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배신자' 유승민에 가려진 '개혁보수'의 그늘

  • 등록 2018-01-10 오전 5:00:00

    수정 2018-01-10 오후 1:14:27

유승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바른정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신년교례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유승민 대표는 이날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해 “모든 지역구에 최선 후보를 내 대구시민·경북도민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대구=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유승민은 당을 쪼개붓잖아. 대구 사람들은 배신하는 걸 싫어해 여서는 절대 안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그에게 쓰인 ‘배신자’ 이미지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듯 했다. ‘보수 텃밭’에서 자유한국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개혁보수’를 내건 유승민 대표의 바른정당을 대안으로 꼽지도 않았다. 이들에게는 ‘우리쪽과 다른’ 호남정당(국민의당)과의 통합보다 기존 보수정당을 박차고 나왔다는 ‘배신’의 이미지가 개혁보수에 대한 지지를 가로막는 더 큰 걸림돌이었다.

홍준표 대표가 대구를 방문해 보수 결집을 호소한 지난 8일 대구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유승민은 안돼”라며 단칼에 선을 그었다. 그는 “유승민도 박근혜한테 도움을 받았으면 암만 잘하든 못하든 자리를 지켰어야 했다. 그때 당을 지켰으면 나라에 이리 혼란은 안왔다”며 “통합해서 힘이 생겨도 여기(대구)서는 지지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대표가 대구에서 ‘배신자’가 된 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인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으면서다. 박 전 대통령이 내건 ‘증세없는 복지’에 대해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반기를 들었다. 그는 당시 친박의 핵심인 최경환 부총리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법안을 내자 보류시키기도 했다. 부동산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살리기는 맞지 않다는 소신에서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한국개발연구원(KDI)출신 경제학자로 반대한 그는 결정적으로 세월호 침몰에 대한 진상규명을 주장하며 박 전 대통령이 ‘배신자’로 낙인찍는다. 유 대표는 당시 야당의 요구대로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시행령 수정에 합의했다.

이후 유승민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하며 실상 ‘배신자’가 아닌 ‘배제의 정치’를 당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향수가 강한 대구에서는 유독 배신자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유승민 대표를 여전히 ‘배신자’로 불렀다. 김씨는 “지가 누구 때문에 저까지 올라갔나”며 “유승민은 대구 사람이 알아주지도 안 한다. 아예 안 나와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과 통합여부나 ‘개혁보수’란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그저 유승민이라 안 된다’는 여론이 팽배한 느낌이다.

다만 보수정당이 아닌 의원의 당선이 ‘이변’일 정도로 한국당 지지 일색이던 대구였지만, 최근 균열이 커지고 있다. 유 대표는 새누리당에서 내쳐진 이후 지난해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 동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누차 밝혀왔다.

유승민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TK에선 여전히 ‘배신자’ 이미지가 남아있어 욕을 먹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구는 경북과는 또 다르다”며 “차기 총선에서는 민심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6개월간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바른정당의 지지도는 6.5%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 대표는 소신있는 정치인이다. 그의 타협없는 원칙주의자 성향이 상대방을 질리게 하기도 한다. 유 대표나 바른정당이 ‘보수 텃밭’ 대구에서 건전한 개혁보수로 자리매김하려면 기존의 ‘배신자’ 프레임을 뛰어넘는 참신한 아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그의 말처럼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 한국당과 ‘정면승부’를 벌일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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