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전남대, LH는 경상대판…누굴 위한 지역인재 제도인가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②‘취지 무색’ 지역인재 채용
인재풀 한정돼 채용 재공고 일쑤
조직내 특정학교 파벌 형성 우려도
지역인재 범위 넓혀 다양성 확보를
  • 등록 2022-08-16 오전 5:00:01

    수정 2022-08-16 오전 5:00:01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방대 출신의 우수 인재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지역인재 채용제도가 특정 대학 쏠림 현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당사자인 공공기관들 사이에선 “뽑을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조직 내부에선 특정 대학 출신의 파벌· 라인 형성에 대한 우려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한국전력공사는 전남대 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상대 판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계기로 지역인재 채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는 등 균형 있는 채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4일 이데일리가 주요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전력공사(015760)를 비롯해 16개 광주·전남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은 ‘지역인재 채용’의 절반 이상을 전남대 출신들로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혁신도시내 공공기관들은 경북대, 경남혁신도시의 공공기관들은 경상대, 울산혁신도시의 공공기관들은 울산대,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은 전북대 출신들의 채용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지역인재 채용은 공공기관이 소재지 대학 졸업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2012년부터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서울·수도권 공공기관 153곳을 전국 10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지방 이전시키고, 2018년부터 전체 채용 중 18% 이상을 ‘지역 인재’로 뽑으라고 못박았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 의거해 의무채용 비중은 매년 3%포인트씩 늘어 올해부터는 30%로 상향됐다.

하지만 이 제도로 인해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이 한정된 인재 풀 안에서 신입직원을 찾다보니 특정 대학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광주·전남 지역에 공대가 있는 대학은 7곳(순천대·목포대·목포해양대·전남대·조선대·동신대·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지역에서 공대가 있는 학교는 6곳(경북대·대구경북과학기술원·영남대·계명대·대구대·금오공대) 뿐이다.

공기업 A사 관계자는 “채용 과정은 모두 블라인드로 진행된다”면서도 “하지만 채용 결정 후 확인해보면 특정 대학 1~2곳에 몰려있어 합격자를 발표할 때쯤이면 우려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관의 관계자는 “워낙 인재 풀이 제한적이다 보니 적합한 지원자가 없어 채용 공고를 다시 내는 일도 다반사”라고 하소연했다.

지역인재 채용제도는 특정 대학 편중,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에 대한 역차별 등의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국회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법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지방자치단체·지역 대학들간의 얽힌 이해관계로 1년 넘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특정 지역대 출신 편중은 공공기관 경쟁력 약화는 물론, 큰 틀에서의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각 기관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비수도권 다른 지역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채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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