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동행할 경제인 52명의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같은 대기업 총수와 함께 이기승 한양 회장, 박성택 산하 회장 겸 중소기업중앙회장, 장정호 세원셀론택 대표이사를 포함해 중견이나 중소기업 경영자가 포함했다.
이번 순방은 새 대통령의 첫 외교활동이다. 게다가 상대가 초강대국이자 우리의 가장 큰 우방인 미국이다. 수행단에 포함되느냐 여부가 해당 인사나 산업계에 대한 새 정부의 시각이 고스란히 녹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때문에 명단에 포함된 곳은 표정관리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 미국 방문길에는 이전 정권에서 단골로 포함했던 정통 금융권 인사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는 게 특징이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포함됐지만 IT 스타트업 대표 성격이 강해 정통 금융산업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이번에 문 대통령을 동행하는 경제인들은 이전 정부와 달리 민간인 대한상의 주도로 참석자를 꾸렸다. 대미 교역이 많은 기업이나 협력 가능성 큰 곳을 중심으로 협회나 단체보다는 기업 위주로 선정했다는 게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경제인단 선정에 앞서 대한상의는 은행연합회를 비롯해 주요 금융사에 문 대통령의 방미 경제인단 참석 의향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주요 금융사 수장들은 일정을 비워놓는 등 일면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롯데와 포스코, KT 등 대표적인 대기업도 미국과의 교역이나 투자 면에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제외자 금융권도 어느정도 수긍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은 대표적인 내수업종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긴 하지만 주로 동남아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데다 미국 법인이 있어도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교포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경제인단 선정 기준에 못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 줄 선물 보따리 풀 수 있는 기업인과 동행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새 정부는 서민금융을 앞세워 카드 수수료나 보험료 인하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의 관심이 큰 금융 정책·감독 당국의 사령탑 인선도 미뤄지며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개발시대에 금융은 제조업을 지원해주는 보조기능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금융산업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미래 지향적으로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