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사이클`에 미국이 한국보다 더 크게 웃는 이유

올해 반도체 관련 대미 수입..수출 2배 달해
스마트폰 AP 및 반도체 장비 등 미국이 수혜
세탁기 등 손해 억지 주장..상생 파트너 가까워
  • 등록 2017-10-11 오전 5:00:03

    수정 2017-10-11 오후 2:35:12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의 화학 증기증착(CVD) 장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제공]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 개정협상과 동시에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적용 등 전방위적인 통상 압박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조치들은 한국이 미국보다 ‘득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올해 메모리 ‘슈퍼사이클’ 도래와 함께 한국 수출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한미 간의 무역에서 미국이 더 큰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미국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관련 對美 수입…가파른 증가세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대미 수출은 455억 9300만 달러(약 52조원), 수입은 346억 4800만 달러(약 40조원) 등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5%, 22.4%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보다 수입 증가율이 9배에 달한다. 원인은 역설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수출 품목 1~3위인 승용차(100억 400만 달러)와 자동차 부품(40억 3100만 달러), 무선전화기(31억 6800만 달러) 등은 모두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수출액이 각각 3.2%, 13.0%, 33.3% 감소했다. 반면 집적회로반도체(19억 9400만 달러)와 보조기억장치(10억 3200만 달러) 등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 등과 맞물려 각각 67.8%, 90.8% 증가했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자동차 등 대미 반도체 수출이 큰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품목을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미 수입품 중 최대 규모인 반도체 제조용장비(35억 5800만 달러)는 전년대비 수입액이 무려 199.0% 증가했다. 또 집적회로반도체(24억 5700만 달러)를 포함한 반도체 관련 대미 수입 규모는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반도체 제품의 2배에 달한다. 북미 지역 반도체 제조용장비 출하액도 올 상반기 126억 89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하며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미국, 전자·IT 분야 ‘win-win’ 상생 구조

업계에선 한미 간 전자·IT 분야 무역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미국 입장에선 한국의 산업 구조상 서로 ‘윈윈(win-win)’ 하는 상생 파트너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 혁신 기능으로 무장한 스마트폰과 가전 제품 등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내부에 탑재되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노광기(빛을 쪼여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주는 장비), 화학 증기증착기(CVD·반도체 웨이퍼 원판에 필요한 물질을 고르게 붙이는 기계) 등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이 올 들어 매 분기마다 영업이익 신기록을 새로 쓰며 연말까지 60조원 가량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설투자에 올 한해 약 50조원을 쓸 계획이다. 이들 시설투자액의 상당부분은 반도체 제조용장비를 구입하는데 쓰일 전망이다. 반도체 제조용장비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한국 기업에 관련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의 경우 최근 회계연도 3분기(5~7월) 순이익이 9억 2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3.2%나 증가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갤럭시노트8’이나 ‘V30’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도 미국 퀄컴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자 기기 완제품이나 메모리 반도체 등이 늘어나면 이를 제조하기 위한 기계나 장비 등의 수입 역시 같이 증가한다”며 “세탁기 등 일부 품목을 기준으로 미국이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식의 해석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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