥 공기에 얼굴을 내맡기면 어느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스파월드에서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대온천장이다. 42.4도 덕구온천의 온천수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 목욕탕과 모습은 비슷하지만 규모가 엄청나다. 일반 온수탕부터 바가지탕, 냉탕을 갖추고 있고, 사우나와 찜질침상도 있다. 뜨거운 물에서 온천욕을 하고 나면 온몸이 무장해제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가마솥에 찐 붉은대게◇임금님도 코를 박고 먹은 ‘붉은대게’울진의 겨울 대표 별미인 ‘붉은대게’산림욕과 온천욕 후에는 ‘식욕’이 왕성해진다. 서둘러 울진의 가장 아랫동네인 ‘후포’로 운전대를 잡는다. 후포는 휘라포(徽羅浦)에서 유래했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포구라는 뜻이다. 사실 후포는 국내 최대 대게잡이 포구로 더 유명하다. 그래서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대게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른 새벽 후포항 공판장은 항구로 들어온 어선들이 대게와 홍게를 쏟아낸다. 지금부터 봄까지가 후포항이 가장 바쁜 시기다. 수산물을 사러 몰려든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늘 북적거려서다. 손님을 끄는 횟집 촌 아주머니의 시원스러운 목소리도 늦겨울 후포항의 또 다른 매력이다.대게 등껍질 비빔밥울진대게는 다른 지역의 대게와 달리 속살이 쫄깃쫄깃하고 담백해서 일찍부터 임금님 수라상까지 올랐다고 한다. 임금은 대게의 맛에 반해 코와 입에 대게 부스러기가 묻은 줄도 모르고 정신없었다고 한다. 맛있게 먹는 것은 좋으나 용안(龍顔)이 추해지는지도 모를 정도로 탐식하게 만드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던지 한동안 대게는 진상물품에서 제외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울진대게의 맛의 비밀은 바닷속에 있다.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라 불리는 거대한 암초는 대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 넓이만 무려 동서 21㎞, 남북 53㎞에 달한다.대게는 찜을 해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뜨거운 대게를 잡고 다리 가운데를 가위로 살짝 흠집 내 쭉 잡아당기면 쫄깃한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입안에 넣으면 씹을 새도 없이 그대로 빨려 들어간다. 쫀득하면서도 고소하고 뒷맛까지 개운하다.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붙는 대부분 음식은 맵고 짜지만 울진대게는 고소한 살코기 맛과 향기만으로도 앉은자리에서 세 끼 양을 먹어치우게 한다울진의 겨울철 별미인 ‘붉은대게’◇여행메모△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풍기나들목을 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영주와 봉화를 거치면 울진 서면이 나온다. 여기서 불영계곡을 지나면 후포항이 가깝다. 영동고속도로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7번 국도를 타면 후포읍까지 바로 갈 수 있다. 상주~영덕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먹을 곳= 붉은대게는 후포리의 왕돌회수산이나 죽변리의 후계 울진 대게 센터를 추천한다.
2019.02.08 I 강경록 기자
"흐르게 내버려 둔다 흙물이든 흙길이든 흙소리든"
  • "흐르게 내버려 둔다 흙물이든 흙길이든 흙소리든"
  • ‘흙의 작가’ 채성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갤러리그림손에 연 특별기획초대전 ‘대지의 교향악’에 건 연작 ‘익명의 땅’(181006, 181007) 옆에 섰다. 흙덩이인지 그리움인지, 화석같이 켜켜이 세월을 쌓아낸 작품을 두고 작가는 “주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케치를 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마음으로 그리는 이상향”이라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나는 ‘흙’이란 재료로 ‘흙’의 공간을 그린다. 흙은 지나치게 빛나지 않고 지나치게 개념적이지 않으며 지나치게 보편적이지도 않다.” 그래, 바로 이거였다. 이 짧은 문장의 행간에서도 뚝뚝 떨어지는 흙 부스러기. 그러니 만나기 전 기대감은 한 갈래뿐이었다. 흙덩이가 덕지덕지 발린 화면. 흙으로 쌓은 질감이 차고 넘쳐 캔버스가 감당할 수 없을 무게. 달리 그를 ‘흙의 작가’라 부르겠는가. 세상을 오로지 하나, 흙으로만 통해본다고 하지 않았나. “흙은 대지이고 대지는 삶의 현장이며 대지를 가르는 흐름은 역사”라고. 그런데 말이다. 거대하게 끌어올린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매끈한 화면에 얹은 그의 흙은 두툼한 양감은커녕 얇고 반질한 윤기까지 흘리는 중이었으니까. 눈과 마음이 바빠졌다. 정면으로, 측면으로 캔버스가 뚫어져라 살피느라 이리저리. 그 틈에 그가 다가와 섰다. “먹이 스며들 듯 내면으로 깊이감을 주고 싶었다. 흙이 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지만, 물성을 연구한다기보다 흙을 통한 주제를 보여주려 했다. 근원적인 원소인 흙을 가져다가 흙이 이루는 공간에서 본질적인 것을 표현하는 과정 말이다.” 어설프게 흙을 찾아 바삐 움직이던 눈과 마음을 제대로 들켰나 보다. 채성필의 ‘근원(181111)’(2018). 흙물을 폭포수처럼 흘려 땅끝까지 닿은 무한한 시간을 표현했다. 100호(162×130㎝) 규모의 작품에 쓴 색은 연두.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식도 만들어 먹고 화장품에도 쓴다는 그 흙이란다(사진=갤러리그림손).△‘흙의 흐름’…대지 넘어 바다로 우주로 작가 채성필(46). 재불작가인 그를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한 해에 한 번쯤 될까 말까다. 16년째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한다. 이번 여정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갤러리그림손에 풀었다. 10주년을 맞은 갤러리가 특별기획초대전에 그를 부른 거다. 어쩌면 둘의 시기가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채 작가가 한국에 그림을 처음 소개한 것도 10년 전인 2008년이라니. “프랑스에 간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미친 듯이 작업을 했다. 수많은 전시가 있었고 많은 작품을 출품했다.” 운이 좋았단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녹록할 리가 없는 이방인의 전업작가 길이었는데. 국제 공모전 두세 곳에 출품을 했고 대상을 받으면서 길이 열렸다고 했다. 전시에 내는 작품마다 ‘솔드아웃’ 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다. “많은 작품을 떠나보내고 나니 되레 우울증이 생겼다”는 거다. 그때 생각해낸 것이 한국에서의 전시였단다. 이후 흙이라고 똑같은 흙이 아닌 10년.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변화를 거듭해 왔다”는 그의 말대로 그의 흙은 ‘블루의 역사’로 ‘흙과 달’로 끊임없이 주제를 달리 해왔다. 그렇게 이번 전시테마인 ‘대지의 교향악’까지 왔다. 신작 20여점을 내건 이번 전시에서 특히 마음을 쓴 건 흙색 연작 ‘익명의 땅’ 두 점(181006, 181007). 가로길이가 280㎝에 달하는, 닮은 두 점을 합친 길이는 5m를 넘긴다. “흙으로 펼쳐놓은 대지란 개념에 몰입해왔고 이번에는 대지와 바다, 나아가 바람과 우주까지 촉감적인 에너지를 담아보려고 했다”고 소개한다. 채성필의 ‘대지의 교향악(180602)’(2018). 땅처럼 보이지만 땅을 직접 만든 게 아니란다. 흙이란 본연의 재료가 직접 만들어낸 형상이라고. 작가는 자신이 직접 만든 땅의 모습은 배제하고 싶다고 했다. 그게 자연이라고(사진=갤러리그림손).그렇다면 이들 흙작품은 어찌 제작하는 건지. 연달아 물어댔다. “천연안료·먹·은분 등을 섞은 흙을 얹은 뒤 물을 떨어뜨린다. 이리저리 캔버스의 방향을 돌려대면 흙물이 흙길을 낸다.” 그럼 붓은 전혀 안 쓴다는 얘긴가? “아니다. 쓰기도 한다. 흙물로 흐름을 낸 위에 붓을 들이대기도 한다. 하지만 붓이란 도구는 중요치 않다. 흙에서 자란 풀을 엮어서 만들 정도니. 내게 붓은 손이고 빗자루다. 모필만이 꼭 붓은 아니란 얘기다.” 좋다. 작은 화면이야 그렇다 치자. 하지만 대작이 적잖다. 그것도 돌려댄단 말인가? “300호(290×218㎝)까지는 돌린다. 딱히 도와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내 작업의 시작은 액션페인팅에 가깝다. 뿌리고 튕기고.” 그러면 푸른색 그림은 어찌 나오는데? “푸른색 흙이다. 프랑스에 코발트가 풍부한 지역의 흙과 광물을 정제해서 만든 것. 블루만 만드는 장인이 있는데 그에게서 얻어온다.” 채 작가의 작품 중 유독 강렬한 것이 ‘블루의 역사’ 시리즈. 물결이 이는 듯 허연 점과 선을 흘깃흘깃 내보이는 푸른 화면은 빨려들 듯한 깊이를 품었다. 그 푸른 깊이를 그는 ‘멍’인 동시에 ‘희망’이라고 표현한다. “대지를 품은 바다고 역사를 지켜본 하늘”이라고. 그래선가. ‘코발트블루’란 이 푸른색이 나온 계기가 우연찮다. “지금 중학생인 아이가 대여섯 살 때 이렇게 묻더라. ‘왜 만날 흙색만 가지고 그려? 땅은 빨갛고 파라면 안 돼?’ 마치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그 다음부터 푸른색을 작품에 끌어들이게 됐고 그 푸른색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채성필의 ‘블루의 역사(180808)’(2018). 작가는 장구한 시간을 입은 대지에 빨려들 듯한 푸른색을 씌우고 멍이라고, 희망이라고 했다. 치대고 치대 멍으로 고이다가 희망이 된 ‘흙의 세월’이다(사진=갤러리그림손).△서양미술시장 관심 끌어낸 ‘흙’의 정체성 채 작가가 흙에 관심을 가진 건 이미 오래전이다. 서울대 동양화과에 다니던 때부터라니. 어린시절 전라도 진도에서 자라면서 품은 추억이고 향수가 흙이라고 했다. 성장기에 대도시로 올라오면서 사춘기 소년으로 겪었던 심리적 갈등, 프랑스로 유학을 간 뒤 생각하게 된 ‘어머니 나라’까지, 그 모두를 흙이란 물질에 감정이입해냈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그는 지금도 한국의 흙을 공수해 작업한단다. 전라도 해남·고창의 흙이다. “흙이란 게 나만의 것이 아니더라. 동양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공간으로서의 자연, 또 음양오행의 중심에도 흙이 있지 않나. 사실 ‘바탕’이란 말이 맞을 거다. 비록 콘크리트에 발을 딛고 살지만 심오한 곳까지 내려가면 흙이 있지 않은가.” 현재 채 작가의 최고가 작품은 ‘익명의 땅’ 시리즈 중 한 점. 2016년 이스라엘 예루살렘 한 경매에서 7만 3800달러(약 8300만원)에 팔렸다. 지극히 동양적인 소재와 철학이 서양미술시장에 제대로 ‘먹힌’ 셈이다. “보편적이지만 특이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파리에서 작업하는 작가가 그리 많지 않은 점, 다분히 동양적인 조형의식을 가졌지만 표현·재료는 서구적이었던 점. 이런 점들이 현지화단에서 이점으로 작용했고 나만의 정체성으로 인정받은 듯하다.” 흙으로 흙을 그린다는 작가. 흙물의 흐름으로 흙길의 역사를 낸다는 작가. 그가 이제 그 흙들을 모아 ‘교향악’을 연주한다. 치대고 치대 멍으로 고이다 희망이 된 푸른색, 땅끝까지 파고들어 무한한 시간을 연 연두색, 쌓이고 쌓여 화석 같은 그리움이 된 황토색. 흙소리로 모인 그들이, 되돌아나오는 등 뒤로 한꺼번에 달려드는 듯하다. 전시는 25일까지다. 작가 채성필이 ‘대지의 교향악’이 퍼질 듯한 공간에 걸린 자신의 작품들 사이에 섰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이란 범주를 넘어 ‘조화’란 보다 광범위한 의미로 전시명에 ‘교향악’이란 말을 붙였다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18.12.03 I 오현주 기자
10년만에 열린 금강산 구룡연 절경…"한시간 만 걸어도 머리가 맑아집네다"
  • [르포]10년만에 열린 금강산 구룡연 절경…"한시간 만 걸어도 머리가 맑아집네다"
