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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이호준, 자유형 100m 예선부터 우승 후보 판잔러와 한 조
  • 황선우·이호준, 자유형 100m 예선부터 우승 후보 판잔러와 한 조 [아시안게임]
  • 황선우가 24일 남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한다. 사진=연합뉴스황선우는 예선에서 우승 후보 판전러와 함께 배정됐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민국 남자 수영의 간판 황선우(강원도청)가 수영 경영 첫날 예선부터 판잔러(중국)와 함께 물살을 가른다.황선우는 2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리는 남자 자유형 100m 예선 6조에서 첫 경기를 펼친다. 강력한 우승 후보 판잔러와 이호준(대구광역시청)도 한 조에 묶여 예선부터 경쟁하게 됐다.이호준이 3레인, 판잔러와 황선우는 각각 4, 5레인에 배정됐다. 일본의 마쓰모토 가쓰히로는 5조,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왕하오위는 4조에서 예선을 치른다.남자 자유형 100m 예선은 24일 오전 11시 49분(한국시간)에 시작된다. 총 44명의 선수가 출전해 6개 조로 나눠 예선전을 치른다. 상위 8명이 결승에 올라 메달 색을 다툰다. 결승은 같은 날 오후 9시 26분에 열린다.남자 자유형 100m에서 금메달 유력 후보로 꼽히는 건 판잔러다. 판잔러는 지난 5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수영장에서 47초 22의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전 기록은 황선우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세웠던 47초 56이었다.지난 7월 열린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자유형 100m에선 판잔러가 47초 43의 기록으로 4위를 차지한 반면 황선우는 48초 08을 기록하며 결선행에 실패했다. 자유형 200m에서는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2위,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3위를 차지한 황선우가 앞선다. 개인 최고 기록에서도 황선우가 1분 44초 42로 판잔러(1분 44초 65)보다 낫다.
2023.09.23 I 허윤수 기자
나스닥 1호 K-바이오 pH파마, 상장 4개월만 상폐
  • [단독]나스닥 1호 K-바이오 pH파마, 상장 4개월만 상폐
  •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지난해 말 나스닥 상장 1호 K-바이오 기업으로 화려하게 주식시장에 입성한 피에이치파마(이하 pH파마)가 4개월만에 상장폐지됐다. 현재는 미국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전상장 이후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pH파마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피크바이오(약칭 ‘PKBO’)는 지난 3월 상장폐지됐다. 지난해 11월 인수목적회사(SPAC) 이그나이트 애퀴지션과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서 가장 상장 문턱이 낮은 캐피탈 마켓에 상장된 지 4개월만이다.상장폐지 후 한동안 나스닥 장외시장 최하위 그룹인 핑크마켓에서 거래되던 피크바이오는 이달 초부터 핑크마켓보다 한 단계 격상된 그룹인 OTCQB에서 거래되고 있다.상장 이후 주가는 꾸준히 하락했다. 상장 첫 날인 지난해 11월2일 6.98달러로 마감했던 피크바이오의 주가는 21일 0.142달러까지 하락,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 3월27일을 마지막으로 주가는 한 번도 1달러를 상회하지 못했다.피크바이오 주가추이. 2022년 10월30일 스팩합병으로 상장하기 직전까지 7.57달러였던 주가는 상장 이후 꾸준히 하락해 21일 신저가(0.142달러)를 경신하고 0.150달러에서 마감했다. (자료=인베스팅 닷컴)◇실제 나스닥 거래기간은 불과 ‘2개월’상장유지 조건을 지키지 못한 피크바이오는 나스닥의 상장폐지 경고에 항소하는 등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지난 3월 상장폐지 결정서를 받았다. 실제 나스닥에서 보통주 및 신주인수권 거래가 중단된 것은 상장폐지 통지가 이뤄진 지난 1월10일부터로, 이후에는 계속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나스닥에서 거래된 기간은 두 달에 불과한 셈이다. 나스닥에서는 유통주식의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을 밑돌거나 30영업일 연속 1주당 가격이 1달러 미만이면 상장폐지 경고를 받는다.업계 관계자는 “허호영 대표가 최근 워런트(신주인수권),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 주식을 매입하고 회사 운영자금도 더 투자했으며, 원래 투자키로 했던 곳에서도 다시 투자를 개시한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피크바이오가 나스닥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막대한 금액이 원점에서부터 투자돼야 하기 때문이다.pH파마는 2015년 사노피, 존슨앤존슨, 애보트 등을 거친 허 대표이사가 설립한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사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유전성 희귀 질환인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 치료제 ‘PHP-303’로 유럽에서 임상 2상 시험계획도 승인받았지만 2상은 아직 개시되지 못했다. 2021년 국내 임상 3상 승인을 받은 녹내장 치료제 ‘PHP-201’도 아직 임상 3상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pH파마는 2020년 코스닥의 문을 두드렸다가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청구를 자진철회했다. 이후 코스닥 상장을 재추진했지만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나스닥 상장으로 선회했다.이 회사는 한때 2019년 미국 바이오 기업 이뮤놈과 1억 달러(약 1200억원) 규모의 공동연구개발 및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광테크놀로지 기반 스킨케어 브랜드 ‘트리아’의 사업실패 등으로 2019년까지 투자받은 누적 900억원을 소진, 2021년 현금자산이 21억원으로 급락한 것이 상장 과정에서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pH파마의 프리IPO에는 SBI인베스트먼트(019550), UTC인베스트먼트, KB증권, 메리츠증권, 코어자산운용, DS자산운용,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메이플투자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특히 SBI인베스트먼트는 회사 설립 당시부터 투자에 참여해 한때 지분율이 10%를 넘기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허 대표는 물론 투자자, 기업 및 기관투자자들은 스팩 합병 단계에서 주식양도세나 법인세 형태로 상당한 규모의 세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6월 기준 SBI인베스트먼트는 피크바이오의 지분도 1.85% 보유하고 있다.SBI인베스트먼트의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 피크바이오(Peak Bio)의 지분 1.85%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자료=금융감독원)◇나스닥, 들어가긴 쉬워도 지키기는 어려워피크바이오는 한국에 기반을 둔 국내 바이오벤처가 나스닥에 상장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20년 나스닥에 상장된 레졸루트(한독(002390)·제넥신(095700) 자회사)가 있지만 이는 2010년 설립된 미국의 바이오벤처를 국내 회사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을 한 것이어서 결이 다르다.코스닥 상장심사가 까다로워지고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바이오벤처가 늘어나면서 투자사나 컨설팅사로부터 코스닥 대신 나스닥 상장을 제안받는 한국 바이오벤처도 증가하고 있다. 한 바이오벤처 임원은 “미국의 경우 헬스케어 빅데이터에 대해 국내보다 높게 평가해주는 경향이 있고, 상장 자체는 기본 요건만 갖추면 되기 때문에 돈만 있다면 상장 자체는 코스닥보다 쉽다”며 “아직 국내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지 않는 빅데이터 헬스케어 기업은 나스닥이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하지만 처음부터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회사를 설립한 게 아니라 코스닥 상장이 막혀 나스닥에 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이제까지 10곳 이상의 한국 벤처들이 나스닥에 상장됐지만 아직까지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게임회사 그라비티(2005년 상장)뿐이라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올 초 나스닥 상장을 검토했었다는 한 비상장 바이오벤처의 IR임원은 “나스닥 상장 제안이 외부에서 많이 왔음에도 코스닥 상장이 먼저라고 생각한 것은 애국심 차원의 결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한국보다 상장수수료, 상장유지비 규모가 수십배는 컸기 때문”이라며 “상장 및 상장 유지에 막대한 금액을 지속 투자하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투자금을 쓰는 것이 맞다고 봤다”고 말했다. 나스닥에서 상장을 유지하려면 코스닥의 20배 수준인 연간 약 4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나스닥 상장을 검토했다는 또 다른 바이오벤처 관계자도 “나스닥에서 일정 거래량과 1달러 이상의 주가를 유지하려면 직접적인 상장유지비용 외에도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기업을 홍보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자금이 꾸준히 투자돼야 한다”며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투자사들이 나스닥 상장을 권유했지만 오히려 막대한 비용만 날리고 금방 상장폐지되거나 주주들로부터 법적소송에 휘말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코스닥에 집중하겠다고 되레 우리가 투자사를 설득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나스닥은 코스닥처럼 공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고 대부분 기업의 재량에 맡기지만 향후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주주들로부터 공시 불성실에 대해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잦다. 비용 문제뿐 아니라 한국 법과 미국 법, 한국 회계와 미국 회계에 두루 능통한 전문인력도 필요하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도 “피크바이오가 나스닥에 오래 있지 못하고 바로 상장폐지된 것은 미국에서 상장절차를 담당한 임원이 정작 한국의 프랙티스는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올 초 미국 스팩시장이 안 좋아졌는데 이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한편 pH파마는 지난해 9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을 정리하고 국내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2021년 말 기준 pH파마 주주현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2021년 연결감사보고서까지만 올라와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2023.09.22 I 나은경 기자
골드만삭스 CEO "경기 연착륙 가능성 훨씬 커져"
