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금액만 12조…증시 블랙홀 LG엔솔이 온다

공모규모 최대 12조…단군 이래 최대
2016~2020년 5년간 코스피 공모액 상회
"시장이 감내할만한 수준 넘어선 역대급"
주요 지수 조기편입 예상…대형주 수급부담 불가피
  • 등록 2022-01-10 오전 5:40:00

    수정 2022-01-10 오전 7:43:07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상장은 증시 수급에 큰 블랙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시중자금 12조원 가량을 빨아들이다 보니 증시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 3위에 직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덱스펀드는 결국 담을 수밖에 없고, 최근 기관투자자의 매도세는 LG엔솔 담기 위해 비우는 작업을 한 결과라는 분석이 높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의 모습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기관투자자들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5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도에 나서 총 3조699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이 각각 1조8000억원, 1조9000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기관 매도 공세에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0.76% 하락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종목에 투자하기는 부담스럽다”며 “LG엔솔 시총 비중 만큼 다른 종목의 비중이 감소할 것이고 국내 증시에 신규 진입하고자 하는 유인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LG엔솔은 상장 후 코스피200지수를 비롯해 FTSE, MSCI와 같은 주요 지수에 조기에 편입될 전망이다. 그만큼 인덱스 펀드들의 선제적 종목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주요 지수에 LG엔솔이 조기편입될 경우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의 매입 수요는 9500억원에서 1조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증시 전체 수급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기업공개(IPO)가 많을수록 증시는 맥을 못췄다. 작년 한해만 놓고 봐도 코스피 상장을 위한 공모금액 16조4618여억원 중 73%인 12조원이 하반기에 몰렸다. 작년 하반기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등 대어들의 줄상장이 코스피지수의 박스피 회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물론 대어가 상장하면 그만큼 주식 공급이 늘어나니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LG엔솔 공모는 시장이 감내할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엔솔 공모금액은 공모가 하단을 기준으로 10조9255억원, 상단을 기준으로 하면 12조7500억원이다. IPO붐이 일었던 작년 한해 연간 코스피 공모금액 16조4618억원의 최소 66%, 최대 77%에 해당한다. 앞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코스피 총 공모금액인 12조4481억원 보다 LG엔솔 한 종목 공모규모가 더 크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새롭게 추가되는 시가총액 규모가 역대급 수준인 만큼 코스피, 코스피200, MSCI 한국지수 등 주요 벤치마크 지수 내에 속한 대형주에게 일시적인 수급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상장 예정인 대어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CJ 올리브영, SSG닷컴, 컬리, 현대오일뱅크, 쏘카, 원스토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상장을 준비하며 조단위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연초 대어급 IPO가 작년 못지 않게 준비되고 있다”며 “올해 연간 공모금액이 25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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