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영(56·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검 검사는 지난 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에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현직 검사가 조 후보자 사퇴를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집단 반발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렸다.
임 검사는 “지금 대학가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서 임명을 반대하는 마당에, 우리가 손을 놓고 있으면 조 후보자가 검찰은 임명을 반대하지 않는구나 하고 오해할까 두려워 반대하는 검찰 구성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 보도되는 의혹은 하도 많아서 까도 까도 또 의혹이 나온다는 의미로 ‘강남양파’니, ‘까도남’이니 하는 호칭이 붙었다”며 “과거 다른 후보자들이라면 그중 한 가지 정도 의혹만으로도 사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수임료 문제로 사퇴한 안대희 총리 후보자, 딸 편법입학 의혹으로 장관직을 내려놓은 박희태 법무부 장관,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인사검증을 했지만 사퇴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의 사례를 열거했다.
그는 “모든 공직자가 의혹만으로 사퇴해야 한다면 남아나는 공무원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적어도 수사에 영향을 줄 권한을 가진 자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앉은 공무원이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의혹이 제기된 경우 일단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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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검사는 “조 후보자는 더 이상 다른 공직을 탐하지 않겠다고 하기 전에 우선 법무부 장관이라는 공직부터 탐하지 말고 자연인 입장에서 검찰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수사 결과에 대한 시중의 오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과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상부 보고 절차 누락으로 검찰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면 비판한 바 있다.
2013년 대전고검 검사였던 그는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을 향해 “형(당시 윤 지청장)은 그동안 역사에 기여했던 공을 한 번에 뒤집어엎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과(過)를 지으셨다”며 “제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당당하게 지길 바란다”라고 ‘이프로스’에 남겼다.
임 검사는 “업무 처리를 공정하게 보이게 만들고 공정해 보이는 외관을 담보하는 것은 절차적 정의”라며 “아무리 옳은 결론이라도 불공정한 외관을 갖고 있다면 (사건의) 당사자들은 수긍하지 않게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 수사권도 신성불가침한 헌법상의 권리가 아니며 국민이 부여해준 법률상 권리에 불과하다”며 “검찰이 내린 결론의 정당성만큼이나 과정의 정당성도 중요한데 그 중요한 부분에 상처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검사는 윤 청장보다 사법연수원 6기 선배지만 나이는 3살 아래로, 서울대 법대 후배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