  • 골드만삭스 CEO "경기 연착륙 가능성 훨씬 커져"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월스트리트 거물들이 미국 경제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경기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와는 달리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은 미국 경제 연착륙에 무게를 실었다.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사진=AFP)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솔로몬 CEO는 이날 바클리은행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경제가 훨씬 탄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경기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솔로몬 CEO는 자본시장 상황에 대해서도 “앞으론 더 건설적인 분위기가 돌 것 같다”며 “자본시장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지부진했던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가 다시 늘고 있다는 걸 들며 “우리가 거시경제를 제대로 진단했다면 올해와 내년 추세가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이 같은 진단은 최근 낙관론에 대해 경계 메시지를 낸 다이먼 CEO와는 결을 달리 한다. 전날 다이먼 CEO는 한 금융 콘퍼런스에서 “호황이 몇 년간 지속할 것이라는 의미로 본다면 큰 실수”라며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세계 경제 리스크로 꼽았다.다만 솔로몬 CEO도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변수는 경계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더 나은(낮은)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여전이 끈적할 수 있고(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고 했다. 그는 이날 로이터통신과 만나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낮췄지만 추가 인상을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2023.09.13 I 박종화 기자
'너시속' 전여빈 "1인 2역, 너무 원했던 배우로서의 과제" ③
  • '너시속' 전여빈 "1인 2역, 너무 원했던 배우로서의 과제" [인터뷰]③
  • 전여빈(사진=넷플릭스)[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캐릭터의 다른 결을 세세하게 찢어나가면서 표현하려고 했어요.”배우 전여빈이 1인 2역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전여빈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이하 ‘너시속’) 인터뷰를 진행했다.전여빈(사진=넷플릭스)‘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분)과 친구 인규(강훈 분)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 넷플릭스 시리즈다.전여빈은 준희와 민주 두 인물을 연기했다. 1인 2역 연기 도전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을까. 전여빈은 “저는 텍스트, 대본에 충실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대본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대본에서 음성, 동선, 표정, 리듬, 에너지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걸 상상하는 걸 되게 좋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너시속’에서의 준희와 민주가 극명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배우는 캐릭터의 감정, 소회들을 밖으로 꺼내서 체화해서 표현하고 싶어하지 않나. 준희는 준희에 맞게 민주는 민주에 맞게 모든 감각을 열어두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너의 시간 속으로’ 포스터(사진=넷플릭스)1인 2역이지만 그 두 역할이 놓인 상황과 시간 등이 달랐기에 그보다 더 섬세한 연기가 필요했다. 전여빈은 “그 결이 너무 섬세했다. 나이테처럼. 근데 너무 원했던 배우로서의 과제였다. 그 결들을 세세하게 찢어나가면서 표현하려고 했다. 되게 기뻤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그는 “그런 기회를 만나게 된다는 게 물론 어렵고 스트레스 받고 스스로가 히스테릭해질 때도 있었지만 기꺼이 원했던 과정들이었던 것 같다. 배우로서 만나고 싶고 체험하고 싶었다. 어려움을 연기로서 표현해 나가는 것. 현장 사람들한테 잘 받아들여지는 순간 큰 기쁨으로 올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절망을 느끼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듯이”라고 덧붙였다.전여빈(사진=넷플릭스)자신을 마주한 채 연기를 해야 했던 ‘기억의 방’에 대해서도 “정말 어려웠다. 왜냐하면 녹음이 되어 있는 상태를 보면서 대답을 해야 했다. 그 녹음은 제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다. 저는 대사를 하고 있는데 녹음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웃음) ‘이거야말로 벽에다가 소리치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거구나’ 느꼈다”고 털어놨다.이어 “나중에는 그 호흡이 주고받아지지 않아서 감독님께 스태프분들 중에 대사를 건조하게 받아쳐 줄 수 있는 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드렸다. 다른 스태프분께서 대사를 던져주신 덕분에 마주보는 장면들을 아주 잘 촬영할 수 있었다. 정말 쉽지 않았다. 깊은 감정 신이고 세트 자체도 어둡고 비좁았다. 주고받는 장면을 하루 정도 만에 다 찍었는데 감정을 다 쏟아부었어야 해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또 전여빈은 “하루종일 혼자서만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이었다. 원맨쇼 하듯이 해서 체력적으로도 지치더라. 하다가 혼자 바닥에 주저 앉아서 한숨을 쉬기도 하고. 그러면 촬영, 조명, 연출팀 스태프분들이 도와주셨다”라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그러면서 “스태프분들이 와주셔서 쉽게 ‘힘내’라는 말을 하시지도 않았는데 눈빛으로 이미 응원이 느껴졌다. ‘혼자가 아니다. 우리 같이 만들고 있는 거다’라는 게 느껴졌다. 여전히 그때 생각하면 되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2023.09.13 I 최희재 기자
'한방'과 '한수'의 차이…키아프·프리즈, 어차피 '경쟁'은 아니다
  • '한방'과 '한수'의 차이…키아프·프리즈, 어차피 '경쟁'은 아니다
  • ‘2023 프리즈서울’ 전경. 조지 콘도, 폴 매카시 등 인기작가의 작품을 대거 내건 하워즈앤드워스는 9일 폐막할 때까지 나흘 내내 몰려드는 인파를 맞았다. 매카시의 조각 ‘미니’(Mimi·2006∼2008·왼쪽)는 6일 개막 첫날 일찌감치 57만 5000달러(약 7억 7000만원)에 팔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잔치가 또 끝났다. 그림과 조각으로 성찬을 차리고 온 동네사람 다 불러모은 그 잔치에서 다들 거나하게 취한 눈치다. 미술 하나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아트페어 ‘키아프서울’과 ‘프리즈서울’이 폐막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관을 흔들었던 두 아트페어는 ‘키아프서울’이 10일까지 닷새간, ‘프리즈서울’은 9일까지 나흘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따로 또 같이 ‘한 지붕 두 가게’로 진행한 아트페어는 성과와 과제까지 나눠 가진 채 다시 1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출품작의 비중, 참여 갤러리의 무게는 영 달랐지만 공동티켓(한 티켓으로 동시관람)으로 ‘함께’란 의미를 다진 두 번째 페어에서 ‘키아프서울’은 8만명, ‘프리즈서울’은 7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2023 키아프서울’ 전경. 한 관람객이 화이트스톤 부수 앞을 지나며 세바스찬 쇼메톤의 ‘뭐가 포인트인가?’(What’s the Point?·2023)를 바라보고 있다. 프리즈와 현격한 체급 차를 드러냈지만 ‘젊은 작가’ 전략으로 선전한 키아프서울은 닷새간 8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하고 10일 폐막했다(사진=이영훈 기자).행사가 끝나자마자 매출액을 서둘러 공개하던 키아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합산결과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지난해에는 역대급 성적인 650억원을 다소 웃돌았다는 얘기가 나중에 나왔다. 프리즈의 매출 규모는 아예 드러난 적이 없다. 서울이 아닌 런던·뉴욕·LA 등의 페어에선 매회 1조원대쯤으로 짐작하는데, 지난해 서울에선 65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미술계에선 올해 판매 역시 양쪽 다 지난해 수준이거나 살짝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리즈의 경우, 첫회인 지난해 ‘여봐라’는 듯이 들여왔던 거물급 작가의 최고가 작품을 올해는 대폭 줄였고, 키아프 역시 ‘젊은 작가’에 주력하겠다는 선언대로 신진·중진의 비중을 높인 영향이 적잖다. ‘2023 프리즈서울’ 전경. 데이비드즈워너 부스에 걸린 캐서린 번하드의 회화 ‘박테리움 런’(Bacterium Run·2023) 앞에 관람객들이 오래 머물렀다. 작품은 개막 첫날 220만달러(약 30억원)에 팔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VIP 프리뷰로 개막하는 첫날에 기록한 ‘최고가 판매기록’을 넘어서지 못하는 불문율도 이어졌다. 올해는 미국 갤러리 데이비드즈워너가 580만달러(약 77억원)에 판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붉은 신의 호박’(2015)이었다. 프리즈에 나선 데이비드즈워는 키아프와 프리즈를 통틀어 가장 비싸게 팔린 이 작품을 “한국고객이 사갔다”고 귀띔했다. 아트페어가 ‘미술시장’인 건 분명하다. 시장에선 ‘이문 남는 장사’가 최고고. 하지만 장터에서 파는 게 물건만은 아니다. 안목도 팔고 기회도 판다. 그러니 굳이 관람객 수와 매출액을 따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세계 3대 아트페어에 든다는 프리즈를 서울에 들여 키아프와 나란히 세우겠다고 할 때 내놨던 ‘기둥’은 살아있어야 하는 거다. 한목소리로 “한국작가와 한국미술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라고 했더랬다. 하지만 두 회차에 걸쳐 ‘공동 아트페어’를 치르면서 그 ‘기둥’이 수시로 옮겨다닌다. 프리즈의 ‘한수’를 키아프의 ‘한방’이 좇으려 하면서다. ‘2023 프리즈서울’ 전경. 개막 첫날인 지난 6일 ‘프리즈 마스터즈’와 ‘메안세션’을 가르는 통로가 갤러리스트 등 미술계 관계자와 VIP 관람객 등으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키아프엔 없는데 프리즈엔 있는 것 프리즈는 강했다. 눈 돌리면 피카소가 걸려 있고, 코너를 돌면 샤갈이 나온다. 그중 고대 거장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걸작으로 구성하는 ‘프리즈 마스터즈’는 말할 것도 없다. 언감생심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값비싼 현대 미술작품을 대거 안고 집결하는, 세계 유수의 갤러리를 모은 ‘메인세션’ 그 위에 있으니까. 올해도 나흘 내내 넘쳐나는 관람객을 감당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2023 프리즈서울’ 전경. 한 관람객이 샤갈의 ‘마을 위 붉은 당나귀’(1978) 앞에 오래 머물렀다.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 중 로빌란트보에나 부스에 건 샤갈의 이 작품은 200만유로(약 28억 5000만원)를 달고 나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인파가 밀려든 이유는 간단하다. 프리즈를 찾은 한 관람객의 말처럼 “평소 편히 접하지 못하는 거장의 작품이 손닿는 데 걸린 게 신기해서”다. 올해 가장 ‘신기할 만한’ 부스는 로빌란트보에나였다. 17세기 걸작으로 꼽히는 안드레아 바카로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1620s)를 비롯해, 20억∼50억원대의 샤갈, 르누아르, 루치오 폰타나,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등의 작품을 골고루 내건 전시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그중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뜨겁게 받은 작품은 360만달러(약 48억 6000만원)에 달하는 제프 쿤스의 폭 3m 대형조각 ‘게이징 볼’(Gazing Ball·2013)이었다. ‘2023 프리즈서울’ 전경.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 중 로빌란트보에나 부스에 세운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Gazing Ball·2013)은 오가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작품 중 하나다(사진=이영훈 기자).스테판 옹핀 파인아트도 인기폭발이었다. 