  • 19일 찾은 금강산 구룡폭포 전경. 폭포 아래로 아홉마리 용이 살았다는 전설을 품은 구룡연이 자리하고 있다. 물이 적은 겨울임에도 길이만으로도 충분히 압도적이다.현대그룹 제공[금강산=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철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동요 ‘금강산’이지만, 살아 생전 금강산을 한번 방문하기 쉽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이 동요 역시 이같은 현실을 역설적으로 반영해 금강산을 한번이라도 찾아가보고픈 염원을 담은 것으로 비춰질 정도다.19일 금강산 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의 일환으로 직접 참관하게 된 금강산 구룡연. 특히 이곳은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10년간 남측 인사들에게 단 한차례도 공개되지 않았던 명소로, 이번 참관은 금강산 관광 20주년 및 관광 중단 10년과 맞물리며 더욱 큰 의미로 비춰진다.이른 아침 북측 해설원들의 안내를 받아 시작된 이번 참관은 구룡연까지 왕복 8㎞를 오르내리는 노정으로 진행됐다. 민족의 명산이라 불릴 만큼 등산로 초입부터 참관객들의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봉사원은 “지금은 단풍이 모두 떨어지고 물이 많이 줄어 비수기로 이 시기 금강산을 개골산(皆骨山, 모두가 뼈인 산) 이라 부른다”며 “그럼에도 산을 오를수록 절경에 모두 감탄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먼저 참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당긴 것은 기암괴석과 함께 곧게 뻗은 금강송, 구룡연으로부터 흘러나와 외금강을 이루는 맑은 물줄기였다. 자라, 코끼리, 누운 사람 등 얼핏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기암괴석들 사이로, 바닥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 빛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중 금강송은 그 크기와 곧음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앞선 해설원은 “금강산은 음이온이 많아 대장암이 걸린 사람이 한달 살고 완치됐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선생님들은 한시간 만 걸어도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위 틈 사이 길이 난 금강문을 지나 경사가 상대적으로 가파른 할딱고개를 오르니 눈 앞으로 수려한 계곡이 펼쳐졌다. ‘수정 같은 맑은 물이 누운 폭포를 이루며 구슬처럼 흘러 내린다고 하여 ’옥류동‘이라고 한다’는 안내 글귀가 눈에 띄었다. 옥류동 폭포 또는 옥류동 계곡이라 불리는 이곳은 넓이만 630m, 폭포의 길이는 58m에 이른다.이어진 련주담(구슬처럼 아름다운 초록색의 두개 담조가 비단실로 꿰여 놓은 듯 련이어 있다고 하는 호수), 비봉폭포(봉황새가 날개를 펴고 꼬리를 취저으며 하늘 롶이 날아오는 것 같다는 폭포)를 지나니 최종 목적지인 구룡폭포와 구룡연, 관폭정이 등장했다. 구룡폭포는 그 길이만 120여m에 이르는 폭포며, 그 아래에는 아홉마리 용이 살았다고 하는 구룡연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이 없는 시기임에도 폭포는 카메라에 담기 쉽지않을 정도의 길이로 참관객들을 압도했다. 산 기슭과 관폭정에 자리한 북측 노점상들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등산로 초입에는 오징어와 닭 등 꼬치구이와 옥수수, 고구마, 대통밥 등 요깃거리를 팔았고, 구룡연에서도 산바람으로 볼이 빨갛게 얼어붙은 북측 주민이 막걸리 등 음류수와 과자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흡사 예전의 우리네 등산로를 보는 듯한 이색 경험이기도 했다. 하산하는 길에 지난 18일 금강산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펼친 평양통일예술단과 조우하는 기회도 맞았다. 앳된 얼굴의 예술단원들은 ‘어떤 노래가 가장 좋았나’, ‘남측 황사가 심하다는데 살만하냐’, ‘남측에서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격을 얻어야하냐’, ‘남측에서 방송을 통해 북측 이야기들을 많이 듣느냐’ 등 여러 호기심 어린 물음표를 던졌다. 이어 20대를 갓 넘겼다는 한 예술단원은 “빨리 더 사이가 좋아져서 금강산에서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던졌다. 금강산의 수려한 풍경에 더해 잊혀지지 않을 한마디로 남았다. 북측 해설원들이 남측 참관객들에게 구룡연 노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로 곧게 뻗은 금강송들이 이목을 끈다.현대그룹 제공수정 같은 맑은 물이 누운 폭포를 이루며 구슬처럼 흘러 내린다는 옥류동 폭포.(사진=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금강산 구룡연으로 오르기 전 등산로 초입에 북측 주민이 오징어 등 꼬치구이를 판매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황·김홍도가 반한 비경, 늦가을 물오르다
  • [여행] 이황·김홍도가 반한 비경, 늦가을 물오르다
  • 충북 괴산 연풍면의 수옥폭포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발자취가 남은 곳이다. 김홍도는 수옥폭포를 배경으로 수옥정에서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모정풍류’와 꿩 사냥을 하는 모습을 그린 ‘호귀응렵도’ 등을 남겼다.[충북 괴산=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아침저녁으로 한기가 도는 게 늦가을 맛이 제법 나는 때다. 이맘때 떠나는 여행은 실로 상쾌한 기분을 듬뿍 안겨준다. 단풍잎들은 절반쯤 떨어져 푸짐한 낙엽길을 이루고, 땀 식히기에 딱 좋은 서늘한 바람은 해맑은 물소리를 타고 쏟아져 내린다. 이번 여행은 오지 중의 오지, 충북 괴산.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고, 골이 깊으면 물이 많다고 했다. 전형적인 산악지형이다. 밖으로는 군자산, 조셩산 등 30여개 산이 감싸 안았고, 안으로는 물맛이 좋기로 소문나 ‘감천(甘川)’이라고도 불리는 달천이 흐른다. 산이 깊은 만큼 심산구곡(深山九曲)도 많다. 전국 40여 개 침식 가운데 20여 개가 충북에 있고, 그중 7개가 괴산에 있다.동양화 같은 비경을 자랑하는 충북 괴산의 쌍곡구곡. 조선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풍류를 아는 수많은 문인이 이곳에서 노닐었다고 전해진다.◇한 폭의 동양화 같은 ‘쌍곡구곡’ 동양화 같은 비경을 자랑하는 충북 괴산의 쌍곡구곡. 조선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풍류를 아는 수많은 문인이 이곳에서 노닐었다고 전해진다.구곡(九曲)은 산과 계곡을 끼고 각각 9개씩 절경을 갖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괴산에만 화양구곡, 갈은구곡, 쌍곡구곡, 선유구곡, 고산구곡, 연하구곡, 풍계구곡 전국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7개의 구곡이 있다. 그중 쌍곡구곡은 동양화 같은 비경을 자랑한다. 칠성면 쌍곡마을부터 제수리재에 이르는 10.5km 구간에 호롱소, 소금강, 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마당바위 등으로 이뤄졌다. 조선 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풍류를 아는 수많은 문인이 이곳에서 노닐었다고 전해진다.찾아가는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선유동 입구에서 관평 방면으로 이동한 뒤, 517번 지방도를 따라 좌회전한 후 고갯마루를 넘으면 쌍곡구곡의 상류다. 만약 괴산에서 온다면 문경 방면 34번 국도를 15분 남짓 내려오면 쌍곡구곡과 이어진 517번 지방도를 만날 수 있다. 계곡을 난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중간중간 제1곡, 제2곡 등 구곡을 알리는 표지가 있다. 그 길 끝에 쌍곡구곡 입구가 있다. 그곳에서부터는 차를 주차하고 산책로를 따라 올라야 한다. 칠보산 혹은 장성봉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등산을 하는 것도 좋다.쌍곡의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의 급커브를 형성해 소를 이룬 곳.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 불린다.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것 같다고 해 소금강이라 불린다. 쌍곡폭포는 자태가 수줍은 촌색시와 비슷해 여성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쌍곡의 계곡들이 남성적인 것과 대조적이다. 8m 정도의 반석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종국엔 여인의 치마폭처럼 넓게 펼쳐지는데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로 폭포 소리가 시원하다.충북 괴산의 심산구곡 중 유일하게 신선들이 노닐던 곳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유구곡. 퇴계 이황이 그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올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늦가을 정취 즐기며 신선처럼 노닐다선유구곡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 송면에서 동북쪽으로 1~2km에 걸쳐 있는 이 계곡은 괴산의 구곡 중 유일하게 신선들이 노닐던 곳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조선 시대 유명한 학자인 퇴계 이황은 칠송정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선유구곡의 경치에 반해 아홉달을 돌아다니며 구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글자는 없어지고 아름다운 산천만이 남아 있다.선유동 계곡 입구에서 출발하면 제1곡인 선유동문을 시작으로 제2곡 경천벽, 제3곡 학소암을 차례대로 만난다. 이어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을 지나 제9곡인 은선암을 끝으로 계곡 상류인 후문을 빠져나가면 517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중간지점인 제5곡 와룡폭포 주변으로 볼거리가 많고, 휴게소가 있어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이 선유계곡을 화양동계곡과 함께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극찬할 정도였다.이화령연풍면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수옥폭포와 이화령 등이 대표적이다. 수옥폭포는 조선 시대 대표 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발자취가 남은 곳. 수옥폭포를 배경으로 수옥정에서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모정풍류’와 꿩 사냥을 하는 모습을 그린 ‘호귀응렵도’ 등을 남겼다.소백산맥의 조령산(1017m)과 갈미봉 사이의 ‘이화령’(梨花嶺·548m)에서는 늦가을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이화령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를 잇는 백두대간의 본줄기 고개. 해발 548m로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 이화령으로 불렸다. 1925년 일제가 만든 도로는 1998년 국도 3호선 이화령 터널과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개동하기 전까지만 해도 꽤 통행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 관광객이나 등산객만 찾을 정도로 한적하다. 이화령휴게소 정상에 서면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산줄기와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요즘은 방학을 맞아 자전거 국토종주에 나선 대학생과 동호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는 보통 5일을 잡는다. 남한 땅의 중심부 이화령 구간이 가장 험난한 코스다. 이화령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내린 빗물은 한강으로, 동쪽으로 내린 빗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든다.충북 괴산 칠성면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미루마을’. 대학 동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귀농·귀촌 마을이로, 총 50여가구가 모여산다.◇ 자유와 평화로운 삶을 구하는 ‘여우숲’칠성면에는 아름다운 마을 ‘미루마을’이 있다. 대학 동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귀농·귀촌 마을이다. 총 50여가구가 모여산다. 태양열과 지열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저탄소 패시브 주택단지 같은 모양의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치 유럽의 산골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다.마을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여우숲이다. 여우를 기다리는 숲이라는 의미다. 여우가 되살아오는 날을 기다린다는 염원을 담았다. 이곳에는 숙박과 거주 공간인 ‘층층나무관’, 숲까페 ‘여우비’, ‘숲생태체험장’ 등이 있다. 여우숲 대표인 김용규 씨가 시작해 만든 마을이다. 이후 마을 주민과 도시인 일부가 의기투합해 자본과 노동을 보태어 이 숲을 만들어 갔다. 숙박과 거주공간은 마을주민인 임태희, 임병희 목수 형제가 직접 만든 전통 흙벽돌을 써서 지었다. 침구와 커튼도 모두 화학적 처리를 거치지 않은 천연의 천으로 제작했다. 먹는 음식도 특별하다. 로컬 푸트와 제철 재료를 사용한다. 여기에 숲에서 나는 들나물과 산나물을 사용한다. 자연재배 식재료를 구하기 어렵다면 유기농산물을 사용한다. 책방과 북스테이를 함께 운영하는 ‘숲속작은책방’은 2014년 문을 연 서점이다. 한국 최초의 가정식 서점이자, 민박집이다. 귀촌한 부부가 가정집을 개조했다. 부부는 서울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며 글을 쓰던 김병록·백창화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50여 평 정원에 40여 가지 야생화와 작은 텃밭, 피노키오 오두막책방이 있다. 가정집 서재와 같은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고 공감하고, 소통하며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3천여 종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꽂힌 책에는 부부가 정성스럽게 적은 감상평이 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다락방에서는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북스테이’도 가능하다.충북 괴산 칠성면 ‘미루마을’의 여우숲. 여우를 기다리는 숲이라는 의미다. 여우가 되살아오는 날을 기다린다는 염원을 담았다. 이곳에는 숙박과 거주 공간인 ‘층층나무관’, 숲까페 ‘여우비’, ‘숲생태체험장’ 등이 있다.◇여행메모 △가는길=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중부고속도로 증평IC에서 나가 30㎞ 정도 가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로는 괴산IC와 연풍IC를 거쳐 약 20㎞와 35㎞를 가면 괴산읍에 도달할 수 있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증평을 거쳐 괴산까지 40㎞ 정도 가면 된다. △먹을곳= 괴강삼거리 괴강교 건너 왼쪽의 ‘할머니 괴강매운탕‘이 유명하다. 또 다른 이름난 먹을거리로는 올갱이해장국이다. 괴강에서 잡은 다슬기(올갱이)로 끓여낸 해장국인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맛집이 몰려 있다. 서울식당과 기사식당이 30년 넘게 이곳에서 올갱이해장국을 끓여내고 있다.
