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에 시장 출렁' 연은 총재들 성향 분석해보니[미국은 지금]

공포 질린 시장, 연은 총재들 한마디에 '휘청'
'비둘기→매' 월가 놀라게 한 카시카리의 변신
"한동안 제약적 정책" 브레이너드도 강경 발언
'유일한 비둘기' 에반스 떠나…매파 득세할듯
  • 등록 2022-10-17 오전 3:00:00

    수정 2022-10-17 오전 3:00:0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발언 주목도가 높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제롬 파월 의장 외에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인다. 이들이 최근 어떻게 변했기에 시장은 공포로 가득 차 있을까.

(출처=IT 캐피털 마켓츠)
월가 놀라게 한 카시카리의 변신

가장 주목할 인사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다. 시장분석기관 IT 캐피털 마켓츠의 분석을 보면, 그는 지난해 8월 당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8명 중 가장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포) 성향이 강한 위원으로 꼽혔다. 돈을 풀어야 한다고 누구보다 강하게 주장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1년여 사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달 추정에 따르면 카시카리 총재는 엄연히 매파 인사로 자리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정도의 초강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의 변신은 연준의 급격한 노선 전환을 상징한다는 평가가 많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7일 한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거의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고, 당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1% 안팎 떨어졌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카시카리 총재는 같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일 만큼 발언 톤이 달라져 더 놀랍다”고 전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AFP 제공)


메스터 총재도 비슷하다. 1년 전만 해도 중립에 가까웠던 그는 이제 불라드 총재와 함께 가장 강력한 매파로 변신했다. 그는 최근 “현재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긴축을 너무 적게 하면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이어져 경제에 뿌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매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역시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바뀐 인사다.

‘왕비둘기’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도 긴축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IT 캐피털 마켓츠에 따르면 현재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FOMC 내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인 인사로 꼽힌다. 그러나 그의 최근 언급은 더이상 비둘기라고 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지난 10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회의에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다시 이동하도록 하기 위해 당분간 제약적일 것”이라며 “긴축의 누적 효과가 작동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재무장관, 연준 의장 등의 하마평에 올랐던 실력자다.

‘유일한 비둘기’ 에반스 떠난다

월가는 그나마 마지막 남은 비둘기파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로 보고 있다. IT 캐피털 마켓츠는 현재 FOMC 19명 위원 중 4명을 비둘기파로 꼽았는데, 에반스 총재 외에 나머지 3명은 이미 장기간 돈줄 조이기를 지지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에반스 총재는 지난달 27일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대담에 나와 “연준 정책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해 어느 시점에서는(at some point) 긴축의 속도를 늦추고 (금리 수준을) 변동 없이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를 등에 업은 투자자들은 당일 장 초반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반등을 시도했다. 월가의 또다른 인사는 “연은 총재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다 시장의 재료가 됐다”며 놀라워했다.

현재 매파로 분류돼 있는 위원은 11명에 달한다. 중립은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등 4명이다. FOMC가 당분간 초강경 면모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주목할 것은 내년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에반스 총재는 내년 초 사퇴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임이 매파 인사일지, 비둘기파 인사일지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 불라드 총재와 메스터 총재는 FOMC 내 의결권을 내려놓지만 하커 총재와 카시카리 총재는 의결권을 새로 행사하는 등 강성 매파들의 힘도 여전할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 오른쪽)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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