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휴직서 내밀자 “회사에 불만 있어?”…男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작은육아 3부 '어린이집부터 아빠육아까지'
작년 남성육아휴직 전체의 8.5% 그쳐
육아휴직 선례 막으려고 병가처리 권유도
휴직내도 난관, 평일 아이와 문화센터 가면 "잘렸나"
전문가들 "CEO들이 인식 안바꾸면 백약이 무효"
  • 등록 2017-08-18 오전 6:30:00

    수정 2017-08-18 오전 8:10:58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우리사회에서 육아는 엄마의 몫이다. 육아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시간은 평일 1.3시간(만 3세 기준) 주말 4.1시간이다. 반면 엄마는 평일 3.5시간, 주말 7.5시간이다. 전업주부는 평일 6.9시간, 주말 7.5시간이다. 주말에는 워킹맘도 전업주부와 동일한 육아부담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아빠육아의 가장 큰 적은 회사다. 장시간 근로와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인식은 워킹맘 뿐 아니라 부부공동육아를 꿈꾸는 아빠들에게도 넘기 힘든 장벽이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남성육아를 확대하려면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절대 시간을 지원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며 “회사의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아빠 “육아휴직 내려니 회사가 반대” 42.2%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총 7616명이다. 이는 전체 육아휴직자(8만 9834명) 중 8.5%에 불과하다. 남성에도 1년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나라는 경제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 뿐이다. 부부 중 두번째 육아휴직자에게 지급하는 ‘아빠의 달’ 급여상한액도 최근 최고 20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정부는 아빠육아를 독려하기 위해 파격적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아빠도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라’고 등을 떠밀고 있지만 좀처럼 육아휴직자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아빠육아에 부정적인 우리사회의 인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2%는 육아휴직 신청 시 회사가 반대하는 분위기였다고 답했다. ‘찬성’은 16.0%에 불과했다. ‘특별히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반응이 없었다’는 41.8%였다. 특히 사무직 남성직원의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차갑다. 반대가 47.9%, 찬성은 10.1%였다.

10개월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남형균(가명·34)씨는 “육아휴직 얘기를 꺼내자 ‘아이는 엄마가 보는 거 아니냐’ ‘회사에 불만 있느냐?’ 등의 반응이 돌아왔다. 진급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육아휴직을 나라에서는 쓰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빠들이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낼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육아휴직 대신 병가 처리하겠다는 회사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승국(가명·38)씨는 맞벌이를 하다 회사를 쉬고 아이를 돌보는 아내를 보면 안쓰럽다.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가는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볼까 싶었지만 엄두도 못 낸다.

김씨는 “우리 회사에서는 남녀를 통틀어 육아휴직을 쓴 사람이 아예 없다. 대체인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육아휴직자가 돌아와서 다시 업무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장은 육아휴직을 시킬 바에 아예 퇴사를 유도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사장 A씨(64)은 “여직원이 육아 출산으로 자리를 비워 공백이 생기는 것도 타격이 큰데 남자직원들까지 육아휴직을 하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은 “불가피하게 육아휴직을 낼 수밖에 없던 처지의 남성에서 회사 측에서 육아휴직 대신 병가처리를 권유해 결국 받아들인 사례도 있다. 첫 케이스를 만들면 확산할 것을 우려한 회사 측의 꼼수”라며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남성육아휴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회사 경영진의 인식개선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은 “육아휴직을 특별한 경우에만 가는 게 아니라 부모가 되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아이 돌볼 시간을 갖게 하는 게 정상적인 사회”라며 “CEO들부터 솔선해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독려한다면 (남성 육아휴직을 특별한 경우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 돌보는 아빠는 무직자·실업자

육아휴직한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나 선입견은 회사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육아휴직 중인 김도훈(35)씨는 아이와 함께 평일 낮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종이접기 수업을 들었다. 김씨는 문화센터를 찾을 때마다 자신을 두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저 아빠는 왜 맨날 와?’ ‘젊은 사람이 회사서 잘린 거 아냐?’라고 뒷말을 하는데 해명을 할 수도 없고 답답했다”며 “문화센터 뿐 아니라 평일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보면 실업자나 백수 취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내고 6개월째 아이를 돌보는 최성한(30)씨는 엄마들만의 커뮤니티에서 소외되는 데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같은 어린이집을 보내는 엄마들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가끔 키즈카페에 모여 아이들이 함께 놀게 하자거나 현장학습을 가자는 공지가 뜬다. 같이 하고 싶지만 엄마들이 불편해 할게 뻔해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 육아휴직을 쓴 아빠들의 만족도는 높다.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냈다는 만족감은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중요한 경험이어서다.

육아휴직을 쓴 아빠들에게 ‘육아휴직 신청 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나?’라고 묻자 10명 중 8명(79.3%)가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육아휴직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자녀교육·유대강화) 76.4% △부부간 의사소통 등 가족관계에 도움(12.0%) △재충전의 시간 확보(10.1%) 등을 꼽았다.

최씨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아이와 어려 일을 함께 하면서 든 행복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언젠가 둘째가 태어나면 다시 한번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들을 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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