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로 전락한 특급 농구 유망주[그해 오늘]

2013년 7월 3일, 전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 살인 등 혐의 체포
고교 시절 랭킹 1위 특급 유망주...대학 입학 후 적응 실패로 내리막
자신 무시한다는 이유로 같이 살던 처형 목 졸라 살해 후 암매장
"아내가 죽이라 했다"며 책임 전가까지....2014년 징역 20년 확정
  • 등록 2023-07-03 오전 12:03:00

    수정 2023-07-03 오전 12:03: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고교 시절 국내 랭킹 1위를 다투던 특급 농구 유망주가 십여 년 후 중범죄자가 돼 처절히 몰락했다. 국내 농구계에서 ‘게으른 천재’로 불렸던 정상헌 씨는 번번이 단체 생활 적응에 실패한 끝에 농구계를 떠난 뒤 불과 몇 년 만에 살인범으로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나며 큰 충격을 안겼다.
사진=뉴스1.
2013년 7월 3일, 경기도 화성동부경찰서는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아내의 쌍둥이 언니 최모 씨(당시 32세)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사체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전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당시 31세) 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같은 해 6월 26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화성시 소재 주거지에서 처형인 최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범행 장소에서 약 9km 가량 떨어진 경기도 오산시의 한 야산에 시체를 암매장했다. 살해 후 사체를 이틀 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자신의 차에 싣고 다니기도 했다.

정 씨는 사건 발생 5일이 지난 7월 1일 자신의 아내와 함께 경찰에 최 씨의 미귀가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정 씨는 자신의 아내 및 처형 등과 함께 처가에 살고 있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정 씨가 최 씨의 벤츠 승용차를 중고차 매매 업체에 1200만 원에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정 씨에게 경찰 출석을 요구해 그를 추궁한 끝에 그에게서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정 씨는 경찰에서 최 씨가 자신을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키 192cm의 포인트 가드(point guard)였던 정 씨는 경복고 재학 당시 고교 랭킹 1위로 꼽히던 유망주였다. 뛰어난 패스 감각, 넓은 코트 비전과 높은 점프력, 가공할 득점력까지 두루 갖춰 ‘농구 천재’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탁월한 개인기로 일대일로는 막을 선수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처럼 재능은 차고도 넘쳤지만 멘탈이 문제였다. 한국 농구의 미래로 거론되던 그는 고려대에 입학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엄격한 합숙 생활을 견디지 못해 입학 직후부터 무단이탈을 밥 먹듯 했다. 결국 대학 3학년 때 제적을 당해 잠시 농구계를 떠났지만 정 씨의 아까운 재능을 프로가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2005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해 1라운드 8순위로 대구 오리온스(이후 고양 오리온스-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에 지명됐다. 다시 운동을 하며 20kg 체중 감량까지 성공했지만 프로에서도 수시로 팀을 이탈하는 등 돌출 행동을 반복했다. 이후 울산 모비스 피버스(현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로 팀을 옮겼지만 그의 불성실한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구단에 통보 없이 팀 훈련에 수차례 빠진 끝에 결국 2009년 프로에서 방출되며 은퇴했다.

정 씨의 인생 2막은 선수 때보다 더욱 안 좋았다. 프로 생활을 그만둔 후 일정한 직업이나 고정 수입 없이 방황하던 그는 처가살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처가 식구들과 잦은 갈등이 생겼다. 정 씨는 범행 후 자신의 처형이 평소 “너 같은 놈 만날 것 같아 시집 안 간다”고 말하는 등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처형을 죽이라고 했다”고 거짓 진술하며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또 사망한 처형의 휴대폰으로 지인들에게 문자를 전송하며 피해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정 씨는 사건 발생 이듬해인 지난 2014년 1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역 20년으로 형량이 낮아졌다. 이후 정 씨는 같은 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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