2018.11.16 I 강경록 기자
 찬바람 일기 전, 제주의 가을을 품다
  • [여행] 찬바람 일기 전, 제주의 가을을 품다
  • 서귀포 해안을 따라 걷는 올레 6코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내 바람이 쌀쌀해졌다. 겨울이 코앞까지 왔다. 하늘은 청명하고 볼을 스치는 바람은 기분 좋지만, 너무도 짧기에 남은 날들이 아쉽기만 하다. 가을을 조금 더 잡아두고 싶다면, 찬바람이 일기 전에 제주로 가자. 이번에 소개할 11월 제주의 모습은 ‘늦가을 감성 저격’이다. 가을이 저만치 가버리기 전에 제주 가을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 제주의 가을을 마음에 품어보시라.◇길 위에서 새로운 나를 찾다 ‘올레 6코스’문득, 나 자신이 낯설 때가 있다. 나의 새로운 면이나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모습을 마주쳤을 때 우리는 혼란을 느낀다. 그럴 때 머리를 비우고 길을 걸으며 나 자신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늦가을 감성에 젖어 깊이 사색하고 싶다면, 서귀포 해안을 따라 걷는 6코스를 추천한다. 쇠소깍에서 외돌개제주올레안내소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푸른 바다 옆 평탄한 해안길, 살짝 가파른 제지기 오름을 지나,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정방폭포와 서귀포 시내의 이중섭 거리를 거치는데 살짝 땀방울이 맺히면 금세 바닷냄새 가득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11월 1~3일에는 5,6,7코스를 걷는 ‘제주올레길걷기축제’가 열린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나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올레 6코스 : 쇠소깍다리 ↔ 외돌개제주올레안내소(총 11.6km)자연생태마을 서귀포 성산읍 수산2리◇가을이 깊게 머무는 고즈넉한 마을 산책 ‘수산2리 자연생태마을’어김없이 가을은 돌아오지만, 두세 달 정도 잠깐 머물다 가는 계절이기에 우리는 이 가을의 끝을 조금 더 붙잡고 싶어진다. 11월 제주에서 늦가을의 깊은 향기를 좀 더 오래 느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면 수산2리 자연생태마을로 가보시라. 은하수가 지상으로 내려온 듯, 빛나는 억새가 수놓아진 금백조로 끝에 있는 이 마을은 청정자연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그 가치가 인정된 곳. 마을 입구에 있는 선박 형태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금빛 들판과 곶자왈, 주변 오름과 곳곳에 서 있는 풍차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마을 안쪽 ‘수산 한 못’에서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고, 낭끼오름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보인다. 잠시 차에서 내려 가을빛을 머금은 수산리가 내뿜는 자연의 숨소리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수산2리생태체험센터, 마을주변으로는 남거봉(낭끼오름) 전망대, 수산한 못, 금백조로항파두리 항목유적지◇무수히 흘린 눈물, 붉은 낙엽이 되어 ‘비밀의 정원’제주는 대한민국 면적의 약 1.8%에 불과하지만 예부터 제주가 흘린 눈물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넘친다. 13세기 말, 몽골의 침략으로 고려 무신정권이 무너졌던 그때 외세에 끝까지 항전했던 삼별초와 몽골 직할지로 100여 년간 고통받았던 제주민의 피와 눈물은 아직 제주에 서려있다.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는 삼별초의 중심 방어시설로 현재는 발굴터와 전시관을 통해 당시의 치열했던 현장을 보여준다. 이곳은 토성 안쪽 부지를 이용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데, 가을에는 ‘비밀의 정원’이 빗장을 연다. 10월 말부터 잎이 빨갛게 물드는 참빗살나무 숲은 12월 초까지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처연하고 완숙한 붉은빛을 내는 잎을 보노라면 삼별초와 제주민이 흘린 눈물처럼 느껴진다. 올가을, 예쁜 사진과 함께 선조들의 호국정신까지 담아가길 바란다. 제주시 애월읍 항파두리로 50서귀포 중산간의 작은 동산 ‘들렁모루’◇동산에서 마주치는 하늘과 숲, 바다의 삼위일체 ‘들렁모루’다채로운 푸른빛의 바다, 구름과 환상 콜라보를 완성하는 하늘 그리고 청정공기를 생성하는 숲을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 황홀한 경험은 서귀포 중산간의 작은 동산에서 가능하다. 정상에 속이 빈 바위가 있다고 해서 ‘들렁모루’라고 불리는 언덕은 숨겨진 서홍동의 비경. 제주에서는 보기 힘든 대나무 숲이 만든 푸른 터널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고인돌처럼 생긴 바위가 보이면 정상에 다다른 것. 바위 위로 오르면 위로는 하늘을, 발아래로는 숲을, 정면에는 서귀포 시내와 앞바다가 펼쳐진다. 시야가 좋은 날에는 오른쪽으로는 각시바위와 고근산, 범섬. 왼쪽으로는 제지기오름, 섶섬, 문섬, 삼매봉이 모두 보인다. 작은 산책로가 선사하는 세 자연의 삼위일체를 만끽하기에는 선선한 가을날이 베스트다. 서귀포시 서홍동 들렁모루동산(펜션 ‘자연속으로’ 옆길)항일투쟁을 처음 시작했던 ‘법정사’◇화염 속으로 사라졌으나 영원히 기억하리라 ‘법정사’바다 건너 외로이 살아왔던 제주 사람들도 조국을 일제로부터 지키려는 마음만큼은 육지 못지않게 뜨거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3·1운동이 항일투쟁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으나, 1918년 10월 ‘법정사 항일운동’이 사실상 먼저였다. 서귀포 법정사 승려들은 민간인과 함께 조직적인 항일운동을 계획해 투쟁을 일으켰고, 2일간의 항거 끝에 결국 일제에 의해 제압되었다. 법정사는 한라산 동백길 안내소에 못 미치는 곳에 있는 ‘무오법정사 항일운동발상지’ 안내판 옆 샛길로 들어가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불태워져 현재는 건물 흔적만 남아있다. 올해는 ‘법정사 항일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 단풍으로 물든 둘레길을 걸으며 선열들의 숭고한 넋을 되새겨보자.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 나라를 위해 피 흘린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일이다. 서귀포시 도순동 산1(한라산 둘레길 ‘동백길’ 입구 부근)성산일출봉의 온전한 모습을 감상하기 좋은 ‘오조포구’◇한 걸음 뒤에 서면 비로소 보인다 ‘오조포구’어떤 것들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보아야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이번 가을 제주여행에서는 조망하는 즐거움을 경험해보자. 성산리 뒤편 오조리의 작은 포구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성산일출봉의 온전한 모습을 감상하기 좋은 포인트다. 가을 햇살이 부서져 반짝이는 바다 넘어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봉우리를 보노라면 그곳에 직접 올랐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 밀려온다. 원경을 감상했다면 이제는 주변을 돌아볼 차례. 포구 옆 식산봉은 나무데크로 이어져 있어, 마치 바다 위를 거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로 평온해지는 오조포구. 이곳에서 마음속 걱정거리도 한 발짝 뒤에서 넓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인생의 큰 그림을 위한 신의 작은 장난일지도 모른다.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로80번길제주도 갈대명소 ‘산굼부리’◇마음 열어 은빛 억새가 이끄는 대로 ‘산굼부리&정물오름’가을이 깊어갈수록 우리의 감성을 흔드는 건, 알록달록 단풍이 아니라 산야에서 금빛줄기 위로 솜털 같은 꽃망울을 틔우는 갈대다. 수수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거센 바람에 꺾이지 않으려 무리지어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이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일 테다. 제주도 ‘갈대 명소’하면 빠지지 않는 스팟으로 꼽힌다. 오히려 갈대가 오름 전체를 덮고, 바닷바람 따라 은빛으로 물결치는 장관을 볼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억새로 유명한 많은 오름이 있지만, 산굼부리와 정물오름을 권한다. 산굼부리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오르기 좋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보다 키 큰 억새를 만날 수 있고, 정물오름은 노을 하늘과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다. 11월, 마음을 활짝 열고 제주 억새를 따라 가을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 보라. 산굼부리는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768, 정물오름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산 52-1.제주 향기 담긴 ‘독립서점’◇제주 향기 한 스푼, 담긴 것들 ‘독립서점&소품숍’낭만이 흐르는 제주의 가을향기를 담아갈 방법을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제주 곳곳에 작지만 풍성하게 구성된 독립서점과 제주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들이 만든 소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을 두 눈 크게 뜨고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독립서점 라이킷과 북타임은 책방지기만의 감성으로 큐레이팅된 책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제주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듯 제주관련 섹션이 한 곳에 마련되어 있다. 소품숍 더 아일랜더와 제스토리는 다양한 소품들로 가득 차 있어서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해녀, 돌하르방, 조랑말, 동백꽃 등을 모티브로 자잘한 생활용품부터 문구류, 액세서리, 인테리어 장식품까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 제주에서 느낀 내 감성에 맞는 물건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주 향기 한 스푼 담긴 것들로 작은 행복을 느껴보길.패러글라이딩◇제주 하늘에 안겨 나만의 꿈을 그려봐 ‘패러글라이딩’청명한 하늘을 보여줘 더욱 찬란히 빛나는 이 가을.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는 새파란 상공 위를 나는 상상이 현실이 된다. 수많은 오름과 넓은 평야가 있는 제주는 패러글라이딩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오름 정상에서 발을 힘차게 구르면 바람결을 타고 제주의 하늘 속으로 출발한다. 중력을 거슬러 상공에서 바라보는 제주는 그야말로 신세계. 손에 잡힐 듯 구름 사이를 지나며 제주 하늘에 안겨 있는 기분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제주의 풍경을 마음속에 저장하고, 또 나만의 꿈을 제주 하늘에 그려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패러글라이딩은 금악, 군산, 솔오름, 서우봉 활공장에서 가능한데 기상 상황에 따라 장소가 결정된다.)단백질 보고 ‘보말칼국수’◇작지만 알찬, 단백질의 보고 ‘보말’서귀포 속담에 “보말도 궤기여(보말도 고기다)”라는 말이 있다. 보말은 해안가에서 손쉽게 채취할 수 있는 바다고둥으로 제주민에게는 동물성 담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중요한 먹거리였기 때문이다. 작지만 알찬 보말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식감이 연하고 은근히 달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것이 특징. 보말은 깨끗이 씻어 살을 발라낸 뒤 요리에 사용하는데, 서귀포에서는 삶은 보말을 주물러 우려낸 국물에 미역을 넣은 보말국을 자주 끓여먹었다고 한다. 숙취해독에 탁월하고 간과 위를 보호한다고 알려져 해장국으로 특히 좋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에는 보말 칼국수나 보말죽, 보말전이 인기. 쌉싸름하면서 고소한 맛으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제법 차가워진 가을바람에 뜨거운 음식이 생각난다면 보말음식이 제격이다.
2018.11.11 I 강경록 기자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양평 커플여행지는 어디?
  •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양평 커플여행지는 어디?
  •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늦가을 여행하기 좋은 곳을 소개한다. 일상을 여행하듯 보낼 수 있다면 우린 기꺼이 그 길로 갈 것이다. 가을이 끝나기 전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양평 여행지를 따라가 본다.연인과 걷기 좋은 ‘서후리 숲’사랑하는 연인과 걷기 좋은 양평 가을 여행지는 ‘서후리 숲’이다. 30만 평 중 10만평 모두가 녹지공간으로 사계절 숲 속 여행이 가능하다. 이곳은 A, B 코스로 두 개의 길로 나누어진다. 단풍나무숲 길을 지나 철쭉전망대, 자작나무숲, 은행나무숲, 층층나무숲, 메타세콰이아 숲으로 이어지는 A코스는 1시간거리다. 같은 지점 단풍나무숲에서 폭포를 지나 비밀의 숲, 잣나무 숲으로 내려오는 B 코스는 30분 거리로 모두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이 숲의 최대 장점은 일방통행이라는 점이다. 숲이 안내하는 방향은 다양한 풍경과 마주할 뿐 마주치는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다. 사르르 햇살이 비추고 단풍잎이 떨어진 낙엽 길은 가을의 끝자락임을 말해준다. 조르르 물 흐르는 소리, 숲이 숨쉴 때 뿜어져 나오는 향기, 휙 하고 바람이 불면 나뭇잎은 나무와 작별인사를 하고, 낙엽들 사이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다정히 걷고 싶은 날, 가을이 내려앉은 자작나무숲으로 향해보자. 쉬어갈 수 있는 벤치에 앉아 따뜻한 차 한잔을 나눠 마셔도 좋겠다. 서후리 숲은 결코 짧은 시간에 완성되지 않았다. 무성한 군락지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그 만큼의 시간과 정성이 동반되어야 가능해진다. 요즘처럼 땅만 있으면 산을 허물고 집을 짓고, 건물이 들어서는데 이곳에서는 그 삭막함을 찾아볼 수 없다. 비밀의 장소에서 말랑말랑해진 마음으로 사랑을 전해보자. 숨쉬고 있는 숲에서의 프러포즈! 가장 예쁘게 물든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으로 말이다. 아늑한 복합문화공간 양평카페 ‘나인블럭’ 서종점카페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 특색 있는 카페는 지역마다 핫 플레이스가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매니아들이 주목하고 있는 카페 복합문화공간 ‘나인블럭’이다. 나인블럭 서종점은 올해 오픈하면서 커피, 베이커리, 전시장 등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한곳에 모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큐크레이더와 전문바리스타가 제공하는 신선한 커피와 갓 구운 고소한 베이커리 맛은 기본이고, 기본에 새로움을 추가한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디자인으로 카페 품격까지 높혔다. 최근 한국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은 산업, 공업, 느낌이 강조된 디자인 형태를 통틀어 말하는 것으로 현재 다양한 곳에서 엿볼 수 있다. 차별화된 디자인 공간은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아늑한 힐링의 시간도 더해준다. 서종점은 출입구부터 사람의 마음을 이끈다. 자연스럽게 카페로 이어지는 넓은 정원에는 멋진 조각상과 자작나무, 수국 등 예쁜 포토존 길로 연결된다. 2층 구조의 넓은 카페는 실내 외 공간으로 주문한 후 머물고 싶은 자리로 이동하면 된다. 가을 옷을 입은 야외 조경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가을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카페 옆 건물은 ‘아트스페이스’로 각종 행사와 대관도 가능하며, 다양한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감성 여행자가 머무는 양평펜션 ‘피오레펜션’자연이 둘러싸고 있는 곳은 사람을 평온하게 한다. 숲속에 자리 잡은 조용한 공간,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고 지낼만한 곳 ‘피오레펜션’이 있다. 녹색으로 넘쳤던 곳엔 가을 단풍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산책길을 걷다 보면 기분은 좋아지고, 나빴던 것들은 낙엽처럼 하나둘 떨어져 나가 고운 것으로 채워진다. 카페 벽난로 장작은 이미 붉은 단풍잎처럼 활활 타오르고 테이블 위에는 어느새 따뜻한 커피 두 잔이 놓인다. 커피 향에서는 가을 냄새가 나고, 시선은 먼 산을 향한다.피오레 객실 인테리어는 12개의 감성을 동반한다. 처음 방문할 때는 핑크빛이었다면 계절마다 다른 낭만을 더하고 싶어진다. 어느 곳에 머물더라도 편안함은 그대로지만, 늘 새롭다. 생텍쥐페리는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일상의 쉼표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면 서울 근교 양평이 좋겠다.
