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은행 가기 힘든데’…비대면 대출도 못 받는 산재근로자

‘생활비 대출’ 은행서 거래 없었다면
장애 등급 상관없이 영업점 찾아야
‘비대면 거래’에 취약계층 소외시켜
  • 등록 2018-06-28 오전 4:00:00

    수정 2018-06-28 오전 4:00:00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직원과의 전화상담마저도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상담챗봇은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초 상담챗봇을 출시하며 비대면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직원들과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상담하던 기존 방식에 더해 로봇과의 상담이라는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을 앞세운 것이다. 최근 몇년 사이 은행들은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비대면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은행이 ‘손 안의 뱅킹’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사이 정작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소외계층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씁쓸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뜻하지 않은 산업 재해로 생활이 어려워진 산재근로자에게 의료비나 혼례비, 장례비 등 생활안정자금을 제공하는 ‘산재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 제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산재근로자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이 제도는 산재근로자에게 세대당 최대 1000만원까지 연 2%의 낮은 금리로 보증 없이 자금을 제공하는 정책자금대출상품이다. 월평균 소득이 중위소득 이하(3인 가구 기준)이고 평균임금이 최저임금 이하인 산재 근로자 가운데 장해등급(제1급부터 제9급)을 받거나 5년 이상 장기요양 중인 이황화탄소 질병판정자, 3개월 이상 요양 중인 자를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이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선 산재근로자 본인의 은행 내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접수나 자격 승인, 대출 신청 절차까지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으로 가능하지만 정작 대출금 지급 업무대행을 맡은 은행에서 기존에 거래가 없었다면 인터넷뱅킹 최초 신청 시 영업점 방문을 요구하는 은행의 절차를 예외 없이 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장해등급이나 유형에 따라 거동이 어려운 경우 대출 신청이 나더라도 은행 방문에 막혀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초 이사를 위한 자금이 부족해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신청했던 A씨는 “산재 후유증으로 앉지도 걷지도 못하고 병상에 누워지내는 남편을 대신해 모든 서류를 갖춰 신청을 하고 공단으로부터 보증신청승인까지 받았지만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며 “우리은행 기존 고객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영업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구급차를 부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장해 1~3등급인 산재근로자는 배우자, 자녀, 부모가 직접 신청도 가능하지만 1인 가구이거나 그 외 산재근로자인 경우엔 직접 은행 방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공단은 접수나 자격 승인 업무를 하지만 대출은 은행의 방침에 따라야한다”고 설명했다.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상품에 비대면 서비스를 적용할 경우 악용이나 부작용 우려도 제기되는 점은 사실이다. 다만 ‘편의성과 보안의 상충관계(Trade Off)’ 하에서 각종 규제를 풀어 편의성을 높이자고 목소리 높이던 은행들이 취약계층에게는 사용자의 편의는 뒤편으로 한 채 ‘안전한 영업’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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