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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망 개선TF, 의견차 여전…"장비만 탓해서는 사태 해결 안돼"
-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사상 초유의 ‘행정망 먹통’ 사태 이후 재발 방지·개선 대책을 마련 중인 정부 안에서는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노후 장비가 주 원인이라는 행정안전부 측과 공공 소프트웨어(SW) 구조에 대한 전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디플정위)와 전문가, 업계 간 시각차가 좁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그래픽=이미나 기자)◇정부, 개선대책 수립 중…두 차례 회의 열어정부는 ‘행정전산망 개선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정부 시스템 장애 재발 방지와 디지털 행정서비스 개선 대책을 수립 중이다.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이 TF에는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복지부, 조달청, 국세청, 디플정위 등이 참여하고 있다. TF는 지난 5일까지 두 차례 회의를 가졌고 이번 달 말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현재 회의에서는 각 부처·기관별로 마련한 방안과 아이디어를 취합해 최종 대책을 결정하는 조정 작업 중이다. 앞서 제시했던 정보시스템 인프라 이중화와 위험도별 등급제 개선, 예방 대응 컨트롤 타워 구축 등 단기적 방안부터 소프트웨어(SW) 단가 현실화,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관리 중인 장비 총 9600여대에 대한 전수조사는 이미 마쳤다. 내용연수가 경과한 장비들에 대한 조사를 끝마친 것이다. 다만 결과는 아직이다. 조사된 사항들을 분석하고 있는 단계로, 1월 종합대책 발표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행안부 “전산망 장애는 장비 영향…디플정위 분석은 결이 달라”문제는 사태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부 부처 안에서도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행안부는 행정망 장애가 노후 장비 영향으로 촉발된 측면이 크다고 판단 중이다. 범정부 TF에 참여하고 있는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전산망 장애는 주로 장비 영향”이라며 “디플정위에서 계획을 만들고, 분석한 내용들은 국가 전산망 장애와는 결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이같은 시각은 사태 초기부터 행안부가 견지해온 입장이기도 하다. ‘새올 행정시스템’ 장애 발생 이후 56시간 만에 행안부가 진단한 원인은 네트워크 장비 ‘L4 스위치’였다. 하지만 불과 6일 만에 행안부는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와 케이블을 연결하는 일부 포트 이상으로 장애가 발생했다고 번복했는데, 두 번 모두 이번 전산망 장애 원인이 장비에 국한돼 있다고 봤다.반면 디플정위는 공공SW 제도와 시스템 구조를 넘어 국가 거버넌스 체계까지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플정위는 △변동형 계약 도입 △SW 개발 단가 인상 △유지관리요율 현실화 △수익형 민간 투자 사업(BTO)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정보화사업 혁신방안을 TF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업계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공공SW 사업을 수주한 기업이 적절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의미다.◇BTO, 예산부족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BTO는 공공SW 사업의 고질적 문제인 예산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민간이 이미 만들어놓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을 정부가 활용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디플정위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인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 사업부문 대표는 “BTO는 공공SW 사업 추진 시 필요한 모든 기술 요소를 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맞는 민간 서비스를 매월 구독 방식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도 장애 원인을 장비로 한정지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SW 사업 구조와 국가 조직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 없이는 또다시 장애의 ‘늪’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SW업계 대표는 “장비 문제가 있어도 SW적으로 극복하게 만드는 것이 당연하고, 만약 라우터 포트 하나의 문제로 전체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다면 장비와 SW 설계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프라나 하드웨어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SW 시스템은 각 부처별로 파편화 돼 있어 장애 발생시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도 BTO처럼 전향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는 예산 집행 운신의 폭이 좁으니 민간주도형인 BTO가 바람직하다”며 “체제를 개편하면 기존에 소모적인 업무에 능력을 허비하던 정보화 담당자들이 디지털전환(DT)과 관련된 새로운 것을 기획할 수 있게 된다. 전향적인 생각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 “긁을수록 더 가려운 결절성 소양증… 초기에 잡아야”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가려움증은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불쾌하고 흔한 증상이다.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가려움증을 겪는 이들에겐 더없는 고통이다. 