폴 세잔,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에곤 실레 등 근대 대가들의 종이수채화·드로잉을 한 데 모은 갤러리에는 ‘입장 대기줄’도 모자라 “한때 그림까지 당도하는 데 40분 이상이 소요”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프리즈가 정작 신경을 쓴 건 따로 있다고 했으니, “전시장 구성, 부스의 배치·동선, 관람객과 작품·갤러리와의 소통” 이런 거다. 걸작·명작이야 안 불러도 따라오는 거 아니냐는 식이다. ‘2023 프리즈서울’ 전경.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 중 스테판 옹핀 파인아트는 인파가 집중된 갤러리 중 하나다. 피카소를 비롯해 세잔, 마티스, 실레 등 근대 대가들의 종이수채화·드로잉을 한 데 모아 출품했다(사진=이영훈 기자).◇프리즈 들러리 아니다 ‘키아프의 길’ 있어 반면 키아프는 “압도하는 부스나 작품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시선을 강타한 ‘초고가’ 작품이 올해는 사라졌던 프리즈와는 다른 결에서다. 대부분이 ‘늘 반응 좋았던’ 아트페어 단골작가를 내세운 데다가, 출품작 비중에서는 프리즈와 견줄 재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님이 아닌, 전적으로 주인의 편의에 맞춘 산만한 전시장·부스 구성은 열외로 뺀다손 쳐도. ‘체급 차’라는 말은 그렇게 나왔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그럼에도 국제갤러리가 단독부스를 꾸려 내건 스위스 출신의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들은 볼거리와 판매를 연결시킨 적절한 예로 보인다. 길이 3m에 달하는 론디고네 회화 ‘2023년3월2일’(2023)이 24만∼28만달러(약 3억원대)에 거래됐다. ‘2023 키아프서울’ 전경. 국제갤러리는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만을 모아 단독부스를 냈다. 안쪽에 보이는 론디고네의 회화 ‘2023년3월2일’(2023·왼쪽)이 24만∼28만달러(약 3억원대)에 팔렸다(사진=이영훈 기자).영국작가 라이언 갠더의 솔로전 ‘선택의 기원’(The Origins of Choice)으로만 꾸린 갤러리현대의 ‘1페어 1작가’ 전략도 시선을 끌었다. 수억원짜리 하늘색 포르쉐 전기차를 들이고 보닛 위에 움직이는 작은 벌레를 올려놓은 설치작품 ‘처음에는’(In The Beginning·2023)을 찾은 고객들에게 갤러리는 작가의 대형 평면작업 ‘저항할 수 없는 힘의 역설’(Irresistible Force Paradox·2023) 연작 3점을 7만 5000파운드(약 1억원)씩에 넘겼다. ‘2023 키아프서울’ 전경. 갤러리현대는 영국 작가 라이언 갠더의 솔로전 ‘선택의 기원’(The Origins of Choice)으로만 부스를 꾸렸다. 설치작품 ‘처음에는’(In The Beginning·2023) 곁에 작가 라이언 갠더가 앉았다. 작가는 수억원대 하늘색 포르쉐 전기차를 들이고 보닛 위에 움직이는 작은 벌레를 올려놓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프리즈에도 참가한 갤러리현대는 역시 한국작가 이성자만으로 단독부스를 열었다. 대표작 ‘야생의 아네모네’(1963)를 40만∼45만달러(약 5억원대)에 판매한 것을 비롯해 7~10점(판화 포함)을 컬렉터에게 넘겼다. ◇차별화가 답…같은 페어, 다른 장면 만들어야 그렇다고 키아프의 성과가 무색할 정도는 아니다. “젊고 역동적인 쪽에 무게를 두려” 한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젊음은 곧 다양성’이니까. 덕분에 프리즈 좇는 데만 급급하던 지난해와는 다른 ‘색’을 만들어냈고, 다른 ‘돈’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2023 키아프서울’ 전경. 홀과 홀을 연결하는 통로 옆으로 이길이구갤러리에 걸린 작가 콰야의 작품들이 보인다. MZ세대 팬덤을 몰고 다니는 작가는 30대 초반 1991년생이다(사진=이영훈 기자).다양성과 성과를 영리하게 연결한 갤러리가 적지 않다. 권오상·노상호·돈선필·안지산·이정배 작가 등 실험군단을 이끌고 나온 아라리오갤러리, 정수영·윤상윤·권능·채지민·권기수·정성준 작가 등 개성에선 빠지지 않는 세계를 내건 아뜰리에아키, 성연화·백윤조·권민호·이재현 등 작가 등 여느 갤러리에선 볼 수 없는 면면의 독창성을 소개한 갤러리조은 등등. ‘2023 키아프서울’ 전경. 관람객들이 아뜰리에아키에 걸린 정수영·윤상윤·권능(왼쪽부터) 등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독특한 소재, 특출난 기량, 치밀한 완결성을 보여주는 이들 신진·중진작가의 작품들은 일찌감치 ‘빨간딱지’가 붙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키아프와 프리즈가 만든 ‘간극의 풍경’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첫술을 지나 두 술에도 배가 부를 순 없었다. 내년에는 달라질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관건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을 터. 체급 차가 분명하다면 방법은 하나다. ‘무게 재는 일’은 피해 ‘다른 길’로 가는 것, 곧 차별화다. “같은 페어, 다른 장면을 만들면 된다. 당장은 아니다. 이 효과가 충분히 쌓인 이후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만하다.” 한 갤러리 대표의 말이다. ‘한방’과 ‘한수’를 헷갈리지 말라는 얘기다.
2023.09.12 I 오현주 기자
수천억대 그림거래 코앞으로…'한 지붕 두 가게' 키아프·프리즈
  • 수천억대 그림거래 코앞으로…'한 지붕 두 가게' 키아프·프리즈
  • 2023 ‘키아프서울·프리즈서울’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VIP프리뷰를 시작으로 개막한다. 지난해 첫 공동개최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대한민국 최대 미술판을 펼치는 이번 아트페어에는 국내외 갤러리는 330여개가 참가한다. 그중 ‘프리즈서울’의 메인세션에 나서는 하우저앤워스는 지난해 관람객의 뜨거운 시선을 받은 조지 콘도의 작품(‘내부 연소’ Internal Combustion, 2023·왼쪽)을, ‘키아프서울’의 키아프플러스에 나서는 갤러리스탠은 백향묵의 작품(‘세번째 바퀴’ Third Wheel, 2003)을 내건다(사진=키아프·프리즈).[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미술시장이 격하게 들썩이고 있다. 이미 입과 입으로 ‘소문난’ 미술잔치가 큰 손님맞이를 코앞에 두고 마지막 점검 중이다.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Frieze)와 국내서 가장 규모가 큰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동시에 열리는, 대한민국 최대 미술판이 예열을 마쳤다는 뜻이다. 지난해 첫 공동개최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햇수로 2회째나 기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미술’이란 단일품목 하나만 놓고 수많은 그림장사가 대한민국에 집결하는 중이니까. 그 기대만큼 행사 안팎에는 명작을 내건 전시가 줄을 잇고, 아예 입국 ‘첫인상’인 인천공항부터 미술품 꽃단장이 한창이다. 6일 ‘키아프서울’과 ‘프리즈서울’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관을 ‘사이좋게’ 나눠 함께 개막한다. ‘카아프서울’과 ‘프리즈서울’이 동원하는 국내외 갤러리는 330여개. 22주년이란 연배에 걸맞게 몸집과 내실을 키운 ‘키아프서울’은 10일까지 닷새간, 지난해 성과로 아시아 미술시장 진출에 자신감이 붙은 ‘프리즈서울’은 9일까지 나흘간 그림장사를 벌인다. 하지만 속사정까지 ‘사이좋게’는 아니다. 저마다 장착한 ‘실탄’으로 한바탕 전쟁이 불가피하니까. 공동개최지만 ‘한 지붕 두 가게’ 형식도 달라지지 않았고, 비장의 무기를 내걸고 얼마나 많은 컬렉터를 불러들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방식도 비슷하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혈전’ ‘총성 없는 전쟁’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거다.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키아프서울·프리즈서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황달성(왼쪽) 키아프 운영위원장과 패트릭 리 프리즈 디렉터가 나란히 앉아 ‘다른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뉴시스).일단 공간 선점에선 ‘키아프서울’이 유리하다. 코엑스 1층 A·B홀과 그랜드볼룸을 사용한다. ‘프리즈서울’은 나머지 3층 C·D홀을 쓴다. 하지만 이 구분이 강점·약점이 되지 못하는 건 지난해 이미 겪은 터다. 개막 이후 일정 시간 동안 ‘온도차’가 확연했던 거다. 되레 ‘프리즈서울’은 발 디딜 틈 없이 복닥거렸고 ‘키아프서울’은 여유로운 산책로인 양 한산했더랬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판이했지만, 공동개최의 의미를 다지자는 ‘티켓 단일화’는 올해도 가져간다. 두 아트페어를 행사기간 내내 다 둘러볼 수 있는 관람권이 25만원(7일 오전 11시부터), 하루만 볼 수 있는 관람권은 8만원(7일 오후 1시부터)이다. 지난해 ‘프리즈서울’ 전경. 7만여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던 ‘프리즈서울’은 나흘 내내 밀려드는 관람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6일 ‘키아프서울’과 동시에 개막하는 ‘프리즈서울’은 지난해 첫 공동개최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대한민국 최대 미술판을 펼친다(사진=이데일리DB).◇키아프 “프리즈와의 격차는 인정…젊고 역동적인 데 무게” “출품 단가에서 프리즈와 격차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 키아프는 젊고 역동적인 쪽에 무게를 두려 한다.” ‘프리즈서울’과 두 번째로 조인하는 아트페어를 앞둔 황달성 키아프 운영위원장(한국화랑협회장)의 목소리는 신중했다. 지난해 막연한 기대감을 앞세웠던 행태와는 결이 달랐다. ‘프리즈’가 서울 진출을 선언한 직후 한국미술계는 둘로 갈렸더랬다. 하나는 프리즈 덕에 한국미술의 진면목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다는 ‘희망파’, 다른 하나는 프리즈 탓에 한국미술이 그나마 다진 기반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파’. 한 차례의 행사를 치러낸 뒤에도 선뜻 판단은 서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미술의 진면목까진 아니어도 일정 부분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거다. 아트페어의 동력에 힘입어 ‘1조원 한국미술시장’을 넘봤으나 지난 1년간 피부에 닿는 미술시장은 지지부진 그 자체였던 터다. 세바스찬 쇼메톤의 ‘뭐가 포인트인가?’(What’s the Point?, 2023).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서울’의 화이트스톤 부스에서 볼 수 있다. 9월에 서울지점 개설을 예고한 일본 갤러리다(사진=키아프).섣불리 덤비기보단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20개국에서 참여한 210개 갤러리(해외 73개, 국내 137개)를 통해 1300여명 작가의 작품을 거는 일에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꾸려낸 키아프의 승부수가 ‘젊은 작가’다. 그럼에도 여전히 ‘늘 보아온 거장’들의 익숙한 작품들이 앞줄에 선다. 조현화랑은 ‘숯의 작가’ 이배를, 박여숙화랑은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를, 리안갤러리는 ‘한국실험미술의 선구자’ 이건용을, PKM갤러리는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 서승원을 내놓는다. 학고재갤러리는 색채단층으로 겹회화 작업을 하는 장승택, 선화랑은 보리밭으로 한국 채색화의 새로운 결을 만든 이숙자를 내건다. 장승택의 ‘겹회화’(2022). 학고재갤러리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서울’에 건다(사진=키아프).참신한 화면은 해외 국적의 주요 갤러리에서 나올 듯하다.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서울에 지점을 둔 페레스프로젝트는 20대 작가 안톤 무나르와 30대 작가 라파 실바레스,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 등의 작품을, 9월에 서울지점 개설을 예고한 일본 화이트스톤갤러리는 영국의 1996년생 작가 세바스찬 쇼메톤의 신작을 선보인다. 서울에 지점을 둔 프랑스 거점의 오페라갤러리는 조지 콘도와 키스 해링 등으로 시선을 끌 예정이다. 본격적인 ‘젊은’은 ‘키아프플러스’에서 이어간다. 지난해 코엑스와는 떨어뜨려 양재동 세택에 따로 꾸렸던 것을 올해 본행사에 합류시켰다. 갤러리스탠의 백향목, 갤러리구조의 캐스퍼강, 갤러리이아의 노아 엘 하켐 등이 뉴페이스로 ‘뜬다’.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의 ‘하루의 시간들’(Times of Day, 2023). 국내 진출한 독일 베를린 기반의 페레스프로젝트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서울’에서 소개한다(사진=키아프).