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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는 가족 구성원을 호주에게 종속시켜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부정하고 일률적으로 순위를 정함으로써 평등한 가족 관계를 해쳤다. 특히 여성은 호주제 체제 하에서 주체적인 존재가 아닌 예속적인 존재로만 규정됐다. 혼인 전에는 아버지가 호주인 호적에, 결혼하면 남편이 호주인 호적에, 남편이 사망하면 아들이 호주인 호적에 올라야 하는 예속적인 존재였다. 또 호주제는 호주 승계 순위를 호주의 ‘아들→손자→미혼인 딸→미혼인 손녀→배우자→어머니→며느리’ 순으로 정하면서 자연스레 남아 선호 사상을 조장했다. 부가(父家) 입적과 부성(父姓) 강제 계승을 통한 가족 제도 유지는 다양해지는 가족 형태를 반영하지 못해 한 부모 가족, 재혼 가족 등 갈수록 다양해지는 가족 형태를 모두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만들었다.
양성평등이라는 시대 흐름에 따라 1999년 5월 여성단체연합이 호주제폐지운동본부를 발족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호주제 폐지 운동은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에서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어 3월 2일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 통과에 이르렀다.
2005년 3월 2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앞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김용갑 당시 의원은 반대 토론자로 나서 독설에 가까울 정도로 호주제 폐지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그는 “호주제는 수천 년을 이어 온 우리 전통의 가족 제도이며 국민 생활의 기본 질서”라며 “그런데도 호주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전통적 개념의 가족을 해체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호주제 폐지는 말 그대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며 “개혁이 아니라 최악의 개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남성 국회의원들을 향해 “속으로는 반대를 하는 의원들조차 줏대도 없고 소신도 없이 일부 여성들의 주장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며 “차라리 달고 다니지 말고 떼고 다니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