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경찰서 황산테러…배려를 범행표적 삼은 망상[그해 오늘]

망상이 초래한 범행…친절했던 경찰관 향한 무서운 집착
수감중 피해 경찰·가족에 협박편지…출소 후에도 뒷조사
심신장애 형감경 받았지만…반성 없이 피해자 겁박 지속
  • 등록 2023-04-04 오전 12:01:00

    수정 2023-04-04 오전 7:41:24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6년 4월 4일 오전 8시 45분. 여성 전모(당시 38세)씨가 서울 관악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사무실로 들어왔다.

전씨는 느닷없이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던 경사 A씨에게 사건처리에 불만을 제기하며 “왜 나한테 전화를 하지 않느냐”고 소리를 치며 가방 안에서 흉기를 꺼내 찌르려고 했다. 경찰관들이 이를 제지한 후, A씨는 전씨에게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대화를 하자고 설득해 함께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전씨는 “왜 전화를 하지 않느냐”고 다시 화를 냈고, 갑자기 가방 안에서 보온병을 꺼내 병 안에 든 액체를 A씨 얼굴 등을 향해 뿌렸다. 전씨가 뿌린 액체는 농도 98%의 황산이었다. 결국 A씨는 얼굴 부위에 3도 화상을 입었고, 주변에 있던 다른 경찰관도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특히 A씨는 수차례 피부이식수술을 받아야했고 평생 흉터를 갖게 됐다.

황산테러 범인 전모씨가 사건 당일인 2016년 4월 4일 관악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YTN뉴스 갈무리)
사상 초유의 경찰서 황산 테러 사건이었다. 전씨는 도대체 왜 경찰관 A씨를 향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흉기 공격 후 제지받자, 곧바로 황산테러

전씨는 2013년 9월 “전 남자친구가 다시 교제를 요구하며 문자메시지를 보내 불안하다”며 전 남자친구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때 전씨를 상담해 준 경찰관이 A씨였다. A씨는 성심성의껏 전씨를 상담해줬고 “긴급상황 발생 시 연락하라”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줬다.

전 남자친구 고소 사건은 경찰서에서 각하됐지만, 전씨는 이때부터 A씨에게 “집주인과 이웃들이 나 몰래 집 안으로 들어와 집안을 뒤진다”며 상담을 요구했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다.

전씨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집요하게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A씨가 전 남자친구 고소사건의 담당 수사관도 아니었고, ‘주거침입’ 관련한 부서도 아니었지만 전씨는 수시로 ‘상담’을 빙자해 연락을 취했다.

그러던 중 2016년 2월 전씨가 거주하던 원룸 건물에서 한 세입자 유리창이 손상되는 일이 발생했다. CCTV 분석 등을 통해 유력한 용의자로 전씨가 지목됐다. 경찰이 전씨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전씨는 이에 응하지 않고, A씨에게 전화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황산테러를 가한 직후 경찰에 검거돼 조사를 받는 전모씨. (사진=연합뉴스)
A씨는 자신이 유리창 파손 사건의 담당 경찰관도 아니었기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씨의 연락을 집요하게 계속됐고, 결국 A씨는 전화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사건 당일 아침, 전씨는 또다시 A씨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주거침입을 받았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이에 A씨는 전씨의 경찰 출석을 위해 “유리창 파손 관련해 조사를 받은 후 상담을 위해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전씨는 ‘상담을 해주겠다’는 A씨의 약속에 곧바로 흉기와 황산을 챙겨 경찰서를 찾았고, 곧바로 황산테러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황산을 뿌린 후 도주하다 다른 경찰관들에게 현장에서 붙잡힌 후 구속됐다.

피해망상 증상이 있던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거 친절하게 상담해 주던 A씨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꾸 피해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5년 11월 인터넷을 통해 황산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황산 구입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황산을 이용한 다른 범행, 황산 실험 결과 등에 대해 찾아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등으로 전씨를 재판에 넘겼다.

황산테러 피해자인 경찰관 A씨 병원 입원 당시 모습. 큰 부상을 입은 A씨는 이후에도 범인인 전모씨로부터 협박편지를 받는 등 보복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1심은 “피해자 A씨는 형언하기 힘든 육체적 고통을 받았고 앞으로도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심신장애를 주장하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전씨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해 자신의 행위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들에 대한 판단능력이 부족했다고 보이므로 형법에 따라 감경을 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형은 대법원에서 2017년 8월 그대로 확정됐다.

피해경찰에게 “10억 내놔라” 대담한 협박편지

대법원 확정 판결 얼마 후인 2017년 12월 A씨와 그 가족이 전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1심 판결도 나왔다. 전씨가 A씨와 그 가족들에게 약 1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었다. 법원은 “전씨가 A씨와 가족들에게 위자료를 포함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전씨는 민사소송 1심 패소 이후 A씨와 그 가족들에게 협박하기 시작했다.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전씨는 2018년 1~2월 A씨와 그 가족들에게 “사실 A씨에게 피해를 봤다. 10억원의 보상금을 가져오고, 앞선 형사재판에서 공탁한 2000만원을 반환하지 않으면 출소 뒤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박 편지를 보냈다. 결국 이 일로 추가기소돼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 사건도 대법원까지 끌고 갔지만 형은 유지됐다.

도합 4년 10월의 수감생활을 보냈음에도 전씨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출소 이후 또다시 A씨를 찾아 나섰다. 그는 2022년 2월 심부름센터 운영자인 B씨에게 “A씨 소재를 찾아서 납치 폭행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B씨를 스토킹하고 “A씨 신상을 찾아내지 않으면 황산을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전씨는 또다시 구속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전씨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지난달 30일 기각 판결이 선고됐다. 그는 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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