◇프리즈 “120개 갤러리 딱 좋아…관람객과 상호작용 먼저 고려” 한국에서 2회째를 맞은 ‘프리즈서울’은 역시 초호화 갤러리군단을 이끌고 입성한다. 국내 아트페어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세계 최고 갤러리들이 유명작가를 안고 줄줄이 ‘프리즈’의 깃발 아래 모인다는 의의가 가장 크다. 그중에는 미국의 가고시언, 벨기에의 악셀 베르포트 외에도 데이비드 즈워너, 하우저앤워스, 화이트큐브 등이 끼어 있다. 그간 프리즈의 매출 규모는 드러난 적이 없다. 그저 매회 1조원대 정도로 짐작할 뿐이다. 지난해 서울에선 65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백남준의 ‘TV붓다’(2005). 가고시안갤러리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서울’ 메인세션에 설치한다(사진=프리즈).올해 ‘프리즈서울’은 아시아 갤러리를 대거 늘리는 승부수를 뒀다. 120개 중 70여개가 아시아, 그중 26개가 한국 갤러리들이다. 프리즈서울을 총괄하는 패트릭 리 디렉터는 “120개 갤러리, 이 정도 규모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관람개의 동선 관리에 좀더 신경을 써 갤러리와 상호작용의 깊이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아트페어 때마다 화랑 수를 늘려 ‘역대 최고 규모’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어온 키아프와는 다른 면모인 거다. 다만 지난해에는 막혔던 중국인 ‘큰손’ 관람객을 대거 들일 것에 대한 기대감은 감추진 않았다. 여유로움을 장기로 구성한 ‘메인 세션’에서 하우저앤워스는 폴 매카시를 비롯해 지난해 관람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조지 콘도 작품을 다시 들여온다. 가고시안은 조나스 우드의 정물화와 백남준의 설치 ‘TV붓다’를,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는 캐서린 번하트와 로즈 와일리의 회화를 걸고,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는 메리 웨더포드의 작품으로 솔로부스를 만든다. 또 페이스갤러리는 로버트 나바, 로렌스 위너를, 리만 머핀 갤러리는 한국작가 이불, 성능경을 내건다. 로즈 와일리의 ‘뉴스 리더’(News Reader, 2022 수정).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서울’ 메인세션에 건다(사진=프리즈).고대 거장부터 20세기 후반까지 걸작으로 구성하는 ‘프리즈 마스터즈’는 올해도 화제다. 로빌란트보에나가 내걸 17세기 걸작 안드레아 바카로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1620s)는 이미 대표작이 됐다. 여기에 더해 그레이갤러리는 짐 다인,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를 골고루 들여오고, 악셀 베르보르트 갤러리는 윤형근, 루치오 폰타나와 더불어 7세기 크메르신상 등 희귀유물을 공개한다. 스테판 옹핀 파인아트는 폴 세잔,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등 근대 대가들의 종이수채화·드로잉을 한 데 모은다. 17세기 걸작으로 꼽히는 안드레아 바카로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Judith with the Head of Holofernes·1620s).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서울’ 중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의 로빌란트보에나 부스에 걸려 관람객을 맞는다(사진=프리즈).
2023.09.05 I 오현주 기자
깔깔해지고 당당해지고 도도해지는 '잡초 이야기'
  • 깔깔해지고 당당해지고 도도해지는 '잡초 이야기' [e갤러리]
  • 이귀화 ‘풀의 소리를 듣다-다스리다 I’(2021), 캔버스에 오일, 97×97㎝(사진=장은선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마디가 있다. 잇지 말고 끊으라는 것처럼. ‘푸른 마디’라고 하면 으레 대나무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건 또 아닌가 보다. 미끈하게 뻗은 단단한 몸통과는 결이 다르니 말이다. 되레 살점까지 떨어져 나간 상처 입은 연한 표피만 매달려 있지 않은가. 그런데 희한한 일이다. 전혀 약해 보이질 않는다. 이내 빳빳하게 튀어오를 태세가 느껴지니까. 작가 이귀화가 화면에 옮겨 놓은 ‘푸른 마디’는 작가의 마음과 붓을 얻은 ‘다른’ 자연이다. 경외감을 뿜어내는 스케일이 거대한 여느 자연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가령 쭉쭉 솟아 하늘에 기대는 대나무가 아니라, 납작하게 땅을 지키는 풀이란 얘기다. 실제로 작가의 작업에는 그 ‘초록 풀’이 자주 등장한다. 무질서한 엉킴 속에 질서를 잡아가는, 제자리 하나는 지킬 줄 아는 ‘잡초’ 말이다. 꼿꼿하게 서 있지도 못하는 그 잡초는 제풀에 널브러지고 위압에 짓밟히기도 한다. 마땅히 대단할 게 없다. 그런데 저 초록 풀을 작가의 화면에 들여다만 놓으면 ‘다른’ 풀이 되는 거다. 깔깔해지고 당당해지고 도도해진다. 묘사에 앞선 표현으로 구상에 앞선 추상을 완성한 작업이다. ‘풀의 소리를 듣다-다스리다 I’(2021)은 보이는 마디가 아니었다. 들리는 마디였다. 9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풀의 소리를 듣다’에서 볼 수 있다. 신작과 근작 30여점을 걸었다. 이귀화 ‘순정 9’(2023), 캔버스에 아크릴, 45.5×53㎝(사진=장은선갤러리)
2023.09.01 I 오현주 기자
전홍준 대표 "멤버들 기다리며 템퍼링 세력 처벌받도록 할 것"
  • 전홍준 대표 "멤버들 기다리며 템퍼링 세력 처벌받도록 할 것"[직격인터뷰]
  • 피프티 피프티(사진=어트랙트)[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억울한 마음이 사그라듭니다.” 그룹 피프티피프티(키나, 새나, 시오, 아란) 소속사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는 멤버들이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 28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같이 심경을 밝혔다. 앞서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피프티 피프티가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정산자료 제공의무 위반 △건강관리 의무 위반 △연예활동 관련 인적·물적 자원 지원 능력의 부족 등을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로 들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이날 늦은 오후 연락이 닿은 전 대표는 “지난 두 달여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는데 ‘모두 기각한다’는 재판부의 결정 문구를 보고 억울한 마음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로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지만 일단 1차적인 매듭이 지어진 것이기에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다”고 덧붙였다. 전 대표는 “사실 정신줄을 놓을 뻔 했는데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다 읽으면서 힘을 얻었다”며 “정말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 너무 감사했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일일이 답글을 달아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말을 아껴왔다. 이제라도 그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아울러 전 대표는 “후배 제작자들을 생각하면서 K팝 업계에 좋지 않은 사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 측면도 있다”고도 밝혔다.(사진=이데일리DB)피프티 피프티는 어트랙트가 지난해 11월 론칭한 팀이다. 지난 2월 발표곡 ‘큐피드’(Cupid)의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진입을 계기로 주목받은 이들은 데뷔 7개월 만에 돌연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어트랙트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기존 소속사와 법적 다툼을 벌인 끝 둥지를 옮기는 가수들이 왕왕 있었지만,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팀이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업계 안팎의 관심이 뜨거웠다.이와 관련해 어트랙트는 프로듀싱을 맡긴 외주업체 더기버스가 멤버들을 회유해 외부세력으로 빼내가려고 시도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더기버스의 안성일 대표를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그러자 더기버스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고, 멤버들은 자의적 판단으로 전속계약 분쟁에 돌입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멤버들은 전 대표를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전 대표는 “여전히 멤버들이 돌아오길 바란다. 멤버들이 돌아오리라고 믿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론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다”면서 “전홍준의 다음 스텝은 멤버들을 강탈해가려고 했던 더기버스를 비롯한 템퍼링 세력들이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더불어 전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템퍼링 행위에 대한 방어책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입법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가 K컬처와 한류 발전을 위해 누군가 희생되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와 기획사가 공생할 수 있는 법 개정과 입법화를 위해 힘써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피프티 피프티 측 관계자는 이날 “결정문을 검토해본 뒤 항고 여부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짧은 입장을 내놓았다.
2023.08.28 I 김현식 기자
'잔혹한 인턴' 이끄는, 라미란의 힘
  • '잔혹한 인턴' 이끄는, 라미란의 힘
  • (사진=티빙)[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잔혹한 인턴’ 라미란이 실감 나는 ‘고해라’ 캐릭터로 시청자 마음에 안착했다.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에서 라미란은 극 중 고해라 본연의 모습뿐만 아니라 아내이자 엄마인 고해라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헤쳐 나가는 강인한 존재감과 야무진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스며들고 있다.지난 방송에서 라미란은 자기 자신보다도 남편과 딸을 먼저 생각하는 엄마이자 아내인 해라를 리얼하게 그려냈다. 월급을 받은 해라가 자신을 위한 선물보다도 가족의 선물을 구매하는 모습이나 남편인 공수표와 함께 학습지, 지역 물류센터, 대리 기사 등 물불 가리지 않고 알바하는 등 짠내 나는 고군분투기로 시청자들의 공감과 과몰입을 유발했다.여기에 회식 자리 이후 아쉬운 마음을 혼자 달래며 귀가하는 해라가 우연히 1인 시위 하는 워킹맘을 구하게 되는 씬은 해라가 회사로 재입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며 극의 묘미를 살리는 데 한몫했다. 실제 모습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맛깔스러운 라미란의 인물과 상황 표현력은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면서도 동시에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이처럼 라미란은 현실과 맞닿아 있는 전개를 실감 나는 캐릭터 구현으로 완벽하게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도 다른 결에, 회사 생활 자체도, MD라는 직업도 생소한 고해라라는 인물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싱크로율을 높이는 데 특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극대화했다.고해라 라는 인물의 다채로운 면면을 자유자재로 소화해 내는 폭넓은 라미란의 연기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풍성하게 채웠고, 이는 향후 보여줄 라미란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은 매주 금요일 티빙에서 공개, 매주 월요일 밤 tvN에서도 방송되고 있다.
