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32)씨는 최근 강서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운전면허 적성검사·갱신을 하러 시험장에 왔다가 안내 창구 앞에서 30분 넘게 줄을 서야 했기 때문이다. 윤 씨는 “지방으로 휴가를 떠나기 전에 부랴부랴 와서 갱신하려 했다”며 “십 분이면 될 줄 알았는데 한 시간 넘게 기다릴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소재 강서운전면허시험장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사진=황병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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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9시께 강서면허시험장 1층은 인파로 북적였다. 번호표를 뽑는 키오스크는 물론, 안내 데스크 앞에도 물밀듯이 들어오는 사람들로 긴 줄의 ‘인간띠’가 생겼다. 사람들이 점점 불어나면서 ‘1종 적검·2종 갱신’이라 써 붙인 창구 앞의 번호 안내판은 아예 작동을 멈췄다. 한 직원이 창구 앞에서 “(번호표) 165번은 여기로 오세요, 166번은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외치며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하려 애썼다.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대기 인원 수는 198명에 달했다. 삼사십 분이 지난 뒤에도 대기 인원 수는 144명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50대 직장인 A씨는 안내원에게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곤 “오전 반차를 내고 왔는데 이러다간 아무것도 못하고 가게 생겼다”고 한숨 쉬었다.
최근 운전면허시험장이 ‘도떼기 시장’처럼 붐비는 건 먼저 시기적인 영향 탓이다. 대학생들의 방학과 여름휴가철이 맞물려서다.
실제로 강서면허시험장, 서부면허시험장 등엔 가방을 메고 온 청년들이 적지 않았다. 서부시험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4)씨는 “방학이라 운전면허 시험을 접수하러 왔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전혀 몰랐다”면서 “같이 온 친구랑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고 투덜댔다. 강서시험장에서 만난 대학생 강모(26)씨도 “면허 시험 접수를 위해 왔는데 다시 돌아가자니 다음에도 똑같다는 말 때문에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본격적인 휴가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진정국면에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려는 사람들도 늘었다. 30대 직장인 서모씨는 “필리핀으로 휴가를 가서 운전하려고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 강서운전면허시험장 순번 발급표.(사진=황병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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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운전면허 1종 적성검사, 2종 면허갱신이 필요한 이들이 몰린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12월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으로 1종 적성검사, 2종 면허갱신 주기가 10년으로 통일된 영향이다. 기존엔 각 7년, 9년 주기였다. 예컨대 2012년에 1종 적성검사를 받은 이들은 기존 법대로면 2019년에 받아야 하지만 올해가 대상이다. 같은 해 2종 면허갱신자도 2021년 아닌 올해 재갱신해야 한다. 개정법 적용 전 ‘붕 뜬 시기’였던 2019~2021년엔 각 대상자들이 시험장에 올 필요가 없어 한산했는데, 올해부턴 상대적으로 북적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올해 12월 31일까지 운전면허 적성검사 및 갱신 대상자는 전년 대비 약 3.7배 증가한 약 320만명에 달한다.
전국의 운전면허시험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요인은 또 있다. 광복절을 맞아 운전면허 행정처분(정지·취소) 특별감면을 받은 이가 59만 명이다. 면허 결격자 7만 788명은 도로교통공단에서 특별안전교육을 받은 뒤 운전면시험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6시간의 특별안전교육을 받으면 다음날에라도 면허시험장을 찾아 접수할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적성검사 및 갱신을 위한 민원인 방문이 집중되는 여름과 겨울철엔 대기시간이 크게 증가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며 “더군다나 갱신 대상자들이 올해부터 몰리는 만큼, 가능하면 평소에 여유를 갖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 연도별 적성검사 대상자 현황.(자료=도로교통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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