가벼운 접촉이나 온도 변화, 정신적 스트레스 같은 일상생활 속 흔한 자극에도 유발할 수 있다. ‘결절성 소양증’은 ‘가려운 질환의 최고봉’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는 가려움으로 유명하다. 심할 경우 피부를 긁는 수준을 넘어 후벼 파야 할 정도의 고통이 뒤따른다. 김혜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의 도움말로 결절성 소양증에 대해 알아본다. ◇피부 긁는 수준 넘어 후벼 파기도… 가려운 질환의 최고봉 불려결절성 소양증은 심한 가려움이 동반된 다수의 결절, 즉 단단한 덩어리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다. 원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해 빈혈, 간질환, 갑상선질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임신, 신부전, 정신적인 스트레스, 곤충교상 등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결절성 소양증의 국내 연간 유병률은 피부과 외래환자 1000명 당 4.82명으로 추산된다. 의료 보험이 있는 18~64세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에서도 유병률이 10만 명 당 72명으로 비교적 드문 질환이다.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경우 평균 20세에 일찍 발생하고, 없는 경우에는 평균 50세에 늦게 발생한다. 다만 최근 중장년층의 증가로 결절성 소양증의 유병률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증상은 수㎜에서 2㎝ 정도의 붉은색 또는 갈색 결절이 팔다리나 등 상부, 엉덩이에 잘 생긴다. 가려움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피부를 긁는 수준을 넘어 후벼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해당 부위의 이차 감염으로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려움은 자려고 누웠을 때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술 마신 후, 덥거나 피부가 건조할 때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긁으면 결절 커지고 가려움 더 악화… 초기 가려움 잡는 게 관건결절성 소양증은 임상적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다른 질환과의 감별과 기저질환 확인을 위해 우선 자세한 병력이나 약물 복용 여부를 묻는 게 일반적이다. 이외에 곰팡이균 도말 검사(KOH), 옴 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피부 조직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결절성 소양증은 피부를 긁으면 결절이 더 커지고 가려움이 악화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초기에 가려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 조절에 많이 사용되는 약이지만 결절성 소양증의 극심한 가려움을 조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결절성 소양증 환자들은 그동안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 조절제, 신경전달 체계를 조절하는 가바펜틴이나 아미트립틸린 등을 많이 복용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인 듀필루맙(Dupilumab)과 여러 염증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아누스키나제(JAK) 억제제가 개발돼 결절성 소양증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듀필루맙은 2023년 12월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18세 이상의 중등도-중증 결절성 소양증 환자 치료제로 적응증을 인정받았다. 결절성 소양증이 발생하면 가급적 피부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피부를 차갑게 하는 쿨링 효과를 위해 가려움을 완화시키는 도포제(바르는 약)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실내 온도는 시원한 상태를 유지하고 면 소재의 옷을 입고 가벼운 샤워 후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술, 담배, 사우나, 때 밀기, 뜨거운 음료나 매운 음식도 가려움을 악화시킬 수 있다. 김혜성 교수는 “결절성 소양증 환자들은 불안, 우울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개입이 필요하다”며 “강박증이나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당뇨, 갑상선질환, 빈혈, 고형암이나 혈액암이 동반된 경우도 종종 확인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이나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코로나 확진 임신부 아이 구급차서 직접 받은 소방관
- [편집자주]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온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깊이 새기는 신조 같은 문구다. 불이 났을 때 목조 건물 기준 내부 기온은 1300℃를 훌쩍 넘는다. 그 시뻘건 불구덩이 속으로 45분가량 숨 쉴 수 있는 20kg 산소통을 멘 채 서슴없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사람은 누구나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위험에 기꺼이 가장 먼저 뛰어드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인 것이다.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희생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그들의 단련된 마음과 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다. 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 받은 ‘소방공무원 건강 진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소방공무원 정기 검진 실시자 6만2453명 중 4만5453명(72.7%)이 건강 이상으로 관찰이 필요하거나 질병 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이상자 중 6242명(13.7%)은 직업병으로 인한 건강 이상으로 확인됐다.이상 동기 범죄 빈발,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점차 복잡해지고 대형화되는 복합 재난 등 갈수록 흉흉하고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매일 희망을 찾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농연(濃煙) 속으로 주저 없이 들어가는 일선 소방관들. 