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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매매 가격은 3억5204만원이다. 2년 전 같은 달(2억6001만원)과 비교하면 35.3% 올랐다. 지난해부터는 거래량도 아파트를 앞서고 있다.
빌라 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데 개발 호재가 한몫했다. 그간 재개발이 어려웠던 노후 주거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나서서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빌라 매수세에 불이 붙었다. 공공 재개발 예정지에 빌라를 사두면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어서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공약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기대감은 민간 재개발로도 번졌다.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설계도만 보고 빌라를 분양받는 ‘입도선매’ 선분양도 성행했다.
이후 공공 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공공 주도로 도심 역세권·저층 주거지·준공업 지역을 고밀개발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사업), 신속통합기획(공공이 민간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대신 인·허가를 간소화해주는 제도) 재개발 후보지가 속속 공개되고 있지만 빌라 투자자들 희비는 갈리고 있다. 권리 산정 기준일 탓이다.
재개발 유형마다 권리 기준일 제각각…까딱하면 현금 청산
권리 산정 기준일을 정하는 건 새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토지 지분을 잘게 쪼개 사고파는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서다. 한 필지를 여러 개로 쪼개는 행위나 △단독·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해 소유자를 늘리는 행위 △한 대지 범위 안에 속하는 동일인 소유 건축물을 토지와 건물 등으로 분리 소유하는 행위 △토지 소유자를 늘리는 건축 행위 등이 권리 산정 기준일에서 제재하는 대상이다.
권리 산정 기준일 이후 이런 행위로 토지 등을 취득한 소유자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현금청산을 받고 토지 등을 수용당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금청산 가격은 감정평가를 통해 책정하는데 통상 시세보다 낮게 매겨진다. 주택 취득·보유에 들어간 세금과 중개보수 등을 생각하면 자칫 손해를 보고 땅을 내줘야 할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은 같은 재개발이라도 권리 산정 기준일이 다르다. 공공 재개발 사업은 1차 후보지는 2020년 9월 21일, 2차 후보지는 지난해 12월 30일이다. 신통기획 재개발은 1차 후보지는 지난해 9월 23일, 이후 선정되는 후보지나 공모 참여 지역은 이달 28일이다. 다만 신통기획 재개발 신청 지역 중 2023년까지 재개발 사업이 확정되지 않으면 이후 권리 산정 기준일을 다시 정한다. 도심 복합사업에선 지분 변동과 상관없이 지난해 6월 29일 이후 토지를 취득한 사람은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현금 청산자 많은 지역은 재개발 선정 어려워
재개발 후보지에선 권리 산정 기준일을 두고 빌라 소유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달 말 이후 완공되는 빌라를 분양받은 사람은 날벼락을 맞았다. 2023년까지는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더라도 입주권을 받을 수 없어서다. 일부 소유자는 물건을 급매로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미 찬밥이 됐다. 광진구 자양동 N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을 하루아침에 지을 수 있냐. 2년간 발이 묶여 우리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일부 재개발 추진 지역에서 권리 산정 기준일을 충족하지 못하는 물건까지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 추진 지역에서 부동산을 매매할 때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공인중개사가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명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금청산 대상자들 불만이 커지면서 국토교통부는 제도 개선을 준비 중이다. 다만 구제 조치가 기존 후보지에도 소급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빌라뿐 아니라 주변에 권리 산정 기준일을 충족하는 빌라가 얼마나 많은지도 변수다. 지분 쪼개기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많은 지역은 재개발 후보지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서울시가 지속해서 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빌라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업별 권리 산정 기준일을 잘 따져봐야 현금 청산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