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대생의 황당한 변명... “유복한 환경·뛰어난 두뇌지만…”

성폭행 의대생 A씨, 1심 집행유예→2심 법정구속
2심서 A씨 과거 전력·허위진술 등 지적해 징역 2년 선고
A씨 변호사, 1심서 "정서적 교육을 잘못 받았다" 황당한 변명
  • 등록 2020-06-13 오전 12:10:00

    수정 2020-06-13 오전 12:10:0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를 강간·폭행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된 전북대 의대생 A씨(24)가 결국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판사)는 지난 5일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374조 ‘상고기간’ 조항에 따르면 대법원 상고는 항소심 선고 이후 7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A씨는 2018년 9월 3일 오전 2시30분께 전주시 한 원룸에서 여자친구인 B씨를 추행하다가 ‘그만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라는 말에 분노해 B씨의 뺨을 때리고 목을 조르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몇 시간 후 헤어지자는 B씨의 말에 격분해 또 뺨을 때리고 목을 졸랐다.

A씨는 지난해 5월 11일 음주 상태로 BMW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아 상대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도 기소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68%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 “남들보다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정서적 교육을 잘못 받았다” 선처 호소

1월 15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고승환)는 강간과 상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복준. (사진=KBS 2TV ‘도올학당 수다승철’)
1심 재판부는 “죄질이 아주 무겁다”라면서도 “합의한 피해자가 처벌 원하지 않고 있는 점,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없는 점, 피고인 가족들이 선처를 간곡하게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라고 판시했다.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사건의뢰’ 유튜브 영상을 통해 “1심 집행유예 사유가 얼마나 화딱지 나는지 아느냐”며 분개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성을 강간해도 초범이면 많이 참작이 되느냐. 내 자식이 사고 치고 내가 봐달라고 선처 요구하면 참작 되냐? 이거 웃긴다. (합의는) 어쩔 수 없이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1심 재판서 A씨 변호인의 발언도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어린 시절부터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고’ 이게 감형 사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남들보다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초등학교 이후 정서적 교육을 잘못 받아서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준법능력도 부족했다’ 이건 무슨 영어하는 거 같다. 변론 요지가 뭔지 모르겠다. 오히려 가중사유가 되는 거 아니냐. 이건 변호가 아니고 궤변”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A씨의 아버지는 전주 시내 한 병원의 의사이고 조부는 사학재단 이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부, 1심 판결 뒤집은 결정적 이유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뒤 ‘도주 우려’를 이유로 A씨를 법정구속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강간’ 혐의를 부인했다. A씨 변호인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기 전에 이뤄진 폭행은 성관계와는 전혀 무관한 경위로 발생한 행위였다”며 “이런 폭행이 강간죄의 수단으로서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며 “제반 사정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전북대책위원회 공식 SNS)
먼저 2심 재판부는 피해 여성인 B씨가 폭행 당했을 당시 저항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을 거라 판단했다. 김 연구위원 역시 “성폭행 당하는 과정에서 A씨가 B씨 목을 눌러서 B씨가 손발을 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발생 후 A씨의 행동도 문제가 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자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을 일부 삭제하고 허위 진술을 하는 등 교묘하게 범행 당시 상황을 왜곡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찰수사가 진행되니 B씨와 나눈 문자 메시지를 경찰이 볼 거 같으니까 그 내용을 쏙 뺐다. ‘다시 연락하지 마라’와 같은 내용을. 경찰에서 A씨 문자를 봤는데 그런 내용이 빠져 있어서 디지털포렌식을 했다. 그러니 빠진 게 다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또 “B씨가 저항을 포기한 상황에 대해 A씨 측은 B씨가 A씨를 가볍게 껴안으면서 ‘술 깨고 우리 이야기 좀 하자’고 이렇게 왜곡했다. 그것도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라고 덧붙였다.

A씨의 과거 전력도 공개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5년에도 미성년자 강간치상 혐의로 피소돼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라며 “피고인은 소개팅 앱을 통해 미성년자가 포함된 다수의 여성과 조건만남을 했거나 시도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이 수사로 미치지 않아 유죄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에 비춰보면 평소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성적 도구의 대상으로 본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전북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해결 및 의료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전북대책위원회(이하 ‘전북대책위원회’)는 2심 판결 후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지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된다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우리는 사법부가 오늘의 의미 있는 판결을 기억해 앞으로도 형식적, 기계적인 감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여타 성폭력 사건들에서 사법의 본령을 더욱 분명히 지켜나갈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상고장 제출 소식이 전해진 후 전북대책위원회는 “가해자가 항소에 이어 또 다시 반성도 없이 제기한 상고 관련해서, 대책위는 논의를 통해 대응과 연대 방향을 시민 여러분에게 제안드리겠다”라고 예고했다.

한편 전북대는 지난 4일 A씨에게 출교를 의미하는 제적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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