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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 공명→김민하 출연 확정
  • 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 공명→김민하 출연 확정 [공식]
  •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청춘 판타지 로맨스를 그려갈 캐스팅 라인업을 공개했다.공명, 김민하, 정건주, 서영희, 고창석, 오우리(왼쪽부터 시계방향)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 (크리에이터 노덕, 연출 최하나, 극본 송현주·장인정, 기획 CJ ENM, 제작 CJ ENM·스튜디오몬도, 제공 티빙)은 삶에 대한 의욕 없이 청춘을 흘려보내던 스물넷 ‘정희완’(김민하 분) 앞에 첫사랑 ‘김람우’(공명 분)가 저승사자로 나타나며 벌어지는 청춘 판타지 로맨스다. ‘정희완’의 죽음을 일주일 앞두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이 버킷리스트를 채워가며 미처 몰랐던 비밀을 마주하고, 삶의 의미와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앞서 캐스팅을 확정한 공명과 김민하는 무심한 듯 속 깊은 마음과 훈훈한 외모를 지닌 ‘김람우’와 천진난만 엉뚱 발랄함으로 무장한 여고생 ‘정희완’ 역을 맡아 풋풋한 첫사랑 케미스트리를 뽐낼 예정이다. 만우절에 서로 이름을 바꿔 부르는 장난을 하며 친해진 두 사람이 점차 새로운 감정 느끼는 과정을 세밀하게 담아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람우’의 절친이자 보드게임에 승부욕을 불태우는 ‘이홍석’ 역에는 정건주가 출연한다. 정건주는 영화 ‘리바운드’,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 ‘월간 집’ 등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열정 넘치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새로운 매력을 뽐낼 계획이다.쾌활한 ‘정희완’과 티키타카가 잘 맞는 소울메이트이자 귀여운 먹보 절친 ‘윤태경’ 역에는 오우리가 낙점됐다. 오우리는 영화 ‘지옥만세’, ‘너와 나’ 등에서 한계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으며, 이번 작품에서는 쾌활하고 통통 튀는 고등학생으로 변신해 특유의 긍정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무장한 배우들도 가세한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두 딸을 홀로 키운 희완의 아버지 ‘정일범’ 역에는 고창석이 캐스팅됐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드라마 ‘킬미, 힐미’, ‘남자친구’, 뮤지컬 ‘킹키부츠’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폭넓은 모습을 선사한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깊이 있는 연기를 예고하고 있다.화가의 길을 내려놓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온 ‘김람우’의 어머니 ‘김정숙’ 역은 서영희가 맡는다.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 ‘종이달’ 연극 ‘분장실’ 등을 통해 보여준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에서는 ‘김람우’와 ‘정희완’ 곁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어른으로 변신해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CJ ENM 영화사업부가 처음으로 기획·제작하는 OTT 시리즈로, 그동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작품에 영화적 문법을 녹여내 독보적인 색깔의 콘텐츠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제작에는 영화 ‘연애의 온도’, 시리즈 ‘글리치’ 등을 연출한 노덕 감독이 크리에이터를, ‘애비규환’ 장편 데뷔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최하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송현주·장인정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2024.01.24 I 김가영 기자
먹거리 한가득…영주한우·떡볶이·핫플 카페까지
  • 먹거리 한가득…영주한우·떡볶이·핫플 카페까지
  •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선비·전통·역사 등의 수식어 때문에 영주가 따분한 고장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도 좋다. 세대를 아우르는 가성비 좋은 미식투어만으로도 충분히 가볼 만한 곳이 바로 경북 영주다. 영주 한우의 갈빗살.영주에서는 소고기만 먹어도 여행 경비의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영주축협 브랜드 ‘영주한우’는 일교차가 심한 소백산 자락의 맑은 자연 속에서 길러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환경 덕분에 같은 사료를 먹여 키워도 좋은 등급의 소고기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영주의 자랑. 무엇보다 거품 없는 가격으로 질 좋은 한우를 실컷 맛볼 수 있다. 3월 말에 방문한 식당에서는 한우 갈비살 100g을 1만8000원에 팔고 있었다. 각종 밑반찬을 포함한 가격인데 이 정도면 돼지고기처럼 소고기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한우를 주요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영주시는 최근 ‘KTX 이음 영주 한우열차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KTX를 이용하는 당일 일정 상품으로 세계문화유산 부석사와 소수서원 등을 탐방하고 간고등어와 감자전, 산채가 포함된 중식, 1등급 영주 한우 석식(1인 200g) 등을 제공한다. 해밀여행사가 4월부터 판매 중이다.영주365시장에 있는 랜금떡 떡볶이.자유여행객에게도 영주는 먹거리의 천국이다. 매장 이름부터 흥미롭다. ‘영주365시장’에는 떡볶이 마니아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는 ‘랜금떡’, ‘랜떡’ 두 곳이 있다. 유명 신발 브랜드인 ‘랜드로바’ 앞 떡볶이집을 줄인 말이다. 포장마차라서 딱히 상호가 없다 보니 이런 이름이 붙었다. 훗날 랜드로바가 상호를 금강제화로 변경하면서 한 집의 이름은 ‘랜금떡’으로 바꿨다. 1980년대에 문을 연 곳이 원조로 통한다. 녹스고지.녹스고지는 영주의 핫플레이스다. 영주시 구도심에 있는 관사골의 정상 부근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자 대형카페다. 3층 루프탑 테라스에 오르면 영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5성급 호텔 수영장을 연상케 하는 파라솔과 야외 선베드가 젊은 여행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라이브 공연이나 버스킹 등 문화행사도 종종 열리는 만큼 미리 일정을 체크하면 더 풍성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녹스고지의 루프탑.
2023.04.07 I 김명상 기자
아역 출신 김소은 "사고 없이 18년 활동, 비결은 신중함"
  • 아역 출신 김소은 "사고 없이 18년 활동, 비결은 신중함"[인터뷰]
  • (사진=아센디오)[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배우 김소은이 KBS 2TV 주말 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와 김소림 캐릭터를 통해 또 한 번 필모그래피에 묵직한 한 획을 그었다. 김소은은 ‘KBS 시청률 효자’로 통하는 2TV 주말 드라마 주연을 맡아 지난해 9월 24일부터 마지막 회가 방송한 19일까지 약 6개월 동안 시청자들과 만나며 연기 경험과 존재감을 한층 두텁게 다졌다.‘삼남매가 용감하게’는 카레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각기 다른 삶을 사는 ‘삼남매’ 김태주(이하나), 김소림(김소은), 김건우(이유진)를 중심으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 가족 드라마다. 김소은은 생활체육 지도사로 일하는 당차고 대찬 둘째 김소림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더했다.드라마 종영까지 단 2회만을 앞두고 있던 1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 김소은은 ‘삼남매가 용감하게’를 “마음에 길이길이 남을 애착 가는 작품”이라고 표현하며 만족감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주말 드라마 주연을 맡아 ‘KBS의 꽃’으로 활약했고,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제 안에 없던 당찬 면모와 자신감을 배웠기에 저에겐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사진=아센디오)김소은은 극중에선 12살, 실제론 18살 차이가 나는 신무영 역의 김승수와의 이색 로맨스 케미로도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처음엔 걱정이 들었고, 선배님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다행히 선배님이 장난을 많이 쳐주시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서로 친해진 상태로 연기할 수 있었고 긴 시간 호흡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죠.”김소은은 지난해 마지막 날 열린 ‘2022 KBS 연기대상’에서 김승수와 함께 베스트커플상 트로피를 받기도 했다. “시청자분들에게 ‘케미’를 인정받아야 받을 수 있는 상이라 행복했어요. 김승수 선배님과 같이 상을 받을 수 있어 영광이었고요. 너무 성급하지도, 더디지도 않게 서사를 잘 다져나간 커플이라 ‘무림(신무영+김소림) 커플’이란 애칭이 생길 정도로 시청자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커플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김소은은 연인과의 나이 차이를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12살 연상 상대는 곤란할 것 같다면서 웃기도 했다. “최대 8살 연상까진 가능할 것 같은데…12살 연상이면 엄마한테 혼나지 않을까요. 하하. 제 실제 이상형이요? 제가 존경할 수 있고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요!”(사진=아센디오)방송은 지난해 9월에 시작했지만, 작품 준비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했다. ‘삼남매가 용감하게’를 위해 1년에 가까운 긴 시간을 쏟은 셈. 작품을 마치고 나니 김소은은 어느덧 햇수로 데뷔 18년 차에 접어든 배우가 됐다. 중학생이었던 2005년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보니 나이에 비해 활동 연차가 많이 쌓였다.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활동을 이어왔어요. 벌써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게 실감 안나요.”아역 스타 출신 연예인들 중에선 그릇된 일탈로 대중에게 실망감을 안기는 이들도 종종 있는데, 김소은은 지난 18년간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고 착실히 연기 경력을 쌓으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전 오히려 어릴 때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보니 매사에 신중한 편이라 실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평생하고 싶은 이 일을 너무 사랑하기에 더 조심하는 편이고요. 앞으로도 건강한 마인드를 잃지 않고 활동할 것이기 때문에 전 사고칠 일이 없을 겁니다. (미소).”차기작을 검토 중이라는 김소은이 현 시점에서 잡고 있는 목표는 캐릭터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 “똑부러지고 야무진 소녀가장이나 캔디 역할을 자주 맡아왔어요. MBC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에서 1인 2역을 맡으며 악역을 해보긴 했는데, 언젠가 제대로 한번 악역을 맡아보고 싶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모든 것’ 남자 주인공 같은 사이코패스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고요. 올해 목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입니다.”
2023.03.21 I 김현식 기자
 눈으로 맛보고, 마음으로 채우다
  • [미식로드] 눈으로 맛보고, 마음으로 채우다
  • 부산 기장 선비식당의 선비정식[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산 송정을 지나 동해를 벗삼아 올라가다 보면 첫번째 만나는 어항이 바로 기장 대변항. 이곳에서 봉대산 자락이 병풍처럼 두르고, 아담한 대변항이 품속으로 안겨들 것만 같은 곳에 토암도자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분청사기의 장인 토암 서타원 선생이 도자기를 구워내던 곳이다. 이 공원에 토암 선생의 부인인 방경자 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향토음식점 ‘선비식당’이 있다.겉보기엔 수수한 식당. 오래전부터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지척간 발아래로 펼쳐진 동해의 빛나는 해광까지 즐길 수 있는 점은 덤이다.음식을 맛보기 전, 토암 선생의 작품을 눈으로 즐긴다. 토암 선생이 빚은 수천개의 토우(土偶ㆍ흙으로 만든 인형)들이 식당 주변을 감싸고 있다. 공원 내 토우는 같은 표정이 하나도 없다. 또 귀도 없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토우는 하나같이 바보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바보처럼 단순한 생각이 마음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토암 선생의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분청사기 장인 토암 서타원 선생의 토우 작품이 토암도자기공원을 채우고 있다.산책으로 출출해졌다면, 이제 배를 든든하게 채울 차례다. 이곳 선비식당의 대표메뉴는 선비정식이다. 암 투병을 했던 토암 선생을 위해 부인이 만들기 시작한 자연식으로 유명하다. 무, 배추 등 직접 재배한 10여 가지의 채소와 미역, 파래, 톳, 몰 등 기장 앞바다에서 난 해초로 식단을 꾸렸다.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깔끔한 맛을 낸다. 된장 고추장까지 손수 담근다고 한다.그래서일까. 선비정식 한상 차림에는 집에서 먹는 듯한 편안함과 소박함이 담겼다. 상차림은 스무가지가 넘는 반찬으로 채워지는데, 어느 것 하나 정성이 배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의 특성까지도 상차림에 고스란히 올려져 있다. 직접 담근 수제 콩으로 만든 된장찌개와 미역국, 그리고 직접 담근 김치까지 입맛을 살린다. 조기구이도 1인당 1마리씩 나와 서로 다툴 필요가 전혀 없다. 식사가 끝나면 후식으로 나오는 단팥죽도 별미다.
