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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는 오래전부터 극명하게 엇갈렸다. 머스크가 제시하는 혁신적 아이디어들이 일부 투자자들에겐 현실 불가능한 ‘사기’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의 발언과 행동이 법 테두리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수위인 경우가 적지 않았던 영향도 크다.
최근에도 머스크의 ‘문제적’ 언행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전기자동차(테슬라)와 우주탐사업체(스페이스X)를 이끄는 혁신기업 CEO인지, 암호화폐 시세조종 작전꾼이지 알 수 없을 정도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데일리가 13일 머스크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3일까지 게재한 트윗(240건)·리트윗(47건)을 주제별로 분석한 결과, 암호화폐(가상자산)와 관련한 게시물이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우주(29건), 환경(15건)이 뒤를 이었다. 로켓 발사와 주가 상승을 동시에 뜻하는 ‘문샷’(moonshot), ‘달을 향해’(to the moon) 등 은유적인 표현이 담긴 내용과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과 영상) 등 누리꾼들 사이에서 해석이 분분한 트윗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키워드별로 살펴보면 ‘우주’(Space)가 29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다음으로는 ‘도지코인’(Dogecoin) 18회, ‘지구’(Earth) 11회, ‘암호화폐’(Cryptocurrency) 7회, ‘비트코인’(Bitcoin) 6회, 탄소(Carbon) 4회 등의 순이었다. 머스크의 최근 관심사가 우주와 암호화폐에 쏠려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머스크, 암호화폐 ‘쥐락펴락’…입만 열면 시세 요동
머스크는 올 들어 암호화폐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트윗을 올릴 때마다 비트코인부터 도지코인까지 각종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요동쳤다.
테슬라는 지난 2월 15억달러의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3월 비트코인을 정식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20% 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이날 머스크 CEO의 트윗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코인당 5만2000달러(약 5800만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머스크의 트윗이 암호화폐 또는 주식 시장에 영향을 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일에는 미국 유명 TV쇼 ‘SNL’에 출연해 풍자 뉴스 코너에서 금융 전문가 게스트를 연기하며 뉴스 진행자에게 “도지코인은 세계를 장악할 금융수단”이라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나 뉴스 진행자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그래서 도박(hustle) 아니냐”라고 되묻자 머스크는 체념한 듯 “도박 맞다”고 답했다. 방송 직후 1시간 만에 도지코인 가격은 한 때 30% 폭락했고, 이후에도 15% 하락한 시세를 유지했다.
반전은 다음날 곧바로 이뤄졌다. 다음날 머스크가 트위터에 “스페이스 X는 내년 도지-1 위성을 달로 보낼 것이다. 프로젝트 자금은 도지코인으로 마련하겠다”고 게재하자 도지코인 가격은 다시 20% 급등했다.
결국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머스크 CEO를 증권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수많은 투자자들도 그가 허위·오도된 정보를 유포해 테슬라 주가를 조작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으로 머스크 CEO는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2000만달러(약 226억원)의 벌금을 냈다.
‘비트코인 채굴=화석연료’…“머스크가 몰랐을리가”
한편 전문가들은 이날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과 관련, 머스크 CEO가 비트코인 채굴에 막대한 화석연료가 쓰인다는 사실을 몰랐을리 만무하다며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뉴사우스웨일스대의 금융전문가인 마크 험프리-제너 교수는 CNN방송에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받기 전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던 환경문제”라며 “테슬라 경영진의 급작스러운 결정이 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머스크는 이날 또다른 트윗에서 “테슬라가 (비트코인 대신) 도지코인을 받아들여야 할까?”라며 찬반 투표를 진행해 도지코인 결제 허용 가능성을 암시했다. 테슬라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비트코인 2억 7200만달러(약 3022억원)어치를 매각해 1억1000만달러(1220억원)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도 탐탁치 않은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