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손주가 맞고 산다"…한마디가 살인을 불렀다[그해 오늘]

2014년, 딸 남친 살해 후 암매장한 50대 남녀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남성들 범행에 동참
法 "법절차에 호소 않고 집단폭력으로 살인"
  • 등록 2023-02-06 오전 12:02:30

    수정 2023-02-06 오전 12:02:30

2014년 1월 14일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김씨와 동거남 B씨. (사진=JTBC뉴스 갈무리)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4년 2월 6일. 검찰이 50대 남녀 4명을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6년 전 40대 남성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이들의 범행은 공범 중 1명이 뒤늦게 자수를 하며 드러났다.

50대 여성 김모씨는 2009년 9월 딸과 손주가 딸의 남자친구 A씨로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해 다른 집에 피신해 있다는 것을 알고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김씨는 같은달 동거남 B씨와 및 동거남 지인 2명과 함께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 그는 “당신 딸을 만나고 싶다”는 B씨 제안에 따라 B씨가 피신해 거주하던 주거지로 지인 C씨와 함께 이동했다.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에 김씨는 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피신해 있는 집까지 A씨가 찾아와 괴롭힌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딸로부터 내용을 전해 들은 후 격분했고, 동거남 B씨에게 “딸과 평소 알고 지내던 A씨가 술을 마시고 딸과 손주를 자주 폭행하며 괴롭힌다. 혼을 좀 내달라”고 부탁했고, B씨 등도 이에 동의했다.

김씨 일행이 밤늦게 딸의 주거지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선 A씨가 딸의 머리채를 잡은 채 아파트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후 딸과 함께 있던 다른 가족이 딸을 A씨에게서 떨어뜨린 후 다시 집으로 데려갔고, A씨는 아파트 앞 도로에 있었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김씨는 A씨에게 다가가 “조용한 곳에서 대화를 나누자”고 말한 후, A씨를 차량에 태운 후 다시 강원도 숙소로 차량을 몰기 시작했다. 김씨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모두 A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차량이 이동하던 중 술에 취한 A씨가 욕설을 하며 좌석을 발로 걷어차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에 B씨는 경기도 화성의 한 야산 부근에서 차량을 세운 후 근처에 있던 나무 몽둥이로 A씨를 폭행했다.

그리고 B씨와 다른 일행이 쓰러진 A씨를 차량에 다시 태운 후 입을 막고 손발을 결박했다. A씨가 피를 흘리며 발버둥치자 김씨 일행은 A씨를 트렁크에 옮겨 싣고 차량을 이동했다.

김씨 등은 숙소에 도착해 A씨를 숙소에 결박한 후 잠이 들었고, 그 사이 피를 많이 흘린 A씨는 의식이 희미해 위중한 상태에 이르게 됐다.

김씨 일행은 처벌이 두려워 A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B씨가 “보내자”고 살인을 제안하자, 김씨 등 다른 일행도 동의했고 얼마 후 또 다른 일행이 질식을 시키는 방법으로 A씨를 사망하게 했다. 이들은 사체를 유기하기로 하고, 강원도 평창의 한 도로가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범행 후 김씨와 B씨는 범행 사실을 숨긴 채 딸과 함께 수년간 함께 지냈다. ‘살인’을 제안했던 B씨의 경우 죄책감에 시달리며 수차례에 걸쳐 암매장 장소를 찾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동거남 B씨와 갈등을 겪던 김씨가 2014년 1월 중순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경찰에 자수를 하며 알려지게 됐다.

1심은 “법절차에 호소하지 않고 집단폭력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가치를 지닌 인간의 생명이 희생되는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 결과가 초래해 엄중한 죄책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김씨에게 징역 13년, B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다른 일행들에겐 각각 징역 10년과 8년형이 내려졌다.

검찰과 피고인들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가운데, 2심 재판부는 유족과의 합의 등을 이유로 형량을 줄였다. 김씨는 징역 11년, B씨는 징역 12년, 다른 일행에겐 각각 징역 8년, 5년이 선고됐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 '열애' 인정 후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