2018.11.07 I 심보배 기자
태풍 피한 한화 불꽃축제, 100만 관람객 운집 속 성료
  • 태풍 피한 한화 불꽃축제, 100만 관람객 운집 속 성료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꿈꾸는 달’(The Dreaming Moon)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18’에서 화려한 불꽃이 가을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정상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18(이하 불꽃축제)’이 관람객 100만여명을 끌어모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한화그룹은 “6일 토요일 저녁 7시부터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불꽃축제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질서정연하게 진행돼 무사히 종료됐다”며 “기상상황으로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6일 오후부터 비는 멈추고 바람이 약해지면서 100만명의 관람객이 운집한 가운데 행사는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7일 밝혔다.2000년 첫 행사 이후 올해 16회째를 맞은 이번 불꽃축제에는 한국, 스페인, 캐나다 3개국 대표 불꽃팀이 참여했다. 총 10만여 발의 다채롭고 환상적인 불꽃이 가을 밤하늘을 수놓으며 가족, 연인, 친구 등 100만여명의 관람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 국방어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는 외국군 장교 및 가족들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 관람해 의미를 더했다.불꽃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대한민국 대표 ㈜한화가 장식했다. 올해 불꽃축제는 ‘꿈꾸는 달(The Dreaming Moon)’을 주제로 ‘달을 보며 꿈을 키워온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며 잊고 있던 꿈을 되찾는다’는 내용의 스토리텔링 불꽃쇼를 연출했다. 한강에 지름 10m의 인공달을 띄우고 달에게 소원을 비는 모습을 상징하는 환상적 느낌의 스트로브 불꽃, 원효대교를 활용해 폭포수처럼 불꽃이 쏟아지는 나이아가라 불꽃, 지름 250m까지 퍼지는 초대형 토성(Saturn) 불꽃이 가을밤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특히 한화그룹은 태풍 콩레이의 북상 등 예상치 못한 기상변화에 대비해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한 행사 진행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화그룹은 관람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각종 행사 구조물을 수차례 추가점검하고 구조물의 결속을 강화했다. 강풍에 따라 사고위험이 있는 설치물품은 설치시점을 재조정하거나 설치를 취소했다. 또 현장 기상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장내 안내 방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관람객들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안전대피 동선을 추가로 확보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한 제반 대책을 강화했다. 이외에도 깨끗한 행사장을 만들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클린캠페인을 진행했다. 행사 종료 후 쓰레기 수거 위해 700명의 한화그룹 임직원들로 구성된 한화봉사단과 시민 자원봉사자 등 총 1400명이 쓰레기 수거활동을 펼쳐 즐겁고 깨끗한 축제 현장을 만들었다.
"카메라만 갖고 놀아도 하루 다 가겠네"..LG V40 씽큐 써보니
  • "카메라만 갖고 놀아도 하루 다 가겠네"..LG V40 씽큐 써보니
  • V40 씽큐는 후면 트리플 카메라의 각 렌즈를 미리 볼 수 있는 트리플 프리뷰 기능을 제공한다. 사진= 김혜미 기자[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스마트폰을 들어 카메라 기능을 실행했다. 상단에 초광각, 일반, 망원렌즈를 선택할 수 있는 아이콘이 떴다. 가운데 아이콘을 꾹 누르니 세 가지 장면이 한꺼번에 뜬다. 하나 하나 확인해보니 역시 10배 줌이 가능한 망원카메라가 가장 낫다. 이제 촬영버튼을 누르면 끝. 여러 번 줌을 당겼다 밀었다 할 필요가 없었다.4일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40 씽큐’를 직접 사용해봤다. 몇 가지 특징적인 카메라 기능만 사용해보았을 뿐인데 30분을 훌쩍 넘겼다. 3가지 렌즈를 이용한 사진 효과는 물론 셀피 촬영시 여러가지 모드 적용, AI 카메라의 추천기능, AR(증강현실) 이모지 등 새로 적용된 흥미로운 기능이 그만큼 많았다.기본적으로 사진을 촬영할 때 3가지 렌즈의 장면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트리플 프리뷰’라면 각각의 렌즈로 촬영한 연속 사진을 짧은 영상으로 만드는 기능은 ‘트리플 샷’이다. G7 씽큐에서 처음 선보인 AI(인공지능) 카메라는 ‘AI 구도’ 기능을 추가, 사진을 촬영하면 가장 적합한 구도를 알아서 추천해준다.AI 카메라에 새로 추가된 AI 구도를 선택하면 가장 적합한 구도를 추천, 적용해준다.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하기 좋은 재미기능인 ‘매직포토’ 기능을 이용해봤다. 카메라 촬영모드에서 매직 포토를 선택한 뒤 버튼을 누르면 3초 정도 촬영되고, 움직이고 싶은 부분을 선택하라는 문구가 뜬다. 특정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니 해당 부분만 영상처럼 움직였다. 바람이 불 때 머리칼이 날리는 모습이나, 계곡에서 폭포수가 떨어지는 모습 등에 적용하면 재미있을 듯 했다.이번에는 셀피모드로 전환했다. 기존에 타사에서 선보였던 아웃포커스 기능은 물론 메이크업 프로 기능이 눈에 띈다. ‘촉촉한 눈매’, ‘로즈’ 등의 효과를 선택하면 각기 특징에 맞게 메이크업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부담스럽다면 메이크업 정도를 팔레트로 조절할 수 있다. LG전자는 토끼나 고양이 등 동물들이 내 표정을 그대로 따라하는 AR 이모지도 새로 선보였는데, 발끝까지 나온다는 점이 타사 제품과 달랐다. LG전자는 추후 나를 그대로 닮은 사람 형상의 AR 이모지도 추가할 계획이다.V40 씽큐의 아쉬운 점이라면 최근 추세와 달리 3300mAh의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 노트9과 화웨이 P20 프로는 모두 400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V40 씽큐는 대화면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가벼운 169g”이라면서 “배터리 용량이 작다고 해서 오래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최적화를 진행해 전작대비 빠지지 않는 성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V40 씽큐 카메라의 메이크업 프로 모드로 촬영한 셀피. 왼쪽부터 내추럴, 촉촉한 눈매, 로즈 효과.
2018.10.04 I 김혜미 기자
한화 불꽃축제 연기·취소 검토…"풍속 괜찮으면 정상진행"(종합)
  • 한화 불꽃축제 연기·취소 검토…"풍속 괜찮으면 정상진행"(종합)
  • ㈜한화 스마일 캐릭터 불꽃.㈜한화 제공[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한화(000880)가 오는 6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18(이하 불꽃축제)’을 연출하며 올해에도 서울 여의도 밤하늘을 불꽃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다만 북상 중인 태풍 콩레이의 경로 및 영향을 지속 모니터링해 만약의 경우 연기 또는 취소 또한 고려하고 있다.◇“강수량·풍속 고려 정상 진행…5일 공지”㈜한화는 4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불꽃축제 미디어 설명회를 갖고 “현재 태풍 경로가 한국과 일본, 미국 기상청의 예상이 조금씩 달라 상황에 따라 원래대로 진행할지, 연기할지, 아니면 취소할지 여부를 결정해 5일 오전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것”이라며 “정상진행이 어려울 경우 일정을 다음날인 7일 또는 다음주 13일로 연기해 진행할 예정이며, 아예 취소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우량은 호우주의보(3시간 동안 강우량이 60mm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10mm 이상)를, 풍속은 초당 10m를 기준으로 진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00년 처음으로 시작된 한화 불꽃축제는 2001년 미국 9·11 테러와 2006년 북한 핵실험, 2009년 신종플로 등으로 세차례 취소된 바 있으며 올해로 16회째다. 기상악화로 취소된 경우는 현재까지 없었다.다만 ㈜한화는 11개 공동주관사들과 서울시까지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만큼 기상상황이 나아지면 가급적 당일 정상운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연기될 경우에도 캐나다와 스페인 팀의 공연을 위해 7일이 유력하다. ㈜한화는 “현재 축제 당일 오후 7시 경 태풍이 잦아드는 걸로 예보됐으며 바람 세기를 지속 체크하고 있다”며 “정상 진행될 경우 관람객들에게 우의를 준비해달라고 공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감성 스토리에 신규 불꽃까지…서울 밤하늘 수놓는다올해 불꽃축제는 ‘꿈꾸는 달(The Dreaming Moon)’을 주제로 예년보다 감동적인 희망스토리를 담은 감성 불꽃쇼를 선보일 계획이다. 시간별로 ㈜한화는 캐나다(19시 20분), 스페인(19시 40분)에 이어 20시부터 약 40여분간 모두의 ‘꿈’을 응원하는 감성 불꽃을 연출한다. 특히 올해는 스토리 흐름에 맞춰 한강에 지름 10m의 인공달을 띄운 후 이를 활용한 불꽃 연출을 선보인다. 꿈을 꾸는 아이가 달에게 소원을 비는 내용에 맞춰 반짝거리는 ‘스트로브’ 불꽃을 연출하고 원효대교를 활용한 ‘나이아가라폭포’, ‘레인보우’ 불꽃을 선보이며 아이가 갖고 있는 순수함과 꿈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신비롭게 표현할 예정이다. 신규 불꽃들도 대거 선보인다. 먼저 달과 어우러지는 10인치(지름 약 250m) 대형 ‘토성(Saturn)’ 불꽃을 선보인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불꽃이다. 여기에 파란 은하수 빛을 연상시키는 ‘블루 레인(Blue Rain)’ 불꽃, 다양한 변색 효과를 자랑하며 밤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을 ‘고스트(Ghost)’ 불꽃 등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불꽃축제를 직접 디자인한 윤두연 불꽃 프로모션팀 과장은 “불꽃은 눈깜짝할 사이 지나가기 때문에 함께 깔리는 음악을 들으며 이런 불꽃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며 관람하면 좋을 것”이라고 관람팁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불꽃축제는 스토리에 걸맞는 음악 선정에 공을 들였다. 1막에서는 ‘달 달 무슨달(박지혜)’로 시작해 ‘이 지금(아이유)’에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아이의 기쁨과 환희를 아기자기한 캐릭터 불꽃으로 표현한다. 2막에서는 퍼렐 윌리엄스의 ‘해피’, 엑소의 ‘코코밥’ 등의 곡이 울려 퍼지면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이외에도 ㈜한화는 별도의 그라운드 행사도 운영한다. 여의도한강공원 드림아트존 내 계열사 부스 공간에서 13시부터 18시까지 4 Story VR 불꽃 체험, 불꽃 페이스 페인팅, 즉석 사진 인화, 불꽃 캐치볼 등 불꽃 관련 다양한 이벤트를 체험할 수 있다. ㈜한화는 “지난 15회를 진행하면서 단조롭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올해 이를 극복하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비롯 다양한 콘텐츠를 더했다”며 “63빌딩을 활용한 LED와 루프탑과 지상에서 레이저를 활용하는 등 멀티미디어 쇼로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길에서 가을을 만나다
  • [가을여행①] 길에서 가을을 만나다