평범하지만 위대한 그들의 일상적인 감동 스토리를 널리 알려 독자들의 소방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방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고취하고자 기획 시리즈 ‘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11월 9일 ‘소방의 날’을 시작으로 매주 한 편씩 약 1년에 걸쳐 연재한다.지난해 1월 4일 구급차 내 분만 성공 직후 류미덕 소방관이 산모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고 있다. 사진=류미덕 소방관 제공.[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코로나19는 구급 대원들에게도 크나큰 시련이었다. 병원 수용 불가의 이유로 구급차에서 환자를 태운 채 무작정 대기하며 발만 동동 구르기 일쑤였고, 이송할 병원이 없어 환자의 임종을 지키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밥도 제때 먹기 힘들었고 야간 근무 중에도 잠깐의 휴식조차 생각지 못했다.40대 초반으로 세 아이의 엄마인 경기도 부천소방서 류미덕(41) 소방관에게 코로나19는 더 큰 도전이었다. 피로 누적이 해소되지 못한 채, 평소보다 고된 업무와 육아에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잠드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일상의 웃음이 사라졌고 아이들에게도 짜증이 늘어만 가자 류 소방광은 스스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정신적 탈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불안정한 자세로 환자를 들고 옮기는 들것 이송의 반복으로 인해 양측 손목의 통증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구급 대원의 일을 더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노후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시기였다. 조금이라도 몸과 맘에 휴식이 필요했지만 현장은 류 소방관에게 쉼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럼에도 씩씩하게, 동료들에게 폐가 되지는 말잔 마음가짐으로 출근한 지난해 1월 3일 밤. 그리고 그날의 야간 근무가 막바지에 다다르던 4일 오전 5시 44분께. 류 소방관에게 임신부의 진통으로 인한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 출동 지령엔 ‘코로나19 확진’도 함께 떠 있었다. 류 소방관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에도 산통을 느끼는 임부들을 무사히 병원 이송한 경험을 바탕으로 “온 마음을 다해 안정시켜 드리고 병원에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게끔 도와드려야겠다”고 다짐하며 구급차에 올랐다.다행히 현장에 도착했을 때 임신부 A씨는 출산 임박에 따른 진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맘에 류 소방관은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음에도 여전히 코로나19 확진 임신부를 받아 주는 병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1시간, 2시간. 그렇게 구급차 내에서 대기하며 애꿎은 시간만 흘러갔다.그에 따라 A씨가 느끼는 진통 간격이 짧아졌고 진통의 세기도 점점 강해졌다. 그러다 구급차 내에서 A씨의 양수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A씨는 더욱 고통스러워 보였다. 세 아이를 자연분만했던 류 소방관은 A씨의 출산이 임박했음을 직감했다. 류 소방관의 긴장감도 고조됐다.류 소방관은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출산 임박한 환자를 모니터링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는데 A씨의 경우 5분 이내로 아이가 나온다고 할 정도로 출산 직전이었다. 그런데 환자의 맥박수는 떨어졌다. 정상 범위인 1분에 60회 아래로 떨어졌다. 심폐소생술(CPR)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전도 모니터링 장비를 걸고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바로 응급 처치할 수 있도록 정맥 주사도 연결했다. 일단 모든 준비를 마치자 내가 직접 아이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지난 2022년 7월 1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비 합동 대테러 훈련 당시 모습. 사진=류미덕 소방관 제공.이어 류 소방관은 이 같은 환경에 불안을 느끼고 있을 A씨를 안심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류 소방관은 “저는 분만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았습니다. 세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어요. 만약 구급차 안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안전하게 잘 받아 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 류 소방관 스스로도 마음이 차분해졌다.류 소방관은 아이를 받을 준비를 하기 위해 주들것 아래에 자리를 잡고 소독 등 안전 조치를 천천히 해 나갔다. 이젠 그대로 구급차에서 아이가 태어나든 병원이 선정되든 둘 중 하나였다. 시계는 이미 오전 8시를 한참 지나 있었다.임부가 느끼는 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맥박수도 여전히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던 그때 드디어 아이의 머리가 보였다. 류 소방관은 A씨와 함게 호흡을 맞추며 힘을 줬다 뺐다를 반복했다. 분만을 위한 고통의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아이가 류 소방관의 양손으로 들어왔다.류 소방관이 재빨리 아이의 입에서 양수를 빼내고 몸을 닦아 주며 자극을 주니 아이는 우렁차게 울어댔다. 아이는 건강하고 예뻤다. 눈물이 절로 났다. 류 소방관은 긴 시간을 버티며 절망하지 않고 자신과 구급 대원들을 믿고 맡겨 준 A씨가 대단하게 느껴졌고 감사했다. 오히려 산모는 “나 잘했지요?”라고 밝게 웃었다. 류 소방관은 그런 산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과 위로 그리고 격려를 아낌없이 해 줬다. 아이와 산모는 그렇게 구급차 출산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다.