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긴박한 신고 전화를 받고 경찰이 20명 넘게 출동했지만 신고자가 끝내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관들이 뒷짐을 지고 범행 장소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공개되며 대응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유족은 관계자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고, 경찰청은 관할 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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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위협” 신고…경찰, 코드 제로 발동 후 50분만 현장 도착
지난 17일 오전 1시40분께 경기도 광명시 주택가에서 40대 여성 A씨는 “남성에게 흉기로 위협받고 있다. 살려 달라”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현장 출동 명령 중 가장 긴급한 단계인 ‘코드 제로’를 즉각 발동했습니다. 코드 제로는 살인이나 납치 같은 강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리는 대응입니다.
경찰은 10분 만에 현장 인근에 도착했지만 신고 장소를 특정하지 못해 주변을 배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관들이 주머니에 손을 꽂거나 뒷짐을 진 채 범행 장소 주변을 걸어 다니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됐습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GPS가 꺼져 있어 (사건 장소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신고받은 지 50여 분 만에 범행 장소를 찾아냈고 범인인 50대 남성을 검거했지만 이미 A씨는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진 뒤였습니다.
범인은 “말다툼하다가 화가 나서”라며 범행사실을 인정했고, 경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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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경찰 일찍 도착했다면 어머니 죽지 않았다” 주장
숨진 A씨 자녀는 담당 경찰관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는 “처음엔 어머니를 죽인 남성에게만 화가 났었는데 나중에 뉴스를 통해 경찰이 사건 현장에 늦게 도착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찰은 코드 제로라는 급박한 상황이었음에도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사건 현장을 지나쳐 갔고 신고가 접수된 지 40분이나 지난 상황에서도 뒷짐을 지고 사건 현장을 찾고 있었다”며 “만약 경찰이 사건 현장에 더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면 어머니가 이렇게 돌아가시는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경찰이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해당 경찰들에 대한 처벌과 사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A씨 유족은 이후 채널A와의 인터뷰를 통해 112 최초 신고 때 가해자 이름을 확보하고도 현장 출동 경찰관에게 바로 전달하지 않은 것은 물론 A씨가 숨진 사실 또한 전화로 뒤늦게 알려줬다고 주장해 논란이 커졌습니다.
경찰서장 사과했지만…뒷짐 수색 해명에 유족 ‘분노’
A씨의 딸 B씨는 채널A에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너무 힘들어서 (자신들이) 허리가 아프고 그래도 뒷짐을 지고 그러면 안 됐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신고 당시 112상황실의 실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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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관할 경찰서 감찰…112상황실도 감찰 대상
경기남부경찰청은 관할 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광명경찰서와 관할 지구대 세 곳의 경찰관 21명이 출동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광명경찰서 형사과와 지구대 세 곳이 감찰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112상황실에 대해서도 감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2 신고를 접수했을 당시,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살펴보겠다는 겁니다.
유족은 관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B씨는 “이런 사람들이 경찰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다른 선한 경찰들도 같이 욕먹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 관계자에) 책임을 지게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