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예상보다 빠른 美 긴축…당분간 영향력 지속될 것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등록 2022-01-12 오전 6:15:00

    수정 2022-01-12 오전 6:15:00

작년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유동성 공급 중단 시기를 앞당기고, 금리 인상 횟수를 늘리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크지 않았다. 몇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높은 물가로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지만 물가가 안정을 찾으면 금리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미국의 클리브랜드 연은이 향후 10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을 2%대 초반으로 산정했었다. 과거 10년간 평균보다 낮다. 5년 뒤인 2026년부터 2031년까지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2.38%로 1차 테이퍼링이 진행됐던 2014년보다 낮다고 추정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존재하지만 이미 금리에 반영된 부분도 있어 계속 금리 상승 요인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금리 인상 우려가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된 점도 시장의 반응을 약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미국의 단기 금리인 2년물 국채수익률이 0.84%까지 올라왔다. 작년 6월에 0.14%였으니 반년 만에 6배가 된 것이다. 2015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당시 단기금리는 테이퍼링 시작 시점부터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을 때까지 2년간 1.6배 오르는데 그쳤다. 지금은 테이퍼링을 시작한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금리가 여섯 달 만에 6배가 됐다. 다른 어떤 때보다 금리 인상 영향이 시장이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은 경제상황도 금리의 영향력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물가는 가계가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을 때 높아진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계속된 정부의 지원 확대로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9.4%까지 치솟았다. 지금이 그런 상태로 볼 수 있다, 언제든지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경제도 괜찮다는 의미가 되는데, 경제가 좋아지는 상황에서는 물가가 올라도 그 폭이 크지 않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본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시장에서 긴축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연준이 양적 축소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계기였다.

당초 연준은 3월에 유동성 공급을 끝내고 금리 인상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유동성 규모를 줄이는 양적 축소 논의가 더해졌다. 시점은 첫 번째 금리 인상 이후 멀지 않은 때로 정해 빠르면 2분기말, 늦어도 3분기에 유동성 축소 작업이 시작될 걸로 보인다.

이런 상황 변화는 과거보다 속도가 대단히 빠른 것이다. 2015년 12월에 연준은 금융위기 때 인하했던 금리를 처음 올렸다. 2017년 3월 세 번째 금리 인상 후 유동성 축소 논의가 시작됐고, 2017년 9월 네 번째 금리인상 후에야 유동성 흡수가 공식화됐다. 처음 금리를 올리고 1년 9개월 후에 유동성 축소가 시작된 것이다.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졌다. 예상치 못했던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은 연준이 상황이 좋을 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벼랑 끝에 몰려서 정책을 급선회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본 건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당분간 국내외 자산시장에서 긴축의 영향력이 계속 커질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짧게는 2년, 길게는 금융위기 이후 13년 동안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긴축은 이 상황이 마무리된다는 걸 의미한다.

다행히 우리는 미국보다 사정이 낫다. 작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두 번 올렸고, 그 영향으로 이미 3년물 금리가 2.0%, 10년물이 2.4%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두 금리의 직전 고점이 2.1%와 2.5%였음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 현재 우리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두세 번 더 인상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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