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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대기업들이 앞으로 계열사 수에 연연하지 않기로 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지시에 반색했다. 작은 스타트업의 인수도 겉으론 문어발식 확장으로 보일 수 있는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근본적인 규제 완화 없이 이 자체만으로 얼마나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지에는 의문부호를 남겼다.
12일 10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방침에 대해 “그동안 공정위가 발표하는 계열사 수를 크게 신경 쓰진 않았지만, 지난해 롯데에서 400여개 계열사가 있다고 해서 숫자 자체가 부정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우리도 스타트업 등 몇 군데 투자한 데가 있는데 매출이 몇 억원도 안 되는데도 몇 조원대 매출을 내는 다른 계열사와 같은 취급을 받으니 억울했다”고 그동안의 사정을 밝혔다.
다만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계열사 수에 연연하지 않기로 한 공정위의 방침이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10대그룹 한 관계자는 “IT·전자업계가 아니면 스타트업 등 인수 합병이 활발하진 않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다”며 “얼마나 투자로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취지 자체는 괜찮은 거 같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까지 대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인수는 주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SK·네이버·카카오 등 IT·전자 기업이 주도했다.
이에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도 함께 조정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이날 오전 LG그룹은 김동연 경제팀에 대기업 계열사 확장 규제와 관련해 우회적으로 완화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LG는 “2·3차 협력사로의 상생협력 확산노력이 1차사에 대한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정부에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역시 LG측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계열사 수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면, 장기적으로 스타트업 인수가 사업 확장뿐 아니라 포괄적인 인재 채용 방식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기업 한 고위 임원은 “대기업의 계열사에 대한 규제가 완화·보완될 경우 대규모 기업 공채 방식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얻는 방식이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