2022.01.14 I 강경록 기자
보관문화훈장에 김수진 비단길 대표, 문화포장은 나영석 PD
  • 보관문화훈장에 김수진 비단길 대표, 문화포장은 나영석 PD
  •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김수진 영화사 비단길 대표이사가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한다. 신설된 문화포장은 나영석 CJ ENM PD가 받는다. 김수진 영화사 비단길 대표(왼쪽), 나영석 CJ ENM PD(사진=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1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7개 부문 총 50명(건)의 수상자를 3일 발표했다. ‘2021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현장 참석자를 최소화해 오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올해 13번째를 맞이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은 대한민국 콘텐츠산업을 빛내고 국민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하는 데 공헌한 종사자들과 작품을 시상하는 행사다.문체부는 올해 우리 방송영상콘텐츠가 유례없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신한류 확산에 기여한 만큼 방송영상산업발전유공 부문에 문화포장을 신설했다. 문체부 측은 “방송영상산업계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한층 더 높이고, 신한류 확산에 추진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했다.김수진 영화사 비단길 대표이사가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한다. 김 대표는 2004년 영화사 비단길을 설립한 후 ‘추격자’, ‘작전’, ‘늑대소년’, ‘승리호’ 등 꾸준히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제작해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공헌해왔다. 특히 ‘승리호’를 통해 공상과학(SF) 분야에서도 한국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신설된 문화포장은 나영석 CJ ENM PD가 수훈한다. 나 PD는 국민 예능으로 불리는 KBS ‘1박 2일’ 연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tvN ‘꽃보다 할배’ 등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산촌편’ 등 삼시세끼 시리즈, ‘신서유기’, ‘윤식당’, ‘스페인 하숙’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해외진출유공 부문에서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드래곤’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김 대표는 2004년 네이버에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후 전 세계 100개국에서 10개 언어로 웹툰 서비스를 운영해 K웹툰이 해외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했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국내 최초의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청춘기록’, ‘스타트업’, ‘경이로운 소문’ 등을 통해 K드라마 열풍을 주도했다는 평가다.방송영상산업발전유공 부문에서는 ‘청춘기록’의 하명희 콘텐츠지음 드라마작가, ‘한국인의 밥상’ 전선애 한국방송작가협회 작가가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하 작가는 ‘청춘기록’을 집필해 현시대 청춘들과 가족들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는 평가다. 전 작가는 ‘한국인의 밥상’ 원년 작가로서 대한민국 팔도의 음식, 지역, 절기 등을 주제로 다양한 사연을 발굴해 ‘한국인의 밥상’이 한국인의 삶을 보여주는 대표 다큐멘터리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쓴 공로를 인정받았다.게임산업발전유공 부문에서는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과 박승배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강 회장은 국내 대표 게임기업인 ‘넥슨’에서 게임 개발자와 경영인으로 종사했으며, 2015년 이후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에 취임해 게임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박 회장은 가족놀이 문화이자 교육문화인 보드게임의 문화를 한국에 널리 전파하고 한국 보드게임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내 보드게임 박람회 개최, 보드게임 지도사 양성 등 보드게임 산업 발전에 공헌했다.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에스에스애니멘트의 장편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가 대통령상을 받는다. 인기 웹툰 ‘기기괴괴’의 성형수 편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 작품은 스릴러 장르에 충실한 연출과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국내외 극장에서 개봉해 큰 인기를 얻었다.캐릭터 부문에서는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통해 익숙한 캐릭터 ‘루피’의 부 캐릭터인 ‘잔망루피’가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았다. 착하고 상냥한 루피가 도도한 반전 매력을 가진 부캐릭터로 변신해 카카오 이모티콘 판매실적 200만 건 이상을 기록하는 등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평가다. 만화 부문에서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엄혹한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나윤희 작가의 웹툰 ‘고래별’이 대통령상을 수상한다. 단행본 웹툰 분야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이 작품은 오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도 제작돼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이야기(스토리) 공모 부문에서는 ‘지나가던 선비’, ‘기억도깨비’, ‘천개의 혀’, ‘4구역’이 문체부 장관상을 받는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국민들이 지쳐가고 있는 요즘,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신한류 열풍은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문체부는 내년에도 정책금융 확대, 제작 기반 시설 구축 등 콘텐츠 제작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021.12.03 I 윤종성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S공포' 커졌다…정부 물가부터 긴급처방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다음은 3일자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S공포’ 커졌다…정부 물가부터 긴급처방-사적모임 4~6명으로 위드코로나 일단 멈춤-부동산 민심 정조준…‘강남 개발’ 꺼내든 李-“李·尹 쌍특검 실시 국민에 진실 밝혀야”-[사설]멈출 기미 없는 물가 뜀박질, 인플레 장기화 차단해야-[사설]완성차업계 중고차 진출, 소비자편익이 우선 잣대다△종합-“또래 상위 16%…짠테크 스타일이네요” 자산분석부터 연말정산 준비까지 척척-‘미등기 임원’ 이재현 CJ회장 1년간 보수 124억원 받았다△李, 강남 공급카드 만지작-교대부지·탄천유수지 입지 뛰어나지만…“주민 반발로 실현 가능성 낮아”-같은 단지 전세, 10억 넘게 차이나 혼란△오미크론發 방역비상-“비수도권 확산 가능성”에…모임 제한하고 식당 문부터 닫겠다는 당국-질병청 “고령층, 사전예약 없이 당일접종 가능”-美·日·유럽, 봉쇄 서둘러…WHO “입국 제한 조치 우려”△오미크론發 경제충격-얇아진 지갑, 치솟는 물가…내년까지 이어진다 -불확실성 커진 코스피 매일 1~2%씩 ‘널뛰기’△종합-40대 사장, 30대 임원 발탁…‘안정 속 쇄신’으로 4대 핵심사업 속도-한미, 북핵대응 작전계획 최신화…새 전략지침 승인△정치-겉도는 이준석, 외면하는 윤석열…野 원로들도 나서서 ‘쓴소리’-이재명 선대위 16개 본부→6개로 축소…기동성 살렸다-“죄송…결혼생활 깨진지 10년 정도 지나”-내홍 겪는 尹 지지율 주춤한 사이 李 맹추격…골든크로스 이뤄질까-조국 사태에 대해…이재명 “진지하게 사과”△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李·尹 ‘동굴 안 개구리’-“내년 초 ‘李·尹·安’ 트로이카 체제 될 것”△경제-건보 콜센터 정규직 된 날…공공기관 14곳은 비정규직 유지-광주에 수소생산기지 착공 -치솟는 물가 관리에 밀려…전기·가스요금 인상 막히나-정부, 신산업 연구 지원금 내년 180억으로 확대△금융-“금융지주, 인터넷銀 설립·플랫폼사 지배 허용해야”-이재근 KB국민은행장 내정자 “성과주의 문화, 공고히 할 것”-카카오페이 “디지털 손보사 내년 초 출범”-‘전화 대신 카톡’…손보협, 채팅상담 시범 도입-하나銀 ‘대한민국 최우수 은행상’△글로벌-사업확장? 이미지 세탁?…스퀘어·페북, 왜 이름 바꿨나-美 경영진, ‘역대 최대’ 매도 -르포 ‘델타 이어 오미크론 변이 확산 비상’ 美 초등학교 찾아가보니…△산업-비스포크·오브제 뜨니…소수 제품군 업체 ‘울상’-포스코케미칼, 소재사 첫 합작 -판매량 회복하던 완성車 ‘오미크론’ 변수 예의주시-자율주행에 꽂힌 현대모비스, 연구개발·개방형 혁신 역량 강화-경총 “韓, 근속 30년차 월급 1년차의 3배”△소비자생활-수제맥주는 취향…‘어메이징’한 경험 선사하는 브랜딩 먹혔죠-CJ제일제당 산업부 장관상-수십만원하는 특급호텔…“체크인 대기만 1시간”-GS25 전 가맹점주에 20만원 지원…1800억 상생안 마련△이윤희의 아트 in 스페이스-고된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건, 오늘 뜬 저 태양 덕분이리라△증권-NFT, 성장 잠재력 갖췄지만 ‘버블’…묻지마 투자 금물-찬바람 몰아치니 난방·의류株 후끈 -10개월만에 공모가 웃돈 씨앤투스성진…“첨단필터로 더 간다”△증권-“장단기 금리차 점차 축소…내년은 채권 투자 최적기”-KTB네트워크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 5800원-CJ ENM ‘SM 인수’ 협상 막바지…왜 늦어졌나-남양유업 “소송대리인 추가 선임”…한앤코 “재판 지연용”△부동산-거래 ‘뚝’·강북 ‘보합세’…콧대 높던 서울 집값 고개 숙이나-1순위 청약통장 역대 최다-‘신길우성1차’ 정밀안전진단 도전…재건축 ‘속도’ 기대-중흥건설, 대우건설 인수 마무리 수순…브랜드 우려도 ‘잠잠’△여행-빛고을 중심서 즐기는 예술산책-도심 속 숨은 작품 찾아보는 재미 쏠쏠-강경록의 미식로드 상추튀김△스포츠-LPGA 도전…최혜진·안나린 “준비는 마쳤다”-오미크론 확산에…프로 골퍼들도 비상-“핸드볼 처음 배우는 기분…점점 손발 맞는 팀 만들 것”-‘지방 골프장 싸다’는 옛말…충북골프장 그린피 41%↑△오피니언-선비체험에 몰입하는 천주교인들-청년 ‘달·고·나’를 응원합니다-메타버스 신시장 개척 기대되는 ‘뉴 싸이월드’△피플 -“1세대 벤처가 뿌린 씨앗 韓카네기·록펠러재단 뿌리될 것”-이회성 IPCC 의장·방시혁 하이브 의장 블룸버그 선정 ‘올해의 50인’에 뽑혀-카카오 디지털헤스케어 진출 대표에 황희 서울대병원 교수-“사회적 담론 뒤에 숨은 내 이야기 무대서 마주할 것”-캠코, 창업경진대회 대상에 ‘평행공간’-삼정KPMG-세계여성이사협회, 여성이사 양성 협력△사회-檢 ‘부실수사’ 논란에도 특검 도입 불투명…대장동 수사 좌초 위기-스토킹처벌법 너무 약했나 피해신고 작년보다 2배 늘어-“아이들 볼모로 또 파업…이렇게 추운 날 빵·우유라니”-‘옵티머스 사기’ 징역 25년 김재현, 5년 추가-대형 교통사고 ‘뚝’ 오토바이 사고 ‘쑥’
2021.12.02 I 양지윤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정의선 회장의 파격 승부 "제네시스, 전기차만 생산"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다음은 3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정의선 회장의 파격 승부 “제네시스, 전기차만 생산”-금리 불안감에…9·10월 회사채 큰장 선다-힘받는 G2 고점론…더블딥 공포 ‘스멀’-[사설]의료대란 막은 노정합의, 실행도 공동노력 필요하다-[사설]잠재성장률 추락,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다시 짜야△제10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스타 등용문’ 골프 대회 2년 만에 활짝-“과감하게 핀 직접 공략” “블라인드 홀 특히 주의”-박민지가 노리는 두 가지 목표는…“시즌 7승, 최다 상금”△줌인&-예스맨에서 홍기만성으로…성실함 하나로 달려온 ‘천일동안’-“오로지 투쟁” 첫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 ‘정규직 전환’ 못이루고 갈등만 남겼다△진격의 플랫폼, 혁신과 공정 사이<4>-은행 밥그릇 지키기에 소비자는 뒷전…금융당국 빠른 결단 필요-“금융권-핀테크 갈등, 규제로 막으면 공멸”-금융권-소비자 연결해 윈윈…네이버파이낸셜 ‘빅픽처’△힘받는 G2 경기 고점론-반토막 난 美민간고용, 위축된 中제조업…‘세계경제 엔진’ 이상징후-미·중 경제지표 악화, 韓 수출에 부담 소비에만 기댄 ‘年4% 성장목표’ 불안-“금리인상 멀었고 델타변이 불확실”…월가, 美국채 금리전망 더 낮춰△종합-내주부터 식당·카페 영업 밤 10시까지…추석 가족모임 6인 허용할 듯-‘3년간 임금 정상화’ 추가 협의…노·사 이견 커 난항 예고-택배 출혈경쟁의 그늘 乙들의 전쟁만 키웠다-간호인력 확충, 수당 지원…재원 마련이 최대 과제△정치-언론중재법 연장전 돌입했지만…여야 신경전에 논의 시작부터 삐걱-거센 추격자 홍준표 이낙연 따라잡았다-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대선판 뒤흔드나-김동연, 다음주 대선 출마…안철수와 손잡을지 주목-2026년 병장월급 100만원△글로벌경제-아마존 5.5만명, 월마트 2만명…美 ‘고용시장 회복’ 도움줄까-“구글, 광고시장도 독점”…美법무부, 두번째 반독점 소송-왕이, 케리 특사 방중에 “미중 기후협력 위해선 中압박 멈춰라”-전기차株 수난시대…SEC, 이번엔 ‘워크호스’ 조사-“미친 공급망” 슈퍼카 출시 미룬 머스크△경제-하반기엔 잡힌다더니…심상찮은 물가 오름세, 이달 더 불안-이주열·고승범 오늘 회동-유럽·亞에 AI확산…“선제방역으로 국내유입 차단”-화재위험 ‘딤채’ 회수 부진에…정부까지 리콜 알리기 나섰다△금융-금리 올라도 적금 금리는 ‘쥐꼬리’…서민도 외면-‘고승범·정은보’ 취임 후 첫 회동 가계부채·가상화폐 공동대응 모색-“금융디지털화? 감독당국 시스템부터 선진화해야”-부산지역 저축은행, 부산신용보증재단과 협약보증 체결△산업&기업-제네시스 ‘듀얼 전동화’ 선언 100년 車산업 新창세기 쓴다-기세 꺾인 TSMC…삼성, 파운드리 진격 기회잡나-친환경선박·스마트조선소·수소인프라 현대重, 7600억 미래기술 투자 청사진-게이밍 노트북·모니터·스피커…가전업체 게임 홀릭△산업·바이오-‘민간 위성’ 여는 한컴…내년 상반기 우주 간다-‘구글갑질방지법’ 이달 중 시행 우회 사업 등 ‘꼼수’ 차단 관건-“사실상 영업포기…위드코로나로 경제활동 보장”-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뇌전증 게임체인저 ‘논란’△Auto&Life-캠핑열풍 타고…콜로라도·트래버스, 수입 RV ‘대세’ 굳힌다-5.2초 만에 시속 100㎞ ‘스포츠카 뺨치는 전기차’△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 2021-디지털 아트·돈버는 게임·코인 담보 대출…블록체인이 바꿔놓는 일상-“NFT는 엄청난 혁신…신용카드와 연동 계획”-“디지털 자산 시총 2조달러…4년새 10배 성장”△증권&마켓-“금리 인상 전 사두자”…회사채 발행에 뭉칫돈 몰린다-반도체·델타 변이에 발목 잡힌 자동차株-‘전기차 배터리 원료’ 알루미늄株 파죽지세…“내년까지 오를 것”△증권-혁신적 비상장사에 투자…포스트 코로나 키워드는 ‘ESG’-TDF 수탁고 3조원 돌파 미래에셋, 국내 운용사 최초-가파른 주가반등, 배당증가 기대…“통신株 끌리네”-주식형 ETF 순자산 50兆 시대…국내형 지고 해외형 뜬다△부동산-중개사 외면에…직방 중개서비스 ‘개점휴업’-금리인상에도…쉼없는 지방 아파트값-정부,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강행할 듯-수도권 상위 20% 집값 15억 돌파…文정부 들어 2배 껑충△관광비즈-매직드로잉 가족극으로 언어한계 넘어…BTS처럼 ‘빅히트’ 칠래요-시간여행 온듯…117층에서 바라본 1960년대 서울-코로나 이후의 여행산업, 어떻게 바뀔까△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美 2년 후에나 금리인상…中 부양책이 글로벌 경기회복 이끌 것-“韓경제 내년까지 안정적 성장 기대 1년 내 기준금리 두차례 더 올릴 것”△오피니언-[김병일의 선비 이야기]평생 어머니 가르침대로…퇴계의 효 실천-[정재욱의 이슈Law]가상자산거래소 신고 유예 필요-[기자수첩]‘경선 잡음’ 국민의힘, 정권교체 의지 있나△피플-회사서 배운 심폐소생술 덕분에…심정지 노인 살렸죠-오만 간 서욱, 청해부대 방문…“철저한 방역 우선”-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장에 김우주 교수-아우디코리아 폭스바겐 부문 사장에 사샤 야스키지안-봉준호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장 “코로나 가고 영화는 계속될 것”△사회-‘1호 사건’ 가까스로 처리했지만…공정·실효성 논란 끊이지 않는 공수처-2개월 영아 유기치사 자백 ‘친부모’ 무죄 이유는-수능출제기관장이 “수능 폐지” 주장 파문-헬스장 가격표시제 9월 시행 ‘불발’ “상담 후 안내” 소비자 우롱 언제까지-주말 전국 쾌청…다음주초 다시 비
