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올 조합설립인가만 10곳…연말 첫 완공 단지 나와
규모가 작아 정비사업에서 소외됐던 소규모 사업장들이 속속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들어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을 설립해 인가를 받은 단지는 서초·강남구 등 강남권 연립주택을 비롯해 모두 10곳에 달한다. 현재 서울 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은 전체 21곳으로 1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2012년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존 저층 주거지의 가로망을 유지하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사업 대상지는 도로로 둘러싸인 가로구역 중 규모가 1만㎡ 이하이면서 기존 주택 수가 20가구 이상인 곳이다.
‘미니 재건축’이라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사업 속도다.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정비계획 수립 및 구역 지정, 추진위 단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조합설립에 나설 수 있다. 사업 기간은 3년 안팎으로 통상 8년 이상이 걸리는 재건축사업의 절반에 불과하다.
정비사업을 통한 주거 환경 개선 기대감에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달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구로구 칠성아파트는 매매가격이 올 들어 4000만원 가량 올랐다. 강남권에 속한 단지는 몸값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지난 6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서초구 한신빌라 전용 60.5㎡형은 설립인가 직전인 5월 6억 7000만원에 팔렸는데 1년 새 1억 5000만원 가량 값이 오른 가격이다.
내년 특례법 시행…사업 더욱 탄력받을 듯
정부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규모가 작아 시공사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고 사업비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합과 공동시행자로 참여하는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지난해 말 도입했다.
지난 3월 인천 석정지구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이 LH 참여형 방식으로 처음 설립됐고 이를 포함해 올 들어 3개 지구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LH 도시정비사업처 관계자는 “주민들이 사업 참여를 요청한 50여곳의 사업장에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10개 사업장의 조합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빈집법)이 시행되면 이 같은 사업은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해당 법률은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규정돼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대상을 보다 명확히 하고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도시·건축 심의를 통합해 진행하고 사업시행·관리처분계획인가를 한번에 받을 수 있도록 해 사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또 현행법상 도로 및 광장, 공원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경우에만 사업 대상인 가로구역으로 인정했던 것에서 사업시행자가 사도(사설도로)를 설치하는 경우도 대상으로 확대됐다. 김호철 단국대 교수(한국도시재생학회장)는 “기존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구역 지정 요건이 까다로워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는데 내년 특례법 시행으로 사업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 규모가 작다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정비사업인 만큼 조합이 유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김지은 SH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비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대기업이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만큼 사업 시작 전에 SH와 LH 등에서 제공하는 사업성 분석 서비스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