2023.08.26 I 윤기백 기자
업비트서 신규 기능 미리 만나본다…실험 기능 추가
  • 업비트서 신규 기능 미리 만나본다…실험 기능 추가
  •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업비트가 신규 기능을 정식 출시 전 이용자와 사용성을 검증하는 실험 기능을 선보였다.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 기업 두나무는 업비트에 신규 기능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실험실’ 기능을 추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실험실을 경험하고 싶은 이용자는 업비트에 로그인한 뒤, 화면 우측 하단에 위치한 더보기 탭(모바일 앱) 또는 ‘My’ 탭(PC 웹)을 통해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업비트가 실험실을 통해 첫 번째로 선보인 기능은 ‘투자손익 보기’다. 업비트 이용자는 해당 기능을 통해 원하는 기간의 누적 수익률, 평균 투자 금액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투자손익 보기는 업비트 이용자가 가장 많은 출시를 요청한 기능으로 3가지 수익률(△단순 수익률 △시간가중 수익률 △금액가중 수익률)을 지원한다.단순 수익률은 이용자의 투자 초기 금액에 대한 실제 수익·손실을 계산해 제공한다. 시간가중 수익률은 특정 기간의 잔고 평균 대비 손익금을 시간 가중한 값을 나타내며, 금액가중 수익률은 시간가중 수익률과 다르게 금액의 변화를 고려한 결괏값이 표시된다.업비트 관계자는 “실험실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순차적으로 소개할 것”이라며 “이용자 피드백을 적극 수렴해 더 나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2023.08.23 I 한광범 기자
개성·음악성 탁월…K클래식 지휘도 10년 내 세계 최고 기대
  • 개성·음악성 탁월…K클래식 지휘도 10년 내 세계 최고 기대[진격의 K클래식]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앞으로 10년 이내에 한국이 지휘 분야에서도 최고가 될 것이다.”최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이하 국립심포니) ‘KNSO 지휘자 워크숍’의 멘토를 맡았던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의 말이다. ‘KNSO 지휘자 워크숍’은 국립심포니가 차세대 한국 지휘자 발굴과 육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프로젝트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진행됐다.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KNSO지휘자워크숍’에 참여한 지휘자 박근태(왼쪽)가 ‘포디움 세션’에서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연주자가 악기를 다룬다면, 지휘자는 연주자를 다룬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역할이기에 지휘자 육성은 연주자 육성 못지않게 클래식에서 중요한 과제로 손꼽힌다. 지휘자 윤한결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이 화제가 된 이유다. 윤한결은 국립심포니가 2021년 개최한 ‘제1회 KNSO국제지휘콩쿠르’ 2위 수상자이기도 하다.윤한결 외에도 한국의 많은 젊은 지휘자들이 세계 무대를 향해 부단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KNSO 지휘자 워크숍’에 참가한 김리라(31), 박근태(32), 이해(32) 등도 그들 중 하나다. 이들은 총 41명의 워크숍 지원자 중 지휘 영상과 서류 심사를 거쳐 최종 참가자로 선정됐다.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세 명의 지휘자 모두 개성이 다르고 뛰어난 음악성을 가졌다”며 “짧은 시간 안에 큰 발전을 이룬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고 평했다.김리라, 박근태, 이해는 각각 바이올린과 피아노, 작곡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지휘에 관심을 두게 됐다. 김리라는 현재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아래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근태는 2022년 제18회 프랑스 오페라 드 보줴 페스티벌 국제 지휘 콩쿠르 1위 및 오케스트라 특별상,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피바디 음대에서 지휘자 마린 알솝의 사사를 받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마린 알솝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우승한 지난해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음악 콩쿠르 심사위원장이다.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KNSO지휘자워크숍’ 지휘자 이해(왼쪽부터), 김리라,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지휘자 박근태.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연주자보다 지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은 국내에서 흔치 않다. 세 지휘자에겐 이번 워크숍이 자신의 부족함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해는 “해외에서도 지휘자 대상 마스터클래스를 참여해 봤지만, 이번 워크숍은 음악적인 이유와 기술적인 부분을 함께 설명해 줘서 지휘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지휘자에게도 콩쿠르는 중요한 관문이다. 처음 만난 악단을 짧은 시간 안에 사로잡아야 하기에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된다. 박근태는 “지휘자에게 중요한 것은 오케스트라와의 ‘케미’(화학작용)”라며 “지휘 콩쿠르는 내가 추구하는 음악으로 연주자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기에 테크닉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리라는 “콩쿠르는 짧은 순간 자신의 매력을 보여줘야 해서 그만큼 전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이번 워크숍은 순위를 매기는 경쟁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함을 배우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멘토로 참여한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미하일 베커 예술감독은 “예술계에서는 ‘경쟁’(compete)만 생각하는데 ‘비교’(compare)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워크숍은 젊은 지휘자들이 각자 가진 다른 능력을 통해 서로 다른 문제 해결 능력을 보며 깨닫고 배우는 자리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워크숍을 마친 세 지휘자는 다시 세계 무대를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이해는 오는 9월 프랑스 브장송 지휘 콩쿠르 결선 무대를 앞두고 있다. 박근태는 수석지휘자 겸 부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노이에 필하모니 베를린 오케스트라의 2023~24시즌 첫 번째 공연에 나선다. 김리라는 현재 참여 중인 국립오페라단의 ‘국립오페라스튜디오’ 수료 연주를 마친 뒤 학업에 복귀한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장학금 250만원을 수여하는 우수 지휘자로 박근태가 선정됐다.
2023.08.18 I 장병호 기자
넥슨 ‘데이브’가 시사하는 K-게임의 미래
  • [현장에서]넥슨 ‘데이브’가 시사하는 K-게임의 미래
  •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에 실린 ‘2023년 최고의 비디오 게임’ 기사에 언급된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사진=워싱턴포스트 캡쳐)[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이 게임은 다이빙 게임이자 레스토랑 비즈니스 시뮬레이터이며 올해의 가장 편안한 경험입니다.”(It’s part diving game, part restaurant business simulator, and the most relaxing experience of the year)지난달 21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2023년 최고의 비디오 게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나온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에 대한 소개다. 올해 최고의 비디오 게임 10선을 꼽은 기사였는데, ‘데이브’는 ‘젤다의전설:왕국의 눈물’, ‘스트리트파이터6’, ‘레지던트 이블4’ 등 누가 들어도 알법한 쟁쟁한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한국 게임사의 타이틀이 이처럼 해외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데이브’는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출시됐는데, 나오자마자 국내외에서 동시에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8일엔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고, 최고 동접자 수도 9만8000여명을 넘어섰다. 해외 게임평가 사이트 ‘메타크리틱’ 점수도 89점을 받는 등 흥행과 평가가 모두 좋았다.해외에서의 관심도 높았다. 워싱턴포스트 기사는 물론이고, 넷플릭스 ‘블랙미러’ 제작자 찰리 브루커가 최근 주목할 만한 콘텐츠로 ‘데이브’를 언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찰리 브루커는 ‘가디언’을 통해 “(데이브는)낮에는 잠수해 작살을 던져 물고기를 잡고, 밤에는 스시집을 운영하며 요리를 제공하는 게임”이라며 “이상하게도 명상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고, 옛 정취가 물씬 풍겨 마음이 편해진다”고 소개했다.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MMORPG가 대세가 된지 오래다. MMORPG만의 매력도 분명히 있지만, 너무 비슷하고 획일화된 게임성으로 국내 이용자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돈이 돼야 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게임사들의 고충도 있지만, 이용자들 입장에선 서서히 부정적인 인식이 쌓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데이브’는 국내 게임 시장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매출보다 본질적인 게임의 재미에 집중한 시도여서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기반의 MMORPG나 모바일 게임에 비해 패키지 게임의 절대적인 매출은 크지 않다. ‘데이브’만 해도 패키지 1장을 판매하면 2만4000원 밖에 받지 못한다. 과도하고 다양한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한 국내 게임들의 비즈니스모델(BM)과는 결이 다르다.지난해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본부 총괄 부사장은 서브브랜드 ‘민트로켓’을 론칭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동안 넥슨이 왜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들을 하지 못했을까.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개발진들을 과감히 발탁하고, 무한한 자유도를 부여해 게임 개발에 있어 날카로움을 키우겠다.” 당시엔 김 부사장의 말이 이상적으로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최근 ‘민트로켓’을 통해 론칭한 ‘데이브’의 결과를 보면 이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넥슨의 신선한 시도는 국내 게임사들이 가야할 방향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현재 국내 게임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해 20조원 규모까지 커졌다. 분명 여러모로 성장했지만 획일화된 게임 장르, 과도한 BM 등 이제는 바뀌어야 할 문제들도 상존한다. ‘데이브’는 이같은 한국 게임사들의 아쉬운 모습들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나 할까. ‘게임 소비자’에만 집중한 ‘데이브’의 이같은 접근 방식이 선례가 돼 한국 게임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꾸준하게 이어졌으면 한다. 점점 높아지고 있는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향후 많은 글로벌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선 이젠 한국 게임사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데이브 더 다이버’는 최근 누적 판매 100만장을 돌파했다. (사진=넥슨)
2023.08.10 I 김정유 기자
박보균 장관,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윤한결에 축전
  • 박보균 장관,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윤한결에 축전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지휘자 윤한결에게 7일 축전을 보내 축하와 격려의 뜻을 전했다.지휘자 윤한결. (사진=크레디아)박 장관은 “이번 수상은 미래세대가 거둔 또 한 번의 쾌거이다. 특히 교향곡이나 오페라 등의 음악 공연을 총괄하는 지휘 분야에서 얻은 성취이기에 더욱 뜻깊다”고 축하했다.이어 “지휘자는 하나의 교향곡을 구성하는 수십 종의 악기, 수만 개의 음표를 탐구하여 하나의 감동으로 빚어내는 만큼 윤한결 님이 그간 쏟아냈을 도전과 집념의 시간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며 “윤한결 님의 힘찬 지휘봉이 전 세계 곳곳의 포디엄에서 빛나기를 국민들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밝혔다.윤한결은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대성당에서 열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인 지휘자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윤한결이 처음이다. 수상자에게는 세계적인 클래식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지휘 기회가 주어진다.‘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은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이름을 딴 국제 경연대회로 젊은 지휘자들의 등용문으로 평가 받는다. 헤르베르크 폰 카라얀 협회와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클래식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함께 개최한다.윤한결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떠나 뮌헨 음대를 졸업했다. 2019년 유럽 최대 음악축제 중 하나인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이 수여하는 네메 예르비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제네바 대극장, 뉘른베르크 국립극장에서 부지휘자로, 메클렌부르크 주립극장에서 카펠마이스터(음악 총괄)로 경력과 경험을 쌓았다.2015년 제네바 작곡 콩쿠르 2위에 올랐다. 2021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가 개최한 제1회 KSO국제지휘콩쿠르 2위에 입상했다. 지난해 11월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을 비롯해 첼리스트 요요마, 한국의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이 소속된 영국 클래식 아티스트 전문 매니지먼트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2023.08.07 I 장병호 기자
지휘자 윤한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한국인 최초