2021.09.02 I 장병호 기자
 삭막한 담벼락, 이끼 대신 '예끼' 내려앉았네
  • [여행] 삭막한 담벼락, 이끼 대신 '예끼' 내려앉았네
  • 예끼마을 입구에 있는 예끼마을 조형물[안동(경북)=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안동호 호숫가에 자리한 경북 안동의 작은 시골마을. 이 마을의 이름은 ‘예끼’다. ‘예끼’는 누군가를 혼내거나, 혼이 날 경우에 듣는 말. 보통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표현이다. 자연스레 ‘예끼’ 다음은 ‘이놈’이나 ‘고얀놈’이 입에 붙는 게 일반적이다. 왜 마을 이름을 ‘예끼’라고 지었을까. 예끼마을의 ‘예끼’는 ‘예술의 끼’의 줄임말이다. 예술의 끼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예끼마을’이었던 것이다. 이름처럼 마을 곳곳에는 크고 작은 갤러리와 새련된 카페가 자리하고, 오래된 골목은 예스러움이 세련된 감각으로 더해져 동네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 세월의 이끼가 뒤덮인 고택과 그보다 더 오래된 가치를 소중하게 품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터가 바로 예끼마을이다.선성현문화단지 옆 예끼마을 골목과 벽에 그려진 벽화. 예끼마을의 옛 모습과 선성수상길을 함께 그려놓았다.◇예안사람이 예끼마을에 정착한 이유예끼마을을 찾아가는 길. 안동시청에서 도산서원 방향으로 길을 나선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한국국학진흥원. 그 아래 산기슭에 산골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예끼마을이다. 행정구역상 도산면 서부리다. 이 산골에 어떻게 마을이 생겨난 것일까. 사실 이 마을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을 사람 대부분도 예안이라는 곳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일까. 45년 전인 1976년. 당시 낙동강 물길을 막아 안동댐을 건설하면서 여러 마을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예안마을도 수몰 마을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예안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차마 마을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산언덕으로 모여들었다. 발밑에서라도 고향을 두고 보려는 심산이었다.예끼마을 곳곳에 그려져 있는 다양한 벽화마을 규모가 400여 가구에 달했다. 대구를 왕래하던 직행 시외버스도 운행했을 정도. 장날이면 배를 타고 정성껏 지은 농작물을 한가득 머리에 이고 팔러 나오는 아지메와 고등어 한 손 손에 들고 비틀거리는 할배들로 북적댔다.옹기종기 모여살던 마을은 어느새 조용해졌다. 농사짓고 소 키우던 이웃은 새 돈벌이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나이든 노인들은 세월이 가져다준 무게를 짊어지다 세상을 떠났다. 마을은 절반으로 줄었고, 그렇게 생긴 빈자리를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도 허전함으로 채워졌다.시간이 흘러 마을에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 마을로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다. 지난 2018년 마무리된 안동의 ‘이야기가 있는 마을 조성사업’이 계기가 됐다. 잊혀지던 옛이야기도 하나둘씩 들춰내기 시작했고, 까맣게 이끼 때가 낀 담벼락에는 벽화로 이야기를 그렸다. 그러는 사이, 빈집들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예끼마을 내 있는 갤러리 ‘근민당’◇호숫가 마을 속 예술과 끼가 있는 사람들이제 예술의 끼가 흘러넘치는 이 마을을 둘러볼 차례. 마을입구부터 큰 조형물이 반갑게 인사한다. 조형물 아래 ‘예술과 끼가 있는 마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여기서부터 안동호까지는 내리막길이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송곡고택이 있다. 예안마을에 있었던 것을 1975년 이곳으로 이전해왔다. 송곡고택 맞은편에 근민당(近民堂)이라는 미술 갤러리가 있다. 선성현 옛 관아가 한옥 갤러리로 탈바꿈한 것으로, 예술 작품에 한옥 고유의 품격을 더했다. 갤러리 창을 통해 보이는 마을 풍경은 어떤 풍경화보다도 투명하고 서정적이다.마을 곳곳에도 여러 갤러리가 있어 예술향이 가득하다. 조용했던 마을이 예술과 끼로 점점 채우고 있는 공간이다. 우체국은 유명작가의 전시공간과 교육공간으로, 마을회관은 작가 창작실로 탈바꿈했다. 안동선비순례길 종합안내소 앞의 ‘끼 갤러리’는 마을 아이들의 솜씨를 뽐내는 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예끼마을 골목 중 ‘글읽는 테마골목’에 있는 조형물마을 골목으로 발을 들인다. 골목에는 1970년대식 풍경을 남겨두기도 했고, 너무 과하지 않은 정도의 벽화를 그려 넣기도 했다. 선성수상길을 그려놓은 골목에서는 ‘인증샷’ 찍느라 분주했고, 글을 테마로 한 골목에서는 가슴 울리는 문구에 길을 멈췄다. 벽 속의 꽃들은 사시사철 언제나 만개해 반긴다. 때로는 아이들의 말뚝박기도 훔쳐보고, 오래된 이발소도 들여본다. 벽 위의 그림들은 그렇게 여유롭게 지나간다. 비록 화려함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지만, 벽 속의 세상은 순수하고, 평온하다. 그렇게 골목들을 다니다 보면 한겨울 한파도 녹여버릴 따스함이 가득하다.예끼마을에서 걷기 좋은 길인 ‘선성수상길’◇호수 위 아득하게 뻗은 수상 다리에 오르다안동호 쪽으로 선성현문화단지가 깃들어 있다. 안동호가 훤히 내려보이는 자리에 객사, 동헌, 관창 등 옛 관아를 복원해 놓았다. 선성현문화단지 앞, 잔잔한 호수 위에 수상 데크(Deck)가 길게 펼쳐져 있다. 이 길은 지난 2017년 만들어진 ‘안동선비순례길’의 1코스인 ‘선성현길’. 오천리 군자마을에서 시작해 코스 이름이 된 선성현문화단지를 거쳐 월천서당에 이른다. 군자마을 뒷산을 넘어 안동호반을 따라가는 길로, 편안한 산길과 걷기 쉬운 데크로 이어져 있다.선성현문화단지 아래 안동호 수면 위에 길이 1.2km, 폭 2.7m의 규모의 부교(浮橋)가 놓여 있다. 선성현길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인 ‘선성수상길’이다. 이 부교 덕분에 편안하게 물 위를 걸으면서, 안동호의 아름다움에 빠져볼 수 있다. 선상수상길에서는 평지와 달리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부교를 타고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끼마을에서 걷기 좋은 길인 ‘선성수상길’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했던 한파도 안동호의 아름다운 풍광에 잠시 힘을 잃는다. 수상길 중간 지점에는 쉼터를 겸한 포토존이 있다. 모형 오르간과 책걸상, 간이 철판 등 추억의 조형물도 있다. 과거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옛 예안국민학교가 이 자리에 있었음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일부나마 학교의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코끝을 에는 시린 바람과 함께 따스한 추억에 젖어본다. 수몰로 인한 ‘실향민’들의 향수도 아련하게 전해져 오는 듯하다. 그렇게 한동안 신선처럼 호수 위를 거닐다 보니 현세의 번뇌가 마치 남 일 같이 느껴져 온다.선성현문화단지 입구◇여행메모△먹을곳= 예끼마을에는 식당이 제법 있다. 그중 마을 토박이가 추천한 식당은 민속식당은 안동찜닭이, 선비촌식당은 간고등어, 대풍식당은 오삼불고기, 나그네식당은 시골정식이, 미정식당은 육계장이다. 술을 좋아한다면 ‘맹개술도가’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빚은 세가지 도수의 안동소주를 잔에다 조금씩 시음해볼 수 있는 곳이다. △잠잘곳= 선성현문화단지 앞 주차장 쪽으로 한옥체험관이 있다. 모두 6동(8인용 2실, 6인용 2실, 2인용 2실), 세미나실, 식당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외부는 한옥이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한옥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2021.01.29 I 강경록 기자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니 이게 바로 신선놀음
  • [여행]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니 이게 바로 신선놀음
  •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할 만큼 깊숙하게 들어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한 ‘갈론구곡’[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북 괴산. 소백산맥에서 뻗어 내린 높고 낮은 산이 그림처럼 둘러싸고, 소백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계곡의 절경을 만드는 고장이다. 여행길 어디서나 소백산 치맛자락을 적시며 춤추듯 휘돌아가는 물줄기를 만나고, 동양화 한 폭을 감상하듯 눈이 시원해진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고, 골이 깊으면 물이 많다고 했다. 전국 40여개 구곡 가운데 20여개가 충북에 있고, 그중 7개가 괴산에 있다. 올여름 피서는 자연스레 거리 두기가 가능한 괴산의 계곡에서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단, 지금처럼 장마철이나 호우 예보가 있다면 계곡은 위험 지역이니 가지 말아야 한다.연일 계속된 장마로 힘찬 물줄기가 어우려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하는 ‘수옥폭포’◇에어컨도 흉내 내지 못하는 청량감에 더위도 ‘싹’에어컨이나 선풍기는 흉내 내지 못할 청량함과 장쾌함을 선물하는 수옥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 연풍면에 자리한 수옥폭포는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20여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조령산(1017m) 능선 서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빚어낸 절경이다. 연일 계속된 장마로 힘찬 물줄기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연풍 현감 조유수가 1711년(숙종 37년) 숙부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지은 수옥정이 폭포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다. 현재의 정자는 지난 1960년에 새로 지은 것으로, 그림 같은 폭포와 정자가 어우러져 영화나 TV 사극의 단골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폭포는 두 팔을 벌려 감싸 안은 듯 이어지는 기암 가운데로 계단처럼 반듯한 암반을 때리며 흘러내리는 폭포의 물소리가 머리까지 맑게 한다. 문경새재나 이화령을 오가던 옛사람들도 이 폭포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고된 걸음을 쉬었으리라.소백산맥의 조령산(1017m)과 갈미봉 사이의 ‘이화령’(梨花嶺·548m). 이화령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를 잇는 백두대간의 본줄기 고개다. 해발 548m로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 이화령으로 불렸다. 1925년 일제가 만든 도로는 1998년 국도 3호선 이화령 터널과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개통하기 전까지만 해도 꽤 통행량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 관광객이나 등산객만 찾을 정도로 한적하다. 이화령휴게소 정상에 서면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산줄기와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요즘은 방학을 맞아 자전거 국토종주에 나선 대학생과 동호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는 보통 5일을 잡는다. 남한 땅의 중심부 이화령 구간이 가장 험난한 코스다. 이화령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내린 빗물은 한강으로, 동쪽으로 내린 빗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든다.울창한 숲속을 지나는 약 700m 산책로 끝에는 용추폭포가 있다. 높이 약 10m로 너른 암반을 통과해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이다. 가뭄에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폭포다. 전국에 이름이 같은 폭포와 계곡이 많지만, 괴산의 용추폭포는 초록 숲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하얀 물줄기가 청량함을 뽐낸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깊은 숲속에 메아리를 만들어 귀로 즐기는 피서가 되어준다.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당시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이곳의 산수경치를 사랑해 머물렀다는 ‘쌍곡구곡’◇옛사람의 멋과 사상이 흐르는 구곡의 계곡조선의 선비들은 괴산의 계곡을 찾아 심신을 수양하고 학문에 매진했다. 계곡의 명소에 특별히 이름을 붙이고 노래를 짓는 선비들의 풍류를 구곡(九曲) 문화라 부른다.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등 괴산의 계곡은 옛사람들의 멋과 사상이 함께 흐른다.충북 괴산 괴산수력발전소. 여기서 12km 정도 더 들어가면 갈론마을이 나타난다. 갈론마을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거슬러 펼쳐지는 비경이 갈론구곡이다. 갈론구곡은 아홉 곳의 명소가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를 비롯해 장암석실·갈천정·옥류벽·금병·구암·고송유수재·칠학동천·선욱암이 구곡을 형성한다.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할 만큼 깊숙하게 들어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다. 퇴계 이황이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구곡의 이름의 지었다는 ‘선유구곡’선유구곡은 송면에서 동북쪽으로 약 2km에 걸쳐 있다. 퇴계 이황이 칠송정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구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글자는 없어지고 아름다운 산천만이 남아 있다. 선유동 계곡 입구에서 출발, 구곡 중 1곡인 선유동문을 시작으로 2곡 경천벽, 3곡 학소암을 차례대로 만나고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을 지나 9곡인 은선암을 끝으로 계곡 상류인 후문을 빠져나가면 517번 지방도로를 만나게 된다. 중간지점쯤인 제5곡 와룡폭포 주변으로 볼거리가 많고 휴게소도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화양동계곡과 함께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적혀 있다.쌍곡구곡은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10.5㎞ 구간의 계곡이다. 호롱소·소금강·병암(떡바위)·문수암·쌍벽·용소·쌍곡폭포·선녀탕·장암(마당바위) 등으로 이뤄져 있다.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당시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쌍곡의 산수경치를 사랑해 이곳에 머물렀다. 쌍곡의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의 급커브를 형성해 소를 이뤘다.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 불린다.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곳.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하다 해서 소금강이라 불린다. 쌍곡폭포는 쌍곡의 계곡들이 남성적인 데 반해 그 자태가 수줍은 촌색시와 비슷해 여성적인 향취가 물씬 풍긴다.쌍곡구곡의 소금강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하다 해서 소금강이라 불린다.◇여행메모 △가는길=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중부고속도로 증평IC에서 나가 30㎞ 정도 가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로는 괴산IC와 연풍IC를 거쳐 약 20㎞와 35㎞를 가면 괴산읍에 도달할 수 있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증평을 거쳐 괴산까지 40㎞ 정도 가면 된다. △먹을곳= 괴강삼거리 괴강교 건너 왼쪽의 ‘할머니 괴강매운탕‘이 유명하다. 또 다른 이름난 먹을거리로는 올갱이해장국이 있다. 괴강에서 잡은 다슬기(올갱이)로 끓여낸 해장국인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맛집이 몰려 있다. 주차장식당, 서울식당과 기사식당이 30년 넘게 이곳에서 올갱이해장국을 끓여내고 있다.
