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른 회복”…SK하이닉스, 달러채 2조 잭팟 이유 있었다

[마켓인]
SK하이닉스, 수요예측 흥행은 기대감 반영된 결과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확대가 반등 주도
시설투자 확대 가능성…채권시장 훈풍으로 작용
  • 등록 2024-01-11 오전 6:43:33

    수정 2024-01-11 오전 6:58:38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특화 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제품 단가를 끌어 올린 덕분입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개선폭을 키우며 채권시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SK하이닉스(000660)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2조원 규모의 달러채를 발행하면서 ‘잭팟’을 터뜨린 것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반등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연초 채권시장에도 훈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해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 업황이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확대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됨에 따라 반도체 관련 채권 발행량도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익성 둔화로 몸을 잔뜩 웅크렸던 기업들이 다시금 시설투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시장 문을 두드릴 것이란 분석이다.

정성훈 NICE신용평가 실장은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가 증가했다”며 “덕분에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됐다. 채권 발행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지난해 비중이 10%에 불과했던 HBM이 올해 평균 3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예견된 일…반도체 채권 수요 몰린다”

이같은 기대감은 SK하이닉스가 지난 9일 진행한 달러채 수요예측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3년물과 5년물에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 보다 180bp(1bp=0.01%p), 200bp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으나 수요예측 과정에서 65억 달러(한화 약 4조8677억원)가 몰렸다. 덕분에 최종적으로 가산금리는 145bp(1bp=0.01%p), 167bp 수준에서 결정됐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15억 달러(한화 약 1조9762억원)를 조달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예상했던 일이라는 평가다. 공급 과잉으로 곤두박질쳤던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로 돌아선 만큼 기대감 역시 높다는 설명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4년 1분기 D램 고정 가격이 전분기 대비 약 13~1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초 SK하이닉스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연말에 안정적으로 재상향한 데에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S&P는 지난해 12월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2월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린 뒤 10개월 만의 일이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S&P가 연초 SK하이닉스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했다가 연말에 다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이러한 점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읽혀 SK하이닉스의 달러채 발행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마찬가지로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해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어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나서지 않았다. 현재 한기평과 NICE신평, 한국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2년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을 당시에도 변동이 없었다.

송 실장은 “반도체 업황 주기 진폭이 짧고 깊은 경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실적만 보고 등급 방향성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2023년 하반기부터 회복세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고 최근까지의 모습은 예상했던 경로에 부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도 “올해 D램 중심으로 메모리 시황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슈퍼사이클은 아니지만 올해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했을 때 더욱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HBM3E’.(사진=SK하이닉스)
반도체 사이클 강하고 짧아진다

전문가들은 향후 반도체 시장의 호황과 불황 주기가 점차 짧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과점 체제로 변모하면서 수요와 공급에 따른 변수가 이전보다 최소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시장 참여자가 적은 D램 시장에서 이같은 특성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 실장은 “과거에는 D램 시장에 참여자들이 많아 빠르게 감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불황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했다”며 “이 영향으로 불황이 좀 더 지속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최근에는 3사가 사실상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르게 감산에 나서며 수요 감소에 빠르게 대응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업황 주기가 과거보다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도 “D램만 놓고 보면 제조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곳밖에 없다보니 업황이 악화됐을 때 감산 등 대처가 과거 대비 용이해졌다”며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된 것은 이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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