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기업 41%는 전직원이 연차 소진한다?'

노동硏 국내 1570개사 대상 근로시간 실태조사
연차수당 지급하지 않은 것 661곳으로 나타나
고용부 661곳 중 97.4%는 연차 전직원 소진 해명
인사담당자 설문조사로 수당 미지급 여부 확인
수당, 휴가 다 안줬다고 답한 1.8% 기업이 비정상
  • 등록 2017-03-27 오전 6:30:00

    수정 2017-03-27 오전 6:30:00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1570개 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곳은 661곳으로 나타났다. 한 대기업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644개 회사는 전 직원이 연차휴가를 다 썼다고 응답했어요. 휴가를 다 썼기 때문에 미사용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었던 것이지 주지 않은 것은 아니죠. 통계가 왜곡됐어요.”

본지는 지난 20일 국내 사업체 10곳 중 4곳은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이하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1570개 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곳은 661곳으로 전체의 42.1%에 달했다는 게 골자다.

최근 기업들이 휴가촉진제를 방패삼아 근로자들에게 연차 수당을 주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기사를 내보냈다. 휴가촉진제는 근로자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2003년부터 도입했지만 이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은 직원들이 연차를 소진하지 않아도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소멸한다.

기사가 나가자 고용부는 “전체 조사 대상 기업 중 644곳은 휴가촉진제나 회사 방침을 통해 연차휴가를 다 소진한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이들 기업은 근로자들이 휴가를 다 썼기 때문에 연차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머지 926곳은 연차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업체(휴가촉진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로, 이중 98.2%(909곳)가 수당을 지급했다. 실제로 17개 업체만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661곳 중 644곳(97.4%)은 전직원이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해서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 주지 않은 게 미지급으로 잘못 잡혔다는 것이다. 이는 조사 대상 기업(1570곳) 중 41%(644곳)는 전 직원이 연차를 모두 소진한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과연 644개 기업은 직원들에게 휴가를 다 쓰게 했을까.

정부의 해명은 허점투성이다. 특히 조사방법부터 문제다. 이번 조사는 실제 연차소진 여부를 파악한 게 아니고 해당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거짓으로 답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직원들이 연차를 다쓰지 못했는데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1.8%(17개)의 기업 담당자들이 비정상이다.

정부에 ‘휴가촉진제 사용 기업들 중에서도 휴가를 정말로 다 쓰게 하는 지 파악할 수 있냐’고 묻자 관계자는 얼버무렸다. 결국 고용부 담당자는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있다”고 털어놨다.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곳은 이름을 대면 알만한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최근 SNS 상에서 한 IT 벤처기업이 자사의 복지 혜택 중 하나로 ‘상사에 허락받지 않고 아무때나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꼽은 게 화제가 됐다. 법으로 보장된 당연한 권리가 복지가 되는 세상이다.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해 보면 휴가촉진제를 도입한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연차를 썼다”는 말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헛소리다.

기업 10곳 중4곳은 전직원이 모든 연차를 다 쓴다는 못믿을 소리가 진실이길, 그리고 모든 회사의 모든 직원이 법이 보장하는 휴가를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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