2020.07.31 I 강경록 기자
 어디가 숲이고, 강인지…신록 춤추는 길에 서다
  • [여행] 어디가 숲이고, 강인지…신록 춤추는 길에 서다
  • 강원도 화천의 파로호 산소 100리길 중 백미인 숲으로다리[화천=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고장, ‘화천’(華川). 빛나고 아름다운 하천이라는 의미다.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산등성이와 그 앞을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 그리고 반짝이는 파로호가 화천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1944년 화천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호수 ‘파로호’. 내륙의 바다라 불릴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호수에 특별한 길이 생겼다. 파로호 산소 100리 길이다. 북한강변을 따라 조성한 길로 대부분 길이 평탄해 누구나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는 자전거길이자, 걷기 길이다. 호수와 주변 산자락에서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길이다.거레리 사랑나무◇북한강변을 따라 강으로, 숲으로 달리다파로호 산소 100리길. 시작점은 이 길의 서쪽 끝인 서오리지 연꽃단지다. 여기서부터 붕어섬~숲으로다리~꺼먹다리~딴산유원지를 거쳐 화천댐까지 이어진다. 총 42km의 짧지 않은 길이다. 정해진 출발지와 목적지가 없는 원 형태로 이어져 있기에 어디에서 시작해도 좋다. 물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에도, 자전거를 타고 원없이 달리기에도 좋다.자전거가 없다면 붕어섬 입구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빌릴 수 있다. 1만원을 내고 자전거를 빌리면 반납할 때 ‘화천사랑 상품권’을 내어준다. 화천군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파로호 산소 100리길을 자전거로 신나게 달리고 출출해지면 마을 식당이나 화천 시장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춘천댐 건설로 섬 아닌 섬이 된 ‘붕어섬’대여소 바로 옆 붕어섬은 춘천댐 건설로 섬 아닌 섬이 된 곳. 월엽편주(수상자전거), 카약, 카누, 레일바이크, 씽씽 카트레일카, 하늘 가르기(집라인), 자전거 등 화천의 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말 그대로 지루할 틈 없는 레저 천국이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물 위를 달리는 자전거 월엽편주(月葉片舟)다. ‘달 모양의 작은 조각배’라는 뜻으로, 소설가 이외수가 직접 타보고 이름 붙였다. 씽씽 카트레일카도 많이 찾는다.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카트레일카는 페달을 굴러 앞으로 나아가는 레일바이크와 달리 무공해 전기 동력을 이용해 육로와 철길을 동시에 달린다.붕어섬을 나와 연꽃단지로 향한다. 산소길 서쪽 끝인 이 단지까지는 약 8km. 주변 풍경을 즐기는 동안 금세 도착한다. 19만8400㎡ 터에 13만2300㎡ 연밭을 조성했다. 한여름 피어날 연꽃을 상상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온 길로 되짚어간다.자전거 대여소 아래 자전거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4km 정도 가면 미륵바위를 만난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 후기 이곳에 절이 있었다고 한다. 다섯 개 중 가장 큰 미륵은 높이 170cm, 둘레 130cm다. 나머지 네 개는 작은데, 바위들이 나란히 북한강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화천읍 동촌리에 사는 장씨 선비가 이 바위에 극진한 정성을 들여 과거에 급제하고 양구현감까지 지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소금을 운반하던 선주들이 안전한 귀향과 장사가 잘되기를 바라며 제를 올린 곳이라고도 한다.숲으로다리◇파로호 위를 걸어 숲으로 향하다 ‘숲으로 다리’미륵바위에서 강 건너편을 보면 물 위에 긴 다리가 놓여 있다. 물 위에 뜬 다리다. 강을 건너서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물 위에 뜬 다리로 접어든다. 이 다리 이름이 ‘숲으로다리’다. 화천에서 만나는 길 중에서 가장 독특한 길이다. 북한강에 떠 있는 부교로, 소설 ‘칼의 노래’ 작가 김훈이 이름을 지었다. 이름대로 숲속 길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다리가 끝나는 구간부터 1km 가량 그윽한 숲길이 이어진다. 숲으로다리는 물 위에 뜨는 튜브 형태의 폰툰 보트를 띄우고 그 위에 나무 바닥을 촘촘히 얽어 만들었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물결의 파동이 느껴진다. 강줄기도 워낙 잔잔해 산이 그리는 풍경을 그대로 데칼코마니처럼 반사한다. 숲으로다리한여름엔 짙은 녹음 속을, 가을엔 알록달록한 단풍 속을 유영하듯 걸을 수 있다. 일교차가 큰 봄·가을엔 안개가 짙게 내려앉아 몽환적인 안개 속을 걸을 수도 있다. 다리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물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조금만 힘차게 발을 떼도 강물의 흔들림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이곳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 특히 물안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새벽녘 가장 수려한 경관을 이룬다. 가벼운 산책로 같은 숲이라 자전거를 타고 지날 수도 있고 흙의 온기를 느끼며 걸어가기에도 불편함이 없다.꺼먹다리숲으로 다리를 지나면 꺼먹다리가 나타난다. 꺼먹다리는 화천댐과 화천수력발전소가 생기면서 놓인 다리다. 상판이 검은색 콜타르 목재라서 ‘꺼먹다리’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 다리는 3개국의 손을 거쳐서야 완성했다. 교각은 일제가 세웠고, 광복 이후 러시아(옛 소련)가 철골을 올렸다. 한국전쟁 후 우리의 손으로 상판을 얹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독특한 이력과 역사성으로, 다리는 등록문화재 제110호로 지정됐다. 까뭇한 다리 곳곳엔 시간의 흔적이 꾹꾹 담겼다. 교각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포탄과 총알 흔적이 그대로 남아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상처를 입고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있는 모습에 진한 애잔함이 느껴진다.여기서 섬 같이 홀로 뚝 떨어진 ‘딴산’도 그리 멀지 않다. 실제로는 높이가 165m에 불과해 산보다는 아담한 동산에 가깝다. 주말이면 인공폭포가 바위벽을 타고 쏟아지는 모습을 보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특히 산 앞쪽 개울은 폭이 넓고 수심이 낮아 물놀이와 낚시를 즐기고 싶은 이들도 많이 찾는다.국제평화아트파크◇여행메모▲가는길= 춘천고속도로로 춘천을 딛고 가는 게 빠르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춘천갈림목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춘천나들목으로 나간다. 46번 국도를 따라 소양6교를 건너 간척사거리까지 가서 화천 오음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오음사거리에서 다시 화천 방면으로 좌회전, 간동면사무소와 파로호관광지를 지나 대붕교를 건너면 화천읍이다. ▲먹을거리= 직접 만든 두부를 재료로 한정식을 차려 내는 ‘콩사랑’이나 새콤한 닭육수에 닭고기를 찢어넣고 먹다가 막국수를 말아먹는 초계탕으로 이름을 날리는 ‘평양막국수’가 화천에서 이름난 식당들이다. 용화산 자락의 하남면 삼화리에서 닭찜과 삼겹살 등을 내는 용화산가든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2020.05.22 I 강경록 기자
 옛 담 따라 흐르는 고고한 선비 정신
  • [강경록의 ‘콕’] 옛 담 따라 흐르는 고고한 선비 정신
  • 남학정에서 내려다본 남사예담촌[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옥이 옹기종기 모인 남사예담촌은 사수천(남사천)이 휘감아 흐르는 명승에 자리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가(古家) 마을이다. 수백 년간 사대부의 기상과 예절을 지켜온 선비의 고장으로 경북에 안동 하회마을이 있다면, 경남 지역에서는 산청 남사예담촌이 꼽힌다. 원래 남사마을로 불렸지만, 2003년 농촌 전통 테마 마을로 지정되면서 남사예담촌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 여기에는 ‘옛 담’이란 표면적인 뜻 외에 ‘마을을 찾은 이들에게 예를 담아 드린다’는 속 깊은 의미도 있다.\이씨고가◇황톳빛 담장과 고택이 어우러진 골목남사예담촌은 황톳빛 담장과 고택이 어우러진 골목을 따라 고즈넉한 정취가 잔잔히 흘러나온다. 산청 남사마을 옛 담장(국가등록문화재 281호)이 굽이굽이 이어지고, 마을 어귀에는 금슬 좋은 부부처럼 엇갈려 자란 회화나무 고목이 있다. 이 나무 아래를 지나면 부부가 해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은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발걸음이 늘었다. 아치를 이룬 고목을 통과하면 시간은 단숨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디선가 갓 쓴 선비들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나타날 듯하다. 회화나무를 지나 기와지붕과 담장이 맞닿은 길 끝에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산청남사리이씨고가(경남문화재자료 118호)가 있다. 1700년대에 지은 고택이지만, 여전히 단정하고 기품 있는 분위기가 배어난다. 이씨고가는 안채와 사랑채, 외양간채, 곳간채가 ‘ㅁ 자형’으로 마주한 전형적인 남부 지역의 사대부 가옥이다. 여기에 원형과 사각형을 이용해 음양의 조화를 꾀한 선조의 지혜가 엿보인다. 이 집은 네모난 마당에 둥근 화단을 조성해 음양의 기운을 맞췄다.남사예담촌에는 이씨고가와 같은 문화재를 포함해 고택이 45채 정도 있다. 보통 한 성씨가 집성촌을 이룬 여느 고가 마을과 달리, 이곳은 여러 성씨가 대를 이어 살아온 독특한 내력이 있다. 유교 전통이 엿보이는 산청남사리최씨고가(경남문화재자료 117호)와 영일 정씨 문중 고가인 사양정사(경남문화재자료 453호)도 마찬가지다. 하씨고가는 산청 삼매 중 하나인 원정매가 있는 곳이다. 원래 고목은 이미 고사했지만, 그 옆에 자라난 후계목이 여전히 아름다운 꽃을 피워 찾는 이가 많다.남사예담촌 담장길◇국보급 문화 즐비한 남사예담촌남사예담촌에는 국보급 문화재도 전해진다. 이제 개국공신교서(국보 324호)는 태조 이성계가 개국공신 이제에게 내린 공신 교서다. 조선 시대 최초 공신 교서 형식을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가 큰 자료로, 원본은 국립진주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마을에 공신 교서 원문을 새긴 비가 있다.사수천에 걸린 작은 다리를 넘으면 기산국악당과 산청 이사재(경남문화재자료 328호), 유림독립기념관까지 두루 다녀올 수 있다. 기산국악당은 국악계의 큰 별로 꼽히는 박헌봉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했으며, 제자들이 기증한 국악기를 전시한다. 기산국악당 옆에 자리한 이사재(尼泗齋)는 원래 밀양 박씨의 선조인 송월당 박호원을 기린 재실로, 임진왜란 때 백의종군하던 이순신 장군이 묵어갔다고 한다. 유림독립기념관은 파리 장서 사건을 일으킨 유림의 독립 정신과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기록한 곳이다.남사예담촌은 한두 시간이면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지만,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쉬어 가기를 권한다. 마을에 식당과 카페, 족욕 체험장이 있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고택에서 묵는 하룻밤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마을 맞은편에는 남사예담촌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학정(전망대)이 있다. 마을 주차장과 연결된 육교를 건너면 전망대까지 오르기 쉬우니, 이곳에서 마을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고 관람에 나서자.동의보감촌 전경◇산청에서 꼭 보고 와야할 것들산청 조식 유적(사적 305호)은 남사예담촌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퇴계 이황과 비견되는 남명 조식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실천적 유학자이자 대학자로 꼽힌다. 원래 경남 합천이 고향이지만, 노년에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이곳으로 터를 옮기고 산천재(山天齋)를 지어 제자를 가르치는 데 힘썼다. 평생 벼슬을 마다하고 학문에 정진했지만, 잘못된 일을 비판하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바라는 상소도 여러 차례 올렸다. 산천재 맞은편에 자리한 남명기념관에서 그가 남긴 학문적 성과와 실천적인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성철 스님 생가 터에 세운 겁외사도 멀지 않아 가볼 만하다. 대종사란 호칭을 받을 만큼 일생을 검소하게 수행한 스님의 흔적이 드러난다. 절 마당에 자라는 백송과 성철 스님 동상도 눈길을 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 작은 사찰이지만 이름에 담긴 뜻이 마음을 크게 울린다.영험한 기운이 있다는 동의보감촌의 귀감석동의보감촌은 산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천왕봉의 기운이 모이는 지리산 중턱에 있으며, 다채로운 힐링 체험 시설을 갖췄다. 한의학의 과거와 미래를 살펴보는 엑스포주제관과 한의학박물관, 산청약초관을 비롯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한방미로공원, 사슴목장, 한방테마공원 등 야외 체험 시설도 다양하다.한방기체험장은 꼭 들러보기를 권한다. 삼석으로 일컬어지는 귀감석과 석경, 복석정을 만날 수 있다. 행운과 건강, 복을 가져다주는 영험한 바위라니 가족이 함께 좋은 기운을 받아보자. 한방기체험장 앞에 이어진 숲길을 따라가면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한 모습을 재현한 해부동굴이 있다. 동의보감촌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잡고 둘러봐야 한다. 청정한 자연에 둘러싸여 공원과 산책로만 걸어도 충분히 힐링이 된다.◇여행메모△여행 코스= 겁외사→남사예담촌→산청 조식 유적→동의보감촌→생초국제조각공원△가는길= 통영대전고속도로 단성 IC→단성 방면 오른쪽→남사예담촌△잠잘곳= 지리산대로의 월강고택과 신등가회로의 산청율수원은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다. 호암로1320번길의 돌꽃담펜션, 동의보감로479번길의 산청한방가족호텔 , 친환경로 지리산신세계리조트 등이 있다. △먹을거리= 나물 뷔폐는 남명로의 열매랑뿌리랑, 흑돼지두루치기는 지리산대로의 예담촌흑돼지, 산삼약초비빕밥은 동의보감로555번지 산삼마을 등이 있다.△주변 볼거리= 목면시배유지, 대원사, 정취암 등