  • 상황마을 다랑이논(사진=남원시청)[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길에서 가을을 만난다. 타박타박 걷기 좋은 계절, 길 따라 가을의 노래가 펼쳐지는 지리산둘레길로 가보자. 3개 도(전북, 전남, 경남)와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을 연결하며, 21개 읍·면과 120여 개 마을을 잇는 장장 295km 걷기 길이다. 그중 인월-금계 구간은 보석처럼 빛나는 비경을 품었다. 저녁노을보다 붉게 익은 고추,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다랑논에서 황금빛으로 춤추는 벼, 건넛마을로 향하는 촌로의 느린 걸음이 마음을 달랜다. 용광로보다 뜨거운 여름을 온몸으로 견뎌낸 농작물은 흙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 수확의 계절, 지리산둘레길의 가을은 도리어 푸르디푸르다.하늘재에서 창원마을로 향하는 구간. 자동차로 달렸다면 몰랐을 모든 자연의 이야기가 두 발로 걸으니 귓속으로 파고든다.(사진=사단법인 숲길)지리산둘레길 걷기가 처음이라면 인월센터에서 시작하길 추천한다. 센터는 인월장터로에서 구인월교를 건너기 전, 왼쪽으로 200m 가면 나온다. 센터에는 구간 지도와 숙박 정보, 주변 관광지 안내 리플릿 등이 있다. 때론 함께 채비 중인 길동무도 만난다. 길의 상태, 기상 상황 등을 센터에서 확인하고 나서자(월요일은 휴관이니 참고할 것).출발 전 인월전통시장에 들러 뜨끈한 순댓국으로 배를 채워도 좋겠다. 여행 일정이 맞으면 끝자리 3·8일에 서는 오일장 구경도 재밌다. 제철 산나물과 약초를 파는 할머니와 인사 나눈다. 장거리 트레킹을 앞두고 가방에 나물 가득 담고 싶은 맘을 꾹꾹 참는다. 4~10월 토요일에는 풍물 시장, 할머니 장터, 음악 공연 등이 펼쳐지는 인월토요장터가 열려 볼거리가 많다.이제 본격적으로 지리산둘레길 탐방에 나서보자. 구인월교를 건너 좌회전하면 인월-금계 구간(20.5km) 여정이 시작된다. 1시간에 대략 2.5km 이동하니 총 8시간 코스다. 점심나절에 첫발을 뗐다면 중간 지점에서 하루 머물고, 다음 날 금계까지 남은 구간을 걸으면 무리가 없다. 해가 짧아지는 시기이므로 늦어도 오후 1시에는 출발할 것을 권한다.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구간의 시작 표지판.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를 바라보며 타박타박 걷다 보면 중군마을을 만난다. 고려 시대에 오군(전·중·후·좌·우군) 가운데 중군이 이 마을에 주둔해서 붙은 이름이다. 벽화를 따라 천천히 오르막을 걸으면 황매암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길로 가도 수성대에서 합쳐지는데, 황매암으로 향하는 길은 산그늘이 있어 시원한 대신 조금 가파르다.인월-금계 구간은 옛 고갯길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 주 능선을 조망하며 걷는다. 6개 산촌이 정겹고, 둑길과 임도, 농로, 숲길, 산길, 차도 등 모든 길을 만난다. 걷다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순간에도 불안감이 찾아든다. 첩첩산중에 홀로 걸으면 괜한 두려움에 걸음이 빨라진다. 그때쯤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이 나풀댄다.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 때론 생명의 신호다. 갈림길마다 방향을 표시한 나무가 산과 나를 지켜주는 장승 같다. 빨간색은 인월-금계 구간 끄트머리인 금계로 향하는 길이요, 검은색은 시작점인 인월로 가는 방향이다.지리산둘레길은 500m마다 이정표가 있다. 길을 잃었다면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서 놓친 이정표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곳곳에 쉼터와 약수터, 요깃거리를 판매하는 식당이 있으니 배고플 걱정은 없다.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은 지친 발에 최고 명약이 아닐까. 이정표마다 더해지고 덜어지는 숫자가 걸어온 길의 거리를 말해준다.구인월교 인근에 위치한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 둘레길 관련한 모든 정보를 구할 수 있다인월에서 5.8km, 출발한 지 2시간이 흘러 배너미재를 넘는다. 침엽수림 사이로 달걀버섯이 얼굴을 내민다. 달걀버섯은 독버섯인 개나리광대버섯과 유사하여 착각하기 쉬우므로 잘 구분해야한다. 달걀버섯은 로마 시대에 네로 황제가 황금과 바꿔 먹었단다. 천천히 숲길을 빠져나오니 장항마을이다. 수령이 410년이나 되는 당산나무가 마을을 지킨다. 장항교를 지나 매동마을을 거쳐 하루 일정을 마친다.인근의 실상사도 볼 만하다. 실상사는 보통 첩첩산중에 들어앉은 사찰과 달리 산내면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걷다가 들러도 부담 없다. 단일 사찰 중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데다, 실상사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천왕봉의 웅장한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실상사에서 상황마을로 가는 길목, 산내면은 두 번째 고향에 터를 잡은 사람이 많다. 지리산과 땅의 부름을 받아 귀농한 이들이다. 사연 많은 젊은 날을 보내고, 이곳에서 자연의 속살을 누린다. 세척된 채소를 문 앞에서 받는 편리함 대신, 가축 분뇨 섞인 흙에서 살아 있는 먹거리를 마련하려고 밤낮으로 몸을 쓴다. 흙과 바람, 자연에 순응하며 수확한 모든 것은 건강함 이상의 정신적 산물이다. 하룻밤 묵어가는 객은 귀농한 용기와 부러움에 박수를 보내지만, 겪어본 이들은 감내해야 할 무게가 적지 않음을 안다.같은 줄기에서도 다르게 익어가는 농작물처럼, 둘레길 풍경에서 제각기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지리산에서 맞는 아침은 황홀하다. 일정이 되면 무리하지 않고 하루를 머무는 이유다. 차가운 공기가 귓바퀴를 감돌아 마음으로 파고들다 나간다. 정화다. 동틀 무렵 능선을 차고 오르는 태양 앞에 마음은 지리산에 터를 잡았다. 가을볕에 익은 벼는 고개 숙이고 땅을 바라본다. 땅과 이별을 고하고 누군가의 손에서 입으로, 다시 흙으로 돌아올 채비를 하는 듯 보인다.길을 나서는데, 상황마을 민박에서 기르는 개 ‘바래’가 앞장선다. 간혹 민박한 손님과 금계까지 함께 걷고 돌아온단다. 오르막길을 포함해 7.5km나 되는 거리를 함께 걸었다. 발걸음이 느려지면 멈춰서 기다려준다. 정자에 올라 물도, 바람도 나눠 마셨다. 혹여 걷다가 바래를 만나면 인사를 건네시라. 언제고 당신의 든든한 안내자를 자처할 터이니. 상황마을은 다랑논이 폭포처럼 흐른다. 다랑논은 산골짜기 비탈진 곳에 층층으로 일군 논이다. 자동차로 오르면 순식간에 지나쳤을 풍경이 온몸으로 와락 안긴다.상황마을의 장관, 다랑이 논숨이 가빠진다. 상황마을에서 제법 오르막길을 오르면 등구재다. 고개를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이 바뀌는 지점이다. 왼발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오른발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 있다. 옛사람들은 함양에서 오도재, 등구재를 넘어 남원으로 왕래했단다. 이내 창원마을 전경이 펼쳐진다. 지리산둘레길은 왼쪽, 창원마을로 향하는 빠른 길은 오른쪽이다. 왼쪽으로 돌아가라는 안내판 때문에 둘러 가는 느낌이지만, 둘레길은 왼쪽이 맞다. 오른쪽 길은 사유지이므로 빨리 가고픈 맘 다잡고, 몸을 왼쪽으로 틀자. 이내 다다른 창원마을은 곳간이 많던 곳이다. 활짝 열린 대문으로 일광욕하는 고추가 보인다. 가을이 마당에 펼쳐지니 넉넉한 수확의 계절을 실감한다.금계마을을 마지막으로 인월-금계 구간의 목적지에 다다랐다. 20km 남짓 걸었는데 마음이 홀가분하다. 지리산둘레길이 열린 지 10년이 흘렀다. 지천으로 난 고사리는 새순을 10번 냈고, 흙길은 더러 시멘트 길로 바뀌었다. 땅거미 지면 겨우 한두 채 불빛이 보일까 말까 하더니, 이제 민박도 여럿 있다. 외지인은 산 중턱에 그림 같은 집을 마련하려고 부지런히 망치질한다. 고요한 산에 총성이 울려 퍼진다. 그저 사람이 지금보다 조금 더디게 다가서길 바라는 마음이다.아직 걸을 힘이 남았다면 ‘지리산 속 석굴암’ 서암정사로 가자. 지리산제1교에서 농어촌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벽송사에서 서쪽으로 600m쯤 떨어진 곳이다. 서암정사(瑞庵精舍)는 ‘상서로운 바위를 장엄(莊嚴)했다’는 뜻으로, 석굴 법당이 인상적이다. 아기자기한 조경과 함께 지리산의 품에 안겨 불교 석조 작품을 감상하기 좋다.불교석조각이 인상적인 서암정사◆여행코스= 구인월교→중군마을(2.1km)→황매암갈림길(0.8km)→수성대 입구(1.1km)→수성대(0.3km)→배너미재(0.8km)→장항마을(1.1km)→실상사(2.66km)→상황마을(1.9km)→숙박→등구재(1km)→창원마을(3.1km)→금계마을(3.5km)→서암정사 △가는길=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오수IC교차로에서 구례·남원 방면 우회전→춘향로→백공산사거리에서 장수·남원 IC 방면 좌회전→충정로→광주대구고속도로→인월교차로→황산로→신촌교차로에서 지리산국립공원·인월 방면 우회전→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먹을곳= 칼국수는 인월면의 박서방해물칼국수, 돼지국밥은 인월면에 시장식당, 돼지고기김치찌개는 마천면의 강쇠네흑돼지가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금대암, 국악의성지, 뱀사골계곡, 남원백두대간생태교육장전시관
2018.09.24 I 강경록 기자
 끊긴 철길 위로, 폐허 노동당사 사이로…평화의 바람이 불다
  • [여행] 끊긴 철길 위로, 폐허 노동당사 사이로…평화의 바람이 불다
  • 경관 조명이 꺼진 강원 철원군의 노동당사 위로 아름다운 은하수가 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 이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 대신 이제 평화의 바람이 분다. 평화의 물꼬를 튼 것은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 단일팀. 그 뒤를 이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온 국민을 눈물짓게 만든 이산가족 상봉까지…. 바야흐로 한반도는 평화의 물결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한반도 평화 관광지’라는 주제로 5곳의 가볼 만 한 곳을 특별추천했다. ‘안보’라는 이미지에서 ‘평화’와 ‘관광’의 상징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이하 DMZ)다.인천 강화군의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 남북 사이를 가로지르는 물길 너비는 불과 2~3km밖에 되지 않는다.◇가장 가까이서 북녘땅 볼 수 있는 ‘강화평화전망대’인천 강화군의 강화평화전망대는 한반도에서 북녘을 가장 가깝게 바라보는 평화 여행지다. 강화도 최북단인 양사면 철산리 민통선 지역에 세워졌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물줄기가 서해와 만나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다. 물길의 너비는 불과 2~3km 안팎이다. 헤엄쳐 건널 수 있을 만큼 가깝지만, 이곳 수역은 아무도 다가갈 수 없는 육지의 비무장지대(DMZ)와 같다.북한 땅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해설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매시 정각(10~16시)에 진행한다. 주변 지역을 설명하고 장소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해 관람 시간이 더욱 풍부해진다. 태양광 시설처럼 보이는 것이 슬레이트 지붕을 단 신식 거주지라는 이야기, 해마다 이곳을 찾아오는 실향민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다 보면 분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인천 강화군의 강화평화전망대에 설치한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 너머로 북한 땅이 선명하게 보인다건물 밖에는 강화 출신 작곡가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와 망배단이 관람객을 맞는다. 왠지 모르게 서글픈 분위기에 마음이 아릿해진다. 해마다 이곳을 찾아 고향 땅을 바라보는 제(祭)를 지내는 실향민의 심정을 헤아리면 걸음을 떼기 힘들다. 남북의 강물이 하나가 되어 흐르는 이 땅에 사람들은 분단이라는 족쇄에 묶여 자유로이 오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강화평화전망대는 민통선 지역에 있어 검문소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화이야기투어(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용흥궁)→강화역사박물관→강화자연사박물관→강화 하점면 부근리 지석묘→(숙박)→강화평화전망대→교동도(대룡시장)경기 파주시 임진강평화누리 공원 전경◇평화와 셀피의 명당, ‘임진각평화누리’경기 파주시의 임진각국민관광지. 한국전쟁의 상흔을 증언하는 장소다. 이곳에 2005년 임진각평화누리가 들어섰다. 야외공연장을 중심으로 9만 9000여㎡(3만 평) ‘음악의언덕’이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설치 작품도 들어섰다. 대나무로 엮은 3~11m 인물상이 땅에서 솟으며 차례로 나아가는 최평곤 작가의 ‘통일 부르기’와 3000여개 바람개비가 알록달록 무리를 지은 김언경 작가의 ‘바람의 언덕’, 녹슨 철로 솟대 모양의 창이 하늘과 겹쳐진 이경림 작가의 ‘솟대 집’…. 작품 하나하나마다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경기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본 ‘내일의기적소리’임진각은 임진각평화누리와 주차장 뒤에 있다.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로 실향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상징적인 장소다. 맞은편은 독개다리 스카이워크 ‘내일의기적소리’ 방면이다. 독개다리는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옛 경의선 상행 철도다. 오랜 시간 남은 5개 교각을 길이 105m, 폭 5m 스카이워크로 재단장했다. 경의선 증기기관차 객차를 재현한 과거 구간, 철로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현재 구간, 2층 스카이워크의 미래 구간으로 이어진다.경기 파주시 임진각 장단역 증기기관차 안에서 자란 뽕나무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78호)도 만날 수 있다. 반세기 넘도록 DMZ에 방치한 것을 이곳으로 옮겨 왔다. 1020발이 넘는 총탄 자국이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그 곁에는 뽕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기차 화통에서 자란 뽕나무를 옮겨 심었다. 평화의 나무이자 희망의 나무다. 자유의다리도 바로 옆이다. 휴전협정 뒤 국군과 유엔군 포로가 건너오고, 7·4남북공동성명 때 남북회담 대표가 오갔다. 임진각평화누리→임진각→내일의기적소리→제3땅굴→도라전망대→숙박→벽초지문화수목원→마장호수흔들다리빛공해가 적은 강원 철원군의 노동당사는 별관측하기에도 좋다◇전쟁의 공간에서 평화의 공간으로, ‘노동당사’강원 철원군의 노동당사. 민간인출입통제선(이하 민통선)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철원이 북한 땅이던 1946년, 조선노동당이 철원군 당사로 지었다. 소련 군정 아래 있다 보니 소련식 건축양식을 따랐다. 현관에 돌로 만든 원기둥 두 개를 세우고, 전면은 상승감을 강조한 아치 장식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시대상을 잘 반영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건축물이라는 지금의 평가와 달리, 당시 주민에게 네모반듯한 3층 건물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한국전쟁이 발발하기까지 많은 반공 인사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빈 성냥갑처럼 외벽만 간신히 남았다. 