  • 지휘자 윤한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한국인 최초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휘자 윤한결(29)이 젊은 지휘자들의 등용문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이하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지휘자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윤한결이 처음이다.지휘자 윤한결. (사진=크레디아)6일(현지시간)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 심사위원단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대강당에서 윤한결을 이 대회 우승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심사위원단은 “윤한결의 지휘는 카리스마 있고 준비가 철저히 돼 있으며 기술적으로 뛰어났다”며 “그의 지휘는 음악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한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줬다”고 평했다.윤한결은 이날 대회 결선 무대에서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모차르트 아리아 ‘오, 그대 온화한 별이여’, 한국 작곡가 신동훈의 챔버 오케스트라곡 ‘쥐와 인간의’ 등 4곡을 지휘했다.‘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은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이름을 딴 국제 경연대회다. 헤르베르크 폰 카라얀 협회와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클래식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함께 개최한다.올해 대회는 54개국 323명의 지휘자가 도전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가운데 준결선 진출자 8명을 추렸고, 지난 4월 경연을 거쳐 윤한결과 비탈리 알렉세노크(벨라루스), 토비아스 뵈게러(오스트리아)를 결선 진출자로 선정했다. 대회 우승자에게는 1만 5000 유로(2100여 만원)의 상금과 내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지휘 기회를 제공한다.윤한결은 결선 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과 인터뷰에서 “멘델스존 교향곡 3번에 가장 중점을 두고 지휘하겠다”면서 “대회명이기도 한 지휘자 카라얀은 수많은 성취를 이룬 지휘자이지만 제 생각에는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사람에게 음악의 언어를 소개한 점에서 위대하다”고 말했다.윤한결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떠나 뮌헨 음대를 졸업했다. 2019년 유럽 최대 음악축제 중 하나인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이 수여하는 네메 예르비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제네바 대극장, 뉘른베르크 국립극장에서 부지휘자로, 메클렌부르크 주립극장에서 카펠마이스터(음악 총괄)로 경력과 경험을 쌓았다.2015년 제네바 작곡 콩쿠르 2위에 올랐다. 2021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가 개최한 제1회 KSO국제지휘콩쿠르 2위에 입상했다. 지난해 11월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을 비롯해 첼리스트 요요마, 한국의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이 소속된 영국 클래식 아티스트 전문 매니지먼트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2023.08.07 I 장병호 기자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무용으로 풀어낸 '치매'
  • [문화대상 이 작품]점점 사라져가는 기억…무용으로 풀어낸 '치매'
  • [김호연 무용평론가] 김남진은 무용계에서 조금은 다른 결을 보이며 활동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학부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현대무용에 입문한 이후 프랑스 렌느 국립현대무용단 등 유럽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다 2006년 댄스씨어터 창을 창단하면서 연극적 무용을 지향, 무용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등 춤에 기반을 둔 다양한 총체적 공연예술을 무대에 담아내고 있다.이러한 외적 요인을 떠나 그의 작품에는 사회적 담론, 일상성, 역사성 등을 진지하게 작품에 풀어내며 관객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변별성이 있다. 이번에 공연한 ‘잊혀져가는 것들’(2023년 6월 22~23일, 대학로극장 쿼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치매’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는 사회적 이슈이자 일상적 이야기가 됐다. 이 주제는 무대공연예술, 특히 무용으로 다루기 힘든 주제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현상만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담론까지 함께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댄스씨어터 창 ‘잊혀져가는 것들’의 한 장면.(사진=옥상훈 사진작가)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 중 하나는 기억이다. 부모에 대한 기억, 가족에 대한 기억, 치매로 잊힌 일상에 대한 기억 등이 여러 의미망을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제1부 남자의 기억에서 초반 행위자(김남진)는 굴건을 쓰고 방울을 들고 제의적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뇌다가 짜장면에 대한 추억을 말한다. 그는 짜장면이 갖는 시각, 청각, 미각, 후각 등 공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을 환기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면서 진한 감정을 몸짓에 담아냈다.여기서 몸짓은 관객이 행위자의 언술에 대한 사유를 곱씹으면서 무언가 허허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장면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는 감정이 응축되면서도 절제되고 유려한 몸짓으로 표현됐는데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공유의 장이었다.댄스씨어터 창 ‘잊혀져가는 것들’의 한 장면.(사진=옥상훈 사진작가)2부 여자의 기억도 치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가족 이야기가 중심을 이뤘다. 그렇지만 끈끈한 가족애가 아니다. 세 번째 시퀀스 ‘도장’에서 느껴지듯 자식은 치매를 이용해 문서에 도장을 찍게 하는 등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무용수들은 조정자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같은 행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선(善)이 아닌 도덕이 타율에 의해 지배되는 행위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는 무용수, 소리꾼, 배우 등의 연기와 소리 그리고 몸짓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관객과 진한 감정의 소통을 이뤘다.김남진의 안무작에는 여러 가지 특질이 있다. 먼저 총체성(Totality)을 들 수 있다. 춤을 기반에 두면서도 연극, 서커스, 인형극 등 요소가 적재적소에 들어가 관객과 소통하려 하는 점은 그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주제 의식도 시의적절하게 사회적 문제에 둬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적 정서도 다분하다. 진한 부산 사투리 속에서는 지역정서가 느껴진다. 기층문화의 여러 요소가 수용되면서 문화원형의 동시대적 해석도 나타나는 등 한국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은 개성을 지니면서도 일상적 공감대를 형성한 의미 있는 춤 작품이라 할 수 있다.댄스씨어터 창 ‘잊혀져가는 것들’의 한 장면.(사진=옥상훈 사진작가)
2023.08.07 I 윤기백 기자
드림캐쳐 아니라 밍스…귀여움 어필하던 반전 과거
  • 드림캐쳐 아니라 밍스…귀여움 어필하던 반전 과거[김현식의 서랍 속 CD]
  • 밍스 ‘러브 쉐이크’ 쇼케이스(사진=이데일리DB)밍스 ‘러브 쉐이크’ 쇼케이스(사진=이데일리DB)[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요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모아둔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들어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오늘 꺼내 들어본 서랍 속 CD는 밍스(MINX)가 2015년 7월 2일 발매한 2번째 미니앨범 ‘러브 쉐이크’(Love Shake)입니다. 밍스가 앨범 발매 당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클럽 엘루이에서 언론 쇼케이스를 열었을 때 받았던 CD입니다.밍스는 2014년 9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2년 2개월 동안 짧게 활동했다가 사라진 5인조 그룹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팀의 멤버로 활동한 다미, 유현, 지유, 시연, 수아는 2017년 1월 새로운 그룹 드림캐쳐(Dreamcatcher)로 재데뷔했죠. 새 멤버 가현과 한동을 포함한 7인조로 활동을 시작한 드림캐쳐는 햇수로 데뷔 7년차를 맞은 현재까지도 국내외에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며 K팝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밍스 시절 발매한 ‘러브 쉐이크’가 드림캐쳐로 선보이고 있는 앨범들과 비교해 결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드림캐쳐는 독자적 세계관을 녹인 강렬한 메탈 록 장르 음악과 그에 걸맞은 다크한 이미지로 K팝 팬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데요. ‘러브 쉐이크’는 여름 시즌을 겨냥한 상큼발랄한 음악과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앨범이었으니 ‘반전 과거’라고 할만 합니다. 당시 무대 의상으로 한창 유행한 래쉬가드를 입고 노래하던 밍스의 모습을 지금의 드림캐쳐와 비교해놓고 보면 ‘같은 사람들 맞나?’ 싶기도 합니다. ‘러브 쉐이크’ 언론 쇼케이스 때 발언을 되짚어봐도 재미있습니다. 밍스는 팀명을 “말괄량이라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우린 끼와 흥이 많다. 친동생 같은 친근함이 강점이니 ‘동생들이 재롱을 떠는 모습을 본다’는 느낌으로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언급했죠.‘Shake it love / Shake it Shake it Shake it Shake it love / 나의 맘에 다가와서 / 달콤하게 섞어 줄래 / 너와 내 사랑을 하나로 -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러브 쉐이크’는 좋아하는 상대가 하루빨리 내 마음 안에 들어 와주길 소망하는 상황을 달콤한 쉐이크 음료에 비유한 귀여운 노랫말이 특징인 곡입니다. 멤버들의 소개 그대로 ‘시원하고 상큼한 쉐이크처럼 여름에 잘 어울리는 댄스곡’인데요. ‘쉐이크 잇’(Shake it)을 연속해서 외치는 후렴구의 중독성이 상당합니다.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쉐이크 잇’이 묘하게 ‘새끼’(쉐끼)라는 발음으로 들려서 귀에 더 확 꽂히는 면이 있기도 하네요.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러브 쉐이크’가 리메이크곡이라는 점인데요. 밍스와 같은 소속사에 속해 있던 달샤벳이 2012년 정규 1집 ‘뱅 뱅’(BANG BANG)에 수록곡으로 실었던 동명의 곡이 원곡입니다. 달샤벳 버전과 밍스 버전을 비교해보며 들어보면 ‘러브 쉐이크’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달샤벳 버전보다 밍스 버전 ‘러브 쉐이크’가 후렴에서 ‘빵’ 하고 터지는 폭발력과 추임새가 더 강하고 풍성한 편입니다.밍스의 앨범에는 ‘러브 쉐이크’ DJ 스테레오 클럽 믹스 버전과 인스트루멘털 버전도 담겨 있는데요. 아무래도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현 드림캐쳐컴퍼니)는 ‘러브 쉐이크’에 꽤나 진심이었지 않나 싶네요. 앨범에는 ‘슈퍼스타 슈퍼맨’(Surper Superman), ‘나도 너처럼’, ‘셧 업’(Shut Up)까지 총 6개의 트랙을 실었습니다. 수록곡 중 ‘슈퍼스타 슈퍼맨’은 ‘밍스 시절 시도한 록 음악’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습니다. 일렉트로 힙합 장르 곡인 ‘셧 업’은 드림캐쳐 음악 못지않은 묵직함을 지니고 있는 곡이고요. ‘나도 너처럼’의 경우 이별을 주제로 다룬 감성 미디엄 템포 곡이라 ‘러브 쉐이크’ 못지않은 반전 트랙이라고 할만 합니다.한편 드림캐쳐는 지난해 말 소속사와 재계약을 체결해 ‘장수 아이돌 그룹’으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본 보야지’(BONVOYAGE)를 타이틀곡으로 한 8번째 미니앨범 ‘아포칼립스 : 프롬 어스’(Apocalypse : From us)로 활동을 펼치며 음악방송 2관왕이라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해당 앨범으로 ‘아포칼립스’ 3부작을 마친 드림캐쳐가 다음엔 어떤 시리즈를 선보이며 컴백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드림캐쳐(사진=드림캐쳐컴퍼니)
2023.07.23 I 김현식 기자
'악귀' 오정세, 염해상과 완벽 동기화…빈틈없는 캐릭터 열연
  • '악귀' 오정세, 염해상과 완벽 동기화…빈틈없는 캐릭터 열연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오정세가 드라마 ‘악귀’에서 캐릭터와 하나 된 연기로 매회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지난 7일 방영된 SBS 금토 드라마 ‘악귀’(극본 김은희/연출 이정림/제작 스튜디오S, BA엔터테인먼트)에서는 해상(오정세 분)이 객귀를 물리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앞서 해상은 산영과 함께 악귀를 추적하던 중 객귀를 막는 당제가 이뤄지는 백차골에 이르게 되었다.이날 해상은 객귀를 불러들인 사람이 자신의 죽은 딸을 보기 원했던 박씨 할머니(이용이 분)임을 알아냈고, 과거 방향을 알려주던 장승을 이용해 귀신이 다니는 길을 바꿨음을 밝혀내며 객귀를 막는 과정에 물꼬를 틀었다. 이어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절박하게 비는 박씨 할머니를 안타깝지만 단호하게 뿌리치는 해상의 굳은 의지가 화면 밖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그러나 산영(김태리 분)이 강모(진선규 분)의 객귀를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해상은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경문(박지영 분)이 살던 집까지 찾았다. 하지만 악귀와의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문춘(김원해 분)의 도움으로 강모 또한 악귀에 씌었음을 알게 됐다. 해상은 다시 찾은 경문의 집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갖고 있던 금줄을 발견, 흔들리는 그의 눈빛에선 악귀를 향한 의문과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져 보는 이들마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오정세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 속 해상에 완벽하게 이입한 연기로 인물을 그려내며 안방극장의 감정까지 동기화시켰다. 특히 생명을 향한 결연함부터 악귀를 마주한 순간의 불안함까지 결을 달리한 눈빛과 목소리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더욱 고조시켰다.한편, ‘악귀’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 SBS에서 방송된다.