2020.05.16 I 강경록 기자
 옛 선조들도 더위 피해 찾아간 신비 동굴
  • [폭염탈출②] 옛 선조들도 더위 피해 찾아간 신비 동굴
  • 2억 5000만 년의 신비를 품은 성류굴 내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금장산에서 발원한 왕피천은 61km를 거침없이 흘러 망양정 앞으로 빠져나간다. 왕피천이 바다로 흘러들기 직전에 선유산(199m)이 우뚝하고, 절벽 아래 울진 성류굴(천연기념물 155호)이 있다. 임진왜란 때 불상을 굴에 옮겨 성류굴(聖留窟, 성스러운 불상이 머무른 곳)이라 불렀고, 장천굴 혹은 선유굴이라고도 했다. 성류굴은 총 길이 870m로 주굴 330m, 주굴에서 이어지는 지굴 540m이며, 현재 일반인에게 개방된 구간은 270m다.화랑과 울진현령의 이름이 새겨진 종유석△사계절 내내 20도 이하로 유지성류굴은 2억 5000만 년 전에 탄생한 석회동굴이다. 4억 6000만 년 전 하부 고생대인 오르도비스기, 울진 지역은 얕고 따뜻한 바다였다. 산호초가 번성했고, 죽은 산호들이 퇴적해 석회암 지대가 생성됐다. 이 석회암 지대가 융기한 뒤 지상에서 빗물이 스며들고,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물이 지하의 석회암 지대를 만나 탄산칼슘을 녹이면서 형성된 것이 석회동굴이다. 석회동굴에서는 스며든 물이 떨어지며 종유석과 석순이 자란다. 성류굴의 장엄한 풍경은 2억 5000만 년 전 천장에서 떨어진 물 한 방울에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성류굴은 다른 동굴과 달리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명문과 글, 그림 등을 남겼다. 지난봄에 발견된 동굴 명문에는 임랑, 공랑 등 화랑의 이름과 울진현령 이복연의 이름 등이 새겨졌다. 고려 말 학자 이곡은 성류굴을 탐험하고 《관동유기》에 우리나라 최초로 동굴 탐험기를 썼다. 성류굴과 관련된 시나 그림에는 역사 인물도 등장한다. 매월당 김시습은 〈성류굴에서 하룻밤 자며〉라는 시를 남겼고, 겸재 정선은 포항의 청하현감으로 내려갈 때 이곳에 들러 성류굴을 그렸다. 아마도 성류굴은 신라의 화랑과 승려들이 찾은 수도 공간이자, 고려와 조선 시대 학자와 선비들이 유람하며 글과 그림을 남긴 희대의 명승지가 아니었을까?동굴 호수에 잠긴 종유석과 석순이제 선조의 발길을 따라 성류굴을 탐험해보자. 북부주차장에서 길이 왕피천과 나란히 이어지고, 커다란 암반 사이로 성류굴 입구가 있다. 입구는 한 사람이 허리를 굽혀야 간신히 들어갈 정도지만, 들어서는 순간 넓게 트이며 환상적인 석회동굴의 향연이 펼쳐진다. 12개 광장 가운데 1광장 연무동석실부터 10광장 여의동까지 신비스럽고 기괴한 종유석과 석순이 여행자를 맞는다. 사계절 온도 15∼17℃, 습도 80~90%를 유지해 시원함을 더한다.최근 크게 알려진 8광장 초연광장 전경◇산리부터 조선까지 사람 흔적 고스란히 남아1광장 연무동석실은 임진왜란의 비극이 서린 곳이다. 왜군이 쳐들어오자 백성 500여 명이 성류굴로 피란했는데, 왜군이 이 사실을 알고 입구를 막아 모두 굶어 죽었다고 한다. 5광장에서는 우측으로 길이 잠시 이어진다. 성류굴에 있는 5개 동굴 호수 가운데 용신지다. 동굴 호수 어디엔가 왕피천과 이어진 곳이 있어 물길이 생겼다. 왕피천의 수위가 높아지면 성류굴 호수의 수위도 높아지고, 때로는 호수의 수위가 높아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애초부터 호수가 있었다면 석순이 자라지 못했을 터. 종유석과 석순이 만들어진 뒤 동굴에 물이 찬 것이다. 잔잔한 호수 위로 석순과 석주가 있어 여느 동굴보다 신비롭다. 연못에는 향어나 잉어도 종종 보인다니 왕피천과 동굴을 이어주는 경계가 더욱 궁금하다.8광장 초연광장은 최근 크게 알려졌다. 이곳 종유석과 암벽에서 진흥왕이 행차했다는 명문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진흥왕이 누구인가? 신라의 전성기를 누리며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고, 가는 곳마다 순수비를 남긴 정복 군주다. 명문은 6행 총 25자로, “경진년 6월 잔교를 만들고 뱃사공을 배불리 먹였다. 여자 둘이 교대로 보좌하며 펼쳤다. 진흥왕이 다녀가셨다(행차하셨다). 세상에 도움이 된 이(보좌한 이)가 50인이었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진흥왕 행차 명문경진육월일(庚辰六月日)과 진흥왕거(眞興王擧)는 지금까지 풀지 못한 많은 수수께끼의 열쇠가 된다. 먼저 연대와 다녀간 인물이 확연히 드러난다. 경진년은 560년(진흥왕 21)이고, ‘진흥왕거’는 진흥왕이 이곳에 왔다는 증거다. 중국 《북제서》 권 7에는 “신라국왕 김진흥(金眞興)을 사지절 동이교위 낙랑군공 신라왕으로 삼았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성류굴에 명문을 새기고 5년이 지난 565년이다. 진흥왕의 생전 이름이 진흥임을 확인한 셈이다. 또 《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흥왕 조에는 진흥왕 20년부터 22년까지 3년간 기록이 비는데, 이 명문을 통해서 진흥왕의 공백기가 없음을 알 수 있다.10광장 여의동까지 하마바위, 마귀할멈, 아기공룡둘리 등 형상에 따라 이름 붙인 자연 조형물을 차례로 만난다. 성류굴은 개방된 구간이 270m에 불과하지만, 2억 5000만 년 세월과 신라부터 조선 시대까지 사람의 흔적이 고스란한 역사의 동굴이다. 성류굴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500원, 경로 1000원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다.드라마세트장 ‘어부의집’에서 본 하트해변◇바다와 산, 그리고 온천까지죽변항은 후포항과 함께 울진을 대표하는 항구다. 죽변항 북쪽에는 죽변등대와 함께 〈폭풍 속으로〉 드라마세트장 ‘어부의집’이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절벽 위에 있어 그림 같다. 어부의집 내부는 개방되고, 뒤쪽으로 나가면 절벽 아래로 하트해변이 보인다. 어부의집 인근에 ‘용의꿈길’이 있다. 구불구불한 대숲을 따라 죽변등대까지 이어진다. 대숲 사이로 조성된 전망대에서는 어부의집과 푸른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죽변등대는 1910년 불을 밝힌 이래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죽변등대까지 다녀오는 데 10분 남짓 걸린다.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은 울진 봉평리 신라비(국보 242호)를 비롯해 우리나라 석비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곳이다. 봉평리 신라비는 1988년 논에 거꾸로 박힌 돌기둥이 신라 시대 비석으로 확인되면서 알려졌다. 비석에는 399자가 새겨졌는데, 524년(법흥왕 11) 울진 지역의 반란을 진압하고 후속 조치를 취한 내용이다. 전시관 외부에는 야외비석공원이 있다. 광개토대왕릉비를 비롯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 북관대첩비 등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국보와 보물급 석비 32기를 재현했다. 죽변항에서 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 가는 길에 높이 11m, 수령 약 550년이나 되는 울진 후정리 향나무(천연기념물 158호)도 만나보자.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원도와 경상북도로 나뉘는 고포마을울진군 북쪽 끄트머리에는 고포마을이 있다. 동서로 이어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원도와 경상북도로 나뉘어 북쪽은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남쪽은 울진군 북면 나곡리다. 지역번호도 다르고, 주민센터도 다르며, 이장도 두 명이다. 길 한가운데 서면 한 발은 강원도, 한 발은 경상북도에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고포마을 인근의 옛 국도 7호선 변에는 도화동산이 있다. 8월이면 도화동산은 배롱나무꽃이 만발한다. 공원 정상부에서 울진의 웅장한 산세와 동해, 남북으로 새롭게 뻗은 국도 7호선이 한눈에 들어온다.이제 삼욕 가운데 온천욕과 삼림욕을 즐길 차례다. 덕구온천은 42.4℃ 온천수 2000여 t이 날마다 자연 용출하며, 물을 데우거나 섞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보양 온천으로, 스파 시설까지 갖춰 온천욕에 물놀이를 겸할 수 있다. 덕구온천리조트 콘도 뒤로 덕구테마계곡 등산로가 있다. 덕구계곡을 끼고 온천수가 공급되는 원탕을 거쳐 응봉산으로 이어진다. 원탕까지 4km 거리지만 등산로가 대체로 평탄해 어르신과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른다. 등산로 입구에서 1.5km 남짓 떨어진 용소폭포에 다녀와도 좋다. 길이 덕구계곡과 응봉산의 울창한 숲을 끼고 있어 그림 같은 비경은 물론, 삼림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덕구계곡은 성류굴, 불영사계곡, 왕피천과 함께 경북동해안지질공원의 지질 명소이기도 하다.덕구계곡 용소폭포의 웅장한 모습성류굴이 있는 왕피천은 불영사계곡을 거쳐 내려오는 광천을 아우른다. 광천을 따라 봉화와 영주를 잇는 국도 36호선이 나란한데, 이 길에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다양한 민물고기와 천연기념물, 멸종 위기종 등을 볼 수 있는 경상북도민물고기생태체험관, 불영사계곡의 풍광이 수려한 불영사가 차례로 나온다. 국도 36호선으로 귀가한다면 꼭 들러야 할 울진의 명소다. 경상북도민물고기생태체험관 인근에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천연기념물 96호), 행곡리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409호) 등 노거수도 만나보자.아름다운 불영사계곡과 함께하는 불영사 가는 길◇여행메모△여행 코스= 불영사→경상북도민물고기생태체험관(울진 행곡리 처진소나무, 수산리 굴참나무)→울진 성류굴→울진 대풍헌→월송정→등기산스카이워크→덕구온천 덕구테마계곡→덕구온천리조트스파월드→〈폭풍 속으로〉 드라마세트장→울진 후정리 향나무→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가는길= 중앙고속도로 풍기 IC→풍기 방면 우회전, 1.3km 이동→봉현회전교차로에서 봉화·영주 방면 국도 5호선, 9km 직진→가흥교차로에서 봉화·울진 방면 국도 36호선, 42km 직진→현동교차로에서 우측, 현동1교차로에서 울진 방면 국도 36호선, 23.6km 이동→삼근교차로에서 국도 36호선, 23.6km 이동→수산교차로에서 포항 방면 우회전, 다리 건너 노음교차로에서 우회전, 1.9km 직진→성류굴△먹을곳= 회국수는 읍내1길의 칼국수식당, 왕새우볶음밥은 죽변중앙로의 하와이새우트럭 울진점, 물회는 망양로의 울산회식당과 죽변중앙로의 정훈이네횟집, 옹심이칼국수는 덕구온천로의 장모씨암탉이 유명하다.△주변 볼거리= 나곡바다낚시공원,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세트장, 울진과학체험관, 울진아쿠아리움, 금강송에코리움, 십이령옛길, 왕피천생태탐방로, 울진 대풍헌, 월송정, 망양정, 등기산스카이워크국도 36호선에서 만나는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
2019.08.03 I 강경록 기자
이영자, ‘춘향이’ 변신…역대급 비주얼
  • 이영자, ‘춘향이’ 변신…역대급 비주얼
  • (사진=올리브 ‘밥블레스유’)[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밥블레스유’ 멤버들이 남원 먹거리 완전 정복에 나선다.9일 오후에 방송되는 올리브 ‘밥블레스유’에서는 지난주 화제를 모았던 31가지 나물 먹부림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고추장이 아닌 들기름만 넣어 비벼 먹는 것이 특징인 남원의 나물 비빔밥 맛집은 나물 고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 출연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나물 먹방을 마친 출연진들은 흐드러진 벚꽃길을 따라 걸으며 광한루원에 도착한다. 우리나라 4대 누각 중 하나인 광한루와 춘향전의 배경이 되는 광한루원에서 출연진들은 춘향전의 등장인물로 변해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한복을 대여해주는 사장님은 이영자에게 선비 옷을 추천했지만, 이영자는 역할 정하기 가위바위보에서 승리를 거머쥔 뒤 “나 춘향이 할 거다. 지금까지 춘향이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네를 3개나 끊어 먹었다는 위풍당당 춘향 역의 이영자, 만찢남의 면모를 보여준 미남 몽룡 역에는 장도연, 고운 자태 월매 역은 최화정, 깨방정 방자 역은 송은이, 춘향보다 뛰어난 미모의 향단 역의 김숙까지 2019년에 새로 쓰여진 ‘밥블레스유 춘향전’은 과연 어떤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길 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이어 추어탕 거리의 한 식당에 방문한 출연진들은 원조 추어탕의 깊은 맛과 바삭한 추어 튀김의 맛에 푹 빠졌다. 산초 가루, 파김치, 깍두기 등 재료에 따라 변화무쌍해지는 추어탕의 맛에 멤버들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연신 감탄했다는 후문이다.배꼽 잡는 ‘밥블레스유 춘향전’과 입맛 돋우는 남원의 먹거리는 9일 오후 8시50분 ‘밥블레스유’에서 공개된다.