그렇다고 그 안에 담긴 역사가 사라진 건 아니다. 2002년 5월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강원 철원군 노동당사의 ‘빛의사원’ 내부 전시공간통일기원예술제나 음악회 등 다양한 평화 기원 행사도 이곳에서 열렸다. 지난 6월에는 노동당사와 고석정, 월정리역을 오가며 열린 ‘2018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도 성황리에 끝났다. 2017년에는 정우성과 곽도원이 주연한 영화 ‘강철비’ 촬영지로 잠시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노동당사 여행은 경원선 평화열차 DMZ 트레인이나 통근 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백마고지역에서 노동당사를 오가는 버스를 타면 금방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신망리~대광리 구간 교량 공사로 연천역까지 단축 운행한다. 공사를 마무리하는 12월 1일까지 연천역~백마고지역 구간을 무료로 운행하는 연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노동당사→소이산생태숲녹색길→도피안사→노동당사 야경→숙박→제2땅굴(안보 견학)→고석정→직탕폭포→철원 승일교→삼부연폭포청정한 자연이 살아있는 강원 양구군 두타연◇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두타연’강원 양구군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이룬 깊고 푸른 소(沼)를 일컫는다. 내금강에서 흘러내린 수입천이 바위를 만나 굽이굽이 휘감아 돌다가 높이 10m 폭포로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자연이 오롯이 살아 있는 생태 관광지로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 열목어와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인 산양 등을 볼 수 있는 청정 지대다. 한국전쟁 후 출입을 금지했다가, 지난 2004년 50여년 만에 빗장을 열었다.두타연 주위로 생태 탐방로와 조각 공원을 조성했다. 생태 탐방로는 두타연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와 정자, 계곡을 건너는 징검다리와 출렁다리(두타교), 관찰 데크 등을 마련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근사하다. 한반도 모양으로 흘러가는 물살이 소에 떨어지며 하얗게 부서진다. 두타연 상류에 놓인 징검다리는 한여름 물이 불어나면 잠기기도 하지만, 그 외 계절에는 대부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생태 탐방로 옆으로 지뢰 체험장이 나온다.강원 양구군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펀치볼마을걷기를 좋아한다면 ‘평화누리길’을 추천한다. 이목정안내소~두타연~하야교삼거리~비득안내소는 총 12km 걷기길이다. 계곡을 끼고 이어져 호젓하고, 숲을 통과하는 구간은 새소리가 들려 평화 그 자체다. 이목정안내소~두타연주차장은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두타연~하야교삼거리~비득안내소는 자전거와 도보만 허용한다. 두타연→펀치볼마을→국립DMZ자생식물원→산양증식복원센터→국토정중앙천문대→숙박→파라호 한반도섬→양구선사박물관→박수근미술관강원 고성군의 DMZ박물관에서는 한국전쟁과 DMZ에 관한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금강산으로 가는 희망의 길 ‘통일전망대’강원 고성군의 통일전망대. 1984년 분단의 아픔과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금강산과 가까운 현내면 마차진리에 설치했다. 휴전선의 동쪽 끝이자,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 10km 지점이다. 통일전망대에 오르면 한국군과 북한군 초소가 대치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불과 600m 거리다. 남과 북이 철책으로 갈라선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풍경이다.시선을 돌려 해안선을 따라가면 시리도록 아름다운 금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산 1만 2000봉우리 가운데 아홉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구선봉과 ‘바다의 금강’이라는 해금강이다. 해마다 약 50만 명이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북녘을 바라보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고배율 망원경을 이용하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북녘을 세세히 볼 수 있다. 통일전망대 옆에 해돋이통일전망타워 건설이 한창이다. 지상 3층 건물을 완공하면 더 쉽게 북녘의 산하를 바라볼 수 있다. 9월 준공 예정이다.멀리 금강산이 보이는 위치에 자리한 강원 고성군의 통일전망대주차장 끝은 한국전쟁 체험전시관이다. 전시관에는 북한의 남침, 피란길, 학살 등 전쟁의 순간순간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다. 컴컴한 전쟁체험실은 고성에서 치러진 야간 공방전을 재현했다. 포탄이 쏟아지는 소리와 총소리가 울려 퍼져 현장감을 더한다. 통일전망대로 가려면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출입 신고서에 탑승자와 차량 정보를 기재하고 입장료(3000원)를 지급하면 출입증을 준다. 시청각 교육 후 정해진 시각에 통일전망대로 향한다. 통일전망대→DMZ박물관→대진등대→화진포→숙박→건봉사→고성왕곡마을→김하인아트홀→청간정
2018.09.07 I 강경록 기자
태풍 '솔릭' 인명피해 3명…소정방폭포 실종 여성 수색 난항
  • 태풍 '솔릭' 인명피해 3명…소정방폭포 실종 여성 수색 난항
  • 강풍에 무너진 주공아파트 담장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며 전국에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40분쯤 전남 고흥군의 한 주공아파트 담장이 무너지면서 담장 옆을 지나던 김모(16)군이 하반신에 골절상을 입었다.이로써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제주 서귀포시 소정방폭포 인근에서 파도에 휩쓸려 실종된 박모(23·여)씨와 부상을 입고 빠져나온 이모(31)씨를 포함해 현재까지 태풍 솔릭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실종자 1명과 부상자 2명이다.해경, 제주 소정방폭포 실종 여성 수색 (사진=연합뉴스)해경과 경찰, 소방대원 등은 실종된 박씨를 찾기 위한 작업을 이틀째 벌이고 있지만,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도 제주 지역의 바람과 파도가 거센 탓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씨와 이씨는 소정방폭포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이동하다가 갑작스럽게 몰려온 파도에 나무로 만든 난간이 무너지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6시 기준 태풍 솔릭은 대전 동남동쪽 약 30km 부근 육상에서 시속 32km의 속도로 북북동진 중이다. 오늘 낮 강원도를 지나 동해상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태풍 솔릭은 중심기압 985hPa, 최대풍속 초속 22m(시속 79km), 강풍반경 210km의 약한 소형 태풍이다.
2018.08.24 I 김은총 기자
제주, 태풍 솔릭 직격탄…‘관광객 실종·정전·방파제 유실’ 피해 속출
  • 제주, 태풍 솔릭 직격탄…‘관광객 실종·정전·방파제 유실’ 피해 속출
  • 태풍 ‘솔릭’이 제주를 강타한 23일 오전 제주시 연신로 도로가에 심어진 야자수가 강풍에 쓰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에 접근하며 강한 위력을 드러냈다.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23일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쯤 서귀포시 소정방 폭포인근에서 20대 여성 1명이 사진을 찍던 중 파도에 휩쓸려 실종돼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해경과 소방대원, 경찰 등은 현장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태풍 영향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높아 실종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정전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23일 오전 1시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344가구, 대정읍 상모리 448가구, 표선면 성읍리 203가구,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103가구 등 모두 1098가구가 정전됐다. 한전 관계자는 “강풍으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정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밤샘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시설물 피해도 속출했다. 서귀포시 위미항에서는 높은 파도에 방파제가 유실됐고 도내 곳곳에서 신호등이 부러지거나 간판 등이 강풍에 떨어지는 일이 속출해 현장 안전조치가 진행됐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야자수도 강한 바람에 잇따라 쓰러져 한동안 차량 통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막혔다. 제주국제공항은 22일 오후 6시부터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됐다. 이날 제주를 오갈 예정이던 국제편과 국내편 항공기 489편 중 152편(국제6편·국내 146편)이 결항했다. 23일 오전에도 제주국제공항에서는 항공기가 운항되지 않을 예정이다.현재 제주도 육상 전역과 전 해상에는 태풍경보가 발효 중이며,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태풍은 23일 오전 9시에 목포 남서쪽 약 150km 해상에 도달한 뒤 오후 9시 서산 남남서 쪽 약 80km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23일 오전 제주시 남녕고등학교 교차로 인근 도로중앙분리대가 엿가락처럼 휘어 쓰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08.23 I 장구슬 기자
'느리고 강한' 태풍 솔릭 북상중…제주 1명 실종·3천여가구 정전 피해
  • '느리고 강한' 태풍 솔릭 북상중…제주 1명 실종·3천여가구 정전 피해
  • 제19호 태풍 솔릭이 몰고 온 높은 파도에 제주 서귀포시 위미항 방파제 보강공사용 시설물 91t 가량이 유실됐다. 사진은 해당 방파제 시설물의 모습.(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제 19호 태풍 ‘솔릭’이 느리지만 강하게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이다. 22일부터 영향권에 들었던 제주도에서는 1명이 실종되고 3000가구 이상 정전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산지에는 23일까지 5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피해가 우려된다. 23일 기상청 및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오전 5시 기준 솔릭은 제주 서귀포 남서쪽 약 90km 해상에서 북북서진중이다. ‘중형’급 태풍 솔릭은 최대풍속 40m/s로 이동 중이며 이동속도는 시간당 16km로 전날보다 다소 느려졌다. 예상진로는 제주를 거쳐 이날 오후 3시 목포 서남서쪽 약 100km 해상을 지나 24일 새벽 서산 남동쪽 약 30km 부근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5시 현재 제주와 전남, 제주도앞바다, 먼바다, 남해서부 앞바다, 서해남부 먼바다, 남해서부 먼바다, 남해동부 먼바다에는 태풍 경보가 발효됐다. 전북과 전남, 광주, 경남, 부산, 서해남부 앞바다, 남해동부 앞바다에는 태풍주의보가, 서해중부 먼바다, 서해중부 앞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태풍의 영향권에 있는 제주도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까지 제주 윗세오름에는 566mm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최고풍속 21.9m/s로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이날까지 제주도에는 150~300mm, 제주도 산지에는 최대 500mm 이상 비가 내리겠다. 전남과 경남서부는 100~250mmm, 서울과 경기, 강원, 충남, 전북, 서해5도 등에도 50~100mm의 비가 쏟아지겠다.제주에서는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1명(23세·여)이 실종됐고 1명(31세·남)이 부상을 입었다. 실종자는 22일 저녁 제주 서귀포시 소정방폭포 인근에서 2명이 사진촬영 중 파도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며 원인조사 중이다. 정전도 잇따랐다. 안덕면 사계리, 대정읍 상모리, 서귀색달 등 8곳의 제주 지역 3041가구가 정전됐다. 위미항 방파제 보강시설물(TTP) 90여톤은 유실됐다. 6년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 솔릭의 위력에 바닷길과 하늘길도 모두 막혔다. 80개 항로 115척의 여객선 발이 묶였고 9개 공항 347편의 항공기가 결항됐다. 이밖에도 16개 국립공원, 도로 3곳 등도 통제 중이다. 정부는 범정부 협업체계를 가동하고 태풍대응 태세를 구축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총 1만1858명의 공무원이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해 인명피해 우려지역과 해안가 위험지역 등을 예찰하고 있다.
