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 너마저'…개강 앞둔 대학가 인상 움직임

고려대·한국외대 등 인상 논의 시작
대학본부 “한 그릇 팔 때마다 적자”
울상짓는 학생들 “고물가에 힘든데”
"정부 지원해 3000원으로 동결해야"
  • 등록 2022-08-29 오전 6:10:00

    수정 2022-08-29 오전 6:10:00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연일 계속되는 고물가에 2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가 학생식당의 가격이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학은 고물가로 인해 적자를 버틸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은 더욱 얇아질 주머니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재학생이 식권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한국외대는 학생식당 가격 인상을 위해 총학생회와 논의를 시작했다. 고려대의 경우 기존 식대 5000원을 1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외대도 1500~3500원하던 식대를 최소 300원에서 최대 5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대학가는 치솟는 물가에 높은 인건비를 현재의 식대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도 서울대·숙명여대·연세대·부산대·전북대 등은 학생식당 식대를 500~1000원 인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학기에 학생식당 식대를 올리지 않은 대학들은 더 이상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현재 3000원에 제공되는 중식·석식의 제조원가는 3750원에 달한다. 학생에게 한 그릇을 판매할 때마다 750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 한국외대 관계자는 “경기 악화·식자재값 상승으로 오랜기간 저가를 유지해온 학생식당 메뉴별 가격 인상을 논의 중”이라며 “현재 인상폭은 논의 중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생식당 인상 논의에 울상을 짓고 있다. 고물가에 안 그래도 빠듯한 생활비가 더 부족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생활비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한끼는 어떻게든 학생식당에서 버텼는데 학생식당마저 인상된다면 이제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워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박모(25)씨도 “학교 측 설명을 보면 적자가 심하긴 한데 당장 내 주머니도 텅텅 비었다”며 “만약 불가피하게 식대를 인상해야 한다면 음식의 질도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식대 인상을 논의하다가 학생 반발로 결국 동결하기로 한 대학도 있다. 지난 3월 학생식당 식대 500원을 인상한 계원예대는 2학기에도 1000원 인상을 논의하다가 이를 백지화했다. 계원예대 관계자는 “식당 측에서 적자를 버틸 수 없다고 해 인상을 논의했었다”며 “학생식당·학생들과의 논의 끝에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정부가 나서 학생식당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정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학생식당 적자를 보전해주고 학생들의 한 끼 식사를 3000원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대넷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모델을 학식 가격 안정화의 모델로 내세웠다. 2015년 전남대가 최초 도입한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밥을 학생식당에서 1000원에 제공하는 제도로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와 학교가 각각 1000원씩 지원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학식 식대를 안정화해야 한다는 게 전대넷 측의 주장이다. 전대넷은 다음달 초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줄 길게 선 김호중 공연장
  • 칸의 여신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