2019.05.09 I 장구슬 기자
임재원 원장 "국악 '더 가까이, 깊이, 즐겁게' 알릴 것"
  • 임재원 원장 "국악 '더 가까이, 깊이, 즐겁게' 알릴 것"
  •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국립국악원).[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국악원이 예술단 정체성 강화를 통한 국악 저변 확대에 나선다. 다른 공연예술 장르와의 접목, IT 기술 등의 활용으로 국악을 더 친근하고 가깝게 알린다.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국민이 국악을 ‘더 가까이, 더 깊이, 더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국립국악원을 만들겠다”며 올해 국립국악원 운영방향을 밝혔다.이날 간담회는 임 원장의 취임 1주년을 기념하고 최근 예술감독 임명으로 재정비를 마친 국립국악원 소속 예술단체(정악단·민속악단·무용단·창작악단)의 1년 계획을 공개하기 위해 마련됐다.임 원장은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소속 예술단체의 예술감독 4명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각 예술단체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단원들의 예술적 역량을 높이고 모으고 알리는 작업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지난 1년 동안 가장 뿌듯했던 점으로는 예술단을 통해 선보인 공연을 꼽았다. 임 원장은 “작년 한 해 동안 예술단들의 역량을 활용해 ‘꼭두’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세종조 회례연’ ‘까막눈의 왕’ 등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었다”며 “정기공연인 ‘토요명품공연’도 매번 외국 관객이 40~50명씩 꾸준히 와서 한국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올해는 소속 예술단체가 함께하는 신규 대표작 ‘붉은 선비와 영산각시’(11월 19~23일)를 제작한다. 함경도 지역에서 전승되는 전통 신화를 소재로 한 국악극으로 뮤지컬 ‘풍월주’로 알려진 이종석 연출,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에 참여한 강보람 작가가 참여한다. 국악과 영화의 접목으로 2017년 초연한 ‘꼭두’는 국립부산국악원과 미국 뉴욕 링컨센터를 포함한 총 6회의 국내외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소속 예술단체들도 자체 기획 및 정기공연으로 국악을 알린다. 특히 무용단은 처용에 관한 설화와 처용무가 탄생하게 된 스토리를 담은 창작무용극 ‘처용’(10월 10·11일)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숙자 무용단 예술감독은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IT 기술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며 “전통이 박제된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것임을 알게 하고 귀중한 문화유산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공연을 제외한 국립국악원의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는 국악박물관의 재개관이다. 오는 8월 재개관 예정으로 총 7개 전시실에 13.1채널의 고품질 음향과 4K 고화질 영상으로 담은 국악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임 원장은 “작년부터 기능을 강화한 국악연구의 일환”이라며 “박물관을 통해 국악 연구 결과물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한편 지난해 취임 당시 밝혔던 남북 국악 교류와 관련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 원장은 “남북의 직접적 소통이 없다 보니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국립국악원은 1990년대부터 북한의 음악을 연구해온 만큼 올해도 계속해서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김희선 국악연구실장은 “올해는 북한 민족음악 이론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해 북한 민족가극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 결과물을 출판물로 낼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악 관련 북한 자료를 1만5000여 점을 수집했고 내년쯤 개방할 예정이다”라며 “향후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한민족 음악자료관 개관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03.28 I 장병호 기자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경주 '성동시장'
  • ['설'에 가면 좋은 곳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경주 '성동시장'
  • 경주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성동시장’[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천 년 고도 경주에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시장이 있다. 경주를 대표하는 성동시장이다. 경주역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시장이라, 경주 시민은 물론 여행객도 많이 찾는다.원래 성동시장은 지금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명동의류공판장 자리에 있었다. 규모도 약 1300㎡(400평)로 작았다. 의류나 공구, 간단한 먹거리 등 저렴한 물건만 팔아서 염매 시장으로 불렸다. 염매는 ‘염가 판매’의 줄임말이다.성동시장이 지금의 자리로 옮긴 때는 1971년이다. 당시 3300㎡(1000평) 규모로 큰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경주시가 점점 커지면서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지금은 약 1만 3200㎡(4000평)에 달하는 경주 최고의 시장으로 꼽힌다. 성동시장 상인회 신우현 회장에 따르면, 먹자골목과 생선 골목, 폐백 음식 골목, 채소 골목, 의류 골목 등에 600여 개 상점이 입점했고, 상인도 8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신 회장은 “경주뿐만 아니라 언양, 울산 사람도 찾는 시장”이라고 덧붙인다.경주 성동시장 ‘먹자골목’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떡집 골목이 보인다. 인절미, 송편, 수수팥떡, 절편 등 갓 만든 떡이 쌓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성동시장 둠배기떡집 골목을 지나면 생선 골목이다. 어물전마다 조기, 갈치, 고등어, 문어, 오징어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각종 어류가 진열되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문어다. 어물전 입구에 커다란 문어 여러 마리를 길게 걸어놓은 풍경도 성동시장의 볼거리다. 유교 전통이 강한 경북 지역에서는 집안 대소사나 제사 등 큰 행사 때 문어가 빠지지 않는다. 문어 이름에 ‘글월문(文)’ 자가 들어가 선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문어의 먹물로 먹을 대신하기도 했다. 문어 다리를 반 잘라 꼬치에 가지런히 꿴 뒤 소고기, 상어 고기 등과 함께 상에 올린다. 참치처럼 보이는 생선 토막은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상어 고기다. 경주를 비롯해 안동, 영주, 영천, 봉화, 청송 등 경북 지역에서는 ‘돔배기’ ‘돔배 고기’ 등으로 부른다. 상어 고기를 ‘돔박돔박’ 썰어 돔배기가 됐다는 말이 있고, 돔발상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전라도 제사상에 홍어가 빠지지 않듯, 경상도 제사상에는 돔배기가 빠지지 않는다. “요걸 꼬치에 꿰서 묵으면 억수로 맛있는 기라. 굽거나 찌서(쪄서) 초장에 찍어 묵어도 맛있고.” 주인아주머니가 방금 소금을 뿌린 돔배기 하나 건네며 하는 말이다. 돔배기는 검붉은 색이 도는 귀상어와 흰색을 띄는 청상아리가 많이 팔리는데, 귀상어가 약간 비싸고 맛도 좋단다.시장 구경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역시 먹자골목 탐방 아닐까. 성동시장 먹자골목의 명성은 여느 전통시장에 뒤지지 않는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순대며 튀김, 어묵, 떡볶이, 김밥을 파는 조그만 가게가 늘어섰다.성동시장 우엉김밥성동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는 우엉김밥이다. 간장과 물엿을 넣고 조린 우엉이 들어가,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순대도 유명하다. ‘서울찹쌀순대’를 비롯해 네 곳에서 모두 순대를 직접 만들어 판다. 찜통에 수북이 쌓여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순대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유혹한다. 값도 싸다. 찹쌀순대는 이름 그대로 찹쌀을 넣어 쫄깃하고, 매운 순대는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은근히 중독성 있다.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순대가 이곳 인심을 보여준다.초밥을 파는 식당도 있다. 일식집 주방 경력 10년이 넘는 요리사가 싱싱한 활어를 바로 잡아서 초밥을 만든다. 생선을 잡는 시간만큼 기다려야 하지만, 그 맛은 여느 일식집에 뒤지지 않는다.성동시장에서는 싱싱한 활어회도 뜰 수 있다.뷔페 골목은 성동시장 먹자골목을 대표하는 명소다. 경주 사람들은 이곳을 ‘합동식당’이라고 부른다. 6㎡(2평)도 안 되는 식당 10여 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기다란 테이블에는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수북하게 쌓였다. 콩나물무침, 두부조림, 버섯볶음, 오이무침, 멸치볶음, 동그랑땡, 달걀말이, 불고기 등 먹음직스러운 반찬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게다가 무한 리필이다. 접시에 먹고 싶은 반찬을 담으면 주인아주머니가 따뜻한 밥과 국을 내준다. “30년 전에 밥값이 700원이었거든. 그때 밥 묵으러 오던 총각이 인자(이제) 마누라하고 아들(애들) 손잡고 온다 아이가. 엄마 손잡고 오던 꼬맹이가 남편 손잡고 오기도 하고.” 주인아주머니는 “먼 길 갈 낀데 더 묵고 가라”며 밥을 한 공기 더 내준다.
2019.02.05 I 강경록 기자
 '육지 속의 섬' 봉화에서 옛 선비의 풍류를 엿보다
  • [여행] '육지 속의 섬' 봉화에서 옛 선비의 풍류를 엿보다
  • 영남 최고의 정자라 불리는 경북 봉화 달실마을의 ‘청암정’. 조선시대 충신인 충재 권벌이 큰아들 권봉보와 함께 지은 정자다. 사계절 내내 경치가 뛰어나다 보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경북 봉화=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봉화는 은둔의 땅이다. 백두대간의 태백산과 소백산 줄기가 봉화를 울타리처럼 둘러싸 ‘두메산골’이란 접두사가 예사로 붙었다. 그래서일까. 이 땅의 선조들은 봉화에 정자와 누각을 세우고 한세상을 아늑하게 보냈다. 봉화 땅 여기저기에 103개의 정자가 터를 잡고 있다. 사라진 정자까지 합하면 170개가 넘는다. 이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지세와 산세, 물길에 따라 정자 생김새도 가지가지다. 그만큼 봉화의 산천은 수려하다. 이 중 청암정은 단연 봉화 정자의 상좌 격이다. 폭양이 내리쬐는 계절, 고즈넉한 풍광 속에 자리 잡은 봉화의 정자를 찾아 풍류에 빠져본다.청암정에서 바라본 서재 ‘충재’◇5백 년 세월 묵은 청암정에 앉아 풍류에 ‘흠뻑’청암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답다.봉화읍에서 36번 국도 구도로를 따라 2km쯤 가면 ‘달실마을’이다. 창평천이 감싸 돌며 동서로 길게 누워있는 고즈넉한 한옥 동네다. 이 마을을 조선시대 충신인 충재 권벌(1478~1548) 선생이 터를 잡은 뒤 지금까지 500년 넘게 후손들이 지켜 온 안동권씨 집성촌이다. 마을의 지세가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해 ‘달실마을’로 불린다. ‘달실’은 닭 모양의 마을을 뜻하는데 국어표준어법상 ‘닭실마을’이지만 고유명사여서 ‘달실마을’로 부른다. 조선 중종 때 문신인 충재 권벌 선생을 정신적 지주로 삼아 지금도 100여 가구가 함께 모여 산다.조선시대 풍수 대가인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경주 양동마을·안동 내앞마을·풍산 하회마을과 함께 4대 길지로 손꼽은 곳이다.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 구조다. 마을에는 종택과 더불어 청암정·석천정사·삼계서원·추원재·충재박물관 등 5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수많은 문화유산이 남아있다. 지금은 충재 19대 종손인 권용철(45) 씨가 종가의 고택과 박물관을 관리하고 있다.조선중기의 이름난 유학자이자 선비인 충재 권벌의 종가마을인 달실마을을 지키고 있는 19대 종손 권용철씨와 종부 권재정 부부.청암정은 충재 선생이 큰아들 권동보와 함께 세운 정자다. 특이한 것은 보통 정자라면 평평한 자리에 세우지만, 청암정은 자연 그대로인 바위 위에 정자를 올렸다는 점이다. 거북 모양을 한 너럭바위를 다듬지 않고 주춧돌과 기둥의 높낮이를 조절해서 집은 지은 것이다. 사방을 연못으로 둘러 장대석 다리가 없으면 정자에 오를 수가 없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물 위에 뜬 거북 등에 정자가 놓인 형상이다. 사계절 내내 워낙 경치가 뛰어난 정자다 보니 ‘동이’ ‘스캔들’ ‘바람의화원’ ‘정도전’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가 됐다. 청암정에 오르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이 ‘청암수석(靑巖水石)’ 편액이다. 특이한 전서 글씨로 된 것이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사람도 있겠지만, 글씨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 만하다. ‘미수전’으로 유명한 미수 허목(1595~1682)가 쓴 편액이다. 이 편액은 미수가 청암정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여러 번 듣고는 한 번 찾아가 보려고 했으나 결국 가보지 못하고, 별세하기 사흘 전에 그 마음을 담아 써 준 작품이다. 정자에 걸린 편액은 근래 새로 만든 것이고, 원본은 청암정 옆 충재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청암정 앞 조그만 집 한 채는 서재인 충재다. 세 칸짜리 낮은 지붕 건물로 누추하지 않고 검소하다. 군더더기 없이 골기 서린 꼿꼿한 선비 정신이 묻어난다.백두대간식물원의 마스코트인 호랑이◇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 ‘백두대간수목원’달실마을에서 춘양면 방향으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곳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있다. 지난 5월 정식 개장했다. 부지 규모만 5179ha로, 약 1567만 평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각종 전시원과 연구시설이 자리한 중점시설지구(206ha)와 산림보전지구(4973ha)로 나눠진다. 백두대간 상징인 호랑이와 산림 생태계를 보전하고 복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방문자센터에서 관람 시간과 입장료를 확인하고 매표소에서 관람권을 구매할 수 있다.가장 관심을 끈 볼거리는 역시 ‘백두산 호랑이’다. 백두산 호랑이는 시베리아호랑의 일종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6종의 호랑이 중 가장 몸집이 크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일본은 호랑이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인다는 구실로 무자비한 도륙 작전을 펼쳤다. 호랑이가 한반도의 정기와 한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동물이어서다. 현재 동북아 지역에 남은 호랑이는 130~150마리가 전부다.백두대간식물원 방문자센터호랑이 숲은 산림보전지구에 있다. 축구장 7개 크기의 면적인 4.8ha(약 1만4500평)에 호랑이 생육에 적합하도록 자연 지형과 식생을 최대한 활용해 실감나게 조성했다. 포천 국립수목원과 서울대공원에서 옮겨온 호랑이 세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열세 살 암컷 ‘한청’이, 일곱살의 수컷 ‘우리’, 열일곱 살 수컷 ‘두만’이다. 그중 나이가 많은 두만이는 사육동에서 생활해 관람객이 볼 수 있는 건 한청이와 우리뿐이다. 관람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오후 4시까지다. 사실, 호랑이는 야행성 동물이라 해가 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움직이는 호랑이를 보기는 힘들다 .백두대간수목원에는 호랑이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거울연못, 고산습원, 암석원, 백두대간 자생식물원 등 전시원만 27개에 달한다. 워낙 넓어 트램(노면전차)을 타고 이동하는 게 편하다. 트램은 주중 15분, 주말과 공휴일에는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백두대간식물원 전망대에서 암석원◇여행메모△가는길= 닭실마을이 있는 봉화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을 나와 바로 만나는 931번 지방도로에서 우회전해 조금만 가면 5번 국도를 만난다. 여기서 우회전해 5번 국도로 들어서 영주 방향으로 달린다. 영주 시내 들어가면 봉화 이정표가 나온다. 이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을 해 36번 국도를 타고 계속 달리면 봉화가 나온다. 봉화읍을 비껴가는 우회도로를 달리면 바로 삼계사거리가 나오고 이 사거리를 직진하여지나 철교 밑을 지나자마자 바로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달실마을이다△먹을곳= 봉화의 대표 음식은 송이 요리이다. 이곳 송이는 태백산 기슭의 굵은 모래에서 자라 다른 지역보다 수분 함량이 적어 단단하고 향이 우수하다. 매년 10월 초에 송이축제가 열린다. 봉성면의 용두식당(054-673-3144)과 봉화읍에 있는 솔봉이송이요리전문점(054-673-1090)이 유명하다. 송이돌솥밥을 시키면 머위, 취나물 등 10여 가지의 산나물 반찬이 나온다. 밥알을 씹을 때마다 송이 향이 난다. 용두식당 송이돌솥밥
2018.07.13 I 강경록 기자
④ 당신에게 봄! 경기도 영남길 '이천 옛길'
  • [고상환의 50춘기]④ 당신에게 봄! 경기도 영남길 '이천 옛길'
  • [이데일리 트립in 고상환 여행작가] 영남길은 조선 시대 한양과 부산을 연결했던 길이다. 역사적 고증을 거쳐 역사문화탐방로 영남길이 복원됐다. 총 10개의 코스 중 제10길인 이천 옛길은 50춘기 누구나 편안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한적하고 목가적인 경기 남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길의 옛이야기를 들어본다. 코스는 금산리 보건소에서 시작해 부래미 마을, 어재연 장군 생가까지 총 9.9km(난이도: 하)를 자연과 벗삼아 걸어봤다. 시간은 도보로 3시간정도 소요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일죽터미널에서 3-9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계절마다 어울리는 길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천 옛길은 50춘기의 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이다. 비교적 평탄한 길로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고 아름다운 우리농촌의 풍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양리 수변공원과 부래미 마을을 지나는 동안 푸르름이 짙어지는 논과 밭 사이를 지나고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과수원 길을 만난다. 봄을 즐기며 혼자 걸어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정답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도 좋다. 한적한 시골길은 그저 걷는 것 만으로 몸과 마음에 위안을 준다.이천옛길은 경기도 영남길의 마지막 구간이다. 시작점인 안성시 일죽면 금산리보건소와 종료점인 이천시 율면 산성리의 ‘어재연 장군 생가’ 두 곳이 옛 영남길의 원형과 일치한다. 과거길을 나선 선비들이 한양을 바라보고, 봇짐을 맨 보부상들이 영남을 향하며 이곳을 지났을 것이다.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의 기쁨과 탄식이 섞이고 설렘과 희망이 길에 담긴 셈이다. 부래미, 돌원마을 등 마을 이름의 유래를 알리는 표지판을 찾아보는 것 또한 재미있다. 길의 끝은 충청도로 이어진다.[연계 여행지 1] 부래미 마을낮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부래미마을은 보기 드물게 잘 가꿔진 농촌마을이다. 감자 캐기, 딸기 따기 등 농사체험은 물론 처연염색, 도자기, 풍물놀이 등 문화체험까지 가능한 곳이다. 가족과 단체를 위한 패키지 프로그램과 숙박 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주민들이 직접 기른 채소와 농산물 이용해 마을식당을 운영한다. 메뉴는 백반 한 가지 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에 제육볶음과 나물, 따끈한 국은 어느 전문식당 부럽지 않다.[연계 여행지 2] 어재연 장군 생가어재연 장군은 조선 말기의 무관이다. 장군이 나고 자란 율면 산성1리에는 아직도 주인을 잃고 돌아온 장군의 ‘말무덤’과 활 쏘기 연습을 하던 ‘사장말랭이’ 등, 장군과 관련된 지명이 남아있다. 생가는 19세기 초 건물로 추정되며 상당히 잘 지어진 전통가옥으로 평가된다. 현재 중요민속문화재 제127호로 안채, 사랑채, 광채 모두 변형 없이 잘 보존 되어있다.