2023.07.08 I 김보영 기자
"이중섭 선생도 묵던 사랑방"…정이었구나 '이상욱 따뜻한 추상'
  • "이중섭 선생도 묵던 사랑방"…정이었구나 '이상욱 따뜻한 추상'
  • 이상욱 화백의 장남 이홍기 씨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연 이상욱 개인전 ‘더 센테너리’에 건 아버지의 작품들 앞에 섰다. 한국 1세대 추상화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에 나선 아들은 “어릴 땐 세상의 그림이 다 이런 줄 알았다”며 엷게 웃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멀리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초록색 동그라미가 있다. 각진 네모 위에 커다란 몸체를 슬그머니 기댔는데. 둥근 원이란 말은 여기선 맞지 않다. 지름이 같지 않은, 한쪽 귀퉁이가 옆으로 삐져나온 원이니까. 달랑 도형 두 개로만 채워낸 화면일지라도 보일 건 보인다. 어느 돌담에 비스듬히 떠오른 달이란 게. 질박하게 덧칠해 쌓아낸 그리움이란 게. 추측은 맞았다. “둥글둥글한 것은 모두 고향 이야기”라고 했다. 이 공간에 들인 적잖은 ‘둥글둥글’은 끝내 되찾지 못한 그 땅에 대한 이야기였던 거다. 그 땅은 함경남도 함흥이라고 했다. 거기가 어떤 곳인지 우린 알 수가 없다. 어떤 무게인지도 모른다. 그저 그이에겐 이런 것이었나 할 뿐이다. 때론 일그러져 보일 수밖에 없는 보름달(‘망향’ 1976)이며, 때론 가파른 산세를 그보다 거칠게 그어낸 마음(‘망향’ 1984)이었다가, 결국 모양도 빼내고 색도 빼낸 채 ‘나 다녀갔다’는 무형의 자취만 남겨야 하는 곳(‘흔적’ 1985)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이상욱 개인전 ‘더 센테너리’ 전경. 왼쪽 벽면으로 ‘작품 84’(Work 84·1984·130×130㎝)가, 오른쪽 벽면에는 ‘독백’(Monologue·1970·103×103㎝)이 걸렸다. 이 화백 화업의 키워드라 할, 엿가락을 뚝뚝 분지른 듯한 ‘막대’와 반듯하지 않은 일그러진 ‘동그라미’가 든 대표작 두 점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상욱(1923∼1988) 화백. 사실 그이가 잃은 건 고향만이 아니다. 이름도 잃었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이는 ‘잊힌 작가’다. 김환기(1913∼1974), 유영국(1916∼2002)을 잇는 한국 1세대 추상화가인 데다, 하물며 ‘서정추상주의’ ‘서체추상주의’를 개척한 작가로 꼽히고 있음에도 말이다. 작정하고 무심하자는 이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그저 사람 사는 일이 그렇게 내몰았을 거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다. 누구도 그리 말해주진 않았을 텐데, 벽에 걸린 화백의 그림들이 대신 전하고 있지 않은가. 오랜 시간 무던히도 외로움을 견뎌왔을 작품들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학고재갤러리 이상욱 개인전 ‘더 센테너리’ 전경. 왼쪽부터 ‘무제’(1970·62×52㎝), ‘작품 70’(Work 70·1970·72×60㎝), ‘상황’(Situation·1967·43×33㎝), ‘무제’(1966·50×50㎝), ‘풍경’(Landscape·1958·74×92㎝). 이 가운데 ‘풍경’은 전시작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상욱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렸다. 회고전보단 좀더 가볍게 개인전이란 타이틀을 내건 전시명은 ‘더 센테너리’(The Centenary).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뜻이다. 신경 써서 곱씹지 않으면 그냥 여느 전시려니 할 만한 100주년이다. 야단법석이어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 그 100년을 차분하게, 그 분위기만큼 고즈넉한 작품 40여점을 걸고 기념한다. ◇“세상 그림은 모두 다 아버지처럼 그리는 줄” 함흥의 명문가에서 난 화백은 청년시절 그림 그리는 일에 대한 장애는 없었던 듯 보인다. 단 하나 막은 게 있다면 시국이다. 일본 유학 중 태평양전쟁이 터지자 공부를 중단한 채 돌아와야 했고, 북한에 소련이 주둔한 이후엔 갓 결혼한 아내, 가족과 함께 남하해야 했다. 서울에 정착했다. 1947년이었다. 학고재갤러리 이상욱 개인전 ‘더 센테너리’ 전경. ‘작품 79-9’(Work 79-9·1979·52×62㎝·왼쪽)와 ‘점’(Point·1977·61×51㎝)가 나란히 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당시 화백이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살집을 구하는 일. 와병 중이던 형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라는데. 어렵사리 서대문구 충정로에 적산가옥 한 채를 샀단다. 하지만 그땐 몰랐을 거다. 이후 76년째 그 집을 떠나지 못하게 될 줄은. 화백이 세상을 떠난 뒤론 그이의 분신이라 할 두 가지가 대신했다. 아들과 작품. 장남인 이홍기 씨는 ‘아버지의 집’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부모는 물론 이제는 다 흩어져 사는 2남 3녀 형제들과의 추억 때문만은 아니다. 500여점 온전히 품고 있는 아버지의 작품들 때문이다. 학고재갤러리 이상욱 개인전 ‘더 센테너리’ 전경. 왼쪽부터 ‘점’(Point·1973·91×73㎝), ‘상황’(Situation·1974·108×108㎝), ‘작품 74’(Work 74·1974·108×108㎝)(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당시의 회상은 전시장에서 만난 홍기 씨가 대신해줬다. “부엌 옆 작은 공간에 작업실을 만들었더랬다. 그런데 말이 좋아 작업실이지 제자와 지인이 찾아와 늘 붐비는 사랑방이나 다름없었다.” 그 지인 중에 이중섭(1916∼1956) 화백도 있었단 얘기는 처음 들었다.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은 이 화백을 아버지는 집에 몇 달간 묵게 했다. 어머니를 위해 만든 두 평 반짜리 다다미방에 기거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1978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자택에서 촬영한 이상욱 화백(왼쪽)과 이 화백이 친필로 쓴 ‘작가의 말’(1974. 8. 31). 이상욱 개인전 ‘더 센테너리’에 아카이브로 나온 전시품을 다시 촬영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과연 아버지의 작업이 선구적인 추상이란 걸 아들은 알고 있었을까. “그땐 세상의 모든 그림이 다 그런 줄 알았다”며 홍기 씨가 웃는다. “아버지는 평생 추사 김정희를 연구했다. ‘내 선생은 김정희’란 말도 자주 했고.” ‘서체적 추상’이란 게 거기서 나왔을 거란다. “필체나 서체를 모방한 것과는 다르다. 감정·감흥·사상·생각을 묻혀 내려 한 거다.” 이번 40여점 전시작은 모두 이 집에서 나왔다. “한 점의 대여도 없다”고 했다. 덕분에 그간의 세월이 어슴푸레 보인다. 작품을 지켜내야 하는 유족의 숙명 같은 거 말이다. “아버지가 다작은 하지 않으셨다. 정확하진 않으나 유화 200여점, 판화 200∼300여점이 현재 남아 있다. 1940∼1950년대 초기작은 망실이 많다. 당시 매체에 소개된 흑백사진은 있으나 정작 원작은 없는 경우다. 1960∼1970년대 여유롭지 못한 시절, 약주 좋아한 아버지가 술값 대신 내놓기도 많이 하셨을 거다.” 이상욱 화백의 장남 이홍기 씨가, 이상욱 개인전 ‘더 센테너리’가 열리고 있는 학고재갤러리에서 아버지 작품들을 배경으로 섰다. 뒤편 오른쪽부터 ‘작품 84’(Work 84·1984·130×130㎝), ‘무제’(1982·93×93㎝), ‘흑과 백’(Black and White·1970·103×103㎝·부분)이 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추상으로도 못내 지우지 못한 서정의 두께 전시는 초기부터 말년까지 화백의 평생 작업을 꿰뚫고 있다. ‘풍경’(1958·74×92㎝)을 시작으로 타계 한 해 전 그린 ‘흔적’(1985·220×220㎝·2점)까지, 화업의 가운데 토막을 옮겨놨는데. 그중 ‘흔적’은 유화로선 화백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1950∼1960년대 두툼한 화면이 정점을 찍고, 1970년대 조금씩 옅어지다가 말년엔 ‘수묵화화’한 작품의 정수를 모았다고 할까. 40여점 중 판화가 1점, 나머진 모두 유화다. 당시 화단에 녹아든 추상은 바다 건너의 추상과는 결이 달랐다. 사실 ‘한국적’이란 말 외에 적당한 용어가 없다. 화백의 서정적 추상도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해이고 구름이고 산인 형체가 단순하게 변형한 선과 면에 따라나오는 식이다. 추상으로도 못내 지우지 못한 구상의 흔적까지 잔뜩 묻혀낸 것은, 말로는 형용이 어려운 그리움 때문이었을 터. 이상욱 개인전 ‘더 센테너리’가 열리고 있는 학고재갤러리에서 한 관람객이 전시작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독백’(Monologue·1975·132×132㎝), ‘작품 75’(Work 75·1975·132×132㎝), 작품 75-A’(Work 75-A·1975·132×132㎝)가 나란히 걸렸다. 도상은 그대로이나 색과 형체가 점점 옅어지는 경향을 보인 1970년대 작품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상욱 개인전 ‘더 센테너리’가 열리고 있는 학고재갤러리에서 한 관람객이 아카이브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그 위로 ‘작품 79-10’(1979·37×47㎝), ‘작품 79’(1979·35×52㎝), ‘홀로그라프’(Holograph·1960s·33×33㎝·2점), ‘흔적’(Trace·1982·35×52㎝), ‘망향’(Nostalgia·1984·35×46㎝)(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학고재갤러리가 이 화백의 이름을 부른 건 두 번째다. 지난해 새해 첫 전시로 띄운 ‘에이도스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에 이름을 올렸더랬다. 1920년대생 추상화가들의 57점을 내걸었던 전시는 그이들의 삶, 작품세계, 미술사에서의 위상까지 ‘애써’ 가늠했더랬다. 낯익은 서정에, 정감까지 흠뻑 묻힌 그이들이 한국화단에서 주류였던 적이 없던 터라. 지난해가 맛보기였다면 이번엔 본편인 셈이다. 이 화백 ‘개인전’으로는 26년 만이다.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이어 1997년 일민미술관에서 꾸린 회고전이 마지막이었다. 그 고독한 기다림을 이번 전시가 드디어 깼다. 29일까지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이상욱 개인전 ‘더 센테너리’ 전경. 앞쪽에 걸린 ‘망향 76’(Nostalgia 76·1976·20×25㎝) 뒤 안쪽으로 ‘독백’(Monologue·1970·103×103㎝)이 보인다. 두 작품 모두 고향 함흥을 향한 이 화백의 그리움이 얹혀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23.07.07 I 오현주 기자
