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니, 은행으로 몰리는 자금…머니무브 시작됐나

5대은행 예금, 10월 들어 이틀에 1조원꼴 증가
주식 시장 부진, 경기 하강 우려↑ → 현금화 수요
"머니무브 속단하기는 아직 일러"..연말까지 봐야
  • 등록 2021-10-19 오전 5:30:00

    수정 2021-10-19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지난주 한때 3000선이 붕괴되는 등 최근 부쩍 커진 경기 우려감도 은행 예금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640조3443억원을 기록했다. 9월말 대비 15일간 7조9209억원(1.25%) 늘어난 액수로 지난 5월(9조5564억원 증가) 이후 최대 증가치다. 아직 10월이 절반 정도 더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정기예금 순증액은 올해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기준금리 오르니 예금 늘었다

10월 은행 정기예금 증가는 지난 8월26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직접 맞닿아 있다. 이날(8월2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렸고 은행들도 예금과 대출 금리를 올렸다. 이 같은 금리 상승 효과는 9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픽스의 최근 상승폭이 한 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 금리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하는 이 지수는 은행 예금 이자율의 추이를 직접 반영한다. 은행 대출 자금의 대부분이 예금에서 집행된다는 특성에 따른 것이다. 지난 9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16%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14%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올 들어 최대 상승 폭이다. 8월 기준금리 여파가 9월 시중은행 금리에 영향을 직접 미친 것이다.

여기에 11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면서 10월 이후에도 금리가 계속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른 예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10월 들어 이틀에 1조원꼴로 늘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지난 13일까지 5대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6조9110억원 늘었는데, 14~15일 이틀간 1조99억원이 더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시기에 예금에 잔고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지만, 지금 속도가 빠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말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18년 11월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던 2019년 7월(1.5%)과 2019년 10월(1.25%)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까지 5대 은행 예금이 늘어났다.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순증한 5대은행 정기예금 액수만 72조8318억원에 달한다. 역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예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코로나19 위기로 기준금리가 인하됐고, 시장금리마저 떨어지던 2020년 4월부터 정기예금 잔액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머니무브? 아직은 속단하기 일러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서 채권이나 은행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돈의 흐름이 몰리는 ‘머니무브’의 전초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 헝다 사태와 더불어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이 가시화되면서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퍼펙트스톰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할 정도로 금융당국 내에서도 경계심이 높아져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규모 감소)이 11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면서 한층 더 조심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자산가들에게 현금 비중을 높이라고 조언하고 있다”면서 “자산가들 내 달러나 현금, 금 등을 확보하는 수요가 확연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요구불예금 추이에서도 볼 수 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은 15일까지 8조1611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증가액(7조9209억원)과 얼추 비슷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투자심리 악화에 따라 요구불예금 중 일부가 (정기예금으로) 흘러갔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인 ‘머니무브’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정기예금 증가일 뿐, 경기 하락 우려에 따른 자산 이전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하락세에 있던 코스피는 안정됐고 원·달러 환율은 떨어졌다. 시중은행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단기적인 예금 순증인지, 머니무브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면서 “연말까지 가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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