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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안팎에선 전임 김오수 총장이 직을 내려놓은 지 47일이 지났지만, 새 수장 선출을 위한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두고 우려를 보인다. 그러나 총장 인선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평가가 따른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기존 6대 범죄(경제·부패·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규정된 검찰 수사권의 단계적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오는 9월 10일부터 적용된다. 법안 시행 이후에도 경제·부패범죄는 직접수사가 가능하지만, 검찰은 주요 수사를 9월 전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방침을 수행하기 위해선 검찰 진용을 새롭게 갖춰야 하는데, 총장 인선 뒤로 인사를 미루는 것은 너무 늦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부 검찰청에서는 지난달 ‘원포인트’ 인사 이후 실무를 책임지는 중간간부 인선이 늦어지며 사실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새 총장 임명 후 추가 인사를 단행할 경우 수사를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촉박해진다”며 “수사의 속도전을 위해선 수사팀 진용을 빠르게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원(院)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점도 꼽힌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은 한 달 가까이 공전하고 있다. 특히 법제사법위원장을 두고 여야 간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원 구성 전에는 청문회를 열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법조계는 현안수사가 긴급한 경우 총장 없이 인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동시에, ‘식물총장’ 우려에도 공감한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인사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지금은 예외 상황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인사에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 총장 입지가 상당 부분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우려는 차기 총장 인선 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따른다. 입지가 줄어든 총장을 선뜻 맡으려는 인물이 없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 장관이 짜놓은 그림에 숟가락만 얹는 ‘바지사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지근거리에서 자신을 보좌할 대검 간부들 인사도 이미 이뤄져 ‘일할 맛’이 안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