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日원전 오염수' 관련 美 역할 희망…케리 특사 "개입 부적절"

방한한 존 케리 美 기후특사 기자간담회
日 원전 오염수 방출 관련 美 역할 질문에
"이미 진행되는 절차에 뛰어드는 것 부적절"
정의용 외교장관의 협조 요청 사실상 거부
  • 등록 2021-04-19 오전 12:00:00

    수정 2021-04-19 오전 12: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일 관계가 기존 과거사 문제에다 일본의 일방적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결정까지 더해져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중재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방한 중인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18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논란 해결을 위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핵심은 (방출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는 데 있다”면서 “미국은 일본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IAEA가 아주 엄격한 절차를 수립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한국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일본과 IAEA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 당장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미 진행 중이고 매우 명확한 규정과 기대치가 있는 절차에 미국이 뛰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1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한 미국대사관)
케리 특사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은 방류 결정 자체에 반대하지 않으며 IAEA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없으면 개입할 의사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국내외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보관 중인 방사성 오염수의 후속처분 방안으로 해양 방출을 확정했다.

이 오염수에 남아 있는 삼중수소(트리튬)·탄소14 등의 방사성물질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용수 기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바닷물로 희석시킨 뒤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보관돼 있는 방사성 오염수는 약 125만톤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 희석 처리 등에 필요한 설비가 갖춰지는 2년 뒤부터 바다로 흘려보낼 계획이다. 기간은 약 30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 및 환경단체들은 오염수를 희석하더라도 바다로 흘러들어갈 방사성 물질의 총량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생태계 및 환경 파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전날 케리 특사와 만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관련해 우리 정부와 국민의 심각한 우려를 미 측에 전달했다. 아울러 일본이 국제사회에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이 관심을 가지고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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