류 소방관은 두 환자의 병원 이송을 마친 이후 그때껏 느껴 보지 못했던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너무나 기뻤고 스스로가 대단히 자랑스러웠으며 뿌듯했다. 구급 활동이 즐거움으로 다가온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소방관 그리고 구급 대원은 정말 훌륭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류 소방관은 한동안 이 뜨거운 감정을 기억하며 기대감으로 구급 출동에 임하게 됐다. 그동안 류 소방관을 괴롭혔던 번아웃 증후군 역시 씻은 듯 날아갔다.지난 4일, A씨와 그의 남편은 돌을 맞은 아이를 데리고 부천소방서를 찾았다. 류 소방관 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작년 아이 백일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떡을 해 온다는 A씨 부부의 제안을 정중히 사양하고 오히려 소방서에서 아이의 생일 케이크를 준비했다. 류 소방관은 사비를 털어 아이의 신발 등 선물까지 마련했다. 그 생일은 아이에게도 A씨 부부에게도 류 소방관에게도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날이었다.류 소방관은 현재 양쪽 손목 통증 악화로 구급 활동이 불가능해 행정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현장에 다시 나가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류 소방관은 “만약 그때 느꼈던 보람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나는 또 구급 활동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보다 더 멋지고 훌륭하게 해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비응급 환자와 관련한 출동으로 회의감에 빠지고 지속된 감정 노동에 지치는 구급 대원이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지켜 주는 훌륭한 직업이 바로 우리가 애쓰며 지켜내고 있는 이 직업이다. 모든 힘들어하는 구급 대원 그리고 소방관들에게 힘내라고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류미덕 소방관. 사진=본인 제공.
- '신생아 특례 온다'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
-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2024년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신생아 특례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도입’, ‘신생아 특별공급 제도 신설’, ‘혼인 증여재산 공제 도입’ 등이 꼽힌다. 먼저 신생아 출산가구에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가 지원된다.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에 출산한 무주택 가구(2023년 출생아부터 적용, 혼인 여부 관계없음)가 그 대상이다. 주택 구입자금 대출의 경우 자산 5억600만원 이하,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연 1.6~3.3%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주택가액 9억원 이하) 빌려주며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자산 3억6100만원 이하,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연 1.1~3.0% 금리로 최대 3억원까지(보증금 수도권 5억원, 지방 4억원 이하) 빌려준다. 추가 출산 시 1명당 0.2%P의 추가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해 출산 가구의 주거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5월부터는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신생아 특별공급’을 신설한다. 또 2024년 1월 1일 증여분부터 신혼부부는 양가에서 결혼자금을 증여세 부담 없이 3억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사진=연합뉴스)주택청약저축 납입액 소득공제 한도는 연 24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상향한다.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주택가격 기준도 상향한다. 앞으로 양도소득세 이월과세가 적용될 경우, 필요경비에 증여자가 지출한 자본적 지출액도 포함돼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양도소득세 이월과세는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 부동산 또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 등을 증여 받고 10년 이내에 증여받은 해당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당초 증여자의 취득가액과 취득시기를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계산하는 규정이다. 이월과세가 취득시기와 취득가액을 증여자 기준으로 봄에도 지금까지는 수증자가 지출한 것만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 개정안은 2024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주택 여부에 대한 납세자 혼란 및 조세 회피 방지를 위해 ‘주택’의 개념을 정비한다. 소득세법상 주택은 ‘허가 여부나 공부 상 용도 구분과 관계없이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건물’로만 규정하고 있어 주택 여부에 대한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저해되고 있다. 이에 시설 구조상 특성을 반영해 ‘세대원이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건물’로 ‘주택’의 개념을 구체화한다. 전월세 계약 신고 때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이름, 사무실 주소, 전화번호 등의 인적 정보 기재를 의무화한다. 역세권 등에서 완화된 용적률로 지어진 주택의 일부를 공공분양주택인 ‘뉴: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1월 19일부터 시행된다. 재건축을 한 뒤 집값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조합원들은 초과이익에 대해 일부 돈을 내야하는 ‘초과이익환수제’도 3월 시행된다. 조성된 후 20년 이상 된 100만㎡이상 택지를 대상으로 용적률 규제 완화, 안전진단 면제 등의 혜택도 부여한다.
