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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가계대출잔액이 줄었다. 3년만에 처음으로,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일 기준 708조7456억원이다. 지난해 말(709조529억원)과 비교하면 3073억원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3년 치 가계대출 잔액을 따져봐도 이 같은 흐름은 이례적이다. 5대 은행의 2019년 말 가계대출 잔액은 610조8002억원이었으나 2020년 1월 말 기준 611조4376억원으로 6374억원 증가했다. 2020년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1539억원에서 2021년 1월 말 기준 674조3738억원으로 4조219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이달 7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9조5572억원이었지만 이는 지난해 말 기준 139조3372억원과 비교하면 2200억원 줄어든 수치다. 반면에 지난 2020년 말 기준 신용대출은 135조2210억원을 기록, 지난해 1월 말 기준 139조5572억원과 견줘 4조3362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규제 등에 따른 대출 한도 문의가 있었지만, 현재는 관련 문의마저 드문 상황”이라며 “금리인상기에 따른 대출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와 계절적 요인 등이 더해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1월은 은행 대출의 비수기로 꼽히기도 하고 연말연시에 받은 성과급 등으로 대출을 갚는 수요도 있다”면서 “지난해 영끌과 빚투 현상과 대조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대출 잔액이 줄어든 건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지난달 공시한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지난해 11월 중 취급한 대출을 기준으로 작성)는 평균 3.64%로 전달 대비 0.22%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지난 2014년 4월(3.68%)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더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해 11월 5대 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4.57%로 전달(3.85%) 대비 0.72%포인트 대폭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올해 들어 한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 잔액 2억원이 넘는 개인에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도입된다는 점에서 대출 수요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변동금리가 치솟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갚으려는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