조응천 "추미애, 조국과 손 잡고 신당 만들 것"
  • 조응천 "추미애, 조국과 손 잡고 신당 만들 것"
  •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행보에 대해 “저는 (추 전 장관이) 민주당 내에서 정치를 하려는 마음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조국(왼쪽)·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사진=뉴스1)조 의원은 이날 오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전 장관이)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들을 포섭하려는 ‘탁란(托卵) 정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퇴를 부추기고, 검찰개혁 실패의 원인을 그들에게 돌리고 있는 추 전 장관의 행보를 이같이 해석했다.조 의원은 추 전 장관이 정치에 복귀하기 위한 명분이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이들을 겨냥했다고 보았다. 그는 “(추 전 장관은 민주당) 대표도 역임하시고 할 건 다 하셨던 분인데 정치 재계를 하시려니까 명문도 필요하고 또 근거지도 필요하니 소위 강성 지지층들을 다시 자신의 지지층으로 이렇게 데리고 오려고 하는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추 전 장관의 최근 태도에 대해 뻐꾸기가 다른 둥지에 알을 낳아 대신 키우게 하는 ‘탁란’에 빗댔다. 그는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남의 새는 그게 뻐꾸기 알인 줄 모르고 품어주고 모이를 물어다 주는데 나중에 뻐꾸기 새끼가 훨씬 더 커서 자기 새끼를 다 잡아먹는다. 그리고 둥지를 차지한다”며 “(추 전 장관은) 민주당 내에서 정치하려는 마음은 없는 것 같다. 문 전 대통령까지 이렇게 비난을 하고 전방위적으로 난사를 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결국은 조 전 장관과 손을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앞서 추 전 장관이 이재명 대표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과 관련 “방향이 다르면 백지장을 맞들면 찢어진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선 “이 대표는 어떻게든 지금 당권을 쥐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끌어안고 통합을 해서 당력을 모아가야 하는 그런 입장인 데 비해 추 전 장관은 선명성을 강조하고 저런 결이 다른 사람하고는 갈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이어 그는 “안 그래도 취약한 상황에서 이게 구심력을 가장한 원심력으로 작용하게 되면 굉장히 혼란한 상황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아울러 금태섭 전 의원과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추진하고 있는 ‘초당적 대안신당’에 대해서 조 의원은 “처음 시작은 민주당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신 것 같은데 자체 상품을 뭘 내놓으셔야지 기존 상품을 비판하는 거로 시작하셔서는 그렇게 히트를 칠 수 있겠느냐. 자체 득점 포인트가 별로 없는 거 아니냐, 그게 조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2023.07.06 I 이상원 기자
‘아씨 두리안’ 현대 시대에 불시착한 아씨들… 변기물 보며 "참 맑다"
  • ‘아씨 두리안’ 현대 시대에 불시착한 아씨들… 변기물 보며 "참 맑다"
  • 사진=바른손스튜디오, 하이그라운드[이데일리 스타in 유준하 기자] ‘아씨 두리안’ 박주미와 이다연이 시공간을 초월하게 된 비밀과 함께 전생에서 그리워했던 인물들을 현생에서 다시 만나면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제대로 저격했다.쿠팡플레이가 디지털 독점으로 제공 중인 토일드라마 ‘아씨 두리안’이 1, 2회에서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운명의 대서사시로 베일을 벗은 가운데 3, 4회에서는 두리안(박주미 분)과 그의 며느리 김소저(이다연 분)가 어느 날 갑자기 시공간을 초월해 현대 시대에 불시착하게 된 배경과 현생에서 얽히고설키게 된 인물들의 역동적인 이야기가 전개됐다.김소저는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 언(유정후 분)을 만나 평생의 사랑을 약속했다. 언도 김소저의 고운 자태와 아름다운 마음씨를 알아보았고, 두리안은 그런 아들 내외를 바라보며 흐뭇했지만 마음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언이 돌연사한 것.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해준 언이 죽자 김소저는 식음을 전폐하고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드렸고, 이내 따라 죽겠다며 야밤에 도주까지 했다. 이를 발견한 두리안이 쫓아가 관에 드러누운 며느리를 끌어내리려던 찰나에 날벼락과 함께 묘한 빛 현상이 일어나면서 두 사람 모두 시공간을 초월해 현생으로 넘어가게 됐다.시공간을 뛰어넘은 이후 맞닥뜨린 세상은 너무나 생경했다. ‘현생 못알못’인 두리안과 김소저는 최첨단 물건들을 보고 놀라거나 환호하는 등 엉뚱한 모습으로 큰 시청 재미를 더하며 연신 폭소를 유발했다. 현대식 화장실의 편리한 기능들을 접하고 놀라는 모습부터 생전 처음 맛보는 쨈이 발린 빵의 달달한 맛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모습까지 두리안과 김소저에게 갑자기 나타난 최첨단 세상은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도 모자라 변기에 고인 물이 “참 맑다”라고 감탄하며 세수를 하고, 사람들이 휴대전화에 대고 말을 하자 “쇳덩이에 말을 하는 게 놀랍다”라며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인공지능으로 텔레비전이 켜지자 뒷걸음질을 치는 등 단단한 성품에 절제된 카리스마를 지닌 두리안과 사랑스러우면서도 똑 부러지는 매력의 소유자 김소저의 대비 되는 모습 속 찰떡 호흡과 순도 높은 캐릭터 싱크로율이 장면마다 터지며 빅재미로 피어났다. 이 과정에서 배우 박주미와 이다연은 인물에 완전히 스며든 스펀지 같은 연기력으로 전개에 흥미진진함을 더했다.기이한 두 여인과 얽히게 된 재벌가 단씨 집안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도 몰입감 있게 전개됐다. 시어머니 백도이(최명길 분)의 칠순 파티에 참석한 단씨 집안의 둘째 며느리 이은성(한다감 분)이 별장 연못에서 기어 나온 두리안과 김소저를 우연히 거둬주게 되면서 전생과 현생 인물들이 뒤엉키는 운명의 소용돌이가 펼쳐지게 된 것. 두리안은 전생에서 하늘나라로 허망하게 먼저 떠나보내게 된 뒤 그토록 그리워했던 돌쇠(김민준 분)를 단치감이라는 남자로 다시 만나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애틋했으며, 자신에게 모질게 대했던 시어머니 김씨를 현생에서 단치감의 엄마이자 백도이 회장으로 다시 마주하게 되자 입을 떼지 못할 정도로 경악했다.이외에도 단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내놓으려고 했던 죽은 서방님을 현생에서 유명 배우 단등명(유정후 분)으로 다시 만난 김소저는 음소거 눈물과 함께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타까워해 두 사람 사이에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또한 4회 말미에서는 시어머니 백도이를 향한 사랑 고백으로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첫째 며느리 장세미(윤해영 분)가 술에 취한 시어머니를 애틋하게 보듬는 과정이 그려지면서 금기된 돌직구 사랑이 몰고 올 엄청난 후폭풍과 곧이어 맞닥뜨릴 파란만장한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을 고조시켰다. 이처럼 ‘아씨 두리안’은 전생과 현생에서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애끓는 로맨스와 신박하면서도 충격적인 전개들의 연속으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회차들을 선사했다.‘언어의 연금술사’ 피비(Phoebe, 임성한) 작가가 최초로 선보이는 판타지 멜로 드라마인 ‘아씨 두리안’은 초반부터 압도적 몰입감과 신박한 서사로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함을 유발하고 있다. 전생과 현생의 현란한 교차라는 참신한 전개 속에서도 기묘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두루 선사하며 여느 판타지 멜로물과는 차별화 된 결을 보여주고 있으며, 매회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로 스트리머들을 빨려들게 만들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피비 작가 특유의 독특한 설정들과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는 티키타카 대사들이 거침없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점차 몰입도를 수직 상승시킬 예정이다.여기에 ‘멜로물의 대가’ 신우철 감독이 섬세하면서도 디테일한 연출력으로 스펙터클한 스토리에 그림 같은 영상미를 선사하고 있어 완성도 높은 판타지 멜로물이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제작진의 정교함에 박주미, 최명길, 김민준, 한다감, 전노민, 윤해영, 지영산, 유정후, 이다연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파격적인 연기 한 스푼이 얹어져 막강한 인기 화력으로 작용하고 있다.쿠팡플레이가 디지털 독점으로 제공 중인 토일드라마 ‘아씨 두리안’은 매주 토일 오후 10시 30분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2023.07.03 I 유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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