- 재건축 사업성, 노후도로 판단할 수 있을까?[똑똑한 부동산]
-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대표변호사] 최근 안전성이 아닌 노후도를 기준으로 재건축 사업의 필요성을 따져보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공공성이 강한 재개발 사업과 달리 내 집을 고쳐 짓는 개념에 가까운 재건축 사업은 안전성을 기준으로 그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정부는 안전진단 절차를 생략하고, 건축 후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원칙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서울 도심 전경. (사진=연합뉴스)그런데 안전진단 절차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생각만큼 쉽지 않다. 도시정비법에는 안전진단 절차에 관해 세 단계로 정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필요한지 육안으로 확인하는 현장조사 단계와 재건축 사업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정밀 안전진단 단계, 그리고 정밀 안전진단 결과가 타당한지 확인하는 적정성 검토 단계로 나뉜다. 이때 정밀 안전진단 단계가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안전진단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정밀 안전진단의 경우 구조안정성, 설비성능, 주거환경, 경제성 등 항목별로 구체적 점수를 따져 재건축 사업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각 항목의 비중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안전진단을 쉽게 통과하도록 할 수도 있고, 안전진단 통과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각 항목의 비중을 조정하는 것은 도시정비법 하위 지침에 따르기 때문에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지난 정부에서는 구조안정성의 비중을 크게 높여 사실상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것이 어렵게 했다.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이후 안전진단에 도전한 아파트 단지 3곳 중 2곳은 안전진단 통과에 실패했다.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량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뀐 정부에서는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그러면서 목동, 상계동, 여의도 등 재건축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한 아파트 단지들이 수혜를 입게 됐다. 안전진단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우선 안전진단을 없애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안전진단을 없애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은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어렵게 법 개정이 이루어져 안전진단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항목의 비중을 하위 지침으로 조정해 안전진단 통과의 난이도를 결정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항목의 비중을 조정해 안전진단을 없앤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도록 할 수 있다. 실제로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된 이후 건축한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 단지의 경우 대부분 어렵지 않게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김예림 변호사.
- 1월 수도권 1만4000여 세대 공급…"정비사업지 눈길"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2024년 1월 수도권에서 1만4000여 세대의 분양 물량이 풀린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024년 1월 수도권 지역 분양 물량은 15곳, 1만4729세대(임대 포함, 1순위 청약 기준)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 중 일반 분양 물량은 1만303세대다.자료=리얼투데이특히 1월 분양 물량의 43%에 해당하는 6,405세대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실제 경기 의정부시 ‘e편한세상 신곡 시그니처뷰’(815세대), ‘광명자이힐스테이트 SK VIEW’(2878세대) 등 수요자 선호도 높은 지역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가 나온다. 분양 업계에서는 정비사업지의 분양 성적이 새해 수도권 분양 행보를 확인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비사업 단지들이 분양 시장을 주도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청약 경쟁률 TOP 20개 단지 중 12개의 단지가 정비사업 아파트로 집계됐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242.3대 1, 3위),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198.76대 1, 4위) 등이 대표적이다.일반적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대상지는 선별된 입지를 갖춘 경우가 많다. 개발 연식이 오래된 건물, 지역을 재정비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원도심 입지에서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 노후화로 저평가된 지역이 정비사업을 통해 주거 여건이 개선되고, 추후 높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요인이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2023년 분양시장을 주도한 정비사업 단지들의 강세는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지속적으로 재건축과 같은 정비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미리 선점하는 것이 전략적일 것”이라고 전했다.새해 분양하는 아파트를 단지별로 살펴보면 먼저 DL건설은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일대에 짓는 ‘e편한세상 신곡 시그니처뷰’(장암생활권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를 1월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35층, 6개동, 총 815세대로 조성되며, 전용면적 52~84㎡ 407세대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대우건설은 경기 부천시 송내동 일원에 짓는 ‘송내역 푸르지오 센트비엔’(송내1-1구역 재건축)을 1월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2층~지상 23층, 12개동, 총 1045세대 중 전용면적 49~59㎡ 225세대를 일반 분양한다.GS건설·현대건설·SK에코플랜트는경기 광명시 광명동 일원에 짓는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광명5구역 주택재개발)를 1월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37층, 18개동, 총 2878세대 중 전용면적 34~99㎡ 639세대를 일반 분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