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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민연금 수익률은 0.9%, 9월말은 2.38%로 다소 만회하긴 했지만, 연간 평균 수익률은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상반기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보면 같은 기간 캐나다연금위원회(CPPIB) 수익률 6.6% 대비 7분의 1 수준이다. 심지어 국내 기관인 교직원공제회(5.3%)와 비교해도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대목이 바로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수익률 개선이 지급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국민연금과 자산규모가 비슷한 세계 연기금들과 비교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금운용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자산규모는 625조, 5년 평균 수익률은 5.60%다. 반면 네덜란드국민연금(ABP)은 359조원에 7%, 캘퍼스(CalPERS) 389조원 8.60%, 캐나다공적자금(CPPIB) 338조 원 9.10%다. 국민연금보다 5년간 총수익률이 14~36% 높다.
2015년 감사원은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대한 감사에서 당시 기금운용수익률 전망치가 현실에 비해 높게 설정됐다고 지적하면서도 1%포인트씩 개선하면 기금고갈 시점을 최대 8년 늦출 수 있다고 봤다. 2%포인트 수익률이 커지면 고갈을 피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당시 재정추계위원회의 목표 기금운용수익률은 2018~2020년 4.9%, 2021~2030년 4.8%, 2031~2040년 4.6%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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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 논의에도 기금운용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안 검토는 빠져 있다.
저조한 수익률의 근본적 원인은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에 있다. 글로벌 연기금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맞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반면 국민연금은 여전히 전체 자산의 54%를 채권에 담아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채권투자 비중은 54%로 프랑스 정부 연기금(FRR)에 이은 2위다.
글로벌 연기금 중에서 채권 자산이 50%를 넘은 기관은 국민연금이 거의 유일하다. 캐나다 공적연기금(CPPIB)은 17%,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32%, 네덜란드 공적연금(ABP)도 38%로 50% 미만이다. 이들 역시 채권의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높았지만 글로벌 시장 환경에 맞춰 빠르게 비중을 조정한 것이다.
CPPIB 아시아·태평양 부문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수이 대표는 “시장 상황 변동에도 꾸준한 수익을 내기 위해 분산 투자를 중시한다”며 “현재 자산의 85%를 캐나다 이외 국가에 투자하고 있고 투자 위험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지난해 6%대로 수익률로 선방한 이유에 대해선 “대체투자와 주식 직접 투자 쪽에서 수익률이 좋았다”며 “여러 자산에 고루 배분하는 전략 덕분에 시장 평균 실적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장기 비전이 존재할 수 없는 기금운용 본부의 지배구조가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년마다 교체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임기를 제대로 채운 CIO가 없을 정도로 짧다. 반면 글로벌 연기금은 CIO의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치명적 하자’가 없는 이상 장기 연임한다. 글로벌 연기금의 평균 임기는 5년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