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나스르 SAIS 학장은 9일 미 국무부 북핵 특사 출신인 로버트 갈루치 이사장과 구 소장에게 USKI를 5월 11일 자로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구 소장이 연합뉴스에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갈루치 이사장은 USKI 직원들에게 이러한 방침을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USKI에 대한 예산 지원을 6월부터 중단키로 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워싱턴DC 노동법 관련 규정상에는 해고 시 최소한 한 달 전 사전 통보를 하게 돼 있다.
다만 USKI 가 운영해 온 북한전문사이트인 38노스는 카네기재단 등의 기부금으로 별도 재원을 마련, 독립된 연구소 등의 형태로 계속 존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38노스 공동설립자인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이 그 운영을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로부터 구 소장 교체 압력을 받았다며 ‘학문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비판했던 갈루치 이사장도 AP통신에 학술적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완전히 부적절한 간섭”을 거부한 뒤 지원 중단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5월 폐쇄 방침을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의 요구는 USKI 대표를 바꾸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KIEP가 회계 투명성 등 운영상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연구소 재정 보고가 매우 철저했고, 자금 운용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한 뒤 한국 정부에 증거를 요구했으나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권한이 없는데도 구두와 서면으로 USKI 소장과 부소장 교체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는 게 갈루치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대학 학장이 구 소장과 제니 타운 부소장의 업무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고도 전했다.
앞서 KIEP 측은 회계 투명성과 실적 저조 등 운영상 문제를 지원 중단 명분으로 들었으나, USKI측은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교체하기 위한 싱크탱크 물갈이”, “학문적 자유 및 독립성 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해 해외 싱크탱크에 대한 지원 및 점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