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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증시의 최대 불확실성으로 떠오른 가운데 규제 강도나 범위를 넓힐 경우 양국 경제 뿐 아니라 자국민 노후 자금 운용 측면에서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발한 1조원…삼성전자 의존 줄여
21일 이데일리가 GPIF 2016~2018회계연도(이듬해 3월 마감) 외국 기업 주식 투자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GPIF의 한국 기업 주식 보유 규모는 2016년 149개 종목 6270만주(5808억엔), 2017년 170개 종목 6995만주(7084억엔), 2018년 158개 종목 7319만주(6163억엔)다.
이를 원화(회계연도 말일 환율 기준)로 환산하면 2016년 5조8023억원, 2017년 7조845억원, 2018년 6조3235억원이다. 절대 평가액은 2017년 22% 증가했다가, 지난해 10.7% 감소했다. 1주당 평가액으로 보면 2017년 9.4% 수익, 2018년 14.6% 손실이다.
주식수 증감을 반영한 상대 평가액으로 구분한 운용수익은 2017년은 6113억원 평가이익, 2018년은 1조896억원 평가손실이 났다. 전년 대비 수익률로 치면 2017년 10.5% 수익, 2018년 15.3% 손실이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13.2% 상승했다가, 12.4% 하락한 것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이다.
중견기업 한해 영업익 만큼 배당 챙겨가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긴 했지만, 배당은 쏠쏠하게 챙겨갔다. GPIF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코스피 상장사 404곳(3년 누적)으로부터 2869억원의 배당을 받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연도별로 구분해보면 2018년 982억원, 2017년 964억원, 2016년 922억원이다. 매년 한국콜마(지난해 영업이익 900억원) 덩치 정도 되는 기업의 영업이익이 일본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3년간 배당금 규모를 개별 기업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단연 최대다. 삼성전자는 532억으로 전체의 18.5%를 차지했다. 이어 KB금융(152억원), 신한지주(147억원), SK하이닉스(143억원), KT&G(108억원) 순이었다.
대기업 집단별로 보면 역시 삼성그룹 비중이 가장 컸다. GPIF는 삼성그룹 계열 13개 상장회사로부터 3년간 838억원을 받아갔다. SK그룹 7개 상장사로부터 325억원, 현대자동차그룹 9개 상장사에서 290억원을 각각 받았다. LG그룹은 10개 상장사 165억원, 롯데그룹은 5개 상장사 45억원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주 비중이 컸다. 시중 4대 은행지주 △KB금융(152억원) △신한지주(147억원) △하나금융지주(82억원) △우리금융(50억원)에서 합산 433억원을 받아갔다.
KOSPI 상승시 `하락장 물타기` 기대
물론 한국 기업이 GPIF 투자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으로 적은 편이다. 평가액 기준으로 GPIF 외국 기업 투자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6%, 2017년 1.8%, 2018년 1.4% 정도다. 그러나 장기 투자 관점에서 한국 주식시장을 투자처로 안고 가려면 양국 사이 경제갈등은 자국민 노후 대비를 위한 자금 운용에 득이 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GPIF 연도별 지분 평가액과 코스피 지수를 견줘보면 코스피 등락률과 비슷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간에 매매가 이뤄진 변수가 있지만, 시장 수익률을 추종하는 수준에서 운용 전략을 취한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전략으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이어간다면, 코스피가 흔들릴 때마다 수익률이 출렁일 것”이라며 “반대로 지난해 하락장에서 `물타기`를 해왔기 때문에 코스피 상승 흐름이 나타나면 투자 수익은 전보다 큰 폭으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추산한 배당 액수는 중간 배당은 제외하고 결산 배당만 합산한 최소치라서,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 다만, 환율 변동폭과 배당 수령 후 지분매입 등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점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