③한적함을 친구삼아 걷기좋은길
  • [이야기 있는 길]③한적함을 친구삼아 걷기좋은길
  • 가좌동을 지켜 온 느티나무 고목. 수령 480년을 넘겼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국에 걸쳐 며칠간 눈이 내렸다. 서해안쪽은 폭설이 온 듯하고, 때맞춰 한파도 닥쳐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은 날 길을 나섰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하늘은 짙푸르다 못해 한기까지 느껴질 만큼 쨍하다. 미쉐린타이어 심벌처럼 꽁꽁 싸매고 나왔는데도 드러난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매섭다. 부천에서 출발한 지 두 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출발지인 애기봉 입구다. 바로 옆인 김포여서 가까울 줄 알았는데, 교통수단을 몇 번이나 갈아타야 했고, 이곳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엔 만만찮은 오지인 ‘전방’이기 때문이리라. 가좌동의 느티나무. 사이에 평상이 있어서 여름과 가을에 쉬어가기 딱 좋다.◇너무 멋진 가좌동의 느티나무 두 그루택시에서 내리기 전부터 차창을 통해 반한 풍경, 가좌동을 지키고 선 두 느티나무 고목 때문이다. 조그만 마을의 모퉁이 언덕배기에 비슷한 덩치와 품을 가진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로 뻗친 가지를 맞닿은 채 마치 연인처럼 정겹게 서 있다. 이파리를 모두 떨어뜨리고 숨김없이 드러낸 몸뚱이도 저리 아름답다. 여름 내내 저 몸매를 어찌 감추고 살았을까! 두 느티나무 사이엔 몇 개의 평상이 놓여 있다. 여름과 가을엔 더할 나위 없는 쉼터겠다.길은 차 한 대가 다닐만한 넓이로,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길 가장자리 한쪽으로 하늘색 선이 그어져 있는데, 아마 ‘DMZ 자전거길’ 표시인 듯하다. 곧 애기봉목장을 지난 길은 야트막한 산자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추수가 끝난 논엔 하얀 눈이 덮여 벼 그루터기만 줄지어 늘어서며 묘한 무늬를 만들어놓고, 누렇게 변한 산사면의 양지바른 곳곳엔 해묵은 무덤들이 훤하다. 1km쯤 간 곳에서 멋들어진 향나무 두 그루를 만난다. 이만큼 크게 자란 향나무를 보는 게 쉽지 않은 터라 가까이 가보니 조선초 영의정을 지낸 박신이란 분이 마음수양을 위해 심은 것이란다. 선비란 나 같은 속물은 이해치 못할 까마득한 세계 같다. 이곳은 운봉박씨세장지(雲峯朴氏世葬地1))로, 향나무 바로 뒤에 2015년 새로 지은 화헌재라는 사당이 있다. 근데 이 화헌재라는 글자가 아리송하다. 100m 전에 세워진 표석에서는 ‘가죽나무 저’를 쓴 ‘樗軒齋’라고 적어두고 아래엔 한글로 ‘화헌재’라고 음을 달아둔 것이다. 내가 잘못 알고 있나 해서 아무리 자전을 뒤져도 저 글자를 ‘화’로 읽지는 않는다. 석공이 실수로 잘못 판 것일까? 뼈대 있는 가문에서 저런 실수를 놓칠 리가 없을 테니 아마 나의 무지이리라.향나무 맞은편 언덕에 문신상이 지키는 무덤이 보인다. 근데 무덤 형태가 일반적인 둥근 모양이 아닌 네모에, 아래로 돌을 쌓아 봉분을 올렸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고려시대의 양식인데, 자세히 둘러보기엔 남은 길이 멀어 걸음을 재촉한다.후평리를 지나다가 본 한강 건너 북녘의 산하. 저 얼어붙은 땅에도 자유의 봄이 오기를….◇평범한 시골풍광의 편안함이 일대에 흩어져 있는 작은 마을들을 모두 가금리라 부르는데, 마을 곳곳엔 문짝이 떨어져나간 빈 집들이 여러 채 보인다.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마음이 씁쓸하다. 굵은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산엔 참나무와 밤나무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평범하고 편안한 시골풍광을 따라 길은 휘적휘적 지나간다. 목축을 하는 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돼지축사는 없고 전부 젖소나 한우를 키운다. 그리고 또 개가 많다. 낯선 방문객을 경계하느라 짖는 소리가 릴레이를 하듯 이 동네, 저 동네로 메아리치며 이어진다. 가금리와 마근포리 일대의 마을에서는 60~70년대의 흔적이 자주 보인다. 바로 ‘4H운동’의 일환으로 세운 4H탑이다. 녹색의 클로버 이파리 모양에 각각 영어 대문자 ‘H’를 써놓은 시멘트 구조물. 페인트 색이 바래고, 깨진 모양이 많은데도 아직도 보존되고 있는 게 신기하다.애기봉 건너편의 북한 땅. 저곳에도 곧 봄이 올 테지◇사라진 포구, 마근포가금리를 벗어나 마근포리로 이어진 한적한 논길을 걷다보니 너른 논 여기저기서 철새들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100마리는 넘어 보이는 이 철새들이 궁금해 찾아보니 큰기러기다. 추운 날씨 탓인지 먹이활동은 않고 날개 사이에 주둥이를 파묻고 같은 방향으로 앉아 미동도 않는다.‘마근포(麻近浦)’는 강녕포구, 조강포구와 함께 한국전쟁 후 포구에 살던 이들이 이주하며 사라진 한강하구의 포구중 하나로, 마근포리라는 이름으로만 남았다. 마근포리 일대도 가금리와 마찬가지로 들판은 넓고, 산은 야트막하다. 논밭 사이로 이어진 길 따라 얼마쯤 가자 오른쪽으로 나눔교회가 보인다. 패널로 지은 작은 예배당 지붕 끝엔 그에 어울리는 아담한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마근포리에서도 가금리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풍광이 이어진다. 가금리에서 보았던 24번 마을버스가 이곳 마근포리도 구석구석 드나들고 있다.곧 만난 마근포리 마을회관. 경로당을 겸하는 2층 규모의 벽돌건물은 매우 세련되어 눈길을 끈다. 이곳 마을회관 건너편 밭에도 4H 구조물이 보인다. ‘지덕노체’라고 쓴 글씨까지 남아 있다. 마근포리를 벗어나면서 길은 야트막한 산 사이로 들어선다. 어떤 밭은 벌써 갈아엎어 봄 농사 준비를 하고 있고, 어떤 밭뙈기엔 지난해의 고춧대가 아직 그대로 남았다. 그러나 눈은 공평히 내려 온 천지가 하얗다. ‘청정장수마을 마조2리’라고 새겨진 갈림길의 빗돌을 지나 무인지경의 산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이정표엔 ‘후평리’라는 이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은 후평리의 마을들의 뒤로 돌아가거나 살짝 걸치기만 할 뿐, 교묘히 피해가며 산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길은 한적하고, 인적도 드물다. 이윽고 도착한 연화사. 1972년에 지어졌다는 절은 좀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종파에 대한 정보가 없이 ‘연화산 연화사’라는 화강암으로 만든 어마어마한 석문이 서 있다. 절 입구 건너편에 화장실이 있으나 동파방지를 위해 3월까지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출입문에 붙었고, 문은 굳게 잠겼다.겨울철새인 큰기러기. 저녁 무렵,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결코 공짜기 아니다연화사를 지나 산모퉁이를 돌자 포도밭이 나타난다. 꽤 널찍한 몇 개의 밭이 붙어 있다.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지난해의 묵은 가지를 모두 정리해놓았다. 이 부근이 전체 코스의 절반쯤에 해당한다. 얼마 후 길은 시암리로 접어든다. 철조망을 두른 군 시설물이 나오고, 곧 작은 수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며 한강둑길이 나타난다.친근한 한강의 강둑에 3중으로 설치된 철조망이 쳐져 있다는 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철조망 너머 강 건너편으로 파주의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보인다. 통일전망대의 맞은편인 임진강 건너, 그러니까 여기서 보이는 북서쪽은 북한 땅이다. 그러니까 지금 걷고 있는 이곳이 군사분계선이 지나는 최전방인 셈이다. 새삼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임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후평리 너른 논의 철새도래지를 오가는 새들은 자유로이 넘나들어도 사람은 갈 수 없는 땅, 이 무시무시한 철조망은 언제쯤 걷힐까?철책을 따르는 길에 서너 곳의 철새조망소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철새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석탄배수펌프장 건너편의 후평리 재두루미 도래지 탐조대엔 대형 현수막 두 개가 붙어 있다.한때는 관광상품이자 깨끗한 환경의 지표로 환영받던 철새가 언제부턴가 미운 오리새끼가 되었다. 이 상황을 철새들도 아는 것일까? 재두루미는 한 마리도 안 보이고, 가끔씩 큰 기러기만 몇 마리씩 텅 빈 하늘을 날고 있다.평화누리길 3코스에서 철책을 끼고 걷는 구간은 7km다. 이 구간의 왼쪽은 철책이 전류리포구를 만나기까지 이어지고, 오른쪽은 후포리 일대 평야지대의 평화로운 풍광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이 안전함과 자유가 저 철책과 저곳을 지키는 군인들의 수고와 희생 때문임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길이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무게가 저 철조망의 무게와 비례하는 게 아닐까.◇여행메모△코스 요약= 애기봉 입구→화헌재→마근포리 마을회관→마조2리 입구→연화사→후평리 철새도래지→석탄배수펌프장→전류리포구 (17km, 5시간)△대중교통= 지하철 5호선 송정역 1번 출구(김포·강화 방면)로 나와 경기버스 88번을 타고 군하리까지 간다. 1시간 남짓 걸린다. 군하리에서 한강철책길 출발지인 애기봉 입구까지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서 택시를 이용한다. 택시요금은 6000원쯤이다. 송정역 1번 출구를 나와 경기버스 2번을 타고 종점인 하성까지 간다. 하성면사무소 앞에서 101번 버스가 애기봉 입구까지 간다. 15분쯤 걸린다. 하성면사무소 건너편 편의점 앞에서 24번 마을버스를 타도 애기봉 입구로 갈 수 있다. 20분쯤 걸린다. 전류포구에서는 풍천민물장어 앞에서 23번 마을버스를 이용해 종점인 하성까지 간 후 경기버스 2번으로 바꿔 타면 송정역과 계화역, 김포공항역으로 갈 수 있다. 23번 마을버스는 1시간에 한 대꼴로 다닌다.△먹을곳= 애기봉 입구에는 식당이 없다. 날머리인 전류리포구에 각종 회와 매운탕을 파는 ‘전류리포구 직판장(031-981-4115)’과 24시간 문을 여는 양평해장국전문점인 ‘여명(031-982-8116)’, 풍천민물장어 직판장인 횟집 ‘한강어촌체험마을(031-998-9770)’이 있다.
