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종용당한 20대…변기물에 방치된 아기는 숨졌다 [그해 오늘]

집 화장실서 출산…방치하다 119 신고
의사소견·낙태약 구매 정황, 수사 착수
과거 임신했을 때도 남편이 중절 종용
法, 낙태약 불법 판매책도 징역형 집유
  • 등록 2023-11-24 오전 12:00:00

    수정 2023-11-24 오전 12:00:00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11월 24일 전주지법은 영아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여성 A씨와 사실혼 관계인 남편 B(40대)씨에 대한 2심 재판에서 검찰 측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이 가볍다며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산한 아기를 변기 물에 방치해 살해한 부모에게 재차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된 날이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생존 가능성 알고도…변기물에 30분간 방치

사건이 발생한 날은 2심 선고 10개월여 전인 1월 8일이었다. A씨는 이날 오후 6시 45분께 전북 전주시의 자택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았다. 분만 직후 변기에 빠진 아기가 ‘켁’ 하는 소리를 들은 상태였다. 그는 화장실에 들어온 남편에게 “아파서 못 움직이겠으니 당신이 확인해 봐라. (아기가) 살아 있을 수 있으니 꺼내보자”고 말했다. 이에 B씨는 “나는 확인을 못하겠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며 20여분간 자리를 비웠다.

이 사이 A씨는 B씨의 말에 따라 아기를 변기 안에 둔 채 ‘아이 탯줄 처리’, ‘아이가 태어나면서 울면 병원에서 아나요’ 등을 검색했다. 그는 25분 뒤 119에 전화하라는 남편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신고했다. 아기의 생존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분만 후 30분간 변기 물에 방치한 것이었다. 아기는 병원의 응급조치를 받고 자발 호흡을 시작했다가 같은 날 오후 10시 56분께 숨졌다.

변사 사건이 접수됨에 따라 A씨와 B씨도 수사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사기관은 의사 소견과 B씨가 낙태약을 구매한 정황 등을 파악해 A씨가 아이를 고의로 숨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혐의를 부인하던 A씨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을 때까지 변기에서 꺼내지 않고 기다렸다”며 뒤늦게 사실을 털어놨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로부터 임신 중절을 종용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신 당시 여러 차례 중절을 강요받았고 그와의 마지막 아이 또한 낳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됐다. B씨는 경제적 사정과 태아 성별에 대한 불만, 전처와의 자녀 양육 문제 등을 언급하며 임신 중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A씨는 약물로 임신 중절하는 것에 동의했고 B씨가 구매한 불법 낙태약을 복용해 임신 8개월차에 조산했다.

法,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범죄 성립 여부를 떠나 피고인은 단기간에 여러 번의 출산과 유산을 해 심신이 많이 지쳐 있다”며 사정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수사기관에 “(사건 당일) 집에 있지 않았고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성장 과정 등이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쳐 성년이 된 이후에도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이 사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A씨는 아이를 출산하고 싶었지만 B씨가 반대하자 별다른 저항 없이 순응하는 쪽을 택해 낙태하기로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분만 직후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던 점, 이 사건 직후 구속돼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단기간에 반복된 출산 등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에 대해서는 “아내가 임신 8개월에 이르렀음에도 중절을 종용했고 (A씨가) 약물을 복용해 영아를 변기에 분만하자 그대로 방치, 사망에 이르게 했다. B씨가 원해 아내가 이전에도 두 차례 임신 중절을 했다”면서도 “2개월 가까이 구속돼 있으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119 신고를 늦게 하게 된 것은 사실상 B씨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A씨는 범행사실을 인정하고 후회하며 떠나간 피해자에게 뒤늦은 용서를 구하고 있다. 이 사건 범행으로 가장 고통받을 사람은 결국 피고인 본인일 것으로 짐작되고 앞으로도 이 사건이 큰 상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범행으로 이들에게 낙태약을 판매한 C씨 또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로부터 낙태약이 든 국제 우편을 받고 총 20명에게 이를 나눠 배송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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