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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019년 8월 22일에 발생했다. 관악구 재개발 지구 안 빌라에 살던 여성 박 씨(당시 41)와 아들 조모 군(6)이 침대 위에서 흉기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됐다.
하지만 용의자를 특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집안 물건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안방의 귀중품도 그대로였다. 피해자들이 불과 30초 만에 다발성 치명상을 입고 사망한 것은 범행의 목적이 살인이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또 피해자들이 상당량의 피를 흘렸음에도 혈흔에 남아 있을 법한 범인의 지문과 족적 등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범행 과정이 치밀하고 깔끔했다. 범인은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 뒤 불까지 끄고 빠져나가는 등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 힘든 여유를 갖고 있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경찰이 주목한 것은 외부 침입이 없던 것과 사망 추정 시간에 유일하게 집에 있었던 사람은 조 씨라는 점이었다. 사건 50일 만에 유력 용의자로 특정됐지만 조 씨가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더군다나 조 씨는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 피해자이고 누구보다 범인을 잡고 싶어 하는 남편이자 아빠”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 씨 측과 경찰의 줄다리기가 이뤄지던 어느 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피해자들의 위 속에 남은 음식물로 사망 시간을 추정했다.
부검 당시 박 씨와 조 군의 위에서는 다 소화되지 않은 죽 형태의 내용물이 발견됐다. 국과수는 “식후 완전히 소화(위에서 소장으로 모두 이동)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통상적으로 식후 6시간 이내 살해됐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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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에서 유일하게 사라진 물건은 주방에 있던 6개의 칼 세트 중 하나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도예가였던 조 씨는 사건 발생 6일 후 기자재 판매 사이트에 자신이 사용한 전기 가마를 매물로 내놓았다. 해당 가마를 구매한 A씨는 “상태가 좋은데 싼 가격에 올라와 바로 구입했다”고 했다.
1000도 이상까지는 전기 가마를 이용해 흉기를 없앴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혈액이 묻은 옷가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흉기는 녹지 않았다.
흉기도, 피해자들의 혈흔이 묻은 옷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조 씨에 대한 살인 혐의는 짙어졌다. 그 배경에는 5년의 결혼생활이 있었다.
박 씨는 고정 수입이 많지 않았던 조 씨에 결혼 전부터 금전 지원을 했으며 결혼 후에는 생활비 및 도예 작업 비용 등으로 매달 2~300만 원을 지원했다. 또 철거를 앞둔 전세 빌라에 지내면서도 남편에게는 수억 원의 대출을 받아 78평형 신식 오피스텔을 매입해 도예 공방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 외 공방의 공과금, 차량 할부금, 작업 도구 및 재료 구입비, 모발 이식 수술비용 등을 아낌없이 지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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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의 통장 잔액은 1900원까지 내려가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됐다. 아내에 이혼을 철회하며 급변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지만 박 씨의 생각은 견고했다. 부모와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쓰던 조 씨는 경마장을 찾았다가 베팅에 성공하면서 매주 2~3회 경마장을 찾았다. 그러나 카드론 대출, 현금서비스 등으로 마련한 800만 원을 베팅하고 전부 잃는 등 경제적 상황은 악화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결혼 6개월 후부터 불륜 관계를 이어온 내연녀가 있었던 그는 내연녀와 월 평균 17회의 만남을 가지는 반면 아내와는 월 1회만 만났다.
조 씨의 부모도 이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내연녀가 일방적으로 아들을 쫓아다녔을 뿐이다. 설사 외도라고 해도 그것이 살인의 동기는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에 제 3자가 침입했을 가능성은 없었으며, 조 씨가 부인과 갈등 관계였다는 점,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였다는 점 등을 범행 동기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 추정 시간 증거는 법의학적 신빙성이 있다”며 “사망 추정 시간과 피고인이 집에 머문 시간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형사재판에서 증거는 반드시 직접증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망 시간 추정이나 3자의 살해 가능성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 살인 동기 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원심이 판결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