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1차 접종을 하지도 않았는데 2차 접종을 하라는 문자가 옵니다. 황당하네요”
| 1차 접종에 미참여한 정모씨에게 지난달 30일 질병관리청에서 보낸 2차 접종일정 안내 문자. (사진=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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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중후반을 향해 가면서 예약시스템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화이자·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의 접종 간격을 무리하게 1~2주 앞당기면서 현장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백신 미접종자 정모씨는 지난달 30일 저녁 황당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에서 보낸 문자에는 ‘10월 28일 오전 11시에 은평구 예방접종센터에서 2차 접종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앞서 정씨가 지난 8월 17일 1차 접종을 예약했다가 부작용을 우려한 나머지 실제 접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정씨는 “질병청에서 확인도 안 하고 일괄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건지, 내가 어느새 맞은 걸로 처리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방역당국이 백신 2차 접종 일정을 앞당기며 현장과 소통이 안 이뤄진 정황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사는 임모씨는 이달 18일 2차 접종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방역당국이 10월 11일~11월 7일 사이 2차 접종 예정자에 대해 간격을 기존 6주에서 5주로 앞당기며 임씨의 접종 날짜도 18일에서 8일로 바뀌었다.
문제는 질병청이 일괄로 날짜를 앞당기다 보니 병원에서 예상보다 많은 예약자를 받아버린 것이다. 임씨는 “오늘(30일) 병원에서 ‘8일에 사람이 많이 몰려서 접종 일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질병청에서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을 바꿔놓고, 병원에서는 사람이 많다는 건 대체 무슨 경우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일괄로 앞당겨진 일정에 대한 ‘재변경 가능 날짜’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안 이뤄져, 일부 대상자들은 질병청 홈페이지에서 날짜 재변경 시도 후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라는 알림을 보고 황당해하는 경우가 벌어지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7일 “10월 1일부터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누리집을 통해서 개별적으로 일정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사나흘 만에 대상자들이 이를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다.
앞서 질병청은 지난 7월, 50대 사전예약에서 ‘먹통 사태’를 일으켜 대국민사과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후 예약 시스템은 개선이 됐지만 ‘10월, 2차 접종 70%’이라는 목표에 치중한 나머지 데이터베이스(DB) 관리나 대국민 소통에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