2018.08.23 I 송이라 기자
 작은 섬들의 환대…낯선 풍경의 설렘에 빠지다
  • [여행] 작은 섬들의 환대…낯선 풍경의 설렘에 빠지다
  • 경남 최남단 여차마을에서 홍포마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도해의 풍경. 대병대도와 소병대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거제=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던 8월 초. 무더위를 피해 찾아간 곳은 경남 거제다. 이전 여행이 어디를 꼭 가야 하는 ‘여행코스’에 집중했다면 이번 여행은 낯선 환경에서 얻는 ‘영감’과 재충전을 위한 ‘머뭄’이 더 큰 목적이었다. 여기에 가족과의 교감도 추가했다. 산더미 같은 일거리를 잠시 뒤로 미루고, 그동안 무심했던 가족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장소가 그리 중요하진 않지만 ‘떠남’을 업으로 삼은 나에게는 ‘머뭄’이, ‘머뭄’이 일상인 가족에게는 ‘떠남’이 필요했다. 거제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들어선 소낭구펜션◇2000여평 정원 거닐며 마음의 안식 구하다곳곳에 야생화가 피어있는 소낭구펜션의 정원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심한 부분은 숙소다. 단순히 잠자는 곳이 아닌 여행목적지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일운면의 ‘소낭구펜션’. 옥녀봉 맞은편 산 중턱, 거제대 정문 바로 아래 자리하고 있다. 소낭구펜션은 정원으로 유명하다. 주인 박정명 씨가 무려 18년 동안 분재 다듬 듯 가꾼 정원이 무려 2000여평에 달한다. 소낭구는 소나무의 경상도 사투리다. 이름처럼 정원에는 잘 생긴 소나무가 유난히 많다. 특이한 점은 정원 나들목마다 옆으로 길게 누운 소나무가 있다는 점이다.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지나게끔 했다. 여기에 벽을 쌓듯 큰 돌을 쌓아 만든 폭포에서는 청아한 물소리와 새소리가 합주하고, 황토를 다지고 돌을 둘러 옛 기법대로 만든 연못에서는 연꽃 사이로 비단잉어 수십 마리가 헤엄쳐 다닌다. 오솔길에는 침목을 깔고 나무터널을 만들었다. 곳곳에 놓아둔 물확에서는 개구리들이 인기척에 놀라 펄쩍 뛰어오른다. 구사일생으로 이곳에 옮겨온 키 큰 팽나무 아래의 통나무 시소와 삐걱대는 나무그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한가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돌 틈에는 야생화가 철에 따라 피었다 지곤 한다. 앉고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나무의자가 있거나 원두막이 그늘을 만든다. 비온 뒤 소낭구펜션에서는 물방울 맺힌 풀잎들이 마치 수정처럼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다넉넉한 정원에 집들도 제대로 앉았다. 남향으로 금송정·육송정·해송정·풍양정·운양정·토양정·석양정·서마실·동마실·아랫마실 등 옛 정취 물씬 나는 한옥은 정갈하기 이를 데 없다. 사무실로 쓰는 너와집, 창고로 쓰는 굴피집, 관리원들이 사는 황토집·초가에 이르기까지 지붕 하나 이는 것에도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멀리 호수처럼 잔잔한 지세포항의 전경이 펼쳐지고, 눈을 들면 옥녀봉이 아름다운 자태로 서 있다. 달 밝은 날 지세포 바다에 비친 달이 파도에 살랑거리는 풍경, 해무가 올라왔다 걷힐 때의 풍경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처마에 부딪친 바람은 방안으로 빨려들듯 밀려온다. 해풍에 나뭇잎 서걱대는 소리는 파도소리를 닮았다. 모래가 곱고 주변 풍경이 아름다운 구조라해수욕장◇고운 모래, 매끈한 몽돌 품은 해변 신선대전망대에서 바라본 신선대‘바다’도 거제를 찾은 이유다. 가족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해수욕이어서다. 거제에는 해수욕장만 16곳에 이른다. 그중 동부해안에는 이름난 네 곳이 있다. 두 곳은 모래 해변이고, 나머지 두 곳은 몽돌해변이다. 14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 가장 먼저 ‘와현모래숲해변’을 만난다. 호리병 모양으로 쏙 들어간 해안에서도 가장 안쪽에 들어앉은 해변이다. 물이 맑고 바다가 잔잔한 게 특징이다. 백사장 길이는 500m 정도로 짧은 편. 폭은 100m 정도여서 고운 모래가 발에 밟히는 감촉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다. ‘구조라해변’도 지척이다. 거제에서도 질 좋은 모래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름이 난 곳이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전국 청정 해수욕장 20선’에 선정한 곳이다. 동쪽으로 거제의 ‘풍경 전망대’인 망산과 서쪽으로 수정봉, 앞쪽으로는 안섬·윤돌섬 등이 어우러져 수려한 풍경을 펼쳐 낸다. 으뜸은 ‘해변’이다. 해변 길이가 1.2㎞, 폭 30m다. 모래는 비단같이 부드럽고 바다는 맑고 깨끗하다. 해변 옆에 바다로 툭 튀어나온 수정봉이 거센 물결을 막아줘 대체로 물결이 잔잔하고 수심은 완만하다. 여기에 수온도 적당해 좋은 해수욕장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가장 적합한 해수욕장이다. 길을 남쪽으로 재촉하면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이 나온다. 국도변 요지에 자리해 한여름이면 제법 많은 피서객으로 북적이는 곳이다. 몽돌은 해안에 깔린 돌들이 오랫동안 파도에 씻기고 다듬어지면서 어디 하나 모난 데 없이 크기도 비슷하게 둥글둥글해진 돌이다. 어느 계절이든 안심하고 맨발로 다닐 수 있고 잘 밟고 다니면 지압에도 좋다. 학동 몽돌은 약 1.2㎞에 걸쳐 있다. 하얀 거품을 머금은 파도가 밀어닥치면 몽돌은 파도에 이리저리 밀리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14번 국도가 끝나는 지점인 다포삼거리에서 1018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여차몽돌해변이 나온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과 같은 몽돌 해변이다. 차이라면 조금 더 조용하고 해수욕보다 풍경 감상에 더 좋다는 점이다. 섬 전체가 하나의 정원인 외도 풍경◇거제 앞바다 작은 섬에서 번잡함을 피하다여름 휴가철 거제는 피서객으로 북새통이다. 이런 번잡함을 피해 거제 앞바다에 총총히 박힌 섬으로 간다. 무려 70여개가 넘는 작은 섬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그중 여행자들을 싣고 가는 배로 당도할 수 있는 섬은 일부 섬에 불과하다. 섬 하나가 통째로 정원을 이룬 외도가 간판격이고, 늦봄의 동백으로 이름난 지심도, 최근에야 길이 놓인 내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외도는 섬 전체를 이국적인 정원으로 꾸민 해상공원이다. 14만 8760㎡(약 4만 5000평)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한 개의 섬 같지만, 실제로는 동도와 서도로 나뉜다. 이 중 서도는 공원으로, 동도는 자연상태 그대로의 동백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도의 정원은 어디든 나무랄 데 없다. 정원 구석구석과 해안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근사하다. 섬은 긴 시간의 노동과 정성으로 더 손댈 곳이 없는 모습이다. 구태여 흠을 잡자면 관광객을 가득 태운 유람선이 한꺼번에 몰려 바다 위에 정박할 정도로 번잡스럽다는 정도다. 또 타고 온 유람선으로 섬을 나가야 하는 원칙 때문에 2시간 안쪽만 머물 수 있다는 정도다. 외도와는 달리 한적한 분위기인 지심도지심도는 외도와는 정반대 분위기다. 거제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5㎞ 남짓 떨어져 있다. 너비 500m, 길이 1.5㎞의 자그마한 섬이다. 동백나무와 함께 후박나무, 소나무 등 3종의 식물이 뒤섞여 자라는데 10그루 중 7그루가 동백이다. 섬 전체가 동백숲인 지심도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붉은 꽃이 후드득 떨어져 융단처럼 덮이는 늦봄 무렵이다. 그러나 여름날 짙은 동백 숲 터널도 이에 못지않다. 어둑한 동백 숲과 함께 일제강점기의 포대와 진지 등을 짚어가며 둘러보는 맛도 괜찮다. 거제도가 피서 인파로 북적이는 한여름에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점에도 점수를 줄 수 있다. 해질무렵 홍포전망대에서 바라본 대병대도와 소병대도◇여행메모△가는길=수도권에서 가자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지나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통영까지 간다. 통영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신거제대교를 건너면 거제도다.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KTX로 이동한 뒤 차를 빌려 거제로 향하는 방법도 있다. 부산역에서 거제까지는 50분 남짓. 가덕도를 거쳐 거제시 장목면까지 잇는 거가대교를 타야 한다.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갈아탄다. 이어 통영을 지나 거제대로를 따라 약 15㎞를 내려간다.△먹을곳=장승포 ‘항만식당’은 해물뚝배기, 상동동 ‘백만석’은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싱싱게장’도 알아주는 거제 맛집이다. 옥포의 ‘타이웨이’는 탄탄면과 탕수육, 고현터미널 근처의 미루차이나는 꽃게가 통으로 들어간 짬뽕이 유명하다. 소낭구펜션의 카페 ‘마실’에서는 주인장이 만든 독특한 ‘단호박식혜빙수’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 냉대추차와 냉유자차도 별미다.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거제 씨월드의 ‘벨루가’
2018.08.17 I 강경록 기자
산과 바다로 아름다운 여름 정취를 느끼며 걷다
  • 산과 바다로 아름다운 여름 정취를 느끼며 걷다
  • 경북 김천 인현왕후길(사진=한국관광공사)충남 보은 삽시도둘레길(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홈케이션(Home+vacation)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만 있는 경우가 많은 8월이지만, 너무 실내에만 있다 보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럴 때는 산과 바다로 잠시 눈길을 돌린다면 산바람, 바닷바람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걷기여행길을 만날 수 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아름다운 여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길로 총 6곳을 선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매월 각 지역별 여행하기 좋은 걷기여행길을 선정한다. 강원도 속초 설악누리길(사진=한국관광공사)◇강원 속초 설악누리길= 설악누리길은 척산족욕공원을 시작점으로 하는 약6km의 순환탐방로이다. 코스는 달마봉에서 발원한 청초천의 상류지역을 통과하여 피톤치드 가득한 초록의 숲으로 이어진다. 희귀, 자생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수목과 초본류가 식재되어있는 설악자생식물원을 살피고 바람꽃마을의 풍요로운 논과 밭 사이를 지나 척산족욕공원으로 회귀하게 된다. 설악누리길은 트레킹의 묘미는 물론 다양한 자연생태를 둘러보고 족욕체험으로 피로까지 풀 수 있는 최상의 휴양산책로이다. 척산족욕공원 ~ 자생식물단지 ~ 바람꽃마을 ~ 종합운동장 ~ 척산족욕공원(6km).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난이도는 쉬운편이다. 강원도 홍천 수타사산소길(사진=한국관광공사)◇강원도 홍천 수타사 산소길= 홍천 수타사 산소길은 수타계곡과 천년고찰 수타사를 잇는 4~6km의 계곡 물길이다. 거리도 짧은 편이고, 길도 평탄한 편이어서 가족 나들이 산책코스로 제격이다. 여름이면 수타사 연못의 연꽃이 관람객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길옆을 흐르는 수타계곡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물색을 간직한 소(沼)가 줄줄이 이어지며 감탄을 자아낸다. 계곡 중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수타사주차장 ~ 계곡길 ~ 용담 ~ 귕소 ~귕소 출렁다리 ~ 목교 ~ 계곡길 ~ 수타사생태숲 ~ 수타사 ~ 수타사 주차장(6km). 소요시간는 1시간 30분. 난이도는 쉬운편이다.경북 김천 인현왕후길(사진=한국관광공사)◇경북 김천 인현왕후길=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가 폐위 당했을 당시 기도하며 복위를 꿈꾸었던 곳, 청암사. 그 청암사가 자리한 수도산을 중심으로 9km 남짓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장희빈, 서인과 남인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노력했던 것부터 백성들을 사랑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까지. 인현왕후의 숨은 뒷 이야기를 즈려밟으며 인현왕후길을 거닐어보자. 걷는 내내 평탄한 지형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당신을 사로잡을 터이니. 무흘구곡에서 백미로 손꼽히는 용추폭포는 무더위를 씻어내주기에 충분하다. 수도리주차장 ~ 쉼터 ~ 다리 ~ 수도계곡 옛길 ~ 용추폭포 ~ 출렁다리 ~ 수도리 주차장(9km). 소요시간는 2시간 40분. 난이도는 쉬운편이다. 경북 성주 칠선~용성간 숲길(사진=한국관광공사)◇경북 성주 칠선-용성간 숲길 01코스(칠선-문치골)= 성주군에 산책하기 좋은 숲길 한 곳이 있다. 초전면 칠선리에서 출발해 용성리까지 이어지는 ‘칠선~용성간 숲길’이다. 약 3.4㎞ 거리의 완만한 길은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초전면 칠선리와 용성리, 금산리 등으로 뻗어나가는 길을 걸으며 능선 위에서 주변 경치도 감상할 수 있다. 아직 유명하지 않은 길이라 사색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칠선리 ~ 문치골(3.4km). 소요시간는 1시간. 난이도는 쉬운편이다. 충남 보령 삽시도둘레길(사진=한국관광공사)◇충남 보령 삽시도둘레길= 삽시도는 충남 보령의 대천항에서 40분 걸리는 섬으로, 섬의 모양이 화살을 매겨둔 활을 닮아 이름 붙었다. 이 섬의 서쪽 진너머해수욕장에서 남쪽의 밤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5km의 숲길이 삽시도둘레길이다. 섬의 서남쪽 붕굿댕이의 사면 숲속을 따른다. 거리가 비교적 짧고, 급한 오르내림이 없어 걷기 편하며, 길을 걷는 도중 삽시도가 자랑하는 세 가지 보물인 면삽지와 물망터, 황금곰솔을 찾는 재미도 있어서 흥미진진하다. 진너머해수욕장이나 거멀너머해수욕장에서 보는 일몰이 장관이고, 물때를 맞춰 즐기는 요강수에서의 해루질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진너머 해수욕장 ~ 면삽지 ~ 물망터 ~ 황금곰솔 ~ 금송사(5km). 소요시간는 2시간 40분. 난이도는 보통이다. 경남 남해 남해바래길(사진=한국관광공사)◇경남 남해 남해 바래길 02코스 앵강다숲길= 남해바래길은 거대한 섬인 남해군을 한 바퀴 도는 걷기길로 ‘바래’는 옛날 남해의 어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춰 갯벌과 갯바위 등에서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남해의 토속어다. 총 10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남해바래길 중 앵강만을 따라 걷는 2코스 앵강다숲길은 남해바래길 안내 소책자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을 정도로 남해바래길의 대표 코스이다. 바다를 마주한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가천 다랭이마을을 출발해 홍현마을과 미국마을, 앵강다숲마을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마을을 따라 걷다보면 아름다운 남해 바다와 그림 같은 해안 절벽은 물론 방품림으로 빼곡한 소나무 숲과 남해의 청정 갯벌까지 만날 수 있다. 가천다랭이마을 ~ 홍현해라우지마을 ~ 두곡월포해수욕장 ~ 미국마을 ~ 화계 ~ 원천횟집촌(14.6km). 소요시간은 5시간이다. 난이도는 보통이다.
