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연호하며 값진 승리의 기쁨을 함께 한 이들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이긴 후에도 16강 진출의 ‘최종관문’인 가나와 우루과이전 경기를 지켜보며 초조함을 떨치지 못했지만, 결국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성을 터뜨렸다.
3만명 모여 “한골만, 한골만”…추위도 못 막은 응원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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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맞서 두꺼운 롱패딩과 모자, 목도리, 장갑 등으로 무장한 응원객들은 경기 시작 5분만에 포르투갈의 선제골이 터지자 탄식하고 머리를 감싸안았다. 하지만 전반 27분 한국의 동점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급반전, 벌떡 일어나 기쁨을 만끽했다.
강모(31)씨는 “전반전만 보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막상 경기를 보니까 우리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오기랄까 희망이 생겼다”며 “사람들 비집고 무대 가까이까지 왔으니(웃음) 후반전까지 다 보고 가겠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운명의 후반전. 응원객들은 “한 골만, 한 골만”을 기도문처럼 외우며 경기를 지켜봤다. 후반 46분 손흥민의 드리블과 뒤이은 패스가 황희찬의 득점으로 이어지자 응원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방방 뛰고 함성을 지르며 감격과 기쁨을 분출했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보였다. 이후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에 터져나온 환호성은 잠시. “침착하라”는 목소리들이 터졌다. 아직 진행 중이던 가나와 우루과이전 경기 결과에 따라 눈앞에서 16강 티켓을 놓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붉은악마의 응원 상대는 순식간에 한국에서 가나로 바뀌었다. 태극기를 흔들면서 “가나! 가나! 가나!”를 연호하며 0 대 2로 끌려가던 가나를 응원, 한국과 우루과이가 골득실차에서 역전이 이뤄지지 않기를 기도했다. 가나와 우루과이전 경기가 그대로 끝이 나면서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비로소 붉은악마의 환호와 함성은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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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30)씨는 “우리나라가 일찍 골을 먹고 밀려서 ‘이제 끝나는구나’ 싶었는데 한 골, 한 골 넣고 기적적으로 승리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며 “추워서 살짝 오기 귀찮았지만 오길 잘했다, 내 인생에 영원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박모(28)씨는 “유럽 강호를 꺾고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니 아직도 안 믿긴다”며 “너무 좋다, 집에서 친구랑 맥주한잔하면서 경기 하이라이트를 다시 보려고 한다”고 웃었다. 김모(39)씨는 “처음엔 많이 추웠는데 어느 순간부턴 추운 줄도 모르고 봤다, 선수들의 투혼에 정말 감사하다”며 황희찬의 ‘황소’ 세레모니를 따라해보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서울시의 조치로 경기 후 새벽 3시까지 특별 운행한 지하철 2·3·5호선과 심야버스를 이용, 속속 귀가했다.
한편 이날도 경찰은 거리응원단의 안전을 위해 광화문광장에 경찰관 150명과 기동대 11개(680여명)를 배치했다. 서울시와 주최 측에서는 한파를 대비해 광화문광장에 난방기구를 설치한 쉼터텐트 4개 동을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