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강사, 교재, 학비가 없는 특이한 학교가 있다.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도, 교재도, 학비도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하루 종일 알아서 공부하는 게 전부다. 대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스펙을 쌓아도 모자란 요즘. 이 학교의 취업률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100%를 기록한다. 심지어 대부분이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아마존 등 세계 유명 IT 기업들에 취직했다. 2017년에는 IT 기술대학 평가에서 3위를 차지했으며 IT 분야에 두각을 나타낸 졸업생들이 미국,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루마니아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에꼴 42(E’cole 42)이다. 현재 프랑스 교육 시스템은 필요한 IT 능력을 가진 청년들을 키워내기도, 기업이 그런 청년을 발견하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이동통신사 CEO인 자비에 니엘 회장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2013년 이곳을 설립한 이유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 이에 에꼴 42의 아시아 최초 캠퍼스 ‘42SEOUL’이 12월 강남 개포디지털혁신파크에 개소한다.
전문 인력 양성 목적
대학생 조민지(23,가명)씨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다. 한국은 대학이 차고 넘치는데 반해 전문 인력들이 너무도 부족하다”며 이런 현상에는 주변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본인의 소질보다는 대학의 타이틀을 더 쳐주는 풍토가 있기 때문.
취준생인 박영준(27,가명)씨 역시 “에꼴 42처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늘어 공무원같이 한 직종에 사람들이 몰리는 경쟁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42SEOUL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생 선발은 어떻게?
42SEOUL의 모집은 11월 1일부터 11월 31까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교육생 모집 10일 만에 5000여 명이 몰리며 신청은 조기 마감했다. 지원자들은 내년 모집을 기약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신기한 점은 전공, 경력, 국적 불문이다. 어떤 어학점수도 자격증도 필요 없이 2020년 1월 1일 기준 민법상 성인 또는 2020년 3월 1일 기준 고졸 이상의 학력자라면 누구든지 지원 가능하다.
선발 프로세스는 온라인 테스트와 체크인 그리고 1개월 집중교육과 본 과정으로 이루어져있다. 온라인 테스트는 기억력 테스트와 논리력 테스트로 소프트웨어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1개월 집중교육을 실시한 뒤 최종 250명을 선발하는데 이를 위해선 2개의 관문을 통과해야한다. 에꼴 42의 La Piscine 이라는 집중교육 과정을 그대로 반영한 이 테스트는 1차인 ‘논리와 추론 능력 테스트’와 2차인 ‘코딩으로 해결하는 데일리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시대에 최적화
소프트웨어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과 같이 미래에 각광받는 분야인 소프트웨어의 역할에 비해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42SEOUL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교육 시스템을 통해 창의성, 비판적 사고, 도전정신, 융합 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태계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혁신적인 코딩 교육기관 42SEOUL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뜨겁다.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은 “42 서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소프트웨어의 시대에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며 “42 서울의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스냅타임 박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