2018.01.20 I 강경록 기자
 월출산 자락에 밴 다산의 묵향과 차향에 취하다
  • [여행] 월출산 자락에 밴 다산의 묵향과 차향에 취하다
  • 전남 강진의 백운동 별서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월출산 밑으로 넓게 펼쳐진 강진다원의 차 밭 정경이 장관을 이룬다.백운동 별서정원으로 가는 길은 드넓게 펼쳐진 강진다원의 차 밭 정경이 장관을 이룬다. .[전남 강진=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국의 차 문화는 언제쯤 시작되었을까. 기록상으로는 신라시대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문무왕이 가야의 시조 김수로 왕의 제사에 차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고려시대에 널리 민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교와 함께 급격히 쇠퇴했다. 조선 후기 들어 비로소 대중적인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있다. 다산은 초의(草衣) 의순(1786~1866), 그리고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와 함께 조선 후기 차 중흥기를 이끈 인물로 꼽힌다. 이들 중 으뜸은 다산이다. 초의는 다산에게서 차를 배웠고, 추사는 차 보다 서예로 더 이름을 날렸다. 다산의 남다른 차 사랑은 전남 강진 땅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동시에 수많은 ‘뒷이야기’를 남겼다. 다산의 흔적이 차향처럼 그윽하게 베여있는 강진으로 향한다. 만덕산 기슭에 자리잡은 다산초당. 이곳은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기간 중 10여년 동안 생활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500여권의 책을 저술한 곳이다.◇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의 유배지 ‘다산초당’만덕산 기슭에 자리잡은 다산초당 가는길 중간에 있는 뿌리길.강진읍에서 남서쪽을 향해, 구강포 서쪽 길모퉁이를 끼고 비스듬히 내려오면 도암면 만덕리 귤동마을이다. 이 마을을 병풍처럼 휘감고 있는 만덕산 기슭에 바로 다산의 유배지이자, 다산학의 산실인 ‘다산초당’이 있다. 다산(茶山)은 차나무가 많았던 만덕산의 별명. 정약용의 호 ‘다산’도 여기서 따왔다. 다산은 장장 18년에 걸친 강진 귀양살이 가운데 다산초당에서만 10년을 지내며, 언제 끝날지 모를 귀향살이를 한겨울 동백꽃처럼 학문과 사상을 붉게 피웠다.마을을 지나면 다산초당을 향해 가는 숲길이 이어진다. 돌계단을 오르면 대숲이다. 대숲의 서걱거리는 소리를 동무삼아 걷다보면 원시적인 야성미를 느끼게 하는 길을 만난다. 수백살 먹은 소나무 뿌리들이 땅위에 온통 얽혀 있다. 200여년 전 다산도 이 뿌리들을 밟고 묵묵히 올랐을 길이다. 그는 생치기투성이 손을 내밀어 땅을 움켜진 뿌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가파른 길을 오르면 다산초당이 묵직하게 서 있다. 초당은 여전히 와당(瓦堂)이다. 원래 작은 초가였는데, 허물어진 것을 1957년 다시 지으면서 기와를 덮은 것이다. 초당 양 옆으로 역시 기와로 이은 동암과 서암, 그리고 좀 떨어진 산머루에 천일각이 있다.만덕사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의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여기저기서 집자해 만들었다.다산이 거주하기 전에는 해남 윤씨 가문에서 산정(山亭)으로 쓰던 곳이다. 윤선도를 배출한 해남 윤씨와 다산은 먼 친척뻘이다. 다산의 모친이 바로 그 집안 출신이다. 유배 중이라 하더라도 핏줄을 외면하기 힘들었을 터. 주막에서 유배를 시작한 다산이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서야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초당에 걸린 ‘다산초당’ 현판과 동암에 걸린 ‘보정산방(寶丁山房, 정약용을 보배롭게 모시는 산방)’ 현판은 모두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새긴 것이다. ‘다산초당’ 현판은 추사의 글씨를 여기저기서 집자해 만든 것이지만, ‘보정산방’은 추사가 직접 쓴글이다. 동암에는 다산의 글씨를 집자한 ‘다산동암’이라는 현판도 함께 걸려 있다.다산초당 마당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돌 ‘다조’는 다산이 찻물을 끓여먹었던 차 부뚜막이다.◇ 유배지에서 차를 배우고, 친구를 얻다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다산유배길’ 끝자락에는 수백년 나이를 먹은 동백숲이 우거져 있다.다산의 흔적들도 여기저기 남아있다. 초당 마당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돌은 다산이 찻물을 끓였다는 ‘다조(茶俎·차 부뚜막)’다. 뒤뜰에는 가뭄에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는 샘 ‘약천’이 있다. 다산은 이 물로 차를 끓였다. 왼편 산비탈로 올라가면 다산이 바위에 손수 쓰고 새겼다는 ‘정석(丁石)’이라는 글자를 볼 수 있다. 한 획 한 획에서 옛 사람의 고독을 읽는다. 오른쪽에는 연못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이 있다. 연못 한가운데 돌로 산을 쌓고 대롱으로 폭포도 만들어 놓았다. 이 네 가지가 이른바 ‘다산사경(茶山四景)’이다.다산은 강진 땅에 유배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차를 마셨다. 유배 중 얻은 병 때문에 차를 찾았는데 때마침 강진 만덕산 백련사에서 야생차를 발견하는 행운을 얻는다. 다산초당과 백련산의 거리는 지척(800m)이다. 당시 다산은 아암(兒菴) 혜장이 대흥사에서 백련사로 건너와 머물며 다산을 만나려고 애를 쓴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신분을 감춘 채 백련사로 놀러가 한나절 대화를 나눈다. 둘은 급격하게 친해졌다. 이후 다산은 혜장에게 주역을 가르쳐 주면서 사제관계를 맺는다. 또 차를 만드는 법도 혜장과 백련사 승려들에게 알려준다. 다산이 혜장선사를 만나러 간 백련사. 신라 말에 창건해 1211년 원묘국사 유세가 중창했다.다산이 혜장을 만나러 가던 길이 바로 다산유배길이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800여 미터의 길이다. 걸어서 30분 남짓이지만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서로 어울려 짙은 향기를 뿜어댄다. 동암을 거쳐 천일각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천일각은 다산이 초당에 거주할 때에는 없었던 정자다. 정자에 올라서면 강진만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다산 또한 이 언덕에서 바다를 자주 바라보았을 것이다. 백련사 인근에는 야생차나무와 수백 살은 족히 넘었을 동백나무 1000여 그루가 있다. 겨울 중턱임에도 볕 좋은 몇 그루에는 동백꽃이 고개를 내밀고 봄이 어디쯤 왔는지 가늠하고 있다. 동백나무 숲을 지나면 백련사다. 신라 말에 창건해 1211년 원묘국사 요세가 중창했다. 원래 산 이름을 따 ‘만덕사’라 했지만, 현재는 ‘백련사’로 부르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8대 국사를 배출해 전국에서 으뜸가는 명찰로 알려졌다. 호남 3대 정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백운동 별서정원의 정경. 백운동이란 ‘월출산에서 흘러 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조선중기 처사인 이담로가 조영한 정원이다.◇호남 3대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백운동 별서정원으로 들어서면 동백터널이 짙은 숲그늘을 만든다.다산의 흔적은 백운동 별서정원으로 이어진다. ‘호남의 3대 정원’이라 일컫기도 한다.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동과 견줄 만하다는 것이다. 이곳은 400여 년 전 선비 이담로(1672~?)가 말년에 둘째 손자 이언길(1684~1767)을 데리고 들어와 가 은거하며 짓고 가꾼 별장이자 정원이다. 월출산의 암봉인 옥판봉 아래 세 칸짜리 초가를 짓고, 마당에는 계곡 물을 끌어들여 아홉 굽이 물길을 만들었다. 기기묘묘한 바위는 그대로 두고, 주위에는 100그루의 홍매화를 심었다. 이담로는 세상을 뜨며 ‘평천(平泉)의 경계’를 남긴다. 이는 당나라 때 재상 이덕유가 그의 별서인 평천장을 두고 자손에게 “절대로 남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해 나온 말이다. 백운동 별서정원은 세기가 4번 바뀌는 동안 아들에서 손자로 12대째 이어졌다. 이곳은 이담로 당대부터 명원(名園)으로 손꼽혔다. 5대 동주(主) 이시헌은 강진에 유배와 있던 다산 정약용의 막내 제자가 됐다. 정약용은 이곳을 방문한 뒤 ‘백운동 12경’을 명명하고 1경 옥판상기(玉版爽氣·옥판봉의 상쾌한 기운)부터 12경 운당천운(穿雲·운당원에 우뚝 솟은 왕대나무)까지 그 아름다움을 시로 읊었다. 다산은 자신을 스승처럼 섬긴 초의선사에게 백운동 뿐 아니라 다산초당까지 그리게 한 뒤 합쳐 백운첩(白雲帖)을 남겼다. 백운동과 다산초당 중 어느 곳이 더 아름다운지 겨뤄보려 한 것이다. 초의선사가 그린 백운동도별서 마당에는 유상곡수(流觴曲水·술잔을 띄울 수 있도록 만든 구부러진 물길)가 굽이친다.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정원 마당으로 끌어와 한 바퀴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민간 정원에 유상곡수가 남아 있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한다. 이 정원은 호남 지역 차 문화의 산실로 꼽힌다. 다산의 차 관련 편지와 한국 최초의 차 전문 저작인 ‘동다기’ 등이 여기서 발견했다. 현재의 백운동 별서정원의 건물은 백운동 12경의 그림을 근거로 재현한 것으로, 과거 자연과 인공을 적절히 배합한 배치와 짜임새 있는 구성까지 완벽하게 다시 만들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먹을수록 젊어진다는 ‘회춘탕’◇여행메모△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분기점에서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논산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까지 간다. 동림IC를 조금 못 가서 나주로 나가는 길로 빠진다. 이후 나주-영암-강진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면 된다. 고속철도(KTX)를 탄다면 나주역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먹을곳= 강진군도서관 인근의 강진한정식전문점 ‘다강’은 살이 꽉찬 싱싱한 꽃게를 구입해 배, 사고, 다시마 등으로 고아낸 육수와 간장이 더해진 단맛나는 간장게장이 일품이다. 강진읍 중앙로의 ‘하나로식당’은 회춘탕 원조격인 곳이다. 소금을 한 톨도 넣지 않고 12가지 한약재를 1시간 이상 푹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 낸 국물에 문어와 전복, 닭을 넣고 끓여 영양은 물론 식감이 아주 좋다. 읍내의 동해회관은 강진만의 갯벌을 누비는 짱뚱어로 만든 탕이 유명하다.△잠잘곳= 강진의 푸소(FU-SO) 체험 운영농가에서 숙박할 것을 추천한다.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푸소는 ‘덜어내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뜻이다.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훈훈한 농촌의 정과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120곳의 푸소 체험 운영농가가 참가하고 있다. 1인당 5만원(1박 2일 기준)이다.강진 한정식전문점 ‘다강’의 한정식 한상차림 중 대표메뉴 ‘간장게장’
2017.12.22 I 강경록 기자
 역전의 전성기를 호출하다
  • [추석N②] 역전의 전성기를 호출하다
  • 고추를 다듬는 후생시장 사람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영주시는 영주육교를 건너 시내로 진입한다. 영주 사람들이 ‘구름다리’라고 부르는 고가도로다. 고가 왼쪽은 철도 관사촌이다. 1973년까지 영주역이 인근에 있었다. 영주시 근현대는 철도와 함께 했다. ‘역전(驛前)의 역전(逆轉) 사업’은 그 흔적을 되살리려는 노력이다. 영주는 소백산, 부석사, 선비촌 등 조선 시대 이전 역사가 도시를 대표해왔다.도로에서 본 후생시장 모습◇경북 북부 교통의 요지였던 ‘영주역’영주역은 1942년 문을 열며 경북 북부 교통의 요지로 떠올랐다. 후생시장은 1955년 역 가까이에 일본식 적산 가옥 형태를 빌려 개장했다. 1층은 가게, 2층은 살림집이다. 어깨를 맞댄 상가형 건물이라 다른 지역 적산 가옥과 구별된다. 거리와 얼굴을 맞댄 채 100m 정도 이어지고, 시장 뒤쪽으로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시 마주한다. 일대는 1970년대 초반까지 영주에서 가장 번화했다. 김정현의 장편소설 《고향사진관》에 나오는 사진관이 후생시장에 있었다. 양복점이나 의상실 간판도 옛 영화를 전한다. 한자리에서 20~30년은 기본이다. ‘여왕의상실’ 장복순 씨는 40년 넘게 옷을 만든다. “예전에는 같이 일하는 직원이 열 명이 넘었다”고 추억한다. ‘선비골인삼사과빵’은 영주 특산물로 만든 인삼빵과 사과빵을 낸다. 20년 역사니 이곳에선 아직 청년이다. 권태연 씨가 간직한 옛 명함터줏대감은 단연 ‘가일제분소’ 권태연 씨다. 후생시장에서 60년 세월을 보냈다. 증거 대신 부적처럼 간직한 옛 서울 거래처 명함을 꺼내 보인다. 전화 국번이 한 자리인 옛날 명함이다. 권씨는 제대하고 청량리 고추 도매상에서 일하다가 영주로 돌아와서 고추 가게를 열었다. 고추는 기차로 청량리 도매상과 거래했다. 권씨는 자신이 “후생시장 고추 가게의 시초”라고 말한다. 그 후 고추 가게가 늘어났고, 후생시장은 곡물 시장에서 고추 시장으로 거듭났다고 덧붙인다. 고추 가게 도매상이 30㎡, 소매상이 6~10㎡ 규모이던 시절이다. 권씨의 증언에 따라 시장 뒷골목을 누빈다. 고추 시장은 영주역이 휴천동으로 이전한 뒤 쇠락했다. 후생시장 역시 운명을 같이했다. 이제 몇 남지 않은 점포 한쪽에서 고추 부대를 쌓아 올린 트럭이 떠날 준비를 한다. 주변으로 낡은 건물과 새롭게 단장한 건물이 어우러진다. 재생한 건물 역시 시간의 때는 벗겨냈어도 틀은 그대로 두었다. 덕분에 본래 자재와 새로 덧댄 목재가 반세기 넘는 시간을 잇는다. 분수대 앞 사거리◇새로운 후생시장의 중심 ‘황금시대방송국 광장’도시 재생 사업 이후 시장 라디오 방송을 하는 ‘황금시대방송국’ 뒤쪽 광장이 후생시장 중심이 되었다. 영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와 ‘빨간인형극장’이 광장을 품어 안았다. 서쪽 골목으로 몇 걸음 가니 ‘남서울식당’이다. 골목 구조가 옛 여인숙을 떠올리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옛 개성여인숙 자리다. 북쪽은 ‘청주집’이 건재하다. 대를 이은 대폿집으로 연탄구이가 별미다. 예전에는 그 사이로 고추 지게를 진 상인들이 바삐 오갔을 것이다. 후생(厚生)은 ‘넉넉하게 돕고 살자’는 취지로 붙인 이름이다. 정을 나누며 살던 옛사람들의 발자취가 눈가에 어른댄다. 좁은 골목을 뒤지며 옛 풍경을 그린다. 빈집들이 그사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후생시장 동쪽은 분수대 앞 사거리 방면이다. 한때 영주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동네였다. 우회전하면 ‘영주의 명동’이라 불리던 거리다. 지금은 그 영화마저 가흥동 쪽으로 옮겨 갔다. 서쪽에는 중앙시장이 있다. 옛 영주역 자리에 1983년 뿌리내린 시장으로, 현재는 ‘생활 예술 만물상’으로 영주시는 이렇게 구도심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이다.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질 때는 골목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아케이드를 설치해 중앙시장과 큰 구분 없이 연결된다. 재래시장의 온기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국립산림휴양원 마실치유숲길◇서천따라 이어진 영주의 모습중앙시장에서 서쪽으로 500m 남짓 걸어가면 서천이 나온다. 영주의 한강 둔치 같은 곳이다. 하천변에 삼판서고택과 제민루가 있다. 삼판서고택은 정도전 생가로 판서 세 명을 배출한 집이다. 고택 옆 제민루는 조선 시대 백성을 위해 의료 사업을 펼친 흔적이다. 이곳에서 서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천 영주교 동쪽 제방 아래 자전거공원이 있다. 팻 바이크, 자전거 트레일러, 미니벨로 등을 오후 6시까지 무료로 대여한다. 무섬마을에 갈 때 이용하면 좋다.무섬마을은 낙동강 3대 물돌이 마을이다. 해우당고택(경북민속문화재 92호)을 비롯해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 9채가 이곳의 자랑이다. 모래톱이 곱기로 소문난 내성천도 빼놓을 수 없다. 명물 외나무다리가 하천을 ‘S 자형’으로 크게 가로질러 운치를 더한다. 강변보다 숲을 원할 때는 소백산 자락의 국립산림치유원을 권한다. 단기 산림 치유 프로그램(1박 2일~3박 4일)에 참여하면 숙식과 치유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경험한다. 당일 방문 고객은 예약 후 건강증진센터(월요일 휴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치유숲길도 7개 조성해 깊고 그윽한 숲을 만끽하기 좋다. 따뜻한 물에 지친 몸을 담그고 싶다면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가 어떨까. 소백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탕이 매혹한다. 온천 옆은 인삼박물관이다. 10월 말에 경북영주풍기인삼축제가 열리니 때맞춰 여행 계획을 짜도 좋을 듯하다.삼판서고택 대문 너머로 보이는 서천◇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도시 재생 답사= 후생시장→중앙시장→자전거공원→무섬마을 ▷힐링 여행 코스= 후생시장→삼판서고택→제민루→국립산림치유원→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1박 2일 여행 코스= 후생시장→중앙시장→삼판서고택→제민루→국립산림치유원→(숙박)→영주 영주동 석조여래입상→자전거공원→무섬마을→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가는길=중앙고속도로 풍기 IC→소백로→봉현교차로 영주 방면 좌회전→죽령로→가흥교차로 울진 방면 우회전→경북대로→가흥삼거리 영주경찰서 방면 우회전→신재로→서천교사거리 영주경찰서 방면→선비로→영주육교 진입→구성로→영주로→후생시장(영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먹을곳=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중앙분식(054-635-7376)의 쫄면이 유명하다. 이외에도 약선당(054-638-2728) 약선정식이, 영주축협한우플라자(054-631-8400)한우불고기가, 청주집(054-631-1680)에서 연탄불고기가 유명하다. 선물용으로는 선비골인삼사과빵(054-637-3892)에서 인삼빵이 좋다.△주변 가볼 곳= 죽령 옛길, 선비촌, 소수서원, 부석사 등
2017.10.03 I 강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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