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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과를 2016년 1월 졸업한 김대근(28)씨는 국내로 귀국, 같은 해 5월 신한은행에 최종 합격했다. 높은 연봉에 큰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김씨는 장고 끝에 입사를 포기했다. 부모님은 크게 실망했지만, 해외에서 주도적으로 영업을 해보고 싶은 욕망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는 입사를 포기하고 몇 달 후 우연히 신문을 통해 에너지플랜트 분야 강소기업 웰크론강원(114190) 기사를 접했다. 플랜트 분야에서 해외 수주가 활발히 이뤄진다는 내용이었다. ‘이 회사라면 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 김씨는 2016년 11월 웰크론강원 공채에 지원, 면접을 거쳐 합격한 후 지난해 1월부터 출근했다. 김씨는 입사한지 불과 한 달만에 이란으로 출장을 떠났다. 대기업이라면 한참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시기였다. 이란 현지 플랜트 설계를 위한 미팅에서 김씨는 유창한 언어를 구사하며 회사의 입과 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입사 2년차 해외영업사원인 김씨는 현재도 연간 절반 이상 시간을 이란·카자흐스탄 등 해외 현장에서 보내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되는 가운데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대안’이 아닌, ‘역량 확대의 장’으로 보는 인식이 싹트고 있다. 대기업에서 부속품처럼 일하는 대신, 중소기업에 들어가 능동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멀티플레이어’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으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중소기업 청년 취업 활성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박희재 서울대 교수는 “당장 대기업에 들어가 높은 연봉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후 어떤 경력을 갖게 될지를 생각한다면 중소기업은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