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한 제보자는 지난 2022년 12월 25일 새벽 5시 30분경 파주의 한 병원에서 이기영을 봤다고 했다. 당시 응급실로 이송된 이기영은 “무려 5시간 동안 물고문과 쇠파이프 폭행을 견디다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스스로 주장했다. 또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살려주세요”라며 겁에 질린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피범벅이었던 그의 얼굴은 제보자의 뇌리에 강한 잔상으로 남아 있었다.
얼마 뒤 제보자는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따라 살해한 파주 연쇄살인범 이기영의 얼굴을 뉴스로 접하게 됐고, 병원에서 보았던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날 새벽 술김에 모르는 사람들과 다투다가 다친 상처를 잔혹한 고문의 흔적이라고 위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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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택시기사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이기영의 아파트를 수색하던 경찰은 집주인이자 동거녀였던 B씨의 행방이 묘연한 사실을 발견했다. B씨 역시 지난 8월 이기영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기영은 생활비 문제로 다투다 홧김에 집어던진 렌치에 동거녀가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우발적으로 우연히 연쇄 살인을 저지르게 됐다”는 그의 주장과 관련해 그의 지인들은 “허언증 같으면서도 믿게 되는 거다” “열 개 거짓말하고 하나 맞으니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기영은 ‘수많은 건물을 보유한 건물주’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성공한 CEO’ 등 거짓된 이력으로 주변인들을 현혹시켜왔다. 그의 본 모습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기영과 사실혼 관계였던 동거녀 B씨 역시 그런 이기영을 굉장한 자산가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던 이기영은 송치 하루 전 ‘경찰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대전차 방어시설물 92포인트’를 지목했지만, 지금까지도 동거녀 B씨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범죄 프로파일링 전문가들은 “거짓을 연기하기보다 거짓 자체로 살아온 이기영만의 특이한 거짓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터무니없어 보이면서도 ‘약간의 진실’이라는 트릭이 있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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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두 건의 살인 범행 이후 피해자들로부터 1억 3000여만원의 금전을 편취하고 범행을 은폐하려고 피해자들의 행세를 하기도 했다.
또한 이기영이 지난해 8월 한 펜션에서 촬영된 제보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영상 속에는 목줄을 채운 고양이 한 마리를 수영장에 빠뜨린 이기영의 모습이 담겼다. 이기영은 고양이가 괴로운 듯 발버둥 치자 흥미롭다는 웃어보인다. 그는 밖으로 나가려는 고양이를 수영장 한가운데로 다시 옮겨놓기도 했다.
전문가는 이기영의 행동을 두고 사이크패스적 성향이 엿보인다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 특징 중 가장 먼저 꼽히는 게 동물 학대다. 저렇게 (고양이를 괴롭게) 하면서 웃는 모습이 아주 끔찍하다”고 했다.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 역시 같았다. 이기영에게서 자기중심성, 반사회성이 특징이고 본인의 이득이나 순간적인 욕구에 따라 즉흥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감정과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사이코패스 성향이 관찰됐다는 것.
또 폭력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평가돼 검찰은 이기영에 대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는 확보됐으나,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면서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전담수사팀을 통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