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가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납부하는 1세대 1주택자 절반 이상이 저소득층이라고 발표하면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평범한 소득의 사람들이 어떻게 ‘부자세’로 불리는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고가 주택을 보유하게 됐을까.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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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를 납부하는 1주택자 23만명의 절반 이상인 12만명(52.2%)이 연 소득 5000만원 이하(2021년 기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 수준인 소득 2000만원 이하 종부세 납세자도 31.8%에 달했다. 기재부는 자료를 배포하면서 종부세가 소득 5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게도 부과되고 있다며, 종부세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주택 종부세 납부 대상자의 상당수가 소득 5000만원 이하인 것은 현재 소득이 없거나 혹은 연금 등에 의존하는 60세 이상 노인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60세 이상 노인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8.1%에 달한다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또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종부세 과세인원(약 87만명) 중 60세 이상이 약 10명 중 4명(38.2%)이고, 세액 기준으로는 41.9%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의 양도소득세 중과 및 종부세율 인상 등으로 세금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특별한 소득활동이 없는 자식·손주에게 증여한 사례가 늘어난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의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따르면 작년 11월 1일 기준 30세 미만 종부세 부과대상 주택 보유자는 1933명으로 전년 대비 50.5% 늘었다.
하지만 만 60세 이상 고령의 1주택자, 5년 이상 주택 장기 보유자의 경우 납세담보를 제공해 종부세 납부를 주택의 양도·증여·상속 등 사유 발생 때까지 미룰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종부세 납부자와는 격차가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경우 관할 세무서를 찾아가 신청서만 작성하면 납부유예가 가능하다.
|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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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고령자나 증여 비율 등에 있어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부세 대상 1주택자의 연령은 별도로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 비율, 증여 비율 등은 알 수 없다”며 “5000만원 이하 저소득보다는 최저임금 수준인 소득 2000만원 이하 납세자가 31.8%에 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5000만원 이하’를 저소득층의 기준으로 잡은 것도 논란 거리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 기준 중위소득(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은 매월 398만 4000원(3인가구)으로 연소득으로 환산시 5000만원 아래인 약 4780만원이다. 2021년 기준 평균 가구원수인 2.63명으로 계산할 경우 중위소득은 더욱 낮아진다. 기재부가 종부세 과세대상의 부적절함을 설명하기 위해 5000만원 이하를 저소득층으로 분류한 것은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저소득층의 1주택자 과세에 대해선 의견이 크게 갈린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5000만원 이하 연금 소득 등으로 사는 1주택 노인에게 종부세를 물리는 것은 기본권 침해에 가깝다”며 “이들이 종부세를 내지 못할 경우 자식들이 이를 부담할 수밖에 없어 다음 세대로 전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가진 이를 단순히 현재의 소득이 적다고 해서 저소득층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종부세는 고가의 주택에 거주하면 당연히 내야하는 세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