2018.07.30 I 강경록 기자
'나이트 레이스'로 완성하는 한 여름의 인제 여행
  • '나이트 레이스'로 완성하는 한 여름의 인제 여행
  • 인제 스피디움에서 개최되는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나이트 레이스.[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8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 산 좋고 물 맑은 강원도 인제군으로 무대를 옮겨 레이스를 이어간다.오는 8월 11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리는 5라운드 일정은 슈퍼레이스 챔피언십만의 색다른 묘미인 ‘나이트 레이스’로 치러진다.한낮의 열기가 사그라들고 은하수가 하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한 여름의 밤이 시작되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레이스 머신들이 서킷 위에 또 다른 은하수를 그리며 질주한다. 모터스포츠의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나이트 레이스가 시간상으로 오늘과 내일을 연결하는 밤중에 열리는 만큼 인제를 방문하는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다른 볼 거리, 즐길 거리를 누릴 수 있는 낮 시간의 여유가 있다.천혜의 자연환경을 오염되지 않게 가꿔온 인제군에는 심장박동을 높여줄 레포츠부터 마음을 고요하게 해줄 느긋함까지 다양한 재미가 공존한다. 나이트 레이스 관람 전후로 인제군 관광 계획을 포함시킨다면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다.인제 스피디움의 지척을 유유히 흐르는 내린천은 한강의 지류 가운데 최상류다. 강원도의 아름다운 산세와 원시림 사이를 흐르는 최고 수질의 하천이다. 소양강까지 이르는 와중에 만나게 되는 급류들로 인해 수상 레저를 즐기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내린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래프팅의 원류로 꼽힌다. 여러 명이 함께 힘을 모아 급류를 극복하며 나아가는 래프팅은 기본 코스가 원대교에서 고사리에 이르는 약 8km 구간으로 2시간 남짓 걸린다.홀로 급류를 즐기는 리버버깅은 튜브와 보트의 특성을 함께 갖고 있어 물살을 더욱 다이내믹하게 즐길 수 있다.\내린천을 따라 세로지르는 수상레포츠와는 달리 가로지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중 레포츠 짚트랙도 있다.내린천의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연결한 와이어를 타고 하늘을 날듯이 도강하면서, 주변의 경치를 즐기는 것은 물론 짜릿한 쾌감도 맛볼 수 있다.내린천 하류 합강정 공원에 서있는 국내 최고 높이인 63m의 번지점프대도 있다. 번지점프와 반대로 지상에서 하늘로 몸을 쏘아 올려주는 슬링샷, 50m 상공에서 줄 없이 자유 낙하해 그물망에 떨어지는 스캐드다이빙 등 즐길 거리가 다채롭다.익스트림 레포츠로 터질 듯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차분히 자연 속을 산책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설악산의 70%를 품고 있으며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산들이 즐비한 인제군에는 그만큼 대자연 속에서 느린 호흡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설악산 자락의 등반코스를 따라 걸으면 ‘인제 8경’의 대부분을 만날 수 있다. 남교리에서 출발하는 코스에서는 폭포와 탕이 열두 번 이어진다 해 이름 붙은 십이선녀탕과 국내에서 가장 물기둥이 긴(88m) 대승폭포를 만날 수 있다. 용대리에서 출발하면 백담계곡을 지나 천년 고찰 백담사에 이른 뒤 다시 오세암을 거쳐 대청봉에 이를 수 있다. 산림유전자원 보호지역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천상의 화원 곰배령은 입산 허가 시기와 인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점봉산 생태관리센터를 통한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곰배령은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꼴들이 무리를 지어 피고 지는데 여름철에는 동자꽃, 노루오줌풀, 물봉선 등이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곰배령 가는 길목에는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방독약수가 있다.방태산 자락에는 우리나라 약수 중 가장 깊은 곳에 솟아나며 탄산과 철분의 함량이 높은 천연기념물 제531호 개인약수도 있다. 방독약수와 개인약수를 이어주는 45km에 달하는 둔가리 약수숲길은 때묻지 않은 자연림으로 꼽히는 방태산과 그 계곡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구경할 수 있다.너무 긴 코스가 부담스럽다면 인제군청을 중심으로 조성된 소양강둘레길도 좋은 선택이다.인제 스피디움에서 나이트 레이스가 열리는 8월 11일은 여름 피서객들의 이동이 활발할 시기다. 시원하게 흐르는 내린천 물과 함께 즐기는 레포츠, 서늘한 바람을 안겨주는 심산유곡에서 즐기는 힐링의 시간에 더해 화려하고 짜릿한 모터스포츠 파티인 나이트 레이스까지 보탠다면 알차고 즐거운 여름 여행이 완성된다.잠실종합운동장과 인제 스피디움을 잇는 왕복 셔틀버스도 운행될 예정이다.
2018.07.27 I 이석무 기자
 계곡물에 발 담그니 '더위가 싹'
  • [폭염탈출①] 계곡물에 발 담그니 '더위가 싹'
  •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여름 무더위를 쫓는 데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만 한 것이 없다. 푹푹찌는 폭염을 피해 깊은 계곡이나 폭포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깊은 산속에서 굽이굽이 흘러온 물줄기 소리만 들어도 더위가 싹 가신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무더위를 잊기 위한 피서행렬이 계곡과 폭포로 이어지고 있다. 기암괴석 사이로 폭포와 짙푸른 소(沼)가 만들어낸 계곡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무더위를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전국의 대표적인 폭포와 계곡이다. 수락폭포◇전남 구례 ‘수락폭포’뜨거운 여름이면 분주해지는 곳이 있다. 바로 전남 구례의 산동면이다. 끊임없이 물을 토해내는 수락폭포가 있어서다. 남원과 구례를 잇는 19번 국도 동편으로는 남원의 바래봉에서 시작해 세걸산과 정령치를 지나, 만복대와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능선이 남북으로 이어진다. 수락폭포가 자리 잡은 산동면 수기리는 면 소재지에서 4km 정도 들어가야 한다. 계곡을 따라가면 물소리가 크게 들리고, 1분도 안 돼 수락폭포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사이로 높이 15m에서 폭포가 끊임없이 물을 토해낸다. 수락폭포는 날이 가물어도 일정한 수량을 유지할 정도로 물이 많아 물맞이 폭포로도 유명하다.물맞이는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선조의 지혜가 담긴 풍습이다. 수락폭포는 근처 주민들이 모내기와 김매기를 마치고 농한기로 접어들 때 허리 통증, 신경통을 다스리기 위해 찾은 곳이다. 농부들은 1년 내내 육체노동에 시달린다. 특히 모내기와 김매기를 하면 온몸 마디마디가 쑤시는데, 한여름을 지나는 농한기에 시원한 폭포 아래서 아픈 몸도 다스리고 더위를 피했다. 허리 통증과 신경통, 산후 통증 등에 효험이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수락폭포는 여름에 건강을 되찾으려는 사람은 물론, 폭포의 장관을 보려는 사람과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이 뒤엉켜 인산인해다. 수락폭포는 남원의 구룡폭포와 함께 국악인이 득음하는 장소로도 알려졌다. 동편제의 송만갑 선생과 소리꾼들이 폭포를 바라보며 피를 토할 정도로 소리를 갈고 닦았다. 폭포 앞에 서면 경외감이 든다. 15m 높이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와 우레 같은 굉음이 사방을 메우기 때문이다. 한여름에는 이른 시각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맨몸으로 폭포에 뛰어들기도 하고, 비옷을 입거나 비료 포대를 뒤집어쓴 사람도 있다. 서서 온전히 물을 맞는 사람, 앉거나 바위를 잡고 엎드려서 맞는 사람 등 물을 맞는 자세도 각양각색이다. 삼악산 등선폭포◇강원도 춘천 ‘등선폭포’46번 국도는 ‘경춘가도‘로 알려진 드라이브 성지 중 하나다. 경기도 남양주부터 강원도 춘천까지 이어지는 이 국도는 북한강 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내달리는 기분이 그만이고, 강촌·남이섬·삼악산·의암호 등도 함께 즐길 수 있어 금상첨화다. 46번 국도 시작점인 경강교를 지나면 삼악산이 지척이다. 삼악산(三岳山·645m)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물이 소양강과 의암호를 지나 의암댐 수문을 막 벗어날 즈음 서쪽으로 우뚝 솟아오른 산이다. 흙산의 몸뚱이에 세 개의 큰 돌산을 이고 있는 듯 특이한 형상이다. 용화봉(645m)·청운봉(546m)·등선봉(632m)의 세 봉우리가 있어 ‘삼악산’이라는 이름을 낳았다. 웅장하진 않으나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많고, 간간이 바위 능선 길이 이어지는 데다 크고 작은 폭포가 숨어 있어 아기자기한 산행에 제격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등선폭포를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등선폭포 매표소에서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이 즐비한 골목을 지나가면 등선폭포 입구다. 좁은 통로를 지나면 압도적인 풍광과 거대한 물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가파르고 날선 거대한 석벽이 양옆으로 늘어서듯 서 있고, 석벽을 울림판 삼아 물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주처럼 장엄하게 울린다. 이 거대한 석벽은 일명 ‘차돌‘이라고 하는 규암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규암은 5억 7000만년 전에서 25억년전에 퇴적된 모래암석들이 높은 압력과 온도를 받아 굳어진 것이다. 이 규암층이 지각운동으로 일어나면서 절리들이 갈라져서 만들어진 것이다. 협곡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가면 등선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등선폭포는 총 7개의 폭포로 이어져 있다. 제1·2 폭포는 등선폭포, 이어 승학폭포, 백련폭포, 비룡폭포, 옥녀담, 주렴폭포 등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며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이 모든 폭포를 즐기는 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30분이다.무릉계곡의 쌍용폭포◇강원도 동해 ‘무릉계곡’강원도 동해의 무릉계곡은 국민관광지 1호로 지정된 두타산과 청옥산 등반의 들머리에 있다. 이곳의 이름은 신선이 노닐었다는 중국의 무릉도원에서 따왔다. 매표소부터 약 3km 구간에 맑고 풍부한 계곡물과 기암괴석,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이름값을 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가장 먼저 거대한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1000명이 앉아 쉴 수 있다는 무릉계곡의 명물 ‘무릉반석’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나선 피서객이 곳곳에 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고, 바위를 적시며 흐르는 계곡물엔 빨갛고 노란 튜브가 가득하다. 텐트만 치지 않으면 자유롭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선인들도 이곳에서 더위를 피하고 풍류를 즐긴 모양이다. 바위에는 조선 전기 4대 명필 중 한 사람인 봉래 양사언이 강릉부사로 있을 때 썼다는 석각을 비롯해 수많은 시인 묵객의 시가 새겨졌다. 무릉반석을 지나면 두타산과 청옥산을 병풍 삼아 아늑하게 들어앉은 삼화사를 만난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삼화사 적광전에는 철조노사나불좌상(보물 제 1292호)이 봉안되었고, 적광전 앞마당에 삼층석탑(보물 제 1277호)이 있다. 템플 스테이도 활발하게 진행한다. 삼화사 경내를 둘러보고 울창한 숲길을 10분쯤 걸으면 깎아지른 바위를 타고 폭포가 쏟아지는 학소대의 장관이 펼쳐진다. 감탄사는 아껴둘 것. 발걸음을 재촉해 물빛이 옥처럼 맑은 옥류동,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선녀탕을 지나면 이윽고 쌍용폭포의 압도적인 자태가 드러난다. 왼쪽 폭포는 계단 형태 바위를 타고 층층이, 오른쪽 폭포는 단숨에 내리꽂히며 절묘한 이중주를 선보인다. 감탄사는 이곳에서 터뜨리자. 아닌 게 아니라 쌍폭 앞에서 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 촬영에 여념이 없다. 주변에 안전을 위한 난간이 설치되어 마음 놓고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쌍폭에서 2분 더 올라가면 용추폭포다. 3단으로 구성된 용추폭포의 마지막 단에는 깊은 소가 형성되어 있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폭포와 소를 바라보면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싸 지금이 여름인가 싶다. 다리위에서 본 적목용소◇경기도 가평 ‘도마치계곡’경기도 가평의 도마치계곡에서도 적목용소와 무주채 폭포는 여름 나기에 안성맞춤이다. 위치와 접근성 때문에 덜 알려진 곳이다. 가평군 제일 북쪽으로, 가평 읍내에서 약 30km 떨어져있다. 대중교통으로도 용수동 종점에서 내려 4km 남짓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부러 찾아드는 이가 적잖다. 가는 길부터 들뜬다. 도로는 가평천과 엎치락뒤치락 나아간다. 연인산, 명지산, 화악산 등 산수를 파고들어 달린다. 도착점은 과거 삼팔선이 지난 삼팔교를 거쳐 약 3km 거리다. 길가의 자그마한 주차장과 공중화장실이 이정표 역할을 한다. 주차장에서 적목용소까지 5분 정도 걷는다. 보통 다리에서 발아래 용소의 전경을 조망한다. 적목용소는 용이 승천을 준비한 못이다. 옛날 그 물속에 이무기가 살았는데, 용이 되어 승천하려는 찰나 임신한 여인과 마주쳐서 떨어졌다. 그 자리에 소(沼)가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그 사실을 말해주듯 계곡이 깊고 주변의 숲이 짙다. 용소 너머에는 용소폭포가 큰 바위 여러 개를 넘나들며 기운차게 흘러내린다. 낙차가 크지는 않지만 잔잔한 용소의 기품을 더한다. 아쉬운 건 하늘로 오르지 못한 용뿐만 아니다. 적목용소 쪽은 환경보호를 위해 출입을 금한다. 발을 담그거나 물놀이할 수는 없고, 저만치 풍광을 눈에 안는 데 만족해야 한다.계곡 안쪽 1km 지점에 무주채폭포가 있다. 폭포로 가는 구간은 그늘진 숲이 물길과 어우러지며 풍경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따로 이름 붙이지 않았으나 폭포라 불러도 손색없는 물길이 자주 나타난다. 무주채폭포는 그 길 끝자락에 버티고 섰다. 넓고 가파른 벽 위로 폭포수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린다. 그러다 각진 바위에 걸리면 흩날리듯 퍼진다. 그 모습이 하얀 명주실 같다는 이들도 있다. 적목용소의 한을 풀듯 슬그머니 물속으로 손발을 넣는다. 처음에는 시원하나 1분이 지나지 않아 발끝이 시리다. 물 밖에도 서늘한 기운은 한결같다. 폭포 오른쪽에 나무 그늘과 빈터가 있어 돗자리를 깔고 머물기 좋다. 두세 사람이 앉을 만한 바위도 넉넉하다. 폭포수 그늘 아래서 모처럼 낭만을 누린다.
2018.07.21 I 강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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