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오바마가 '절친' 바이든 지지선언 않는 이유

오바마, 지난 대선 경선서 '힐러리' 밀어…바이든 사퇴 종용
이번 바이든 출마선언 땐 '찬사' 보냈지만…지지여부 불확실
'하얀 오바마’라 불리는 베토 오루크 만남 후 "새로운 피" 언급 눈길
  • 등록 2019-04-28 오전 1:10:00

    수정 2019-04-28 오전 7:57:13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당신은 훌륭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큰 자산이었죠.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정말 버니 샌더스에 이어 3위를 하는 꼴을 보고 싶습니까?”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한해 전인 2015년 초가을 어느 날 워싱턴D.C. 모처. 조 바이든(사진 아래 오른쪽) 당시 부통령에게 ‘오바마의 재사’(才士)로 불렸던 데이비드 플러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던진 말이다.

질문의 형태였지만, 불출마를 종용하는 메시지였다. 당시 버락 오바마(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저울질 중이던 바이든에게 “플러프와 대화를 한 번 해보라”고 제안했다고 미 월간지 아틀랜틱은 전했다. 플러프의 불출마 종용은 사실상 오바마의 의중을 대신 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긴 했지만, 쉽게 납득할 수는 없었다. 사실 바이든은 출마 의지를 굳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바이든과 사이는 좋았지만…마음은 힐러리

당시 바이든은 수개월 전 아들이 뇌종양으로 사망한 데 따른 충격을 경우 추스르고 측근들과 대선 전략을 논의하던 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대 걸림돌은 ‘절친’ 오바마였다. 오바마는 정치적 유산 계승자로 힐러리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당시 민주당 경선은 ‘힐러리 클린턴 대(對) 버니 샌더스’의 2파전 양상이었다. 샌더스 캠프는 ‘1:1 구도’로 승산이 없다고 바이든이 경선에 합류할 것을 기대했다. 힐러리와 중도성향이 겹치는 바이든이 표를 잠식하길 바란 것이다. 반면 힐러리 캠프는 같은 이유로 여러 경로를 통해 바이든에게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었다. 결국, 바이든은 불출마했고 힐러리는 샌더스을 누르고 민주당 대선후보에 올랐다.

경선 불출마를 종용하기는 했지만, 오바마와 바이든은 여전히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 간의 진한 우정)를 자랑한다.

세월이 흘러 바이든의 부통령 퇴임식 때 오바마는 역대 미국 부통령 중 넬슨 록펠러(1977년)와 휴버트 험프리(1980년), 당 2명만이 받았던 ‘대통령 자유메달’을 바이든에게 수여하며 이렇게 말했다.

“8년 전 대선에서 바이든을 부통령 후보로 낙점한 것은 나뿐 아니라 미국인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영예에 바이든은 연방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고, “놀라운 일을 해낸 놀라운 사람과 함께 여행이었다”고 재임 기간을 회고했다. 바이든은 “받을 자격은 없지만, 대통령의 마음에서 나온 상으로 알겠다”고 오바마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오바마와 바이든은 사석은 물론, 공식석상에서도 서로를 ‘형제’라고 불러왔다.

사진=AFP
◇지지 선언 대신 찬사…‘확언 이르다’ 관측도


바이든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그는 25일(현지시간) 2020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76세인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도전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는 ‘형제’인 오바마에게 지지가 아닌 관망을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말 것을 부탁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누가 지명을 받든 자신의 가치를 바탕으로 승리를 따내야 합니다.”

이 같은 바이든의 만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바마는 공개적인 지지 선언 대신, ‘찬사’를 전하는 것으로 바이든과의 우정을 과시했다.

오바마 대변인 케이티 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때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이 그동안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잘한 것이라고 오랫동안 말해왔다”며 “선거운동과 재임 기간 내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식과 통찰력, 판단력에 의존했다. 두 사람은 지난 10년간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었고, 지금도 친밀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오바마는 최근 바이든의 ‘신체접촉 논란’ 속에서도 침묵을 지켜왔다. 이를 두고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오바마와 가까운 소식통들을 인용, “오바마는 바이든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에선 오바마의 마음이 바이든에게 향해 있다고 확언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오바마는 올 초 하와이의 오바마 재단 리셉션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새로운 피”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돌풍을 일으켰던 ‘하얀 오바마’라 불리는 베토 오루크(아래 왼쪽) 전 하원의원과 만난 직후 나온 발언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불렀다.

오바마의 한 측근은 더 힐에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 ‘브랜드’를 물려주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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